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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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방콕

리뷰 총점 8.2 (1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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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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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가성비 최고의 여행지 방콕에 대한 가성비 부족한 여행기... 김병운, 아무튼, 방콕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 2018.05.15 리뷰제목
배낭 여행을 하는 이들의 성지 같은 도시가 방콕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한때 주말마다 모이던 맴버의 구성원들과 함께, 그곳에서 벌어지는 물 축제인 송크란 페스티벌에 가자는 말을 나누기도 했다. 구성원들이 서해안의 펜션에 놀러갔을 때 이 바람은 극대화되었다. 물론 몇몇은 결국 그 페스티벌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고, 또 다른 몇몇은 가지 못했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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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낭 여행을 하는 이들의 성지 같은 도시가 방콕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한때 주말마다 모이던 맴버의 구성원들과 함께, 그곳에서 벌어지는 물 축제인 송크란 페스티벌에 가자는 말을 나누기도 했다. 구성원들이 서해안의 펜션에 놀러갔을 때 이 바람은 극대화되었다. 물론 몇몇은 결국 그 페스티벌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고, 또 다른 몇몇은 가지 못했고, 나는 후자에 속한다.


  방콕은 그야말로 방에 콕 박혀 지낸다는 우스개소리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나야말로 바로 이 방콕 족에 해당한다. 내게는 건사해야 할 아픈 고양이가 있고, 그 아픈 고양이는 하루에 세 번 내 손길을 필요로 한다. 첫 번째 손길과 두 번째 손길 사이에 열 두 시간 정도의 간극이 있으니, 이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방을 떠날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은 꽤 한정적이다.


  “방콕의 계절은 강수량에 따라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데, 5월부터 10월까지가 우기, 11월부터 4월까지가 건기에 속한다. 우기는 날마다 한두 차례씩 스콜성 폭우가 내리는 대신 좀 습하고, 건기는 온종일 해가 내리쬐는 대신 좀 뜨겁다. 그래서 모두가 손꼽는 방콕 여행의 최적기는 겨울이고, 건기는 성수기, 우기는 비수기다... 하지만 나는 겨울의 방콕보다는 여름의 방콕을, 방콕의 건기보다는 방콕의 우기를 더 좋아한다... 우기의 날씨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하다. 작열하는 태양과 사나운 비가 교차하고, 찌는 듯한 더위와 신선한 바람이 공존한다. 이 오묘한 조합이 가능한 건 역시나 깜짝 이벤트처럼 예고도 없이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장대비 덕분인데, 비가 내리기 전에는 습하고 후덥지근한 게 지극히 여름 같은 여름이었다면, 비가 걷힌 다음에는 살짝 서늘하고 스산한 게 여름 같지 않은 여름이 된다...” (pp.62~63)


  다행스러운 것은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하겠다는 열망이 내게는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아내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우리가 함께 한 마지막 여행은 칠년 여 전의 제주도 여행이었다. 그때는 고양이가 아프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고양이의 식사와 화장실 청소를 맡길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마음이 썩 편한 것은 아니었고, 고양이 캐어를 담당한 후배는 침대 아래에서 야옹 거리는 우리 고양이들의 영상을 보내주었다.

 
  이곳이 아닌 저곳을 다루고 있는 여행기랄지 산문집이랄지를 종종 읽는 것으로 나는 떠남의 열망을 다스리고 있다. 언젠가 떠나게 된다면 나는 아주 오래 떠나 있게 될 것 같다고 예감한다. 아내는 내게 종종 답답하냐고 묻고는 한다. 아내는 내가 보고 있는 책들에서 발견되는 여기가 아닌 저기의 지명들을 몰래 살펴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여행기라는 장르를 웬만해서는 읽지 않는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 남이 들으면 이게 왜 웃기다는 건지, 어디가 어떻게 웃긴다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게 분명한 에피소드이지만, 우리 둘은 한참을 낄낄거린다... 이 길 하나에 이렇게나 건져 올릴 추억이 많다는 것을, 이 길 위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한 게 너무나 많다는 것을, 우리는 걸으면서, 이야기하면서, 곱씹으면서 새삼 깨닫는다.” (pp.90~91)


  책만 놓고 보자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 가성비 최고의 여행지로 방콕을 설정하고, 무수히 방콕을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게다가 그 여행에 여자 친구를 동반하고 있음에도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어쩌면 많은 설렘이 사라진, 되풀이되면서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져 버린 여행이 되어버린 건가, 의문스럽기도 하다. 가성비와 상관없이 작가가 방콕이 아닌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면 좋겠다, 고 생각하게 되어 버렸다.

 

김병운 / 아무튼, 방콕 / 제철소 / 139쪽 / 20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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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무튼, 방콕』리뷰 평점10점 | s******5 | 2021.08.29 리뷰제목
『아무튼, 방콕』 이 책에서는 방콕을 좋아하는 두 연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너무도 다른 두사람이지만 방콕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인걸까, 어쩌면 저자에게는 방콕이 중요한 것보다 애인이 중요해서 방콕이 중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 저자의 책머리말에도 "사실 방콕보다는 방콕을 함께 여행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크다."라고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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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방콕』

이 책에서는 방콕을 좋아하는 두 연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너무도 다른 두사람이지만

방콕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인걸까, 어쩌면 저자에게는 방콕이 중요한 것보다 애인이 중요해서 방콕이 중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 저자의 책머리말에도 "사실 방콕보다는 방콕을 함께 여행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크다."라고 써있는 걸 보면...

아무튼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고 이번 시리즈는 정말 편하게 방콕을 즐

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코로나 시국일 때 읽어야 할 "바캉스"느낌을 주는 필독서 같은 느

낌이다.

 

[기준은 언제나 당연히]

저자는 가성비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이 점은 나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한 때, 앱테크, 포인트모

으기 등에 미쳐있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의 임무 우리자신에 대한 건강]

"닥터핏"이라는 저자와 저자의 애인의 인생마사지라고 등극할만한 마사지숍이 나오는데, 나도 

가려고 기재해놨다. 중국 청도에 갔을 때도 마사지를 싸게 받은 기억이 있는데, 코로나가 종결되

고 나면 혹은 위드 코로나 시대때 백신접종을 다 맞치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기가 된다면, 꼭 

저 "닥터핏"을 가보리라.

 

[수영장에는 온통]

나도 외국에 있을 때는 한국인이 없기를 바란다. 아무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생

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럴때 비로소 내가 된 것 같다. 무슨말이냐 뚱딴지 같은 소리라고도 생각

이 들 수도 있는데, 한국사회에서는 남의 눈치를 너무많이보고 너무 봐야하는 상황이 많이 있다.

옷차림이며, 회사에서의 상사눈치며 등등... 이런 상황이 나는 힘들다. 이런 것은 나뿐이 아닐 것

이라 생각한다. 분명 다른이들도 이부분에 부담을 느끼고 해외에 가는 경우도 줄곧 있을 것이다.

또 그래왔었고. 이 저자역시 이 호텔에 왔을 때, 둘만이 한국인임을 바랐었으나, 그렇지 않았다.

수영장에는 온통 한국인이었고 저자는 무언가 자유를 뺏긴 느낌이 들었다 했다.

아무렴 어떨까,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방콕에 온 것 아닐까? 내가 좀 더 자유롭기 위해서, 따사로

운 햇살 안에 물장구치며 행복하기 위해서.

 

[소설이 될 수 없는건]

저자가 글쓰기로 고뇌를 하자, 저자의 애인은 "방콕"을 소재로 작성해 보는 건 어떠냐고 했을 때,

저자는 안된다고 했었다. 그런건 소설이 될 수 없다고. 하지만 끝내 "아무튼, 방콕"이 나온 걸 보

면 저자의 애인이 승리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애인이 쓰기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던 덕분

인걸까. 저자는 끝내, "방콕"을 소재로 글쓰기를 마치는데 성공했다.

모든 행하는 게 절반은 되는 것 같다. 나역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두렵더라도 절반은 해야지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지 행해봐야겠다.

 

[서평을 마치며...]

아무튼, 방콕으로 2021년 8월의 여름을 마무리하는 것 같아 행복했다.

내년 여름 혹은 빠르면 이번 겨울 혹은 내년 봄,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을 때

방콕에 가봐서 글쓴이의 방콕에 대한 감성을 더욱 이해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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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아무튼, 방콕 평점10점 | v*********e | 2020.02.09 리뷰제목
내가 본 두번째 아무튼 시리즈다.방콕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김병운작가의 글.방콕의 얘기라기보다방콕에서의 얘기라고 해야 하는 내용이다.그래서 더 재미있고, 더 흥미로웠다.같이 여행 다니는 애인과의 대화그리고 애인과의 에피소드는방콕에 남다른 애정 뿐 아니라애인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어서내심 부럽기도 더 재미있기도 했다.다음 아무튼 시리즈는 무엇으로 해볼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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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두번째 아무튼 시리즈다.
방콕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김병운작가의 글.
방콕의 얘기라기보다
방콕에서의 얘기라고 해야 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더 흥미로웠다.
같이 여행 다니는 애인과의 대화
그리고 애인과의 에피소드는
방콕에 남다른 애정 뿐 아니라
애인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어서
내심 부럽기도 더 재미있기도 했다.
다음 아무튼 시리즈는 무엇으로 해볼까...
아, 그리고 아무튼 시리즈에 여행도 어서 나오길!
(당연 나올법한 소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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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무튼, 방콕 - 나를 꾸짖다 평점9점 | j*******g | 2019.11.03 리뷰제목
9.4  며칠 전에 방콕을 다녀왔다. 좋은 여행이었다. 가기 전엔 반신반의했는데 가보니까 다들 왜 방콕, 방콕 하는지 알겠더라. '도대체 방콕이 어땠기에-'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이후에 포스팅할 방콕 여행기를 읽어주시길. 이변이 없는 한 올해 마지막 여행이니 애정을 갖고 포스팅해보겠다.  아무튼, 방콕에 가져가서 읽을 책을 물색해봤는데 생각보다 방콕과 어울리는 책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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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며칠 전에 방콕을 다녀왔다. 좋은 여행이었다. 가기 전엔 반신반의했는데 가보니까 다들 왜 방콕, 방콕 하는지 알겠더라. '도대체 방콕이 어땠기에-'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이후에 포스팅할 방콕 여행기를 읽어주시길. 이변이 없는 한 올해 마지막 여행이니 애정을 갖고 포스팅해보겠다.

 아무튼, 방콕에 가져가서 읽을 책을 물색해봤는데 생각보다 방콕과 어울리는 책이 없어서 놀랐다. 방콕 혹은 태국 태생의 작가가 쓴 책이나, 어떤 식으로든 태국을 배경으로 한 책을 가져갈 - 가급적 소설을 - 생각이었는데... 우리나라에 태국 소설이 한 권도 출간되지 않은 것에 한 번, 그리고 태국을 배경으로 했거나 소재로 삼은 소설을 이미 읽었다는 데서 두 번 놀랐다. 요 네스뵈의 <바퀴벌레>와 엘러리 퀸의 <샴 쌍둥이 미스터리>가 그러한데 두 작품 다 나쁘지 않지만 좀 새로운 책을 읽고 싶었던 나는 조금 마뜩찮지만 이 책 <아무튼, 방콕>을 이번 방콕 여행 때 가져가서 읽기로 했다.


 조금 마뜩찮았던 데엔 일단 5박 6일 여행에 들고갈 책으로썬 너무 앏거니와 당장 서두만 읽었을 땐 그렇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던 게 크게 작용했다. 사실 얇은 분량이야 조금씩 나눠서 읽으면 되니까 딱히 문제될 건 없으나 너무나 일기처럼 읽히는 책의 내용엔 크게 눈길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거의 연례행사처럼 연인과 방콕을 방문한다는 저자의 경험에 이끌려 결국 이 책을 읽게 됐다.

 서두가 길었는데... 결과적으로 생각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갔다. 작가 소개란을 보면 신인상으로 등단한 사람이라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장력이 준수했고 그래선지 다소 커다란 줄기 없이 툭툭 끊어지는 구성의 글들도 흥미롭게 읽혔던 것 같다. 작가 소개란을 마저 살펴보면 작가는 사실 방콕보단 방콕을 함께 여행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더 크다고 하는데 이 부분이 참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난 연애세포가 메마른 편이라서 남의 연애론 좀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좀 설레고 부럽더군. 여행엔 참으로 다종다양한 목적이 있다지만 이렇게 '함께' 하는 여행의 즐거움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참 싱숭생숭해졌다.  


 방콕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기엔 조금 부적절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 흔한 그림이나 사진도 없고 드문드문 나오는 거리나 가게 이름도 단편적이기 그지없다. 이 책은, 아울러서 이 '아무튼' 시리즈는 저자 자신의 세계를 만든 키워드에 대해서 얘기하는 시리즈라 그런지 방콕 또한 저자의 인생에 대해 얘기하는 매개체로 기능할 뿐이지 작가는 독자에게 굳이 방콕의 매력을 어필하려 들지 않는다. 이 점이 글에서 한 번 언급되는데 이 책은 여행책이 아니니까. 어쩌면 방콕은 굳이 저자까지 매력을 어필해야 할 정도로 덜 알려진 곳이 아니니까 특별히 손을 거들지 않은 것뿐인지도 모른다. 여담이지만 방콕 가기 전에 주변에 물어보니까 일본은 안 가봤어도 태국은 가본 사람이 진짜 많더라. 신기했다.

 개인적으론, 아무래도 나 역시 소설가 지망생이다 보니 여행 중간에 저자가 카페에서 책을 읽다 느낀 자괴감이 심히 공감됐다. 나도 간혹 여행을 하는 중에 참담함을 느끼곤 하는데, 저자처럼 나 역시 글 한 줄 제대로 못 쓰는데 여행이나 오고 있느냐고 스스로를 꾸짖는 마음이 들어서다. 하지만 저자 맞은편에 있는 애인이 바로 대답하길, 여행 때 겪은 어떠한 에피소드라도 일단 쓰라고 한다.


 여행 때 겪은 일? 그러니까 우리가 여행 중에 겪은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게 소설로 적합한지 아닌지 저울질하지 말고 그냥 쓰라고.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내가 이 책에 비로소 빠져들며 읽었던 것 같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그 물음에 대한 일종의 답을 얻은 것 같아서... 게다가 앞으로 여행을 더 자주 가야겠다는 일종의 좋은 핑계를 발견한 것 같아서 말이다. 아니, 오히려 조금은 나를 꾸짖었던 것 같다. 나도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이 여행을 간 편인데 왜 지금 이 글을 읽을 때까지 저런 생각을 못했느냐면서. 차마 그동안 여행을 헛 다녔다곤 말 않겠지만 그래도 지난 여행을 더 뒤돌아보게 됐다. 여행 에세이는 잘 안 읽는 편인데 지금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적으면서 왜 지금까지 안 읽었는지 하고 생각해봤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여행만 다녔지 여행 에세이는 너무 등한시해서 위와 같은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했는지 모른다. 내가 너무 비관적인 걸까. 하지만 여행이 끝났으니 이젠 비관을 좀 해서라도 글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젠 진짜 뭐라도 써야지.

 이 책엔 비단 소설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소소한 이야기가 훨씬 많고 물론 방콕 이야기도 많다. 그 이야기들에 대한 감상은 나중에 방콕 여행기 때 섞어서 해보겠다. 짧은 글이지만 이렇게 많은 감상이 나오다니, 참 신기하고 좋은 글이었다.



인상 깊은 구절


라이프 노노, 드라마 오케이, 라이프 노노, 트래블 오케이. - 42p


원하는 거 고집하고 관철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최선은 서로 한발씩 물러서는 과정에서 우연히 맞닥뜨리게 되는 무엇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지 않으니까. - 73p 


정말이지 쓰기 전까지는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는 것 같아도 그건 아는 게 아니니까. - 82p


아마도 우리는 우리일 수 있을 때까지 방콕을 찾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이고 싶을 때까지 방콕을 좋아하지 않을까. 만약 우리가 더는 방콕을 찾지 않는다면, 더는 방콕을 찾지 않기로 동의한다면, 그건 우리가 더는 우리가 아니라는 뜻이 아닐까. 그때의 우리는 지금의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지 않을까. -1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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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무튼, 방콕/김병운 평점8점 | s******i | 2020.11.26 리뷰제목
병원 소파에서 진료 순번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잘 읽혔다. 저자가 방문했던 곳들에 대한 감상도 나오지만, 이 책은 가이드북이 아니고, 저자도 그럴 생각이 없으니, 어디까지나 방콕으로 애인과 여행을 가서 같이 돌아다니고 얘기하고 그리고 돌아오는 날 이번 여행을 돌아보는, 그런 일기 같은 여행기이다. 일기 같은 글이 나올 수 있는 건 아마도 방콕이 그에게는 익숙하지만 또한 특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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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소파에서 진료 순번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잘 읽혔다. 저자가 방문했던 곳들에 대한 감상도 나오지만, 이 책은 가이드북이 아니고, 저자도 그럴 생각이 없으니, 어디까지나 방콕으로 애인과 여행을 가서 같이 돌아다니고 얘기하고 그리고 돌아오는 날 이번 여행을 돌아보는, 그런 일기 같은 여행기이다. 일기 같은 글이 나올 수 있는 건 아마도 방콕이 그에게는 익숙하지만 또한 특별한 장소라는 의미일 게다. 의외로 요즘 잘 안 쓰는 듯한 '애인'이란 호칭이 한줄 한줄마다 꼼꼼히 새겨져 있는 걸 보는 것도 자못 즐겁지만, 애인과 그가 걸어가는 배경에서 그의 시간을 조용히 기억하고 있는 방콕을 보는 게 역시 이 책의 포인트가 아닐까. 이런 방콕 나도 가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타논 실롬을 걷는 동안 우리는 이거 기억 나 저거 기억 나, 하면서 말을 잇는다.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살라댕역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것이 기억을 자극하고 추억을 소환한다. 스쳐 지나가는 건물에, 상점에, 식당에, 이정표에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시간이 머릿속에서 재현된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할부 상환 기간이 1년이나 남은 아이폰 3GS를 소매치기당한 것도, 애인이 실수로 남의 쇼핑백에 쓰레기를 버렸다가 무뢰한으로 몰린 것도 모두 이 길 위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가 작년 가을 서거한 푸미폰 국왕의 초상 앞에서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묵념한 것도 시리낏 왕비의 젋은 시절 사진을 보고 저 사람은 왕비네 공주네, 하면서 멍청한 소리를 지껄인 것도 아마도 이 길이었을 것이다. 이 길 하나에 이렇게나 건져 올릴 추억이 많다는 것을, 이 길 위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한 게 너무나 많다는 것을, 우리는 걸으면서, 이야기하면서, 곱씹으면서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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