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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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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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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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한 노숙자의 차별과 배제에 관하여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1.11.18 리뷰제목
코로나로 인한 제2차 국민지원금을 신청할 때다. 건강보험료를 참고로 그 대상을 선별하며 국민의 약 90%가 대상이 된 거로 알고 있다. 그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당연히 고소득자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제외자 중 서울, 경기에 거주하고 있으나 주소지가 어느 섬일 경우, 주민등록이 말소된 노숙자들도 신청이 되지 않는다는 인터넷 뉴스를 접했다. 주소지가 아닐 경우 휴대폰 어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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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제2차 국민지원금을 신청할 때다. 건강보험료를 참고로 그 대상을 선별하며 국민의 약 90%가 대상이 된 거로 알고 있다. 그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당연히 고소득자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제외자 중 서울, 경기에 거주하고 있으나 주소지가 어느 섬일 경우, 주민등록이 말소된 노숙자들도 신청이 되지 않는다는 인터넷 뉴스를 접했다. 주소지가 아닐 경우 휴대폰 어플로 신청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인원이 상당하다고 하던데, 사각지대에 머무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러곤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잊었다.

 

언젠가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상에서 리어카로 장사하는 사람들을 일제 정비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올림픽을 앞두고서였는지, 월드컵 때문이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 또한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일들이 부지기수를 일어날 것이다.

 

 

 

서울과는 거리가 먼 광역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처음 서울을 갔을 때 놀란 게 지하철의 노숙자들이었다. 나를 해코지할까 봐 무서워했던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그들의 애환이나 고통을 잘 모를 것이다. 그저 어떤 사정으로 노숙인이 되어 생활할 거라는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그런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도쿄의 우에노역 근처 우에노온시공원에서 노숙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는 1933년생으로 부모와 일곱 형제자매 틈에서 맏이로 돈을 벌기 위해 도쿄로 상경했다. 공원에서 노숙자들은 다양한 사연들을 안고 있다. 공원을 지나는 사람들은 노숙자들과 상관없는 일상의 언어들로 말한다. 그들의 대화에서 아이들이 어릴 적을 떠올린다. 무얼 해달라고 하지 않았던 아들이 유일하게 타고 싶었던 헬리콥터를 돈이 없어 태워주지 못했던 것들을.

 

그의 아들은 천황 폐하의 친왕이 태어났을 때 태어났다. 일본의 경사여서 그의 아들 이름 또한 친왕의 이름을 따 지었다. 황실 사람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람하러 오게 되면 특별 청소라는 명목으로 강제 퇴거가 이루어졌다. 강제 퇴거 결정을 이삼일 전, 혹은 일주일 전에 알려주어 노숙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환경 정비라는 명목하에 노숙자들을 정리하는 것을 차별과 배제의 차원으로 보았다.

 

재일한국인인 저자는 이러한 강제 퇴거를 오랜 시간 취재하였고, 그 취재를 바탕으로 차별 대상인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을 썼다. 작품 말미에, 영문판에 수록된 작가의 말은 상당히 길다. 2019년 대형 태풍이 발생했을 때 일본은 큰 피해를 입었다. 도쿄의 다이토구에 마련된 대피소에 우에노역 주변에 노숙하는 남성이 입소를 거부당했다. 다이토구 주민으로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가 재일한국인으로 받은 차별과 배제에 대하여도 말한다. 재일한국인과 재일조선인의 차별은 예전에 접한 적이 있어 낯설지 않다.

 

가즈가 살아온 이야기 또한 낯익다. 그는 열 명 가까이 되는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체육시설을 짓기 위해 홀로 도쿄로 올라온 주인공이지만 아들의 죽음으로 희망을 잃었다.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고향에서 살아가지만,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다시 절망에 빠진다. 스물한 살인 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가 더이상 손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간단한 짐을 챙겨 집을 나왔다.

 

 

 

인생이란 첫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페이지가 나오고, 그렇게 차례로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는 한 권의 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의 책 속의 이야기하고는 전혀 달랐다. 글자들이 늘어서 있고 쪽수가 매겨져 있어도 일관된 줄거리가 없다. 끝이 있는데도 끝나지 않는다. (10페이지)

 

살아갈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선택한 노숙인의 삶. 다양한 사연들로 찾아온 그들은 자기의 죽음이 가족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저 가족과는 상관없이 생을 마감하고 싶은 것이다. 다가오는 전철에 뛰어든 것처럼. 누군가의 삶은 이토록 부질없는가.

 

차별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아프게 한다.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만 느끼는 감정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우리 주변에 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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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 우미리 평점10점 | s*******2 | 2021.10.17 리뷰제목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음과 양의 극렬한 대비로 일본의 어두운 불편함을 마주한다'     이 책의 중반부까지는 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턱턱 막혀왔다. 한 남자의 삶이 그려지는데 무언가 알 수 없는 힘듦이 있었다. 책을 읽기 힘든 것 뿐 아니라 그 남자의 삶 자체의 힘듦과 담담하게 불어닥치는 폭풍과도 같은 불행들까지 정말 어렵고도 힘든 상황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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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음과 양의 극렬한 대비로 일본의 어두운 불편함을 마주한다'

 

 

이 책의 중반부까지는 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턱턱 막혀왔다. 한 남자의 삶이 그려지는데 무언가 알 수 없는 힘듦이 있었다. 책을 읽기 힘든 것 뿐 아니라 그 남자의 삶 자체의 힘듦과 담담하게 불어닥치는 폭풍과도 같은 불행들까지 정말 어렵고도 힘든 상황들이 한 순간이 몰아쳤다. 그 기구한 삶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마도 나는 그 감정에 책장이 쉽사리 넘어가지 못했나보다.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들에 나 또한 멍해졌다. 그 혼란함이 나에게로 전해졌다.

 

중반부터는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된다. 왜 이 책이 각종 상을 수상하며 43만 부 이상 판매되고 베스트셀러인지 알게 된다. 왜 뉴욕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인지를 알게된다.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문학적으로 생생하게 여실히 우아하게 작가답게 책에 담았다.

 

서쪽 하늘은 구름 사이에서 햇빛이 비치고 있었지만 동쪽 하늘에는 언제 다시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비구름이 드리우고 있었다.

p174

 

이 구절이 참 와 닿는다. 문제는 일본 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된다.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면 비가 내리지 않는 해가 쨍쨍한 곳은 분명 존재한다. 밝은 곳이 있다면 분명 어두운 곳이 있다. 얼마나 사회가 어두운 부분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지는 차이가 있겠지만 외면하고 모른척 하는 사회가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재일한국인 2세 유미리 작가는 당당하고 우아하게 일본 사회를 비판한다. 하늘의 햇빛과 비구름 이야기를 한다. 황제 페하가 지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노숙자의 모습을 비춘다. 올림픽 준비를 위해 열심히 일했던 그 젊은 가장을 말한다. 이 어두운 면을 가만히 바라본다.

 

경제 고도성장기에 도키와선이나 도호쿠본선의 야간열차를 타고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집단 취직으로 도호쿠 지방에서 상경한 젊은이들이 맨처음으로 내려서는 곳이 우에노역이었고 명절에 귀향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짐을 짊어지고 기차에 올라탄 곳도 우에노역이었다.

p15

 

도쿄의 우에노 스테이션을 한국으로 치면 서울역과 닮아있다고 할 수 있겠다. 돈을 벌기 위해 각 지역에서 모여드는 기차의 종점. 주인공도 돈을 벌기 위해 우에노 스테이션에 내렸다.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삶을 포기한 채 노숙의 삶을 택한 이들이 공존하는 곳,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밝음과 어둠, 햇빛과 비구름이 공존하는 장소다.

 

밤에 숙소로 돌아갔더니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모리씨, 아드님이 잘못됐다고 부인이 전화하셨어요, 라는 것이었다. 겨우 며칠 전에 세쓰코에게서 고이치가 엑스레이 기사 국가시험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던 참이라 무언가 잘못들었겠지 하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고이치가 자취하던 목조 아파트에서 자다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경찰에서 변사를 의심해 검시 중이라는 것이었다.

p56

 

삶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불행은 운이 없다고 치부될 수 있는 것인가. 그저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던 이에게 들려온 소식은 정말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이제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행은 점차 퍼져 나가 주변을 잠식한다. 하나의 불행만으로도 끔찍한데 결코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올림픽 유치를 계획하고 있는 도쿄도가 천황가 행차를 빌미로 우에노공원에 사는 노숙자 5백 명을 공원에서 쫓아내려는 모양이다. 그 증거로 천황가 사람들이 황거나 아카사카에 있는 황실 관련 시설에 들어간 이후에도 몇 시간이나 천막집을 세우지 못하게 하고 밤이 되어 원래 위치에 돌아가보면 출입금지 간판이나 울타리, 화단이 꾸며져 있어 노숙자들은 공원에서 쫓겨나 길거리를 헤매게 된다.

p157

 

강제 퇴거 조치에 항거조차 할 수 없는 거리의 노숙자들은 천막을 거둔다. 모리는 한 때 도쿄올림픽 경기장의 토목공사의 인부로 돈을 벌었으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올림픽으로 인해 천막집의 딱딱한 바닥에서 마저 쫓겨난다. 이런 절묘한 대비는 일본 사회의 명암을 명확히도 보여 준다. 올림픽 준비로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숙인들은 청소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살아온 세월과 같은 73년 전-, 같은 1933년 출생이니 틀릴 수가 없다, 천황 폐하는 곧 73세가 되신다. 1960년 2월 23일에 태어나신 황태자 전하는 46세-, 고이치도 살아 있었다면 46세가 된다. (중략) 나와 천황 황후 양 폐하 사이를 갈라놓은 것은 고작 줄 하나다.

p172

 

천황 황후 양 폐하의 차가 지나간다. "도전하거나 욕심내거나 방황하거나 하는 일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인생(p171)"을 살았으리라. 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천황 폐하와는 정반대의 인생을 사는 노숙자 하나가 서있다. 아들 고이치와 아내 세쓰코를 싸늘한 주검으로 떠나 보내고, 딸 내 집에서 도망치듯 나와 스스로 노숙인의 삶을 살아가는 이가 서 있다. 공교롭게도 그 둘의 나이도 그 아들들의 나이도 같다.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너무나도 이질적인 삶이다. 그 무엇이 이렇게도 다른 삶을 만들어 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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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담담한 얼굴로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m | 2021.10.31 리뷰제목
내가 괜히 불안에 걱정을 달고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느낌이 있고 곧 어떠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예감이 조금씩 찾아오는 것 때문에 불안해진다. 이런 말을 하면 나의 불안을 남에게 전가하는 꼴이 되고 쉽게 이해받지 못해서 괴롭다. 최대한 불안을 숨기고 걱정하지 않는 척. 그럼에도 얼굴에는 불안해하고 있는 게 다 드러난다.   설명할 수 있는 건 설명해라.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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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괜히 불안에 걱정을 달고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느낌이 있고 곧 어떠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예감이 조금씩 찾아오는 것 때문에 불안해진다. 이런 말을 하면 나의 불안을 남에게 전가하는 꼴이 되고 쉽게 이해받지 못해서 괴롭다. 최대한 불안을 숨기고 걱정하지 않는 척. 그럼에도 얼굴에는 불안해하고 있는 게 다 드러난다.

 

설명할 수 있는 건 설명해라. 난관을 뚫고 나가기 위한 조언이었다. 설명을 해도 통하지 않으리라는 불길한 예감, 은 적중했고 나는 또 마음이 흔들렸다. 9시에서 6시까지는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본심과 본성을 숨기고 잘 꾸민 사회적인 표정으로 무장한 마스크를 벗지 말기. 자꾸 감정을 드러내고 마스크를 벗으려고 해서 숨이 가빴다.

 

어떻게 지낸지도 모르게 금요일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와 드러눕는다. 한 주 동안 유미리의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이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몇 장을 읽고 나면 잠이 쏟아졌다. 분량상 이틀이면 다 읽어버릴 텐데. 금요일 밤에도 책을 쳐다보기만 했다. 버텼다고 살아남았다고 어디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았고 수심이 깊은 강이나 바다에 서성이지도 않았음에 놀라워하면서. 그런데 집은 14층이다. 가까운 곳에 문만 열면 중력을 따를 수 있다는 것에 소름 끼친다.

 

국어, 사회, 역사, 도덕, 한문, 기술·가정을 가르칠 때는 들을 수 없던 말들을 요즘에야 듣는다. 아이들은 저들끼리 놀면서 습관처럼 욕을 주고받는다. 그게 애들이니까 그러려니 하면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말이었다. 어른들의 말은 달랐다. 맥락이 없는데 횡설수설 같은데 그걸 또 논리라고 주장한다. 이해시키는 건 안 된다. 듣다가 이야기가 끝나면 고개를 끄덕인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의 주인공 가즈가 고향을 떠나 우에노 역에 정착한 심정을 알 듯 말 듯 방관자의 시선으로 공감한다. 절대적인 건 아니고.

 

동일본 대지진이 나고 일본 사람들이 차분하게 줄을 서서 구호 물품을 받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았다. 저들의 국민성이야 익히 알고 있어서 새삼 놀랍지는 않았다. 뜻하지 않게 집과 가족을 잃었음에도 슬픔을 참는 얼굴, 질서를 지키는 것이 슬픔을 표출하는 것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는 얼굴이었다. 결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국적과 나라 간의 대립된 정치적 상황을 떠나서 내가 배우고 싶은 자세였다. 문학은 어떤가. 문학은 양극단이었다. 차분하고 경건한 얼굴이 있는가 하면 난폭하고 악의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 얼굴이 있었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어린 나이부터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고향을 떠난 가즈의 생애를 다룬다. 현재 그는 우에노 역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천막집에서 알루미늄 캔을 모아 팔거나 일용직에 나가 돈을 번다. 대체로 역사에 앉아서 행인의 대화를 듣거나 과거를 회상하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노숙인이 되기 전에 가즈에게도 가족이 있었다. 부인과 아들, 딸. 공사장을 전전하며 일을 했고 번 돈은 고향의 가족에게 보냈다. 아들이 엑스레이 기사 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이제 좀 살만해졌다 싶었을 때 아들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그때부터였다. 가즈의 인생이 조금씩 흔들리고 삐걱거리는 게. 조금만 고생하면 아들은 전문 자격증을 따서 병원에서 일할 수 있었다. 자취방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아들. 죽는 순간 혼자 있었을 아들을 생각하면 가즈는 어찌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인다. 정확한 사인도 알 수 없었다. 부인 역시 잠을 자다가 죽었다. 그 순간 자신이 옆에 있었음에도 부인의 죽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혼자 죽게 내버려 둔 것이다.

 

손녀와 함께 살다가 젊은 아이의 인생을 자신을 돌보는 것에 쓸 수 없어 젊은 날 그랬던 것처럼 고향을 떠나온다. 갈 곳이 없어 도쿄 우에노 역에 그대로 살고 있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일본의 다른 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뉴스에서 본 재해에도 흔들림 없던 일본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원전 지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애인들을 차에 싣고 대피 장소로 갔지만 다른 이들이 거북해한다는 이유로 입소를 거부 당했다. 이는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의 작가의 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일본인 자신은 차별받지 않는다. 그 논리는 일본이 약자를 차별을 방관하고 묵인하는 기제로 쓰인다. 유미리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어린 시절 집단 따돌림으로 학교를 중퇴했다. 일본 사회 안에서 무수한 차별과 폭력을 경험했다. 지지 않고 그러한 기억을 가지고 문학을 한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유미리는 원전 지역 근처로 간다. 그곳에서 후쿠시마현에 사는 사람들과 라디오 인터뷰를 한다. 서점을 열어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쓴다.

 

'나는 내가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측이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온 세계에 존재하는, 차별당하고 배제 당하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미리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힌다. 차별과 배제의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자의 단단한 발언이다. 죽지 마, 살아남아, 너의 잘못이 아니다 같은 말을 무수히 자신에게 해주었을 거다. 아니면 그 말을 하는 것조차 싶지 않아 희곡을 소설을 문학이라는 탈출구를 찾아냈을 거다. 일단 자신을 먼저 구하기 위해.

 

때때로 이대로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온다, 상황으로 몰린다. 그때는 그게 제일 쉽고 간단하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의 가즈는 열심히 살았다. 삶의 악조건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시간도 없어 비교 대상은 멀리서 보았던 천황 폐하였다. 가즈의 눈에 그들은 왕족으로 태어났다는 것으로 생의 모든 시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찌할 수 없는 태어남. 고맙고 화나고.

 

가즈의 마지막을 떠올린다. 나의 어제를 기억해 낸다. 삭제하고 싶지만 한 번 떠올려 보고 잊어버리는 작업을 한다. 오늘이 되었으니까. 어제로 머물지 않는. 죽고 싶음은 살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이라는 걸 오늘을 사는 우리는 안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내일도 살고 싶었던 한 사람의 내면을 깊고도 내밀하게 응시한다. 뭉개진 서사 안에서도 가즈를 인생을 추적하고 슬픔을 따라가는 일이 고통스럽지만은 않았다. 현실의 나에게도 일어나는 일이었고 어쩌면 더한 경험을 마주할 수도 있기에. 담담한 얼굴로 살아가는 노력의 순간이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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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차별당하고 배제당한 채 아웃포커싱되는 것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l****5 | 2021.10.25 리뷰제목
2014년 출간, 2019년 영문판 출간 후 2020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일본 내에서도 역주행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소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일본 사회에서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며 살아온 재일한국인 유미리 작가의 책이기에 관심을 끌었습니다. 처음엔 일본 사회에 대한 사이다 비판을 만나며 묘한 통쾌감을 얻지 않을까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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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출간, 2019년 영문판 출간 후 2020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일본 내에서도 역주행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소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일본 사회에서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며 살아온 재일한국인 유미리 작가의 책이기에 관심을 끌었습니다. 처음엔 일본 사회에 대한 사이다 비판을 만나며 묘한 통쾌감을 얻지 않을까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밀려드는 감정은 꽤 착잡한 슬픔이었어요. 작가가 이야기하는 차별과 배제는 한국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후쿠시마 출신 노동자 가즈. 우에노역 공원의 노숙자 중 한 명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나름 성실히 일하며 살아왔지만, 줄줄이 동생들이 있다 보니 형편은 나아지질 않습니다. 사는 내내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습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로 인한 공사가 한창 있었던 1963년에는 이미 가정을 꾸린 상태였지만 집을 떠나 도쿄에서 막일 노동자로 일합니다. 값싼 인건비였지만 도쿄 올림픽이 끝날 무렵부터는 곳곳에서 도시 개발의 바람이 불어 그래도 막일이나마 할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가즈의 인생은 잘 풀리질 않습니다. 갓 스무 살이 된 아들이 갑작스레 죽어버렸고, 부모님 그리고 아내까지 먼저 떠납니다. 일을 하느라 집을 비운 20여 년의 세월. 갓난아기 때 이후로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했던 아들의 죽음은 그의 삶의 목적을 잃게 만듭니다.

 

타향에서 계속 돈벌이를 해야만 했던 가즈에게는 이제 결혼한 딸과 손녀만 남았습니다.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 가족들의 이른 죽음을 접하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을 사는 것이 이젠 무서워졌습니다. 창창한 손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가즈는 결국 처음으로 노숙을 하게 됩니다.

 

"이 공원에 사는 노숙자들은 이미 대부분 누군가를 위해 돈을 벌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죽을 곳을 찾아 우에노공원에서 며칠 지내다 쭉 눌러앉다 보니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칠순이 넘은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우에노공원에는 경제 고도성장기에 저마다 큰 꿈을 안고 도쿄로 상경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거품 경제 붕괴 이후 늘어만 가는 노숙자들. 옛날에는 가족이 있었고, 집이 있었던 그들이 이제는 노숙자가 되었습니다. 죽을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하니 근근이 폐품 수집을 하며 살아갑니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에서는 집이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이 절묘하게 대비됩니다. 가즈의 눈에는 우에노공원 주변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아이와 함께 지나가는 가족, 대화를 나누는 친구 등 그들이 너무나도 선명히 잡힙니다. 하지만 집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노숙자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웃포커싱되는 배경일 뿐입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압권입니다. 가즈는 인생의 절정이라고 말할 만한 시절조차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설마 자신이 노숙자가 될 줄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나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남에게 손가락질당할 짓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익숙해지지 못했을 뿐이다. 어떤 일이든 익숙해질 수 있었지만 인생에만은 그러지 못했다." -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힘겨운 그들에게 또 다른 비참함을 안겨주는 건 특별청소라는 명목으로 천막집을 이동시키는 강제 퇴거입니다. 천황가에서 근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람하러 오면 천막집을 치우고 공원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올림픽 유치를 빌미로 제한된 구역으로 내몰립니다.

 

작가는 2006년 강제 퇴거에 관한 취재를 하며 노숙자의 발자취를 쫓았습니다. 겨울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재해가 닥쳤을 때도 대피소 입소는 노숙자들에겐 해당되지 않습니다. 고령의 노숙자들이 과거 가난한 농촌에서 올라온 청년들이었고, 일본의 경제 성장 바탕에는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했다는 걸 누구도 기억하고 있지 않기에 작가는 소설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고 있고 그 결과물이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입니다.

 

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재해와 원전사고 때는 당시 노숙자는 물론이고 후쿠시마에서 대피한 사람들이 다른 현의 대피소 입소나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이런 차별과 배제를 행한 측에 오히려 공감과 동정이 쏟아졌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집과 일을 잃은 이들이 2020 도쿄 올림픽을 위한 공사 때 또다시 상경 노동자로 일했을 거라고 합니다. 세월이 흘렀건만 1964년 도쿄 올림픽과 다를 바 없는 현재입니다. 2019년 영문판 출간 시 작가의 말에서는 재해 시 배제되는 노숙자 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던 주인공 가즈.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참 쓸쓸합니다. 반짝이는 도시의 빛나는 영광 뒤에 아웃포커싱된 것들을 바라본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후쿠시마 출신 가즈의 이야기에는 지역 문화와 방언이 많아 이질감에 낯설었는데, 영어로는 어떻게 번역했을지 궁금해질 지경이더라고요. 한국어판은 재일교포 3세 강방화의 번역으로 매끄럽게 완성되어 감정선이 정말 맘에 쏙 들 정도로 읽는 맛이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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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i********g | 2021.10.19 리뷰제목
우에노시온공원에서 지내는 노숙자 '나'는 고향 후쿠시마에서 생계를 위해 12살 때부터 집을 떠났다. 밭일부터 바닷가에 이르기 까지 그는 가리지 않고 일을했고 도쿄올림픽을 위해 도쿄에 경기장을 건축할 무렵에는 높은 보수를 위해 잔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일년에 단 두 번, 명절뿐이었다. 아들이 타고 싶다던 헬기를 돈이 없다는 이유로 태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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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시온공원에서 지내는 노숙자 '나'는 고향 후쿠시마에서 생계를 위해 12살 때부터 집을 떠났다. 밭일부터 바닷가에 이르기 까지 그는 가리지 않고 일을했고 도쿄올림픽을 위해 도쿄에 경기장을 건축할 무렵에는 높은 보수를 위해 잔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일년에 단 두 번, 명절뿐이었다. 아들이 타고 싶다던 헬기를 돈이 없다는 이유로 태워주지 못했을 때, 그 아쉬움과 속상함이 그렇게 오래 남겨질 줄은 몰랐다. 21세. 아들이 죽었을 때의 나이다. 아들의 죽음은 더이상 그를 '살아있게'하지 못했다. 장례식을 마치고 거울에 비춰진 그의 모습은 '끝난'상태였다. 아직 부모와 동생들, 그리고 아내와 딸이 남아있기에 그는 다시 집을 떠나 노동자의 삶을 살아간다. 모든게 끝난 것 같았어도 죽은 것은 아들이고 그는 여전히 살아있고 돌아갈 곳은 '집'이었던 그가 어쩌다 돌아갈 집의 존재를 상실하게 되었을까.
공원에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엄청나게 비밀스럽거나 감동적이지 않다. 아내없이 혼자서 밥을 차려먹지 못하는 남편을 둔 가정주부, 말린 정어리에 대한 극찬과 건강을 염려하는 중년들의 대화 등 우리가 쉽게 말하는 '소소한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식인처럼 보이는 시게를 통해 우에노시온공원의 역사를 들여주고, 그 역사속에서 위대한 장군이 역적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삶의 아이러니까지 덤덤하게 이야기는 이어진다. 도대체 이런 이야기를 다 어떻게 잘 듣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인지 글의 초반과 후반, 그리고 중간 곳곳에 단서를 보여준다.
작가는 노숙자들이 천황과 그의 가족들의 행행차로 인해 강제퇴거 당하는 일들을 소설을 쓰기 전에 취재했었다고 한다. 그들의 사연을 취재하는 동안 한 노숙자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집을 가진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이었다. 비단 노숙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후쿠시마를 먼 나라에서 바라보는 이들과 그 안에서 이유없이 배제되고 차별당하는 후쿠시마 사람들의 입장도 나는 그저 안타깝다 정도밖에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의 역할이 아마도 그런 것이리라. 저자의 말처럼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쓴다는 그 말대로 이 소설이 아니었더라면 분명 일본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판단만 비판할 뿐 정작 후쿠시마 안에서 이미 다 잃었으면서도 생을 잃지는 못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잠시라도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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