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들의 역사를 거론하고 있다. 다양한 물건들에 기원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마음에 울림이 된다. 당연한 물건들이 여성들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가 되고 있다. 책은 100가지 물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이 나타내는 여인들의 삶은 다양하다. 여성들의 권리와 구속 등의 역사적 흔적이 그대로 묻어 있다. 이들을 통해 오늘의 여성들이 얼마나, 어떠한 환경 속에 살아가는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될 듯하다.
에디오피아의 화석, 1974년에 발견된 320만 년 전의 호미닌 종 여성이라고 생각되는 루시의 뼈를 미국 대통령 오바바는 2015 에디오피아 국립박물관에서 관람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동일한 인간 가족에 속한다는 것을 이 화석들이 일깨워 준다고 말한다. 즉 루시를 ‘인류의 할머니’로 칭한 것이다. 루시의 뼈를 연구하던 사람은 루시가 대부분의 시간을 두 다리로 걸으면서 생활했다고 증명한다. 즉 유인원과 사람의 중간자 구실을 한다고 보았다. 빌렌도르프에 관해 얘기한다. 그것은 구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조그만 여인상이다. 이를 비너스와 연관 지어 부르는 것은 비너스가 사랑과 미, 풍요의 여신이었던 관계라 생각된다. 즉 커다란 배와 가슴 음부 등이 특히 강조되어 확실히 여성의 상을 띤다. 그것은 생식과 다산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너스 신화가 탄생한 로마보다 수천 년 전에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이 여인상은 임신의 부적으로 다산의 여신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런던 고아원의 토큰과 테라코타 젖병에 관해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런던 고아원에는 남성으로부터 버려져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어머니들이 남긴 토큰이 있다. 그것은 다시 만날 수 있을 때 증표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버려진 아이들과 미혼모에 대한 구제는 수 세기 동안 사회의 골칫거리였다. 세계적으로 시대적으로 고아들에 대한 문제는 지난한 난제였다. 미국에선 고아열차라는 것도 있었다. 서부 지역의 가장에 팔아넘기는 형태의 아이 구제다. 이런 일들이 아이를 필요로 하는 가정에 입양의 형태로 재생의 기회를 얻는 아이들도 나오게 되었다. 토큰은 어머니들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물건이고, 그것은 결국 주인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남겨진 것들을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4,000이나 된 젖병은 오랜 시간 모유의 대체품을 사용해 왔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기는 밥을 먹기 전에는 어떻게든 유모나 동물의 젖이나 대용해야 살아남아야 한다. 이 테라코타 젖병이 그런 삶의 모형을 보여준다. 모유의 대체품을 오래 전부터 사용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자료가 된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테라코타의 젖병의 전통을 이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호텐토드의 비너스 엽서와 마스터베이션에 대해 얘기한다. 흑인 사르키는 1810년에 납치되어 영국에 끌려와 반나체로 여흥거리 삼아 전시되었다. 그녀는 괴물 취급을 받았다. 그 후 그녀와 같은 흑인 여성은 인격이 무시된 채 에로틱하고 동물적이며 음탕하고 타락된 존재로 인식된 경향이 있다. 그것이 후대의 예술에서도 표현되어 나타난다. 그녀의 사체는 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2,000 년대 들어 남아공의 만델라 대통령이 프랑스에 요구해 그녀의 유해를 넘겨받아 아프리카로 가져가 장사했다는 흔적이 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에로틱한 성의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바이브레이터는 원래 의학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기구는 자위행위를 하는데 사용되었다. 여성의 마스터베이션은 20세기 내내 완곡한 언어와 수치심의 베일에 가려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노력이 행해지고, 쾌락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서서히 대두된다. 즉 금기시 되던 페미니즘과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과감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생용품 생리대에 관해 얘기한다. 생리대는 수백만 여성들에게 있어 월경에서 비롯되는 어려움과 잠재적 곤란을 해결한 존재다. 이것이 없을 때는 나뭇잎, 풀을 사용했고 헝겊조각 등도 사용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탐폰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이들의 역사는 여성들의 삶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상징한다. 포윅 정신병원 환자 기록에는 26세 여성 엘렌 불럭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남편이 결혼이 끝났음을 선언하고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서 그녀의 정신병은 차도가 있게 되었고 결국 건강해 졌다. 그의 정신병적인 요인은 결혼과 자신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런 정신병자들은 음핵을 절제하는 수술로 당대에선 악명이 높았다. 그런데 정신질환의 고통을 겪는 여성들의 치료는 극적인 변화를 맞았다. 엘렌 불럭이 20세기 중반에 포윅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면 음핵 제거가 아닌 다른 치료를 받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의 아기 포대기를 말한다. 아름답게 수놓인 아기 포대기는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가 들어 있는 동시에 엄마가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볼 수 있는 전통적인 편리한 수단이다. 이런 포대기의 역사는 오래 되었다. 아기를 가진 엄마가 일을 해야 하는 환경도 되니 아기를 혼자 둘 수도 없고, 아기를 데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럴 때 지혜로 이루어진 것이 이 포대기다. 우리도 어릴 적 이것에 의해 많이 업혀 있거나 안겨 있었던 기억이 있지 않는가. 요즘은 이것이 유모차로 발전했다. 루시 볼드윈 산과마취기구를 얘기한다. 출산하는 여인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워 산소와 이산화탄소 혼합물을 공급해 고통을 덜어주는 장비였다. 즉 무통분만제의 사회적 논의를 가져오게 한 일로 여기면 되겠다. 오늘날에는 이런 일을 여성 당사자들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통분만의 아쉬운 점은 역설적이게도 아이와의 유대 관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을 있기에 말이다.
빵 굽는 인형의 역사는 기원전 500년까지 올라간다. 그리스 중부에서 발견된 이 인형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바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정주부로서의 여성들의 역할이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 요즘은 다양한 빵 굽는 기계들이 있고, 또 공장에서 빵을 구워 여성들의 식생활 책임이 줄어들었지만, 여성들이 3만 년 이상이나 빵을 구워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잔소리꾼 굴레란 이상한 도구가 있다. 1546년 메리언 레이가 간통죄 고발을 하면서 ‘문제적인 단어’를 사용했다고 지탄의 대상이 되고 법정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24시간 ‘일체의 휴식 없이’ 입을 막는 고문을 받아야 했다. 이 장치는 피해자의 머리 위로 뒤집어 써 칼라처럼 목둘레에 걸치는 방식이다. 잔소리에 대한 처벌이고, 여성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도구로 이용되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힘이 실린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기에 침묵을 강요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인도의 군주 샤 자한은 사랑했던 아내 뭄카즈 마할을 기리기 위해 타지마할을 지었다. 뭄타즈는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사망했다. 샤 자한은 그녀를 위해 영원하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을 짓기로 결심하고 최고의 장인을 고용했다. 그 장인에게 앞으로는 그보다 좋은 작품을 다시 만들지 않겠다는 확답을 얻고 만들어진 건물이 타지마할이다. 이 로맨틱의 건물은 2만의 장인이 21년 걸쳐 만들었다. 이 건물은 뒤에 로맨틱한 사랑, 고통스러운 이별, 목숨까지 거는 사랑, 불행한 연인들의 러브스토리 등으로 영화, 동화, 소설들의 단골 주제로 사용되었다. 호가스의 진 골목 그림은 여성들의 음주에 관한 삶을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호가스는 전염병처럼 런던 빈민가를 휩쓸던 진의 음용을 막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맥주거리를 그리기도 했다. 이처럼 진을 마시면서 비참한 삶을 잊을 수 있었던 런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행해진다. 나중에 진은 여성들의 술로 인식된다.
마이센의 도자기 스너프박스는 18세기 중반 헨리 폭스라는 남자가 자신의 장모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 박스의 뚜껑 안쪽에 그려진 초상화의 주인공은 4년 전에 부모 몰래 헨리 폭스와 결혼함으로 부모의 권위를 무너뜨린 공작부인의 딸 케롤라인이다. 공작부부는 원래 이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무신론자에다 도박꾼으로 유명했고, 혼외자식도 있는 그를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느 권위 있는 부모가 이를 허락하겠는가? 하지만 결혼 후 폭스가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이름이 나자 공작부부도 적대감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 선물이 두 가정의 화해의 상징물이 된다. 이 글은 선물을 통해 재산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 나간다. 18,9세기 영국에서 아내 판매 광고가 있었고, 실질적으로 아내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동의하면 영수증을 작성해 거래가 이루어졌다. 가난한 계층에서는 이것이 일종의 이혼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포셋부인의 가방은 기혼 여성들의 재산권을 이야기하는 상징물이다. 포셋부인이 소매치기를 당하고 그 일로 인해 재판이 벌어졌다. 그때 재판정에서 사용된 표현을 통해 포셋부인은 여성은 결혼하면 모든 소유물이 남편의 것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방 속에 있는 물건조차 헨리 포셋의 재산으로 이야기하는 법정의 표현이 그녀를 당혹케 한 것이다. 그 후 이 가방은 여성들의 재산권을 이야기하는 도구가 되었다. <비튼의 살림 요령>란 책은 1861년에 출판되어 68년까지 20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그곳에는 요리를 넘어 교양 있는 사회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규정함으로 가정생활에 대한 개념을 바꾼 대작이 되었다.
전쟁은 전선에서도 이루어지지만 전쟁에 참여한 사람이 있는 가정에서도 이루어진다. 전쟁이 나면 가정에서 식량을 보급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사하는 경우가 많다. 2차 세계대전이 이루어지던 때 캐나다의 통조림 기계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했다. 영국은 캐나다에서 이 기계를 받고 자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대전 당시 2,000만이나 아사를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즉 기계는 전쟁과 기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물건이 된다. 영국의 지방 푸드뱅크는 빈곤한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이 이의 도움을 받아 빈곤을 버티었다. 빈민법도 그런 이유에서 탄생했다.
영국의 바클리 은행에서는 1966년 바클리 카드를 출시했다.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카드는 100만장이 넘게 발급되었다. 이는 여성들을 타킷으로 한 카드였다. 젊은 여성은 여행을, 가정부부는 물건 구입을 모토로 내걸고 카드 구입 광고를 하면서 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이전까지는 독신 여성들이 신용으로 무엇을 구입하려면 아버지를 대동해야 했다. 카드로 인해 여성들의 힘이 얼마나 성장했는가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함께 모여 차를 마시는 문화는 여성들의 삶의 즐거움이 되었다. 모여서 즐겁게 웃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 차 문화 때문이기도 하리라. 찻잔 세트는 이처럼 여권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물건이 된다. 여성들이 이런 차 문화를 통해 강건해 지고 능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도 잡게 되었다고 보면 된다.
카메라는 1826년 프랑스의 루이 다케르, 영국의 헨리 폭스 탤벗이 최초로 만들었다. 그리고 여성들은 모델이 되었고, 남성들에 의해 포스터, 포르노 등으로 곳곳에 전시되어 상품화 되었다. 이 카메라는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고 지금은 폰을 가진 개인도 모두 소지해 기록을 이미지로 남기게 되었다. 여성들은 카메라의 활성화로 인해 더욱 상품화되는 경향을 겪기도 했다. 물론 여성들이 사진 작가가 되기도 했다. 1914년부터 발명된 냉장고는 여성들의 삶을 많이 변화시켰다. 요즘은 냉장고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다. 그것은 음식을 보관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가정에서 음식을 담당하는 여성들의 삶이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100가지 물건에 얽힌 여성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잘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제시된다.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어떠한 대우를 받았는가? 어떤 과정을 통해 그들의 권익을 신장시켜 나왔는가? 노라가 언제까지나 노라로 존재하지 않는 시대적 상황들이 물건을 통해 얘기된다. 너무 많은 내용들이 되기에 읽어나가면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갈무리하면 좋을 듯하다. 내게도 모두가 잘 인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은 리뷰에도 제외시켰다.
일일 독서 일기를 쓰면서 물건을 하나씩 음미하다 보니 많은 분량을 읽었다. 모두 여성들의 살아온 역사적인 모형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가치가 있다. 특히 여성들이 읽으면 더욱 마음이 함께하지 않겠나 생각이 된다. <여성잡지> <실리콘가슴> <와르카 마스크> <포장마차> <자전거> <러브레터> <타자기> <간호자격증> <몬테소리 지폐> <안네프랑크의 일기> <부디카 동상> <잔 다르크의 반지> <강제 급식 도구> <이레나 센들로바의 병> <앨리슨 래퍼의 동상> 등 많은 물건 등이 여성들의 삶을 얘기하기 위해 재료로 등장한다. 이들을 통해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명료하게 제시된다.
책은 여성들 삶의 자취로 의미가 있다. 옆에 두고 읽으면 지난 시간들에 대한 지식을 좀더 가까이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성들의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 되겠다. 나의 입장에서는 몰랐던 많은 부분에서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감사한 읽기가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