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단어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아이와 열 달을 함께 보내면서 엄마가 될 마음의 준비를 하고 태어난 아이와 엄마 자신과 수많은 싸움을 한 후 갖게 되는 이름이다. 나도 ‘엄마’라는 이름을 하나 더 가지고 난 후, 내 이름 석 자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엄마’라는 이름으로는 하고야 만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자신을 제대로 돌볼 시간은 없는 것 같다. 나보다 아이가 먼저니까 잠을 못 자도, 기본 생리 현상을 미루어도, 밥을 굶어도 상관이 없다. 내 아이가 밥을 먹고, 뽀송뽀송한 귀저귀를 입고 있고, 잘 자게 하기 위해 엄마라는 사람은 그렇게 달려들어 쉴 세 없이 움직인다. 아이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을 ‘엄마’가 되서야 실감한다.
아무도 너를 내려놓고 아이를 돌보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두 귀는 자면서도 뒤척이는 아이를 위해 항상 열려 있게 되고, 멀리서도 내 아이를 알아볼 수 있는 시력을 갖게 되며, 아이 얼굴만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맞출 수 있는 예지 능력까지 갖추게 되어 버렸다. 아이에게 모든 촉각을 세워서일까. 자유시간을 주겠으니 나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집에 와라고 해서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밖으로 나오면 좋은 것은 잠깐 뿐 또 다시 아이가 생각난다. ‘내가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되는 걸까?’ 라는 죄책감도 몰려온다.
우리의 주인공 에이미 바일러로 그랬다. 아직 어린 두 아이와 전업 주부인 에이미 그리고 모든 빚을 에이미에게 고스란히 나두고 남편은 자취를 감췄다. 남편이 사라진 3년 동안 아이들은 많이 아팠고 유산한 자신을 돌볼 사이도 없이 밖으로 돈을 벌러 나가야 했다. 다행히 정신 차리게 도와 준 레나 덕분에 겨우 아이들과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란 사람이 에이미 눈 앞에 나타난다. 옆에 있는 아무거라도 들어 달려들고 싶었지만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이 그런 마음조차도 달래주었다.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버렸던 남편이지만 아이들 아빠이기 때문에 아이들 동의로 에이미는 처음으로 혼자가 된다.
“처음으로 나 혼자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방해받지 않고, 내가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 만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나는 이 시간을 나를 행복하게 새주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코리와 조의 ‘엄마’가 아닌 ‘에이미 바일러’의 시간을 보내면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에이미가 되어있었고 웃고 떠들고 뉴욕에서 시간을 보내다 온 것 같았다. 또 섹시한 도서관 사서 대니얼로 설레기도 했다. 석 달간 이런 행운이 온다면 #맘스프린가 로 변신하고 데이트하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삶을 나도 살아보고 싶어진다. 탈리아와 맷 같은 좋은 친구들이 있다면 맘스프린가에 도전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에이미는 남편이 떠난 3년을 3개월의 시간으로 보상 받을 수는 없었지만 더 값진 싱글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남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에이미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해 내는 ‘엄마’가 되었고 자신의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여자가 되었다.
엄마 자신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한 엄마를 보면서 단단하게 성장한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엄마 안에서 아이들은 죄책감과 우울함을 떨치기 힘들 것이다. 에이미는 많은 엄마들에게 자신부터 챙기라고 건강해지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나는 이제야 이해한다. 이제야 지금 가진 것을 사랑하면서, 내 아이들과 삶과 친구들을 사랑하면서 여전히 더 많이 원해도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밖에 나가서 더 많은 것을 얻어도 괜찮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랑과 우정, 성취감을 얻으면서도 여전히 멋진 엄마일 수 있음을 이해한다. 내 아이들을 잘 보살피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보는 것도 절대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답답한 마음으로 지쳐있다면, 육아로 지쳐 힘이 든다면,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한다면 에이미와 뉴욕으로 잠시 떠나보면 어떨까. 아, 아직도 에이미에게서 빠져 나오고 싶지 않은 솔직한 심정이다.
-스몰빅아트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