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왜 표지를 왜 이렇게 달달하고 감성적으로 만들었지 싶었는데
읽어 보니 내용과 찰떡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현실에 바로 적용해볼 수도 있고 사고의 확장을 도와주는 감성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책이었어요.
(은하의 한구석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다라고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
이성적인 과학서와 감성적인 에세이의 경계에 있는 듯한 책의 내용도 그렇고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했던 전탁수 작가님의(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알 수 없지만)
이력 또한 묘하게 코스모폴리탄을 떠올리게 합니다.
읽다보니 작가님도 저 같은 INTJ가 아닐까 싶었는데
과학을 좋아하고(특히 우주쪽) 한 번 꽂히면 한 분야를 딥하게 파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한 것이 꼭 인티제가 쓴 것 같은 책입니다.
특별히 분류할 방법이 없어서 과학 에세이라고 불러야겠지만
제가 읽었던 과학서적들 중에 가장 이해하기 쉬우며 따듯하고 인문학 서적에 가까운 책이었어요.
매장마다 처음에 나오는 '요시다 잇스이'의 시들,
그리고 세밀한 펜 선의 느낌이 좋은 삽화들과 흑백 사진들은 오래된 서양 동화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설명을 위해 사용한 표들도 그래프보다는 그림같은 느낌의 도형을 주로 사용했더군요.
(그럼에도 낭비가 전혀 없는 배치는 과학서적 다웠던...)
책은 총 5부, 22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양자역학과 관련된 내용이 '에버렛 박사의 무한 분기 우주'에 쉽게 설명되어 있었구요.
물론 작은 책에 모든 이론을 담을 수 없는 만큼 중첩현상(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한 부분도 대형마트 시식코너정도로 훑고 넘어갑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개념을 전달하고 양자역학에 관심을 갖게 하기엔 충분한 것 같아요.
양자역학이나 천체물리학 같은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고 사회물리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회 윤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았던 이야기는 열세 번째 '다수결에 숨은 힘' 이었어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서 민주주의의 부작용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과학이론을 통해 깔끔하게 궁금증이 해소됐습니다.
각 장이 10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서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과학서적에 입문해보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고
저처럼 예술과 창작활동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세계관이 확장되고 좋은 소재를 떠올릴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서 추천드리고 싶어요.
_과학을 접하지 않고 현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풍요로운 바닷가 항구 도시를 여행하며 물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_
‘들어가며’에 있는 저자의 생각이 무척 인상 깊었던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천공, 원자, 수리사회, 윤리, 생명의 5개 큰 챕터로 나눠진 내용은, 총 22편의 과학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같이 모두 흥미로웠는데, 과학이라는 큰 줄기를 바탕으로,
500억 년 뒤의 우리네 시간변화, 유성우, 거대 블랙홀에 대한 수수께끼, 진공 발견 스토리, X-선, 자연 방사선 발견, 양자역학으로 다루는 원자의 세계,
확률로 풀어보는 인간 심리와 사회학, 착각, 기억해낼 수 없는 꿈에 걸린 윤리학, 언어를 통해 발전하는 인지능력에 대한 미래, 광차 문제를 통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가능성, 왕좌의 게임 속 군대가 생각났던 중세부터 근세에 걸쳐 이슬람 국가들에 있었다는 이민족 노예 엘리트 부대 군인인 맘루크에 대한 내용,
분자생물학과 개미 개체 특징과 조직사회,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었던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이동한다는 모나크 나비를 통해서 짚어보는 진화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이 이야기는 확장을 거듭해서 은하 어딘가에 있을 수 있는 지적생명체와 지구상의 생명의 기원에 대한 사유까지 이어져 있었다.
서로 연결이 안될 것 같았던 내용들은, 큰 챕터들을 바탕으로 과학과 문학의 경계를 왔다갔다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과학 에세이’란 이런 글들을 말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매 편 마지막에 항상 하게 되었다.
책리뷰를 쓰다보면, 너무 좋아서 글로 표현하기 힘든 도서들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이 그런 책들 중 하나이다. 과학책으로도 흥미로웠고, 상식책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거기에 저자의 철학과 서정적인 감성도 느껴져서 훨씬 공감 되었다.
저자는 ‘들어가며’를 통해, ‘과학은 비밀의 정원이다’고 하고 있었는데, 그 비밀 속을 잠깐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이것만으로도 저자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된 셈이다. 두고두고 음미하며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이다.
_하루는 1년에 0.000017초씩 길어지고 있다. 달이 매일 만조와 간조를 일으킬 때마다 바닷물과 해저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 지구의 회전이 아주 조금씩 느려지기 때문이다. 이 반작용으로 각운동량이 늘어난 달은 매년 3.8센티미터씩 지구에서 멀어진다. 달이 멀어지는 만큼 1개월의 길이 역시 조금씩 길어진다._ [‘해변의 영원’에서]
_웰스의 문학적 상상력은 어느 물리학자보다도 앞서 핵에너지의 병기 활용을 예상했을 뿐 아니라 물리학자 실라르드에게 핵무기 개발에 대한 직접적인 영감까지 주었다.
예술이 현실세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세계가 예술을 모방한다. 이렇게 말한 이는 19세기 말의 유미주의 예술가 오스카 와일드다. 우리의 현실세계는 무참히 무너진 예술의 모방일 때가 종종 있다._ [‘실라르드 박사와 죽음의 연쇄 분열’에서]
_확률이라는 개념은 인간에게 매우 기본적인 것이다. 사람은 가슴속에 희망을 품고 확률의 신전을 방문하여 드물게 확신을, 대부분 상심을 얻고 그곳을 떠난다. 이 세상에는 불확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가득하기에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진화 과정에서 확률 개념을 손에 넣어야 했을 것이다._ [‘확률과 착각’에서]
_언어를 습득하여 새로운 인지능력을 손에 넣는 것은 꼭 외국어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_ [‘언어와 세계관’에서]
_우리의 도덕관과 어울리는 다른 방식으로 이 사회에서 이질적인 요소까지 사이좋게 잘 융합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_ [‘페르시아와 터키의 노예 귀족’에서]
‘시적인 과학 에세이’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는 우리를 둘러싼 현상들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며 사고를 확장하게 해준다.
어릴 때 내 이상형은 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이과생이었다. 내가 찾던 이상형이 이 책의 저자인 것 같다. 알쓸신잡 같은 프로그램에 초대되면 할 말이 많을 것 같은 분이다.
양자역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전탁수 교수는 일본 고치공과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가르친다.
동료 교수의 강의가 끝난 것도 모른 채 블랙홀의 기원에 대해 골몰해 있다가 강의실 안에 갇히기도 한 몽상가인 저자는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과학이 지닌 재미의 핵심’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가 과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는 천공, 원자, 수리사회, 윤리, 생명, 총 다섯 분야로 나뉘어 전개된다.
흥미로운 내용이 무척 많았는데 그 중에서,
지구의 물이 수분을 많이 갖고 있던 혜성과의 충돌로부터 온 것이라는 가설,
가수 윤하의 신곡 제목이기도 한 ‘오르트구름’과 태양의 반려별 ‘네메시스’ 가설,
우리 은하는 휴면기이며 블랙홀이 활동을 재개하면 언제고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
달의 부동산 소유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그와 관련한 우주법 재정의 필요성,
통계를 이용한 가위바위보 승리 전략,
그리고 사용하는 언어에 따른 인지 차이가 존재한다는 주장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위와 같은 내용이 궁금하거나 과학을 인문학적으로 친절하게 풀어 쓴 글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책속문장
인간의 변덕은 불확정한 상황과 마주하여 최적의 대책을 찾다가 생겨난 것이 아닐까 하는 어렴풋한 추측까지 든다. 즉, 세상에 운명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비로소 인간이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말이다. (...) 이 세계의 불확실성은 인간의 자유를 낳은 일종의 계기가 틀림없다. (p.92)
복합적인 확률과 관련한 인간의 심리적 착각은 그 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세상에 있는 사기 중 다수가 이런 착각을 이용한 것이다.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거짓말, 터무니없는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 벤저민 디즈레일리’ (p.96)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은 콩도르세 후작이 말했듯 세상사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강한 힘을 발휘한다. 또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소수의 현자가 섞여 있어도 다수결은 힘을 발휘한다. 민주주의는 최악의 제도이지만 그동안 시도된 다른 모든 제도보다 낫다고 했던 영국인이야말로 진정 지혜로웠던 것이다. (p.134)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글입니다.)
요즘 책을 편식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처음으로 과학 에세이를 읽었다. 도서를 지원해주신 출판사 다다서재 에서는 저자가 안내하는 대로 몸을 맡겨보라는 권고에 따라 이해가 안되면 안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어쩌면 처음 접하는 과학 에세이에서 확률을 통해 다수결의 원칙을 다루고, 뇌신경 과학을 통해 윤리를 다룬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어렵기만 했던 양자역학, 원자, 은하 등이 삶이 모든것이 삶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상하게도 읽는 내내 신기하고 동화 같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단숨에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단숨에 읽기보다는 총 5부로 나눠져 있는 내용을 15~20분 정도? 1부씩 정독하며 생각하며 읽어보는 것을 추천 한다.
97p-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거짓말, 터무니없는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벤저민 디즈레일리>
145p- (중략) 과연 새로운 인간 해방인지, 아니면 인간성에서 벗어난 배제해야 할 괴물인지, 또는 봉인해야 할 기술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틀림없는 사실은 뇌신경과학이 윤리학의 영역으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다다서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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