하쿠다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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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 | 2022년 7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9.2 (1,026건)
분야
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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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하쿠다 사진관 평점8점 | s******4 | 2023.08.09 리뷰제목
『하쿠다 사진관』, 저자 허태연, 놀, 2022년   제주어는 정말 생소하다. 이 소설의 제목 “하쿠다”는 하겠다라는 뜻이다. 제주어를 처음 들어본 것은 SBS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에서 이다. 가족 드라마였고 거기나오는 할망(할머니)의 대사는 거의 제주어다. 어색할 법한 단어들이 줄줄 나오는데 연기를 워낙 잘 하셔서 그런지 정겨운 느낌이 컸다. 그리고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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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저자 허태연, , 2022

 

제주어는 정말 생소하다. 이 소설의 제목 하쿠다는 하겠다라는 뜻이다. 제주어를 처음 들어본 것은 SBS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에서 이다. 가족 드라마였고 거기나오는 할망(할머니)의 대사는 거의 제주어다. 어색할 법한 단어들이 줄줄 나오는데 연기를 워낙 잘 하셔서 그런지 정겨운 느낌이 컸다.

그리고 MBC맨도롱 또똣라는 드라마에서 맨도롱 또똣이 있다. 뜻은 기분좋게 따뜻한이다. 요 근래 나온 드라마로는 우리들의 블루스여기서는 제대로 된 제주어가 주요 대사로 쭉~ 나온다. 계속 듣다보니 이제는 부산, 경상도 사투리 뿐만이 아니라 아~ 제주어다. 라고 바로 알아들을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따뜻한 이야기를 베이스로 해서인지 제주어에 대해 따뜻하고 다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진짜 제주 할망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3분의 1도 알아 들을 수 없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그렇다는 뜻이다.

 

이 책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주 한 달 살기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기 전 뜻밖의 사고로 인해 제주에 눌러 앉게 된 제비라는 여주인공은 바닷가 마을에 있는 하쿠다 사진관에서 일하게 된다. 하쿠다는 제주어로 하겠다라는 뜻으로, ‘무엇인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관의 주인인 석용은 제비와 함께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으로 기록하고, 공감하고, 도와준다. 손님들은 각자의 삶과 비밀, 걱정, 꿈을 가지고 있으며, 사진관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행복을 찾아간다.

제비와 석영 역시 그들이 갖고 있던 비밀과 과거를 꺼내면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성장한다. 책은 소님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각 에피소드마다 제비와 석영이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한다.

 

 

작가는 섬세하고 따뜻한 필력으로 인물들의 삶과 감정을 잘 표현한다. 인물들이 모두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독자들이 쉽게 공감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책의 구성이 잘 되어 있다.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으면서도 전체적인 흐름과 잘 연결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주제와 메시지를 다루면서도 책의 전체적인 테마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책의 배경이 제주도라는 점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제주어, 사람들이 책에 잘 묘사되어 있으며 독자들에게 제주도에 대한 흥미와 애정을 불러 일으킨다.

따뜻한 힐링을 주제로 한다는 것 알고 있었지만, 책의 결말이 너무 대놓고 모두 그 후로 행복했습니다.”라는 해피엔딩이라 끝에서 김이 좀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무리에서 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의 따뜻한 우정과 사랑, 희망과 용기에 감동받고 위로 받는다. 무엇보다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잔잔하고 따듯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따뜻함과 위로를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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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하쿠다 사진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7 | 2022.09.17 리뷰제목
2006년 7월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가 되고, 2007년 9월경 제주 올레길이 개장하며 알게 모르게 있어왔던 육지사람들(제주말로) 제주 살이의 범위나 개념이 상당히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소식들을 찾아보니 다시 그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은 소식이 간간이 들리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환상에 젖어 한달살이라도 해보자는 상상을 많이들 품고 있을 것이
리뷰제목

2006년 7월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가 되고, 2007년 9월경 제주 올레길이 개장하며 알게 모르게 있어왔던 육지사람들(제주말로) 제주 살이의 범위나 개념이 상당히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소식들을 찾아보니 다시 그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은 소식이 간간이 들리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환상에 젖어 한달살이라도 해보자는 상상을 많이들 품고 있을 것이다. 어느 곳에 가든 외지인이 쉽게 적응하고 뿌리내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도의 경우도 섬사람 특유의 텃새가 심하다는 둥(완전히 틀린말도 아니며, 제주 내에서도 지역마다 다르지만..) 여러 핑계 같은 변명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그 곳의 사람 뿐만 아니라 지역적 특성에 대한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 생기는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요즘말로 바다뷰가 좋아 근처에 살다 바닷바람과 염분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집안에서의 사소한 문제부터, 시작해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날씨의 영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 그러기에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는 점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솔직히 그런 부분들을 견디지 못해 다시 제주를 떠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꼭 제주여서가 아니라 그게 다른 곳이어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 때문인지 사람들에게 이 책이 또 제주 살이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도 분명히 있었다. 제목이자 이 책 주인공의 주 무대인 사진관이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97년생인 주인공 연제비는 제주 한달살이를 끝내고 막 서울로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공항으로 향하기 전 해안가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때는 중이었다. 그러다 한 커플과 부딪혔는지 제비는 무거운 배낭과 함께 바다에 빠지고 만다. 또래로 보이는 그 커플들은 사과는 커녕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욕을 하며 가버리고, 요즘 세대 답게 신용카드를 포함해 모든 것을 담아놓은 휴대폰도 제비와 함께 바닷물에 퐁당하는 바람에 사망하기 직전이다. 의도치 않게 손발이 꼼짝없이 묶인 신세가 되버렸지만, 사실 이 상황에서 서울로 올라가도 제비가 갈 곳은 없다. 집 조차도.

 

제비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후 차갑기 그지 없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그 할머니 마저도 돌아가셨고, 제주에 오기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며 원룸도 처분하고 오던 차였다. 다시 올라가서는 함께 일했던 동료의 집에 잠시 신세를 지며 새 직장과 집을 구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제비가 막 제주를 떠나려고 하기 직전 그 동료는 남친 때문에 자기 집에 머무르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통보 했고, 나눠 부담하기로 했던 월세 비용도 제주 살이를 하며 이미 소진해 버린 상황이다. 이러나 저러나 당분간은 그대로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런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 바닷물에 쩔은 채 앉아서 한참을 울다 이동한 곳에서 커다란 석상 하나를 보게 된다. 이 곳은 질 좋은 문어가 많이 나 이 곳 마을의 생계원이기도 한 물꾸럭의 이름을 딴 대왕 물꾸럭('문어'의 제주 방언) 마을이다. 제비가 만난 석상은 이 마을을 상징하는 대형 물꾸럭 석상이었다. 사실 이 석상의 하이라이트는 물꾸럭 입에 있다. 마치 로마의 휴일의 '진실의 입'처럼 물꾸럭 입에 손을 넣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옆 표지판에 안내되고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본전이라고 물꾸럭 다리 사이에 위치한 입을 어렵게 찾은 후 손을 넣은 채 소원을 빌기 위해 눈을 감았다. 순간 공중으로 붕 솟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낀채 다시 길을 나서다 벼랑끝에 위치한 한 건물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치 대왕 물꾸럭 석상이 제비의 앞날을 암시라도 해주듯.

 

카페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들어간 그곳은 펜션을 개조한 사진관이었다. 하쿠다 사진관의 주인은 88년생 이석영이다. 어느 지역 출신인지에 대해서는 책 속에 나와있지 않지만, 제주에 정착한지 1년 남짓되었다. 사진관은 운영에 실패해 폐업한 펜션을 경매를 통해 싸게 구입 후 몇 달 동안 석영이 직접 개조하며 만들었다. '하겠다.'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 '하쿠다'를 앞에 넣어 '어떤 사진이든 열심히 찍겠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 '하쿠다 사진관'이다. 석영의 직업적 꿈은 이 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1층은 낮에는 전시관 겸 카페 저녁에는 파티장(찍은 사진을 보며 뒷풀이 개념의 파티)으로 2층은 다양한 컨셉의 촬영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혼자 운영하기엔 너무 벅차고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든 이 곳에서 직원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런 이곳에 석영이 아기 백일사진 촬영에 진땀을 빼고 있는 순간 기적(?)처럼 제비가 찾아온다.

 

그리 좋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제비는 예쁜 가정을 꾸리고 싶었고, 예쁜 아이를 낳아 정성껏 기르며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유아교육과에 갔고, 그 덕분에 제주 오기 직전에는 사진관에서 아기사진 촬영 보조일을 하기도 했었다. 때마침 들르게 된 이 곳에서 제비는 본의 아니게 자신의 전공을 발휘하게 되고, 부모조차 알 수 없었던 아기의 울음의 원인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무사히 사진촬영은 끝나게 된다. 그제야 한 숨 돌린 석영과 제비는 손님과 사장으로 이런 저런 대화를 하게 되고, 석영의 직원 구한다는 말에 어렵게 용기를 낸 제비는 결국 이 곳에서 일하며 서서히 제주에 정착하게 된다. 원래 계획에 없던 일이 평생가기도 하니. 어쩌면 이 것이 물꾸럭 석상의 뜻이었을지도..


이 때까지만해도 그다지 의욕 없어 보이던 제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석영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진관을 아끼는 사람이 되어 간다. 사진관을 운영하려면 분명 자금이 돌아야 되지만, 사진가 답게 그 쪽으로는 영 시원치 않다. 보다못한 제비가 팔 걷어부친 이유다. 이후 SNS DM 등을 통해 조금씩 입소문과 예약이 생기며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이 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곳을 찾는 손님들 또한 절대로 평범하지가 않다. 가장 첫 등장하는 손님들은 50대 중년 여성들의 바이크 부대다. 맞다. 할리 데이비슨, BMW 등 등. 정말 예상치 못한 전개다. 개인적으로 무슨 무슨 동호회 하면 거부감부터 생겨 왜 하필이면 첫 손님부터 동호회야 싶었지만, 다행이 동호회가 아니고, 여고 동창생 모임이었다. 1년에 한 번 전국을 돌며 바이크를 타는 모양이었다. 예정에 없던 첫 손님의 자신들의 달리는 모습을 찍어달라는 황당한 주문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석영은 사진관의 메인 컨샙을 여행 스냅사진으로 정한다. 물론 여기에는 제비가 센스있게 발위한 기지로 사진 촬영 뿐만 아니라 석영의 원래 목표였던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등장한 손님은 모든 것은 사진관에서 알아서 하되, 절대 다른 것과 겹치지 않고 힙한 웨딩 사진을 찍어달라는 다혈질 예비 부부의 주문이다. 그 다음은 제비 또래의 여행객들, 죽음을 앞둔 것 처럼 행동하는 70대 전직 형사, 너무 자신만만하다 못해 도도하고 다혈질인 예비 지질학자, 태어날 때 부터 눈이 없는 무안구증 아이의 가족 등 하쿠다 사진관에 찾아오는 손님은 단 한 사람도 평범하지 않고, 이들의 사연 또한 가슴 찡하다.

 

조금 뜬금 없는 건 제비와 석영 각자의 사연들이다. 이 둘의 사연이(물론 그들의 사연이 이 소설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치거나 하지는 않지만..) 밝혀지는 타이밍 만큼이나 사연의 내용도 너무 갑작스러울 정도다. 솔직히 이게 무슨 전개지 싶었다.(너무 일일이 밝히면 안 될 것 같아 여기에서 제비의 사연은 밝히지 않는다.) 또 하나 궁금했던 것은 주인공 '제비'의 이름이다. 제비의 이름이 왜 그렇게 지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석영이 어릴 적 먼저 하늘나라로 간 여동생 이름이 '제비'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이 둘의 연결고리는 전혀 없고, 이와 관련해 서로 연결하려는 조짐도 안 보이지만, 제비가 하쿠다 사진관에서 일하기로 했을 때 석영이 '제비야'라고 불러도 되냐고 뜬금없이 물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제비가 왜 그러냐고 물을 때까지 이름을 부를 때는 말을 놓으면서 이름 외에는 존대말을 쓰는 이상한 어투를 쓰던 이유가 자신의 여동생이 생각나서 그랬던 것인지 싶었다. 신기한 건 책이 끝날때까지 마치 석영과 제비가 가지고 있는 서로의 아픈 사연들을 모르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만, 제비의 사연의 경우 그 밝혀지는 과정에서 들을 수 밖에 없는 거리에 석영이 있었기 때문에 좀 의아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손님들과 함께 하쿠다 사진관 1층 전시관에 다양한 종류의 사진이 채워지는 사이 매년 봄에 있는 이 마을의 가장 큰 행사인 대왕 물꾸럭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해녀들이 목숨을 걸고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생계는 물론 마을을 꾸려가다 보니 그저 미신으로 보이는 것들도 그들에겐 목숨과 같은 일이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제주에는 궨당(친척, 이웃사촌 등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문화라는 것이 있어서 이제 이곳에 막 정착한 외지인의 경우 그 축제에 참가하려면 최소한 1년 이상 거주하고 마을 사람들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 석영 덕분인지 제비도 함께 참가하게 되며 축제를 위한 회의에 불려가게 된다.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대형 가마(?)를 만들어 그 안에 물꾸럭 신에게 바칠 제물들을 넣고, 그 가마를 바닷 속 어느 위치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회의는 그 사자를 뽑는 자리였다. 금어기 전에 미리 잡아놓은 대형 문어를 풀어 문어가 선택한 사람이 사자가 되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을회관에 모인 사람들은(특히 해녀들) 모두 자신이 간택되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그런데 왠걸! 문어신(?)이 선택한 것은 바로 연제비였다. 다른 사람에게 가는 듯 하다 방향을 틀어 제비를 향하더니 다리를 타고 마침내 제비의 머리 꼭대기 위에 도착해서는 마치 제 방인양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가 먹물까지 신나게 뿌려주신다. 이 상황에 가만히 있을리 없는 마을 사람들 이 상황에 대한 동의를 두고 찬반 논란 끝에 연제비는 물꾸럭 축제의 사자가 된다.

 

사자가 된 제비는 축제가 끝날때까지 많은 제약을 받는다. 마치 네팔의 쿠마리가 떠오른다. 물론 쿠마리처럼 맨 바닥에 발바닥 조차 댈수도 없을만큼 제약을 받는 건 아니지만, 제주를 떠나서도 안되고, 말을 많이 하거나 몸이 상해서도 안된다. 그보다 큰 문제는 어릴 때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해 트라우마 때문에 물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제비가 바다에서 수영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여차 저차 도망갈수도 없고, 물에갈수도 없는 제비 그리고 억지로 제비에게 수영을 가르쳐야 하는 양희의 옥신각신 과정은 짜증나면서도 재밌다. 결국 제비는 우여곡절 끝에 바닷 속에 들어갈 수 있게 되고, 수영 할 수 있게 되며 축제 당일 다리의 실핏줄이 터지고 숨이 끊어져 의식을 잃을 위기해 직면하면서도 무사히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바다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숨비소리(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같이 내쉬는 소리.)를 내며 임무를 완수 했음을 알린다. 그리고 이에 화답하듯 밖에서 숨죽이며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의 환호성이 희미하게 들린다.

 

제비는 자신의 처지 때문인지 다른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이나 커플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아니 괴로워 해야 된다고 해야 맞는 것 같다. 단지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생긴 성인이 된 후의 제비의 사연 또한 그 영향을 받았다. 그런 삶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어 찾았던 제주에 우연히 정착하게 되며 삶에 대한 생각을 바꿔가는 제비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상당히 다혈질이다 그래서 그들의 대화를 볼 때는 짜증도 많이 났지만, 그래도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대왕 물꾸럭 축제라는 것을 매개체로 해서 제주 지역의 문화(물론 제주 전체가 아닌 제주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될 것 같다.)를 보여주려고 했던 점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제주 사투리에 대해선.. 음...

 

어쨌든 최근 읽은 소설들이 모두 의도치 않게 서점이 배경이었다. 그러다 전개 방식은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배경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읽으니 환기되는 것 같아 좋았다. 제주를 관광지 측면에서만 보고 주로 펜션이나 음식점 등을 주요 배경지로 삼을 법도 한 대 요즘에 찾아보기 힘든 '사진관'을 주 배경으로 한 것도 좋았다. 사진관 이야기와 마을 축제 이야기가 어쩌면 전혀 별개인 듯 연관된 듯 살짝 오묘하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비가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 특히 대왕 물꾸럭 축제에서 점프수트 같은 해녀복이 아닌 면으로 만들어진 전통 해녀복을 어렵사리 입으며 바다속에서 가마를 옮겨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 과정을 겪으며 한 껏 성장한 제비는 이제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다. 물 속에 감히 들어가지도 못했던 제비가 말이다. 제비에게 억지로 수영을 가르쳐야 했던 양희도 이제 제비와 나름 친해졌고, 보드 위해서 제대로 중심도 못 잡는 제비를 향해 대체 왜 서핑을 연습하는 거냐는 질문에 제비는 말한다. "올 여름엔! 손님이 올 것 같거든! 서핑 사진을 찍어달라는 손님! 직감이에요!!" 라고.

 

이 책은 살아있기에 어쨌든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그 의미를 찾지 못했던 한 20대의 성장기를 제주, 그리고 사진관이라는 배경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투리 부분 말고는 마치 한 편의 단막극을 보고 난 것 처럼 읽고 난 후에도 머리속에서 그 잔상이 그려지는 것처럼 꽤 생생하다.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에게 하나 당부하고 싶은건 그저 낭만적인 제주의 삶을 떠올리지 말고, 그저 숨쉬고 있기에 살아가는 한 사람이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지에 중점을 두고 읽었으면 하는 점이다. 남겨진 여운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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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현실에선 만날 수 없을 사진관 이야기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g********s | 2022.09.17 리뷰제목
다산북스의 독서모임 지원으로 트렌디한 표지의 책을 받았습니다. 매달 한 권씩 읽으며 (비록 줌이지만) 만날 날을 기다리는 독서모임입니다. 지난달에 읽은 [레슨인케미스트리]와는 참 다른 소설이었습니다. 해외소설-국내소설 / 1960년대-2020년대 / 빠르고 반전의 전개-여유롭고 잔잔한 전개 / 사실적이고 과학적인 기술-지역적이고 동화같은 느낌...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고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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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의 독서모임 지원으로 트렌디한 표지의 책을 받았습니다. 매달 한 권씩 읽으며 (비록 줌이지만) 만날 날을 기다리는 독서모임입니다. 지난달에 읽은 [레슨인케미스트리]와는 참 다른 소설이었습니다. 해외소설-국내소설 / 1960년대-2020년대 / 빠르고 반전의 전개-여유롭고 잔잔한 전개 / 사실적이고 과학적인 기술-지역적이고 동화같은 느낌...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고 어떤 책이 자신에게 더 잘 맞았는지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습니다.

 

소설이든 비소설이든, 결국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는 당시의 자신의 인간관계나 상황에 따라 이입되는 지점이 다르고 마음을 자극하는 구절이 다양합니다.

1. 아이의 육아 스트레스가 쌓이자 잦은 부부 싸움을 하던 시기에 350쪽의 문장 때문에 마음을 다독이고 남편에게 관대해져야겠다고 생각한 분도 계셨고,

(350) 어떤 때 어떤 일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해서, 다른 때 다른 일로 사랑할 수 없는 건, 그런 건 아니라는 거야.

2. 자신의 결핍 지점을 생각하며 남편에게 해당 구절을 낭독하며 당신의 결핍을 메꾸려고 다른 사람을 이용한 적이 있냐고 물은 회원도 있었습니다.

(266) 자기 결핍을 메꾸려는 똑똑이들처럼 무서운 인간도 없어. 이걸 기억해. 네 구멍을 메꾸려고 남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 자신을 소진해서도 안 돼. 내 말은, 무의미하게 소진해서는 안된다는 거야.

3. 한창 육아와 일에 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워킹맘은 아이 이야기 나오는 부분들에서 눈물이 자꾸 났다고 합니다. 자신의 상황과 감정이 저절로 이입되었다고도 하였습니다.

 (267~268, 외 다수) 아기의 모든 순간이 비디오로 남았다 해도 자네 어머닌 슬펐을 거야. 자식의 죽음이란 그런 거니까. (중략) 뒤늦게, 그는 알았다. 어머니는 …… 두려웠던 것이다. 그녀는 석영이 잊지 않길 바랐다. 누구를? 자신의 딸을. 그녀는 아기가 알려지고 또 기억되길 바랐다. 자기 아닌 사람들에게. 최소한 자신의 아들에게라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됩니다. 그 중 다수 회원들이 [혜용이네 가족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장애인, 장애인의 부모, 어린이의 말들, 제주의 풍경들이 모두 잘 짜여진 이야기였습니다.

 

제주의 바람과 제주의 암석들과 제주의 오름, 그리고 제주의 바다, 해녀, 문어까지, 여행지로만 남은 제주도를 다르게 접근할 책입니다. 생활하고 거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를 엮었기 때문입니다. 대사가 많습니다. 에피소드별로 읽기 좋습니다. 한마디로 잘 읽힙니다. 청소년부터도 잘 읽을 만합니다. 하쿠다 사진관처럼, 하쿠다 서점이 되어 볼까요?

그나저나 도대체 제비는 석영의 동생일까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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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하쿠다 사진관 평점7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23.06.12 리뷰제목
지금도 제주도 한 달 살기 열풍이 그대로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도 해보고 싶다. 서울이 아닌 곳.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살아보는 것. 불편한 부분도 있을 테지만 아무 걱정하지 않고 나무늘보처럼 쉬는 게 일이었으면 좋겠다. ^^ 삼시 세끼와 상관없이 먹고 싶을 때 먹고 잠자고 싶을 때 자고,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과감하게 깰 수 있는. 하지만 아직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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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제주도 한 달 살기 열풍이 그대로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도 해보고 싶다. 서울이 아닌 곳.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살아보는 것. 불편한 부분도 있을 테지만 아무 걱정하지 않고 나무늘보처럼 쉬는 게 일이었으면 좋겠다. ^^ 삼시 세끼와 상관없이 먹고 싶을 때 먹고 잠자고 싶을 때 자고,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과감하게 깰 수 있는.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을 놔두고 어딘가에서 한 달 살기를 할 수는 없다. 조금 더 나이 먹으면 모를까. ^^ 올해든 내년이든 다시 한 번 가족 여행으로 가고 싶은 곳 제주도.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따뜻한 소설을 만나보자.

 

스물다섯의 연제비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작은 사진관에서 일하고 있었다. 매일 똑같은 생활.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광고판에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직장을 그만두고 원룸을 처분한 뒤 제주도로 향한다.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 매너 꽝인 서핑 보드와 부딪히면서 제비의 핸드폰은 바다에 빠지고 이로 인해 제비의 운명은 조금씩 달라진다. 핸드폰과 비행기 티켓, 신용카드를 모두 잃게 된 제비는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대왕물꾸럭마을에 들어서고 그곳에서 하쿠다 사진관을 발견한다. 하쿠다는 제주도 말로 하겠습니다라는 뜻. 주인이 보이지 않아 사진관을 둘러 보던 중 구인 광고를 발견한다. 그렇게 제비는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인생. 모두 행복해 보이지만 그 나름의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 여고 동창생들과 오토바이 여행을 온 중년의 아줌마, 남들과 다른 웨딩 스냅 사진을 찍으러 온 예비 신혼부부, 제주도에서 다시 만나게 된 제비의 첫사랑 남자, 형사 일을 오래 한 남자가 제주도에 온 사연, 지질학자의 이야기와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이야기까지.

 

이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비로소 사랑이 뭔지, 우리가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생각하고 해결점을 찾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지만, 마음이 아플 때나 슬플 때, 뭔가를 잊고 싶을 때나 너무 행복할 때, 어디든 가고 싶은 것 같다. 어느 순간이든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조금은 느슨해도 된다고 남들이 말하지만, 나는 그냥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하는 게 미덕인 줄 알았으니까. 그래서 가끔은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 아내, , 며느리, 누군가의 지인.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내가 아닌 게으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로 살고 싶다.

 

아직은 내 스스로 완수해야 하는 뭔가가 있다. 그걸 이루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즈음은 좀 달라졌다. 내일이면 늦을 것 같아서, 올해는 나를 모르는 곳에 일주일이든 살다 오는 건 어떨까 하고. 다행히 남편이 있는 곳이, 아주 많이 남쪽이라서 올여름이랑 가을에는 그곳에서 늘어져 볼 참이다. 늘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곳에서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그러다가 산책하고 음악 듣고, 사색하는 단순하고 재미없는 것 같지만, 하고 싶은. 그런 일주일을 보내 볼까 생각 중이다.

 

몰랐던 나를 만나는 시간 곧 올지도 모르겠다. ^^ 그 시간을 충분히 즐겁게 즐기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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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혼자옵서예. [하쿠다 사진관]입니다. 평점8점 | k********y | 2022.09.20 리뷰제목
제주로 떠나고 싶다. 그러니 이제 제주로 떠나도록 하쿠다. 제비는 제주로 여행을 떠났다. '남의 행복을 지켜보는 건 정말 지루해.'(p13)라는 말을 일기장에 남기고...물론 목적지가 있었다. 하지만 없어졌다. 그래서 배신감을 느끼며 멍하던 그때 언덕위의 건물이 그녀의 눈에 띈다. 무작정 그곳으로 간 그녀... 그런데 그곳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곳이었다. 바로 하쿠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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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떠나고 싶다.

그러니 이제 제주로 떠나도록 하쿠다.

제비는 제주로 여행을 떠났다. '남의 행복을 지켜보는 건 정말 지루해.'(p13)라는 말을 일기장에 남기고...물론 목적지가 있었다. 하지만 없어졌다. 그래서 배신감을 느끼며 멍하던 그때 언덕위의 건물이 그녀의 눈에 띈다. 무작정 그곳으로 간 그녀... 그런데 그곳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곳이었다. 바로 하쿠다 사진관... 그녀가 열심히 일했던 그곳과 비슷한 사진관...허나 느낌은 완전히 다른 그곳... 하지만 급박한 그녀에게 여러가지를 따질 이유는 없었다.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제비는 석영이 운영하는 하쿠다 사진관의 임시 직원이 된다.

조금은 특별해 보이는 사장님 석영과 조금 엉뚱해 보이는 동네 사람들... 그리고 사진관을 찾는 손님들... 제비는 그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쿠다의 의미가 무척 궁금했었다. 이건 어느 나라 말이야?

문득 하쿠나 마타타가 생각났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어? 그런데 책 초반에 등장한다. 하쿠다는 제주도 방언이란다. 우리나라 말인데 우리나라말 같지 않아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그런 제목이다. 그래서 조금 신선하게 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기도 제주도 방언이다. 괸당... 사랑하는 사이라고 한다. 제주도 방언의 특징은 표준어완 너무 달라서 의미를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거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 뿐 아니라 이런 사실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그래도 하쿠다 사진관은 현실에도 존재했으면 좋겠다.

 

책 속엔 제주 방언이 많이 등장한다. 제주 방언이 등장하면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긴 했다. 어떤 의미인지 집중에서 살펴봐야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의미들을 따라 읽다보면 책이 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 조금 더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사장인 석영은 참 알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참 따뜻한 사람인 것은 분명했다. 문득 언젠가 석영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길 바라게 된다. 마지막까지 멋지게... 

아주 가끔 책 속에서 어떤 기술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이야기를 꾸려나가는데 꼭 필요한 도구겠지만 독자인 내 입장에선 그 기술을 만난게 행운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 작품도 그랬다. 역시 사진... 참 매력적인 녀석이다.

누구나 사연은 있어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이런 하쿠다 사진관이 있으면 멋진 순간을 남기며 잠시 쉬어갈 수 있지 않을까?

왠지 제주에 가면 그런 곳을 만날 것 같다.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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