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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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황모과 | 허블 | 2020년 6월 1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9.4 (4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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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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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밤의 얼굴들 - 상상의 힘이 가진 치유의 얼굴 평점10점 | w******2 | 2022.04.03 리뷰제목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새로운 세계에서도 놀 수 있다.     황모과 작가의 이야기들은 모두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현실도 미래도 모두 과거 속에서 움트는 것이기에 이야기들의 과거는 미래와 같은 현실속에서 눈을 뜨게 한다. 이야기의 틀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에서 놀 수 있듯이...     과거 의문사 유족들의 DNA를 통해서 이름모를 유골들에게 이
리뷰제목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새로운 세계에서도 놀 수 있다.

 

 

황모과 작가의 이야기들은 모두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현실도 미래도 모두 과거 속에서 움트는 것이기에 이야기들의 과거는 미래와 같은 현실속에서 눈을 뜨게 한다.

이야기의 틀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에서 놀 수 있듯이...

 

 

과거 의문사 유족들의 DNA를 통해서 이름모를 유골들에게 이름을 돌려주는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는 그 발상자체로 멋진 이야기였다. 작가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이렇게 잊지 못할 이야기로 남겨주었다.

어딘가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알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또는 어딘가에 묻혀서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무연고자들의 넋이 위로받을 수 있을 거 같은 이야기여서 DNA판독기가 정말 개별장치로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탱크맨>에선 작금의 현실이 보여서 등골이 서늘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교화시키려는 세력들에게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기억을 지키려는 사람의 의지.

세상은 그런 사람들의 희생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모멘트 아케이드>의 세상에서 나는 어떤 감정의 순간을 찾게 될까?

가족간에도 같은 상황의 기억은 모두 다르다. 사람의 기억은 늘 자기중심으로 해석되니까.

돌봄받지 못했던 어린시절에서 탈출한 언니.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고 살았던 12년.

엄마와 언니에 대한 원망으로 자기 자신을 죽이며 살아 온 나.

언니의 기억을 체험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사실.

이 모멘트 아케이드가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기억을 체험하며 상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깊어 진 감정의 골을 치유할 수 있을테니...

 

 

SF 소설이라지만 우주를 유영하진 않는다.

SF 소설이라지만 괴담소설 같다.

 

 

아픈 과거사들을 마치 미래로 끌어 온 거 같은 글들 앞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에서 뿜어 나오는 진한 슬픔들을 체험했다.

 

 

살아있는 문체가 마치 웹툰을 본듯하다.

무거운 주제를 가뿐하게 이야기 하는 황모과 작가의 필력은 SF 장르를 빌어와 과거와 미래를 하나로 묶어 놓았다.

우리의 미래는 상처 입은 과거를 치유하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외치는 거 같다.

그것이 치유되지 않는 한 상처는 더 많은 딱지와 흉터를 남길 테니...

 

 

상상의 힘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한다.

밤의 얼굴들이 가진 상상의 힘은 치유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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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590. 밤의 얼굴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0 | 2021.03.08 리뷰제목
안녕하세요 :D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깡꿈월드 입니다!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그들의 숨겨진 아픔을 함께 나눠줄 책 590. " 밤의 얼굴들 " 입니다.           이 책은 6개의 단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와 "니시다와세다역 B층"에선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기억해 내고, 특정 감각 정보를 통해 타인이
리뷰제목

 

안녕하세요 :D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깡꿈월드 입니다!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그들의 숨겨진 아픔을 함께 나눠줄 책

590. " 밤의 얼굴들 " 입니다.

 

 

 

 

 

이 책은 6개의 단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와

"니시다와세다역 B층"에선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기억해 내고,

특정 감각 정보를 통해 타인이 느꼈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모멘트 아케이드", "당신의 기억은 유령"을

써냈다.

 

나는 그중에서도 정신 병동에 갇혀 지내며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죄를 기억하고자 애쓰는

환자의 이야기인 "탱크맨"을 소개해보려 한다.

 

 


 

 

나는 하얀 방에서 벽면 전체에 투영된 영상을 지켜봤다.

광장 한복판엔 나물 파는 할머니가 앉아있다.

그런데 할머니의 시선은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 등 뒤를 향해 고정되어 있다.

그녀는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나는 내가 왜 이곳에 들어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내가 범죄를 저지르고 자해를 시도하다

기억을 잊고 이곳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다.

나는 매일 진실의 늪으로 나를 내던졌다.

어떤 죄를 지었길래,

내가 얼마나 끔찍했길래 모든 걸 지워버린 걸까?

 

 

매일 밤 꿈속에서 피에 젖은 남자를 만난다.

다량의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가 바닥에 누워

나를 올려다본다. 내가 그를 죽인 걸까...?

 

 

 

 

 

매일 보는 영상 속 광장이 시간 속에 갇혀 있듯

나는 이 시공간에 완벽하게 갇혀

완고한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며 고개를 조아리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스칼렛 수녀님은 기억나지 않는 내 죄를 두고

매일 고해성사를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에

평안함은 찾아오지 않는다.

잊어버렸던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

기억이 너무 추악해서 다시 잊고 싶어지더라도.

애써 지옥에서 나와 다시 제 발로 지옥으로

들어가는 무한 루프가 될지라도.

 

 

 

기억나지 않는 기억을 찾아 헤매다

나는 결국 지쳐눕고 말았다.

편하게 누운 침대에서 나는 열차가 내 몸 위를

지나가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나는 언제쯤 이곳을 나갈 수 있을까...

복잡한 마음에 다시금 영상을 본다.

할머니의 시선은 여전히 정면을 응시한 채

내 등 뒤를 향해 고정되어 있다.

정지한 영상 속 할머니가 놀란 듯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다.

 

그제야 알아챘다.

광장 안에서 걸음을 재촉하던 사람들은

단순히 바빴던 게 아니라 위험을 감지한 것이었다.

 

 

 

 

 

 

 

나는 벽을 향해 몸을 던졌다. 몇 번이고.

머릿속 영상이, 잘려 나갔던 기억이 재생된다.

 

6월의 이른 여름, 나는 학교 정문을 나섰다.

학생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벌인 민주화 운동은

봄부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고 군사정권이 강제 해산을

선포했을 때 사람들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그들은 우리 의지를 비웃듯 발포가 시작했고,

우리를 짓밟기 위해 탱크와 장갑차까지 보냈다.

 

죄책감의 늪에 빠져 꼼짝 못 했던 몸이

이제야 뜻대로 움직였다. 터질 것 같이 피가 솟구쳤다.

 

 

 

 

눈을 떴다.

대낮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깜빡 잠에 빠지고 말았다.

오랫동안 앓아온 기면증이다. 짧은 순간 긴 꿈을 꿨다.

 

나는 마주 앉은 할머니의 눈동자 속에서

무장한 공권력을 보았다. 지체할 수 없었다.

수 천 번도 넘게 반복하고 상상하고 결의했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다시 그 현장에 선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도망치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고 싶진 않았다.

내 심장이 원하는 길은 처음부터 한 가지뿐이었기에.

 

나는 탱크 행렬 앞에 섰다.

그토록 원하고 기다렸던 순간. 주변이 타오를 듯 환하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온몸에 퍼졌다.

 

 

 

 

당신도 나처럼 그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가?

당신도 나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 이 책은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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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밤의 얼굴들 평점10점 | v*****w | 2020.06.22 리뷰제목
서로의 선호와 습관을 이해하고, 어떤 건 이해되지 않아도 인정합니다. 떄로는 서로가 완벽하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사랑을 의심하기도 하죠. 하지만 서로의 불완전한 삶을 받아들이는 당신과 당신의 연인을 보며 저는 사랑을 배웁니다. - 밤의 얼굴들, 모멘트 아케이드 중 -   밤의 얼굴들저자황모과출판허블발매2020.06.10.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분들의 필모그래피를 눈여겨 보는
리뷰제목

서로의 선호와 습관을 이해하고, 어떤 건 이해되지 않아도 인정합니다. 


떄로는 서로가 완벽하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사랑을 의심하기도 하죠. 


하지만 서로의 불완전한 삶을 받아들이는 당신과 당신의 연인을 보며 


저는 사랑을 배웁니다. 



- 밤의 얼굴들, 모멘트 아케이드 중 - 


 

 

밤의 얼굴들

저자

황모과

출판

허블

발매

2020.06.10.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분들의 필모그래피를 눈여겨 보는 편이다. 


만화 관련 통번역 일을 해 오셔고 직장 내 일도 해 오셨고 일본으로 이주해 제작 스태프로도 일을 해 보셨다는 작가님의 경력이 어쩐지 '밤의 얼굴들' 에 그래서 다 담겨져 있었나 싶었다. 문장은 작가를 닮았고 모든 문장과 허구의 이야기 안에는 쓰는 이의 경험이 어떻게 해서든 비틀어져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노 스미마셍, 고코와 도코데스카. 


저기 죄송한데요 여기가 어딘가요. 용기를 내 말을 걸었지만 거리에서 마주친 시선은 언제나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싸늘했다. 분주하고 냉랭한 도시 사람들은 적의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외로운 곳, 도쿄는 그런 곳이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중 


수많은 한국 사람이 디아스포라처럼 세상에 흘러들어 갔죠. 이주당하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떠나기도 하고, 그렇게 흘러갔다가 결국 되돌아오기도 하고. 어떨 땐 흘러간 곳을 자기 색깔로 물들이기도 했죠.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가면 그곳에 물들기보단 그곳을 자기 색깔로 채색하려는 경향이 강하다죠? 어딜 가나 자신의 색을 지켜나가는 한국 사람들이 참 대단해요. 그런데 한국이라는 지역으로만 들어오면 외부의 것은 모두 로컬화가 되죠. 로마법, 단일 민족, 한 우물, 속지주의 같은 게 이방인에게 강요돼요. 참 재밌어요. 


당신의 기억은 유령 





세심하고 섬세한 관찰력과, 허를 찌르는 명랑함,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어떤 인생적 성찰들


캐릭터들의 대화를 눈여겨 살피며 그런 생각들을 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소설이야말로 자기계발서(?) 이자 철학서는 아닐까 싶은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밤의 얼굴들' 의 모든 단편이 그랬고 특히 '모멘트 아케이드' 가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저는 당신의 기억을 향해 걸어 들어갑니다. 당신의 감각과 감정이 리모트 리얼을 거쳐 내 안으로 들어와요. 저는 당신의 호흡과 심장박동까지 그대로 느낍니다. 지난 12년간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설레는 마음을 당신의 모멘트를 통해 체험합니다. 당신의 호흡에 내 숨을 얹고, 당신의 느긋하면서 세찬 심장박동에 내 심장의 움직임을 살포시 포개어 봅니다. 



무책임한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요. 저는 끝까지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건 미워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지켜보겠다는 악의적인 결심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점점 꼴도 보기 싫어졌습니다. 자기 책임을 잊은 염치없는 세상이 당장 몰락하기를 기도했습니다. 당신이 망쳐버린 세상은 여기서 끝나야 해. 저는 세상의 끝을 고대하는 광심도처럼 살았습니다. 


모멘트 아케이드 





읽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도 없고 공감도 쉽지 않은 이야기는. 


바로 '소설' 을 읽는 자들이, 여전히 문학을 읽는 이들만이 알 수 있는 은밀한 기쁨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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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밤의 얼굴들 평점10점 | g****i | 2020.06.22 리뷰제목
역사소설인가? 하다가 SF인가? 결론은 SF 역사소설이다. 미래과학을 통해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하는 소설. 독특한 소재에 한번 놀라고, 표지의 섬뜩함에 또 놀란다. 얼굴이 몇 겹인가하고... 펴지만 보고도 내용을 상상했다. 대체 어떤 내용인가..하고 말이다. 여섯 편의 단편으로 묶여진 이 소설집은 ‘한국과학문학상’이 발견한 SF의 새 얼굴, 황모과 작가의 첫 소설이다. 15년 전, 만
리뷰제목

역사소설인가? 하다가 SF인가? 결론은 SF 역사소설이다. 미래과학을 통해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하는 소설. 독특한 소재에 한번 놀라고, 표지의 섬뜩함에 또 놀란다. 얼굴이 몇 겹인가하고... 펴지만 보고도 내용을 상상했다. 대체 어떤 내용인가..하고 말이다.


여섯 편의 단편으로 묶여진 이 소설집은 ‘한국과학문학상’이 발견한 SF의 새 얼굴, 황모과 작가의 첫 소설이다. 15년 전, 만화가가 되려고 일본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만화가를 꿈꿨던 탓인지 내용 자체가 톡톡 튄다. 처음부터 만난 묘지에서의 장면은 내가 있는 세계마저 혼란스럽게 한다.


100년전인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피해자들을 기억해내어 기억을 할 때마다 넘겨지는 밤의 얼굴들을 끄집어낸다. 그들의 경험이 마치 나의 경험인양 상처받은 그들을 보는 것이 쓰리다.


이 책의 ‘기억’과 ‘감정’, 두 가지 요소를 크게 짚는다. 잊혀져가는 기억들을 가까스로 부여잡는듯 소설에서는 잊혀진 얼굴을 찾아내고, 그들의 감정을 이어받게끔 한다.여섯편의 단편이지만, 각 단편의 요소요소 실마리가 다른 작품으로 이어져 마치 하나의 글을 읽어내려가는듯한 기분이다. 또한 앞서도 언급했듯 역사와 SF가 어우러진 독특한 장르의 매력은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하게끔 한다.



?? 책 속에서...
천천히 시체를 뒤집어 얼굴을 확인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린 소년이었다. 열다섯은 됐을까? 온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일본어가 들렸다.

?? 책 속에서...
강력한 충격을 느꼈다. 둔탁한 울림이 피부를 뚫고 파고들었다. 통증이 뼛속까지 도달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담겨 있던 고통이 영상을 보던 내 안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공감각 데이터 연동을 통해 내게도 링크된 것이다.

?? 책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 얼굴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가, 도저히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얼굴이었다가, 다시 너무도 잘 아는 선명한 얼굴이 된다. 그러다 내 삶과 일절 관계없는 누군가의 얼굴로 둔갑해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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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우리가 잊고 있던, 밤의 얼굴들 평점10점 | f*********e | 2020.06.21 리뷰제목
#밤의얼굴들 #황모과 #허블 #서평 #이벤트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모멘트 아케이드>가 실려있는 황모과 작가의 첫 소설집, 《밤의 얼굴들》을 읽었다. 우선 아주 재미있었다. 신인 작가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감각이 능숙했다. 개인적으로는 <모멘트 아케이드>보다 다른 작품들에서 오히려 작가의 개성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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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얼굴들 #황모과 #허블 #서평 #이벤트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모멘트 아케이드>가 실려있는 황모과 작가의 첫 소설집, 《밤의 얼굴들》을 읽었다. 우선 아주 재미있었다. 신인 작가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감각이 능숙했다. 개인적으로는 <모멘트 아케이드>보다 다른 작품들에서 오히려 작가의 개성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와 <니시와세다역 B층>은 과거사 진상 규명을 위한 유족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신원미상 유골 식별 확인 사업을 소재로 증강현실 속에 섞여든 망자의 혼/기억을 다룬다. 첨단 디지털 기술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틈새에 도시 전설과 유령 등 오컬트 요소가 섞여 들어간 아련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애니메이션 <전뇌 코일>이 생각나기도 했다. 망자의 기억과 기술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김초엽 작가의 <관내 분실>과 함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당신의 기억은 유령>은 치매 노인의 기억 메모리에 우연히 흘러든 유령, 즉 죽은 이의 기억을 주인공이 발견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사진이나 영상 데이터 속에 미각이나 후각을 느낄 수 있는 트리거를 넣는 '공감각 데이터 임베딩' 프로그래머다. 서브리미널 광고(간접광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듯하다. '데이터 임베딩'에 대한 설정이 세세하고 현실적이어서(기업의 이득을 위해 소비자나 피고용자의 안전을 후 순위로 두는 등) 흥미로웠다. 그리고 작품 전반적으로도 공감각적인 표현들이 많이 쓰여서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탱크맨>은 천안문 항쟁에서 탱크를 막아선 남자, 일명 '탱크맨'에서 영감을 받은 듯하다.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두려움을 직시하고도, 용기를 내고 계속 부딪히는 이들을 시사하는 듯하다. 한정된 공간에 갇혀있으면서 홀로그램 투사로 답답함을 해소하는 부분은 블랙미러의 <핫 샷(15 Million Merits)>이 떠오르기도 했다.

<투명 러너>는 이 소설집에서 가장 유쾌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우선 나 자신도 TV 만화를 열성적으로 보고 자랐기 때문에, 줄줄이 등장하는 수입 일본 애니메이션에 반가움을 느꼈다. 그렇기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방영된 시기가 10년쯤 차이나기 때문에 40대와 20대 등장인물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부분이 정말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투명 러너의 존재는 사실 좀 으스스 한 느낌이 들었는데 (일본 괴담 중 '구석 놀이'가 떠오르기도) 따뜻하고 경쾌하게 마무리되어서 내심 안도했다. '니상'이 주인공의 서툰 일본어 어휘를 마음이라도 읽은 것처럼 먼저 이해하고 맞춰주는 부분에서 나의 일본인 친구들이 떠올라 웃음이 나고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멘트 아케이드>에 등장하는 '모멘트 아케이드'는 사람들이 '모멘트', 즉 어떤 경험을 했을 당시의 감정을 공유하고 사고파는 플랫폼으로, 블로그 포스팅, SNS, 그리고 유튜브 스트리밍이 더 진화하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고 상당히 개연성 있는 설정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렇게 발달한 가상 세계를 '통해' 우리의 사회에 더 다양한 사람을 포용하고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작가님이 일본에서 오래 사셨다는 얘기를 듣고 더 흥미를 가지던 차였다. 과연 수록된 단편 중 일본을 다룬 작품들(6편 중 3편)은 일본 사회에서 직접 부대끼며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그러나 일본인의 시점으로는 좀처럼 깨닫기 어려웠을, 외부인이어서 되려 발견할 수 있었던 부분들을 예민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작가의 시선은 일본과 일본인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우리가 한국 또는 한국인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듯이, 일본과 일본인도 복합적이고 다양한 면면을 가지고 있다. 관동 대지진 학살, 니시 와세다 역 근처 육군 의과대학 전시 인체실험 등에 그저 '미안하게 됐다'라며 멋쩍게 사과하거나, '유해가 쏟아져' 나왔음을 스스럼없이 '담담하게' 얘기하는 이들. 세계대전에서 '패전'했음에도 꼭 '종전'이라고 말하는 왜곡된 역사관. 반면 위험에도 불구하고 조선인들을 숨겨주고, 대규모 학살을 시사하는 유해가 진상 규명 없이 소각되는 것을 막은 것도 일본의 보통 사람들과 시민사회다.

또 '친하더라도 깍듯이 유지하는 거리감'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는 예의를 차리지 않고 깊이 파고드는 '오타쿠'들, 일견 선진국처럼 보이지만 계급 이동의 희망은 일찌감치 체념하게 만드는 공고한 계층적 사회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동안 내가 일본 문화를 접하고, 일본 사람들과 지내면서 해온 경험들에 겹쳐져 격하게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켄 리우의 《종이동물원》이 많이 생각났다. 일본 제국주의하에서 731부대가 저지른 잔인한 인체실험, 대만의 2.28 사건 등 동아시아의 굵직한 비극들을 거침없이 다루며, 대부분이 눈 돌리고 싶어 하는 진실을 '한 명이라도 많은 이가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번역 출판된 미야우치 유스케의 《요하네스버그의 천사들》도 떠올랐다. 첨단 기술이 등장하면서도 해묵은 갈등과 역사적인 상처를 반추하는 구성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황모과 작가는 《밤의 얼굴들》 작가의 말에서 켄 리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을 언급하며, 일본과 중국에서 출판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 이 책 《밤의 얼굴들》 또한 일본이나 중국에서 출판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한 명이라도 많은 한국의 독자들이 '진실을 기억해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비극은 힘없는 이에게 더 자주 일어나고, 그렇기에 더 자주 잊혀진다. 누군가에게 그 일은 남의 일이고, 애써 눈을 돌리거나, <니시와세다역 B층>의 에즈라와 같이 흥미 본위로 소비하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그 일은 바로 자신의 일이다. 많은 일본인이 우리를 도왔듯 그 감수성이 꼭 '우리 민족'이나 '국가'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황모과 작가가 들려줄 이야기가 정말로 기대된다.


덧) 참고로 황모과 라는 이름은 필명으로, '황모과장'으로 불리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당연히 과일인 '모과'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ㅎㅎ


덧2) 표지가 정말 매력적이다. 묘하게 일본 느낌이 나면서 역사와 얼굴을 잃고 떠도는 영혼들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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