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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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청년 연암’에게 배우는 잉여 시대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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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청년 연암'에게 배우는 잉여 시대를 사는 법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o****2 | 2018.08.27 리뷰제목
다음과 같은 서평단 신청글을 올려 예스이십사 리뷰어클럽에서 받아보았다."고미숙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기회 닿는 대로 저서를 찾아 읽고 강연이 있으면 들으러 갑니다. 신간 출간 소식에 책 내용을 훑어보니 전작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http://blog.yes24.com/document/1233247 가 생각났어요. 수유+너머 초창기 시절 가계부 같은 책인데, 한국에서 공부(밥, 생활)공동체
리뷰제목

다음과 같은 서평단 신청글을 올려 예스이십사 리뷰어클럽에서 받아보았다.

"고미숙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기회 닿는 대로 저서를 찾아 읽고 강연이 있으면 들으러 갑니다. 신간 출간 소식에 책 내용을 훑어보니 전작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http://blog.yes24.com/document/1233247 가 생각났어요. 수유+너머 초창기 시절 가계부 같은 책인데, 한국에서 공부(밥, 생활)공동체를 일구었던 기록을 담고 있어요. 요즘은 유사한 연구소들이 여럿 생겨났는데 외부에 열어주시는 세미나에 참석하면 거기서 공부하시는 연구원님들 모습이 수유+너머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프리랜서로 공부하시는 분들이 부러웠어요.
전문가 사회를 경고한 이반 일리치나 퇴사한 일본인 에미코 주장처럼 타자에게 쓸모를 인증 받아 어디에 소속된 사축이 아니라 프리랜서처럼 자족하며 삶을 알차고 즐겁게 꾸려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근무와 공부 둘 다를 제대로 하기에는 너무 버거운데다가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교육공무원 말고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 올해 겸사겸사 무급 휴직에 들어왔습니다(제가 과감하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주신 분이 다름 아닌 고미숙 선생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 한시적 백수로 잉여롭게 한 학기를 지내면서 물리적으로 전적으로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어 자칫 공허하고 무의미해질 수 있는 생활 중에 때때로 엄습하는 불안을 극복하면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내면의 힘이 강해야 하고 삶을 풍요롭게 꾸릴 역량이 있어야 함을 절감했습니다. 긴 인생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험 가득한 여행 같은 삶을 살려면 무엇을 갖추어야 할까요.
평소 중학생에게 도덕을 가르치거나 담임으로서 진로 교육을 할 때 그들이 노동해서 생존할 가까운 미래 변화 이야기를 꺼내곤 합니다. 평생직장 없는 저성장 시대,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묻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 사람들이 적게 일하고도 소비할 수 있는 조건으로 기본소득이 시행되고 여가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어떻게 살지 묻습니다. 연암을 좋아하시는 고미숙 선생님께서 그의 주장을 현대인을 위해 어떻게 번역해주고 계신지 궁금하여, 또한 저와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 고민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신청합니다."

 

 

육아휴직이나 질병휴직처럼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명확한 이유 말고 의지를 내어 휴직하기로 선택하는 교사는 생각보다 드물다. 그야말로 안정적인 정규직 중의 정규직으로 이직도 퇴사도 생각하지 않고 무사히 정년까지 근무하기를 바라는 교사가 대부분이다. 공부를 위해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고 동료 샘들께 알렸을 때 "샘은 역시 용감하시군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 세계에서 특별히 백수로 사는 삶을 고려하는 일은 매우 희귀하다. 다음 세대가 어떻게 살지 가르치는 집단이라면 더욱 다양한 삶에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에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 초반부부터 고미숙 선생님께 혼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뜨끔했던 지점이 3가지 있었다. 말씀하시는 맥락에 충분히 납득하므로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나는 안정지향이라는 사실을 돌아보았다.

1. 소비를 줄여라: 이 책을 읽을 때 정명훈+ KBS교향악단 연주 보러 예술의전당에 좀 일찍 도착해 저녁 대신 스벅 커피를 마시며 이 책을 읽다가 나는 멀었구나 싶었다. 소득 없이 적금을 야금야금 까먹고 지내고 있으면서.

2. 경제적으로 집을 나가 독립하라: 근무를 할 때도 지금도 여러 편익 때문에 부모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선생님 말씀처럼 생존에 관한 노동은 자연스럽게 엄마가 해주고 있다. 지금 당장 자취를 하러 나간다면 굉장히 헤맬 테다.

3. 함께 공부하라: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프로젝트처럼 스터디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나는 내향인, 민감인, 개인주의자라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혼자하는 방식이 편하다. 물리적으로 시간은 넘쳐나는데 연애를 하고 있지도 않고 바깥에서 식사, 문화 생활 등 거의 혼자 하고 있다.

 

유독 연암을 좋아하시는 고미숙 선생님, 이번 책 주인공도 연암 박지원이다. 청년 연암이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읽으며 놀랐다. 그야말로 유쾌했던 인물이라고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높이 계셨던 조상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지점에서 뭔가 동질감이 느껴졌다. 당시 연암은 일부러 '비정상인들'(사회에서 그렇게 낙인 찍었을 듯한)을 만나고 다니면서, 산책과 여행하면서 타인과 대화 나누기를 시도했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입맛도 없고 잠도 못 잘 때, 유쾌한 모습으로 맛있게 밥을 먹던 민옹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입맛을 되찾았다고 한다. 연암이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성공에 종속된 삶이 싫어 과감히 과거 급제를 포기하고, 자유롭게 읽고 말하고 쓰는 삶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게 길 위에서 정말 좋은 스승이자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일 테다. 저자는 연암의 삶을 빌어 그런 삶이 몸에 가장 좋은 양생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 원인은 모르겠지만 상황은 심각하다. 이럴 땐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자기 몸과 소통을 해야 한다. 우울하다는 건 말 그대로 몸의 기운이 꽉 막혔다는 뜻이다. 그럼 치유책은 간단하다. 막힌 곳을 뚫으면 된다. 연암이 바로 그렇게 했다. 청년 연암은 명약이나 명의를 찾기보다 거리로 나가 사람을 만났다. 거리의 괴짜들이나 어깨들과 접선하고 신선술을 닦는 노인을 찾아 헤매고 이야기꾼 노인을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글로 옮긴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고. 지금 의학의 기준으로 봐도 최고의 치유법에 해당한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기 치유의 길로 나선 것이다. 연암식 통과의례였던 셈이다." 30쪽.

 

저자는 책에서 내내 백수가 되라고 주문하고 있다. 대학원 강의를 듣는 날은 이틀 뿐, 나머지 시간을 내내 백수에 가깝게 지내면서 '수퍼 타임 리치'가 소중한 자산임을 경험하고 있어서 저자 주장에 매우 공감했다. 왜 다들 이렇게 살면 안 되는지 궁금할 정도로 짧은 인생 중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과 사계절 변화에 집중할 수 있다. 분주함에서 벗어나 여유로우므로 스트레스가 없고, 자연스럽게 자고 깬다. 중간에 낮잠이나 저녁잠도 잔다. 나는 전까지 내가 '야행성'인 줄 알았다. 아무래도 쉬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주말 새벽까지 시간을 쪼개어 무엇인가를 하고 있으려고 하다 보니 수면 패턴이 흐트러졌기 때문인 듯하다. 출근할 때는 부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나야해서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푹 못 자기도 했다. 걷기의 중요성도 이미 다른 책들에서 읽었지만, 이 또한 시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원래도 어디 여행 가면 다른 도시를 천천히 걷기를 좋아했는데, 휴직 들어와 도시 천천히 걷기를 실천하고 있어서 참 좋다. 삼시 세끼를 챙겨서 여유롭게 음미하며 먹을 수 있다. 사회가 백수를 백안시하고 '근로자'를 미덕으로 여겨 세뇌시키려는 이유는 '백수가 부러워서'라는 생각이 드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출산과 4차산업혁명(기계 노동) 등의 현실이 도래하는 시대에 기본소득 등의 제도를 잘 세팅해서 남는 여가에 무엇을 채우며 어떻게 더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지 고민해야할 때라는 문제의식을 이미 가지고 있었기에 저자가 이런 맥락에서 펼치는 '백수론'에 납득할 수 있었다.

"백수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년 백수, 정년 백수, 노년 백수. 그런 점에서 백수는 특별한 상태가 아니다. 보편적인 존재 조건이다. 누구든, 언제든 백수가 된다. 그러므로 이제 취업에 성공했건 아니건 간에 누구든 백수의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백수가 행복해야 정규직도 노동과 소외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이름하여 슬기로운 백수 생활!

자, 이 정도면 인식론적 무장은 됐고. 그다음에 할 일은 신체적으로 그것을 표현해내는 일이다. 백수라고 '쫄면' 안 된다. 당당해야 한다. 그리고 유쾌해야 한다. 정규직이 타임 푸어라면 백수는 타임 리치다. 청년 백수는 그야말로 타임 '슈퍼 리치'다. 모두가 바쁘다고 동동거릴 때 한없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몹시 '고귀한' 존재다. 시간이 많다는 건 삶의 스텝을 세밀하게 클로즈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계절의 변화를 깊이 음미한다거나 도시의 곳곳을 탐사한다거나 마음의 흐름을 살핀다거나 하는 일들. 가족이건 친구건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변화들을 깊이 되새겨볼 수도 있다.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면 신체적 공감력이 대폭 확장될 것이다. 동시에 인생과 세상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게 된다.

이 시선의 전환이 유머와 위트를 야기한다. 일상을 매끄럽게 운용하고, 신체가 유연해지는 것. 이것이 슬기로운 백수 생활의 핵심이다. 고수는 서두르지 않는다. 내공이 깊으니까. 백수도 서두르지 않는다. 시간이 많으니까..." 73-74쪽.

 

이 책을 읽는 동시에 심심풀이로 전에 사둔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를 함께 읽고 있었다. 그 책에서는 할아버지 저자가 50대를 맞을 다음 세대에게 은퇴 이후를 어떻게 보낼지 자기계발서처럼 구체적으로 조언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시대착오적이게도 '30, 40대에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므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의아했다. 하고 싶은 일을 50대 이후가 아니라 지금 하면 안 되느냐는 생각이 들어서다. 고미숙 선생님은 반대로 이 책에서 연암처럼 좋은 삶에 대한 시도를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청년 때 실험하고 터득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청년이 실험하고 훈련해야 하는 삶은 '공부하는 삶'이다. 시험이나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가 아니라 배움 자체가 즐거운 그런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 머리 뿐만 아니라 몸까지 함께 움직이는 공부를 해야 한다. 신체의 오감을 활용하여 타인과 공(통)감(각)하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기에 즐거운 일이다. 누군가와 동시대에 살고 있어서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이런 시절인연의 신비로움에 대해 요즘 곱씹고 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그리고 공부라는 같은 활동! 이 절묘한 인연이라니. 벗이란 이토록 소중한 법이다. "열하일기"라는 절대 기문이 탄생한 원천도 거기에 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존재들과 깊이 교감할 수 있었던 건 그가 늘 우정의 기예를 연마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리의 토대는 신체다. 신체가 자연스럽게 열려야 서로의 마음이 오가는 통로가 생긴다. 이것은 돈이나 지위로는 결코 얻을 수 없다." 109-110쪽.

 

미학 관심자로서는 위와 같은 주장이 미학적 맥락에서 읽혔다. 후기 푸코, '실존의 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올해 "주체의 해석학"을 읽다보니 헬레니즘 로마 사람들이 자기 배려와 타자 배려를 위해 활용했던 삶의 기술들이 나와 있었다. 연암이 보였던 평생 행보 역시 매우 낭만적이고 예술적인 삶으로 보였다. 서양 프랑스 혁명기와 조선 영정조 시기가 비슷한 때여서 흥미롭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시대는 어떤 시대였기에 그렇게 역동적이고, 학문이나 예술 분야에서 천재 같은 인물이 많았을까 싶어서다. 연암 박지원 역시 정조 때 사람으로 1700년대 말에 활동했다. 요즘 특히 낭만주의에 빠져 있어서 더 반가웠던 듯한데, 연암은 매우 낭만적이게도 그의 삶에는 밤+술+예술, 산책과 여행+친구+공부로 꽉 차있었다. 달밤에 거문고 버스킹이라니 멋지다.

"음력 7월 어느 날 밤이었다. 친구들이 연암을 방문했다. 이미 먼저 온 손님들이 있었다. 그러자 친구들이 산보를 나가 술을 마시면서 연암을 기다렸다. 손님이 가고 연암이 합류하자 이들은 운종가로 나가 종각 아래서 달빛을 밟으며 거닐었다...

술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춤을 추고 차를 마신다.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벗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야밤중에도 무시로 친구 집을 방문한다. 거문고 연주가 시작된다. 즐기면서 동시에 새로운 곡조를 창작한다. 이게 청년 연암의 일상이었다. 우정과 지성은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 지성에는 일상의 유쾌함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아니, 함께 공부하면 당연히 그렇게 된다." 125-127쪽.

 

예전에 지역 민주시민아카데미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공부한 후, 도덕 시간에 청소년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어른들은 다음 세대를 교육할 때 내 경험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고 교육해야 한다고 믿는다(그런 면에서 최근 대입시 논쟁을 비롯한 교육 담론들은 미래를 읽지도 따라가지도 못하고 너무 변화가 느리다고 생각한다). 교육 기관들이 지금과 같은 '교수평기' 제도를 유지하면, 다음 세대의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책임감을 느낀다. 지금 청소년이 살아갈 가까운 미래에 할 수 있고 해야할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학교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믿는다.

"기본 소득이 확보되면 청년들이 할 일은 아주 많다... 이런 일들은 사회문화적으로 꼭 필요한 일임에도 경제활동으로 인정받지를 못했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하지만 이젠 다르다. 유용하다고 여긴 것들이 무용하고, 무용하다고 여긴 것들이 유용해졌다. 인문학 붐만 봐도 그렇다. 지금까지 인문학은 가장 반경제적인 범주에 속했다. 인문학이 밥이 되고 돈이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169쪽.

 

철학교육을 전공하자고 생각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가까운 미래 사람들에게 인문학에 관한 필요나 열망이 더 커지리라 추측했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라는 질문을 평생 가지고 그에 대한 공부를 하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좋았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읽고 말하고 쓰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푸코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그가 헬레니즘 로마 사람들 입을 빌어 '글쓰기(에크리튀르)'에 대해 강조했음을 떠올린다. 읽고 쓰기 전과 후는 다른 사람이다. 푸코가 자기 삶을 예술작품처럼 만들어가는 실존의 미학에 대해서 논하기 위해 글쓰기를 강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듯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자기만의 리듬을 창조할 수 있을까? 일단 자신의 몸에 내재한 고유한 리듬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아는 만큼 타자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이 존재와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심지어 이런 공부를 하고 싶어서 잘나가는 정규직을 가차없이 때려치우는 경우도 있다.

백수가 주력해야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해서, 백수가 해야 할 가장 핵심적 활동은 독서다. 아니, 읽는 활동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하다. 읽기는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행위다. 당연히 책이 중심이다. 하지만 읽다 보면 세상 모든 것이 텍스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 그 이전에 삶 자체가 읽기다. 시간의 변화를 읽고 공간의 차이를 읽고 욕망의 흐름을 읽고 타인의 마음을 읽고..." 230쪽.

 

원래도 고미숙 선생님 글을 좋아한다. 이 짧고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을 좋아한다. 맥락이 익숙한데다가 문체까지 좋으니 술술 잘 읽혔다. 저자가 사주명리학 공부하기도 좋아하셔서 인간과 우주에 대한 통찰력도 갖추고 계시니 요즘 쏟아져나오는 힐링 도서들과 확연히 다른 깊이가 느껴진다. 어렵게 쓰지 않으시는데도 이렇게 설득력 있는 글을 쓰셔서 부럽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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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배움으로 나날이 나아지겠습니다.(파블 15기 2ㅡ5) 평점10점 | n*****9 | 2019.02.18 리뷰제목
노동의 대가로 화폐를 받고 그 돈으로 욕망을 실현하며 사는 일상을 꿈꾸던 20대 중반 딸은 갖은 노력을 다한 끝에 중소기업에 입사하였다. 1년 계약 기간을 채우고 나올 수 있을는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곳에서 과중된 업무에 시달리며 부모 도움받고 살던 때를 그리워하는 눈치이다. 놀고 먹을 때는 어떤 직장이라도 들어가면 열정적으로 생활할 자신을 드러내더니 어느 새 못해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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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의 대가로 화폐를 받고 그 돈으로 욕망을 실현하며 사는 일상을 꿈꾸던 20대 중반 딸은 갖은 노력을 다한 끝에 중소기업에 입사하였다. 1년 계약 기간을 채우고 나올 수 있을는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곳에서 과중된 업무에 시달리며 부모 도움받고 살던 때를 그리워하는 눈치이다. 놀고 먹을 때는 어떤 직장이라도 들어가면 열정적으로 생활할 자신을 드러내더니 어느 새 못해먹겠다고 아우성이다. 월급이라도 많이 주면 상대적 박탈감은 덜하겠지만 이른 새벽 출근길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리 살아도 되는 것인지 회의하는 일상이라니 청춘들의 허탈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듯하다. 엄중한 조직의 규율과 규제에 묶여 월급에 기생해 사는 게 옳은 것인지 회의하면서도 돈벌이를 위해 오늘도 출근 버스에 올랐을 것이다.


   한 세기 가까운 세월을 살고 가는 인생에서 한 계절을 지나 새로운 계절을 맞으려는 때, 스스로 주인되어 살지 못하는 노동에서 해방되어 활동을 창안하며 사는 존재를 저자는 백수라고 의미를 규정했다. 놀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배우고, 이를 위해서는 배움을 삶의 질료로 삼아 생성을 위한 변주는 가속화되어야 한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고, 자본으로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소비 사회에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성의 삶은 지혜를 쌓는 일로 귀결된다. 많이 소유하키 위해 과로하기보다는 사적 소유에서 벗어나 공유경제를 활용하는 생활로 나갈 때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대두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을 대신한 로봇이 노동함으로써 일자리를 잃게 되는 현실을 직시하며 노동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관심 있게 봐야 할 사상가로  연암 박지원의 삶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벗과 함께 책 속 내용과 우주 질서에 대한 거대 담론까지 망라하며 공동 지성의 깊이를 더한 지적 향연의 진수를 보인 그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당당함으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행하며 생의 즐거움을 발견하였다.

 

  '읽고 쓴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주 사이의 가장 통쾌하고 거룩한 일'

   이라 말했던 정조는 문장가로 이름난 연암을 견제하면서도 가까이 두고 싶었지만 그는 관료로 조직에 얽매여 기득권을 행사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가 쓴 양반전에서 보인 양반들의 허세와 무능, 아랫사람들에게 부당한 권력 행사 등을 풍자하였다. 기혈 순환이 잘 안 되고 마음에 담음이 생겨 우울증에 시달리던 청년기에 연암은 밖으로 나와 저잣거리의 상인, 늙은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울감을 치유해갔다. 

 

    마음을 내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전하는 말을 듣고 반응하는 사이 리듬을 타는 감응은  관찰한 내용을 기록하며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한다. 정처 없이 떠도는 유랑과는 달리 떠남과 머무름을 스스로 주관하며 사는 유목의 삶은 어디에서든 접소하며 우주와 호흡하는 시대에 걸맞아 보인다.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할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혀 공무원 시험 합격을 바라는 이들이 수 없이 늘어나는 때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골방에 갇혀 지내는 수많은 공시족들의 음울한 삶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진다. 연결과 확산으로 표상되는 디지털 시대 욕구를 실현하는 장으로 덮여버린 SNS 접속은 자의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과시 지향성으로 드러나는 먹방 사진들에 던지는 좋아요에 탐닉하는 중독을 끊고 스스로 중심을 잡고 사는 삶으로 치환해야 한다.



  올해 아흔인 어머님은 우스갯소리로 내 죽으면 소용 없다며 오늘 하루 행해야 할 것들을 악착같이 챙긴다. 먹고 바설하는깊쁨을 누리며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지 않기 위해 햇빛 아래 걸으며 길 위에 선다. 정기신을 잘 순환시켜 생명력을 보전하며 사는 양생을 위해 걸으며 생각하고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구애됨 없이 자율적으로 일하고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일은 연암이 형성한 우정의 네트워크에서 공생하는 관계를 가늠할 수가 있다. 백탑 아래 모여 사상을 논하고 함께 풍류를 즐기면서 지적으로 나아가는 배움을 수행으로 여긴 이들의 담론은 리듬을 타고 흐르는 지적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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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23.09.08 리뷰제목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 한국경제신문한경BP/2018.8.8.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는 연암의 청년시기 발자취로부터 요즘 청년들이 배울 수 있는 행복한 백수의 삶을 일깨운다. 1장 ‘노동’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밥벌이를 하고 자존감을 지킬 것인가, 2장 고립과 소외를 벗어나 어떻게 능동적으로 ‘관계’의 주체가 될 것인가, 3장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여행’이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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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

한국경제신문한경BP/2018.8.8.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는 연암의 청년시기 발자취로부터 요즘 청년들이 배울 수 있는 행복한 백수의 삶을 일깨운다. 1노동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밥벌이를 하고 자존감을 지킬 것인가, 2장 고립과 소외를 벗어나 어떻게 능동적으로 관계의 주체가 될 것인가, 3장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여행이 어떻게 청년들의 욕망과 접속하게 되는지, 4장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공부라는 활동을 어떻게 일상과 결합할 것인가를 탐구한다. ‘, 관계, 여행, 공부의 주제어로 연암이 삶을 대하는 당당함과 지혜를 배우라고 하면서 제발 꿈꾸지 마라! 꿈은 망상이다. 망상은 부서져야 한다. 망상 타파! 청춘은 청춘 그 자체로 충분하다. 아니, 삶이 통째로 그러하다. 사람은 꿈을 이루기 위해 살지 않는다. 어떤 가치, 어떤 목적도 삶보다 더 고귀할 수 없다.(p.20)”라고 말한다. 살다보니 사랑도 하고 돈도 벌고 애국도 하는 것이지, 사랑을 위해, 노동을 위해, 국가를 위해 산다는 건 모두 망상이다. 하물며 돈을 위해 설까! 성공한 다음엔 공황장애, 성공하지 못하면 우울증, 이 얼빠진 궤도 자체가 망상 중의 망상이다. 그러니 제발, 망상을 타파하자.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청춘의 생동하는 인생을 갖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청춘은 절대 아름답지 않다고. 청춘은 그렇게 푸르지 않다고. 봄날은 짧다. 겨우내 깡깡 언 땅을 뚫고 나오기도 힘겹지만 나오자마자 동풍에 꽃샘추위까지 겪어야 한다. 청춘 또한 다르지 않다. 몸에는 성호르몬이 부글거리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시험공부밖에 없는 10대를 통과하고 나면 곧바로 성인이 되어 사회라는 정글에 뛰어들어야 한다. 봄날 미처 피기도 전에 시드는 꽃들과 다를 바 없다.(p.25)” 이 짧은 청춘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저자는 백수로 살 것을 권한다. 이미 사회가 청년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백수로 살려면 먼저 자립해야 한다. 당연히 알바든 비정규직이든 경제활동도 활기를 띠게 된다. 그때부터 비로소 경제적 주체가 된다. 삼시 세끼를 직접 운용하지 않고서는 자립은 없다. 자립의 최고 걸림돌은 소비와 부채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소비로 부채부터 줄여가며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실천해야 한다. 소크라테스, 공자, 부처, 노자 등 정신적 지도자들. 그리스, 로마 시대의 귀족과 자유인, 조선 시대의 양반, 인도의 브라만, 이들의 공통점은 백수다. 직업과 노동에서 벗어나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백수야말로 인류가 지향하는 가장 고매한 코스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류가 비로소 노동에서 벗어났음을 의미 한다. 그러므로 백수란 더 이상 특별한 상태가 아니다. 자연스럽고 보편적 조건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대세를 부인하면서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하는가?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이유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청년 자살률 세계 1! 그 이유를 주로 일자리나 격차 사회에서 찾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계의 결핍이다. 다시 말해 인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p.92) 산다는 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말을 주고받고 같이 먹고 함께 걷고, 그러다 의기투합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이렇게 지지고 볶는 것이 일상이고 일생이다. 스마트폰은 이 모든 과정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덕분에 일상이 사라져버렸다. 대화가 실종되어버렸다. 디지털 공간이 확대될수록 사람과 사람이 직접 소통하는 능력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p.97)” 학교는 단지 지식을 쌓는 곳이 아니다. 함께 하는 것을 터득하는 곳이다. 앎 자체가 소통이라는 삶을 깨우치는 곳이다. 그런데 경쟁에 매달리다 보니 대화와 소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왕따와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다. 나를 둘러싼 관계를 점검해 보라. 관계 자체가 삶이다. 제일 먼저 가족관계를 살펴보자. 베이스캠프인 가족을 떠날 때 비로소 내 삶은 시작된다. 백수는 노동과 화폐 대신 소통과 순환을 일상의 축으로 삼는다. 노동과 돈이 수직적 위계에 갇힌다면 소통과 순환은 수평적 네트워크로 확산된다. 우정 또한 그렇다. 우정은 단지 친구라는 범주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동심원을 그리면서 머리멀리 퍼져 나간다. 그 동그라미는 성별, 세대별, 인간중심주의 등 장벽들을 하나씩 격파한다. 연암은 이 파동을 가장 멋지게 활용한 청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연암에게 있어 삶과 여행은 분리되지 않았다. 핵심은 역시 질문이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에 대하여, 세계에 대하여, 또 일생에 대하여,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면 누구든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어 있다.(p.201)” 나를 비우고 내려놓는 만큼 그만큼 세상이 내게로 온다. 삶이 저 심층에서 솟아오른다. 소유에서 접속으로! 증식에서 생성으로! 노마드가 되는 첫 번째 스텝이다. 길은 한걸음이면 충분하다. 요즘 청년들은 조직이나 노동에 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경제활동을 거부하는 건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하고 싶을 때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정규직을 확대하는 것보다 계약직이나 프리랜서의 위상을 높여주는 게 낫다. 최근 뜨고 있는 미니 잡도 그런 추세를 반영한다. 미니 잡이란 주당 17시간 미만으로 일을 하는 단기 취업을 뜻하는 데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앎은 파동이다. 그 다이나믹한 리듬을 싹 빼버리고 씹다 뱉은 껌처럼 공부시험과 동의어고, 시험은 성적으로, 스펙으로, 수치로 환원된다. 결국 청춘은 숫자다! 그 과정에서 신체는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수치가 높으면 세련된 로보캅’, 수치가 낮으면 음울한 좀비.’(p.214)” 운명의 키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욕망과 소비습관의 패턴에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노동과 돈, 쾌락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게 된다. 백수가 되는 순간, 백 권의 고전에 도전하는 미션을 스스로에게 부여해 보라. 백수는 백 권의 책을 읽으며 수행하는 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백수는 노동에서 벗어나 활동을 창안하는 존재다. 놀고, 먹고, 걷고, 만나고, 그 모든 활동의 핵심은 배움이다. 배움보다 더 고매한 일도 없고, 더 즐거운 일도 없다. ? 배움만이 삶을 새로운 지평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움이 없으면 삶은 반복에 빠진다. 반복은 죽음이다. 그럼 뭘 배우는가? 자신과 세계에 대해 배운다.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하여, 욕망과 성의 원리에 대하여, 또 감정의 흐름과 관계의 변화에 대하여, 그런 공부를 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서고금의 자연철학에 접속하게 된다. 명리학, 별자리, 뇌과학, 생물학, 천문학 등이 다 여기에 포함된다. 인생의 압축파일이 오늘 하루다. 결국 오늘 하루의 리듬이 인생 전체를 좌우한다. 좋은 삶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오늘 하루에 온전히 집중하여 멋지게 살라! 그 하루들이 모여 일생이 된다.

 

“20세기의 경우, 산다는 건 더 많은 소유를 향해 나아가는 거라고 배웠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많이 소유할수록 바보가 된다. 디지털은 유동하는데 가진 게 많으면 움직이기가 곤란하다. , , 차는 공유 경제에 포획될 테고, 그러면 이제 최소한이면 충분하다. 사적 소유에서 벗어나야 공유 경제를 적극 활용할 수 있고, 그래야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확장하고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 소유에서 접속으로! (p.268)” 일하지 않아도 100세를 산다는 건 인류사의 축복이다. 그럼 그 기나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가? 배우면 된다. 인생과 우주에 대하여, 마음의 행로에 대하여, 역사와 종교에 대하여. 그동안 먹고 사느라고, 지지고 볶고 싸우느라고, 또 수명이 짧아서 하지 못했던 일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소한의 활동으로 최대의 행복을 꿈꾸는 21세기 모든 백수들에게 이 책을 읽고 힘내기를 응원한다!

 

저자 고미숙은 박사학위를 받고도 백수가 되었다. 해서 고전평론가라는 직업을 만들었다. 혼자는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서 공부공동체를 꾸렸다. 우여곡절을 거쳐 현재는 감이당(남산강학원)’이 본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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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18.08.29 리뷰제목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고미숙한국경제신문한경BP/2018.8.8.sanbaram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는 연암의 청년시기 발자취로부터 요즘 청년들이 배울 수 있는 행복한 백수의 삶을 일깨운다. 1장 ‘노동’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밥벌이를 하고 자존감을 지킬 것인가, 2장 고립과 소외를 벗어나 어떻게 능동적으로 ‘관계’의 주체가 될 것인가, 3장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여행’이
리뷰제목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

한국경제신문한경BP/2018.8.8.

sanbaram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는 연암의 청년시기 발자취로부터 요즘 청년들이 배울 수 있는 행복한 백수의 삶을 일깨운다. 1노동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밥벌이를 하고 자존감을 지킬 것인가, 2장 고립과 소외를 벗어나 어떻게 능동적으로 관계의 주체가 될 것인가, 3장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여행이 어떻게 청년들의 욕망과 접속하게 되는지, 4장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공부라는 활동을 어떻게 일상과 결합할 것인가를 탐구한다. ‘, 관계, 여행, 공부의 주제어로 연암이 삶을 대하는 당당함과 지혜를 배우라고 하면서 제발 꿈꾸지 마라! 꿈은 망상이다. 망상은 부서져야 한다. 망상 타파! 청춘은 청춘 그 자체로 충분하다. 아니, 삶이 통째로 그러하다. 사람은 꿈을 이루기 위해 살지 않는다. 어떤 가치, 어떤 목적도 삶보다 더 고귀할 수 없다.(p.20)”라고 말한다. 살다보니 사랑도 하고 돈도 벌고 애국도 하는 것이지, 사랑을 위해, 노동을 위해, 국가를 위해 산다는 건 모두 망상이다. 하물며 돈을 위해 설까! 성공한 다음엔 공황장애, 성공하지 못하면 우울증, 이 얼빠진 궤도 자체가 망상 중의 망상이다. 그러니 제발, 망상을 타파하자.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청춘의 생동하는 인생을 갖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청춘은 절대 아름답지 않다고. 청춘은 그렇게 푸르지 않다고. 봄날은 짧다. 겨우내 깡깡 언 땅을 뚫고 나오기도 힘겹지만 나오자마자 동풍에 꽃샘추위까지 겪어야 한다. 청춘 또한 다르지 않다. 몸에는 성호르몬이 부글거리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시험공부밖에 없는 10대를 통과하고 나면 곧바로 성인이 되어 사회라는 정글에 뛰어들어야 한다. 봄날 미처 피기도 전에 시드는 꽃들과 다를 바 없다.(p.25)” 이 짧은 청춘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저자는 백수로 살 것을 권한다. 이미 사회가 청년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백수로 살려면 먼저 자립해야 한다. 당연히 알바든 비정규직이든 경제활동도 활기를 띠게 된다. 그때부터 비로소 경제적 주체가 된다. 삼시 세끼를 직접 운용하지 않고서는 자립은 없다. 자립의 최고 걸림돌은 소비와 부채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소비로 부채부터 줄여가며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실천해야 한다. 소크라테스, 공자, 부처, 노자 등 정신적 지도자들. 그리스, 로마 시대의 귀족과 자유인, 조선 시대의 양반, 인도의 브라만, 이들의 공통점은 백수다. 직업과 노동에서 벗어나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백수야말로 인류가 지향하는 가장 고매한 코스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류가 비로소 노동에서 벗어났음을 의미 한다. 그러므로 백수란 더 이상 특별한 상태가 아니다. 자연스럽고 보편적 조건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대세를 부인하면서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하는가?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이유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청년 자살률 세계 1! 그 이유를 주로 일자리나 격차 사회에서 찾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계의 결핍이다. 다시 말해 인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p.92) 산다는 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말을 주고받고 같이 먹고 함께 걷고, 그러다 의기투합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이렇게 지지고 볶는 것이 일상이고 일생이다. 스마트폰은 이 모든 과정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덕분에 일상이 사라져버렸다. 대화가 실종되어버렸다. 디지털 공간이 확대될수록 사람과 사람이 직접 소통하는 능력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p.97)” 학교는 단지 지식을 쌓는 곳이 아니다. 함께 하는 것을 터득하는 곳이다. 앎 자체가 소통이라는 삶을 깨우치는 곳이다. 그런데 경쟁에 매달리다 보니 대화와 소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왕따와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다. 나를 둘러싼 관계를 점검해 보라. 관계 자체가 삶이다. 제일 먼저 가족관계를 살펴보자. 베이스캠프인 가족을 떠날 때 비로소 내 삶은 시작된다. 백수는 노동과 화폐 대신 소통과 순환을 일상의 축으로 삼는다. 노동과 돈이 수직적 위계에 갇힌다면 소통과 순환은 수평적 네트워크로 확산된다. 우정 또한 그렇다. 우정은 단지 친구라는 범주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동심원을 그리면서 머리멀리 퍼져 나간다. 그 동그라미는 성별, 세대별, 인간중심주의 등 장벽들을 하나씩 격파한다. 연암은 이 파동을 가장 멋지게 활용한 청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연암에게 있어 삶과 여행은 분리되지 않았다. 핵심은 역시 질문이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에 대하여, 세계에 대하여, 또 일생에 대하여,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면 누구든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어 있다.(p.201)” 나를 비우고 내려놓는 만큼 그만큼 세상이 내게로 온다. 삶이 저 심층에서 솟아오른다. 소유에서 접속으로! 증식에서 생성으로! 노마드가 되는 첫 번째 스텝이다. 길은 한걸음이면 충분하다. 요즘 청년들은 조직이나 노동에 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경제활동을 거부하는 건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하고 싶을 때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정규직을 확대하는 것보다 계약직이나 프리랜서의 위상을 높여주는 게 낫다. 최근 뜨고 있는 미니 잡도 그런 추세를 반영한다. 미니 잡이란 주당 17시간 미만으로 일을 하는 단기 취업을 뜻하는 데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앎은 파동이다. 그 다이나믹한 리듬을 싹 빼버리고 씹다 뱉은 껌처럼 공부시험과 동의어고, 시험은 성적으로, 스펙으로, 수치로 환원된다. 결국 청춘은 숫자다! 그 과정에서 신체는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수치가 높으면 세련된 로보캅’, 수치가 낮으면 음울한 좀비.’(p.214)” 운명의 키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욕망과 소비습관의 패턴에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노동과 돈, 쾌락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게 된다. 백수가 되는 순간, 백 권의 고전에 도전하는 미션을 스스로에게 부여해 보라. 백수는 백 권의 책을 읽으며 수행하는 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백수는 노동에서 벗어나 활동을 창안하는 존재다. 놀고, 먹고, 걷고, 만나고, 그 모든 활동의 핵심은 배움이다. 배움보다 더 고매한 일도 없고, 더 즐거운 일도 없다. ? 배움만이 삶을 새로운 지평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움이 없으면 삶은 반복에 빠진다. 반복은 죽음이다. 그럼 뭘 배우는가? 자신과 세계에 대해 배운다.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하여, 욕망과 성의 원리에 대하여, 또 감정의 흐름과 관계의 변화에 대하여, 그런 공부를 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서고금의 자연철학에 접속하게 된다. 명리학, 별자리, 뇌과학, 생물학, 천문학 등이 다 여기에 포함된다. 인생의 압축파일이 오늘 하루다. 결국 오늘 하루의 리듬이 인생 전체를 좌우한다. 좋은 삶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오늘 하루에 온전히 집중하여 멋지게 살라! 그 하루들이 모여 일생이 된다.

 

“20세기의 경우, 산다는 건 더 많은 소유를 향해 나아가는 거라고 배웠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많이 소유할수록 바보가 된다. 디지털은 유동하는데 가진 게 많으면 움직이기가 곤란하다. , , 차는 공유 경제에 포획될 테고, 그러면 이제 최소한이면 충분하다. 사적 소유에서 벗어나야 공유 경제를 적극 활용할 수 있고, 그래야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확장하고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 소유에서 접속으로! (p.268)” 일하지 않아도 100세를 산다는 건 인류사의 축복이다. 그럼 그 기나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가? 배우면 된다. 인생과 우주에 대하여, 마음의 행로에 대하여, 역사와 종교에 대하여. 그동안 먹고 사느라고, 지지고 볶고 싸우느라고, 또 수명이 짧아서 하지 못했던 일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소한의 활동으로 최대의 행복을 꿈꾸는 21세기 모든 백수들에게 이 책을 읽고 힘내기를 응원한다!

 

저자 고미숙은 박사학위를 받고도 백수가 되었다. 해서 고전평론가라는 직업을 만들었다. 혼자는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서 공부공동체를 꾸렸다. 우여곡절을 거쳐 현재는 감이당(남산강학원)’이 본거지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14
종이책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4 | 2018.10.18 리뷰제목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는 연암의 청년시기 발자취로부터 요즘 청년들이 배울 수 있는 행복한 백수의 삶을 일깨운다. 1장 ‘노동’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밥벌이를 하고 자존감을 지킬 것인가, 2장 고립과 소외를 벗어나 어떻게 능동적으로 ‘관계’의 주체가 될 것인가, 3장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여행’이 어떻게 청년들의 욕망과 접속하게 되는지, 4장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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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는 연암의 청년시기 발자취로부터 요즘 청년들이 배울 수 있는 행복한 백수의 삶을 일깨운다. 1노동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밥벌이를 하고 자존감을 지킬 것인가, 2장 고립과 소외를 벗어나 어떻게 능동적으로 관계의 주체가 될 것인가, 3장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여행이 어떻게 청년들의 욕망과 접속하게 되는지, 4장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공부라는 활동을 어떻게 일상과 결합할 것인가를 탐구한다. ‘, 관계, 여행, 공부의 주제어로 연암이 삶을 대하는 당당함과 지혜를 배우라고 하면서 제발 꿈꾸지 마라! 꿈은 망상이다. 망상은 부서져야 한다. 망상 타파! 청춘은 청춘 그 자체로 충분하다. 아니, 삶이 통째로 그러하다. 사람은 꿈을 이루기 위해 살지 않는다. 어떤 가치, 어떤 목적도 삶보다 더 고귀할 수 없다.(p.20)”라고 말한다. 살다보니 사랑도 하고 돈도 벌고 애국도 하는 것이지, 사랑을 위해, 노동을 위해, 국가를 위해 산다는 건 모두 망상이다. 하물며 돈을 위해 설까! 성공한 다음엔 공황장애, 성공하지 못하면 우울증, 이 얼빠진 궤도 자체가 망상 중의 망상이다. 그러니 제발, 망상을 타파하자.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청춘의 생동하는 인생을 갖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청춘은 절대 아름답지 않다고. 청춘은 그렇게 푸르지 않다고. 봄날은 짧다. 겨우내 깡깡 언 땅을 뚫고 나오기도 힘겹지만 나오자마자 동풍에 꽃샘추위까지 겪어야 한다. 청춘 또한 다르지 않다. 몸에는 성호르몬이 부글거리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시험공부밖에 없는 10대를 통과하고 나면 곧바로 성인이 되어 사회라는 정글에 뛰어들어야 한다. 봄날 미처 피기도 전에 시드는 꽃들과 다를 바 없다.(p.25)” 이 짧은 청춘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저자는 백수로 살 것을 권한다. 이미 사회가 청년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백수로 살려면 먼저 자립해야 한다. 당연히 알바든 비정규직이든 경제활동도 활기를 띠게 된다. 그때부터 비로소 경제적 주체가 된다. 삼시 세끼를 직접 운용하지 않고서는 자립은 없다. 자립의 최고 걸림돌은 소비와 부채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소비로 부채부터 줄여가며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실천해야 한다. 소크라테스, 공자, 부처, 노자 등 정신적 지도자들. 그리스, 로마 시대의 귀족과 자유인, 조선 시대의 양반, 인도의 브라만, 이들의 공통점은 백수다. 직업과 노동에서 벗어나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백수야말로 인류가 지향하는 가장 고매한 코스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류가 비로소 노동에서 벗어났음을 의미 한다. 그러므로 백수란 더 이상 특별한 상태가 아니다. 자연스럽고 보편적 조건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대세를 부인하면서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하는가?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이유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청년 자살률 세계 1! 그 이유를 주로 일자리나 격차 사회에서 찾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계의 결핍이다. 다시 말해 인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p.92) 산다는 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말을 주고받고 같이 먹고 함께 걷고, 그러다 의기투합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이렇게 지지고 볶는 것이 일상이고 일생이다. 스마트폰은 이 모든 과정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덕분에 일상이 사라져버렸다. 대화가 실종되어버렸다. 디지털 공간이 확대될수록 사람과 사람이 직접 소통하는 능력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p.97)” 학교는 단지 지식을 쌓는 곳이 아니다. 함께 하는 것을 터득하는 곳이다. 앎 자체가 소통이라는 삶을 깨우치는 곳이다. 그런데 경쟁에 매달리다 보니 대화와 소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왕따와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다. 나를 둘러싼 관계를 점검해 보라. 관계 자체가 삶이다. 제일 먼저 가족관계를 살펴보자. 베이스캠프인 가족을 떠날 때 비로소 내 삶은 시작된다. 백수는 노동과 화폐 대신 소통과 순환을 일상의 축으로 삼는다. 노동과 돈이 수직적 위계에 갇힌다면 소통과 순환은 수평적 네트워크로 확산된다. 우정 또한 그렇다. 우정은 단지 친구라는 범주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동심원을 그리면서 머리멀리 퍼져 나간다. 그 동그라미는 성별, 세대별, 인간중심주의 등 장벽들을 하나씩 격파한다. 연암은 이 파동을 가장 멋지게 활용한 청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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