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늙지도 쉽게 죽지도 않는 채로 예쁘고 풋풋한 나이인 열다섯의 몸으로 반영구적인 삶을 살아간다면 어떨까? 과연 그러한 삶은 축복일까요, 아니면 불행일까요.
무리의 공격으로 인해 죽음 직전까지 몰린 세 모녀는 야호족의 우두머리이자 환웅이 내린 최초의 구슬의 주인인 령의 도움으로 종야호가 됨으로써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이후 더 이상 평범한 인간이 아닌 종야호가 된 그녀들은 멈춰버린 신체 나이로 오랜 시간 사람들과 섞여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세 모녀는 더이상 성장하지 않고 멈춰버린 그들의 신체 비밀을 감추기 위해 사랑하는 이들과 여러번의 이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세 모녀는 각각 봄, 여름, 가을이라는 새이름으로 새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오랜만에 학창 시절의 설렘 맞보는 봄(가을이의 할머니)과 여름(가을이의 엄마)이와는 여러 해를 거듭하며 중학생으로서의 삶을 살아온 가을이는 지루함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가을이는 자신의 짝인 서우 역시 학교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며 아이들과 섞이지 못하고 겉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내 호기심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방어적이었던 서우는 엘리베이터 사건 이후로 서서히 가을이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가을이 또한 그런 서우에게 호감을 느끼며 친구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 후 얼마 안 있어 가을이의 오랜 친구이자 야호족인 휴가 전학을 오게 되고, 이후 또 한 명의 전학생이 오게 되는데, 신우는 휴를, 가을이는 전학생(김유정)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을이는 누군가의 악의적인 공격을 받게 되는데 그 시기가 묘하게 김유정이 전학 온 시기와 겹치며 이야기는 묘한 긴장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봄이로 인해 세 모녀의 비밀이 탄로나 게 되고, 어느 날 갑자기 신우는 행방불명되고, 모든이가 사랑했던 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동안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가을이는 연달아 발생하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슬픔에 잠기지만 이내 자신에게 주어진 구슬의 의미를 깨닫고 악순환을 종식시키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오백 년째 열다섯]는 열다섯 살의 나이로 성장이 멈춰버린 서희(가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성친구인 서우에게 느끼는 호감, 오래전 친한 벗이었던 두심에게 느끼는 애정, 자신과 엄마를 떠난 아빠에 대한 애증, 자신의 가족이 친동생처럼 아꼈던 영빈에 대한 그리움과 섭섭함, 자신을 배척했던 수수에게 느끼는 감정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이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에게 주어진 무거운 의무감 등 다양한 감정들을 열다섯 살의 아이의 눈높이로 감정선 섬세하고 그려내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단군신화 이야기와 우리에게 익숙한 옛날이야기들이 적절히 각색되어 녹아있어 읽는 즐거움이 더 컸습니다. 곰과 호랑이 그리고 환웅의 이야기에 '여우'를 등장시키고, 웅녀의 구슬로 탄생한 야호족을 탄생시키는 가하면 자존심이 상해 곶감을 먹지 않는다는 호랑이족이라는 설정과 '여유가 사람의 간을 꺼내먹는다는 이야기'가 야호족을 끌어내리기 위한 호랑이족의 거짓말이었다는 등 재밌는 설정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습니다. 또한 야호족과 호랑이족의 갈등과 구슬전쟁을 통해서는 '욕심과 이기심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균형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백 년째 열다섯]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가정하에 가상 캐스팅을 해보았습니다.
가을 - '김소현' ㅣ 유신우역- '도경수' ㅣ 김유정- '혜리'
령- '이지아' or '송지효' ㅣ 휴- '유승호'
하송- '김성령' ㅣ 사월- '나문희'
각 캐릭터 이미지에 맞으면서도 열다섯의 중학생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선정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두 연기력이 뛰어나고, 동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잘 어울리는 캐스팅 구성이라 생각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