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산행을 함께 다녀온 엄주영. 막걸리 집 여자 화장실 세 번째 칸은 들어갔다가 평행세계로 떨어진 된 엄주영.
평행세계의 또 다른 엄주영을 만났다. 남자다. 근데 남자 엄주영은 참. 답이 없다. 그를 개과천선 시키기 위한 여자 엄주영의 다짐. 어쩌다 오게된 평행세계. 이 곳에서 가감없이 보여주는 수 많은 문제들. 가정폭력, 여성차별, 학교폭력, 감금, 폭행, 데이트 폭행, 가스라이팅, 스토킹 등 이야기 속에 담겨있다.
유년 시절에 가정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여자 엄주영과 남자 엄주영. 평행세계의 남자 엄주영은 그 모습 그대로 흡수해 버린다. 아주 똑같이. 책 속 현실세계의 여자 엄주영은 그 모습들에 질려버려서 절대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인물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지만 가족에게 탈출하고 싶어 하는 남자 엄주영과 그의 연인 심연재.. 초혼도 아닌 남자 엄주영은 거짓말까지 하고.. 인쓰 친구 이창민때문에. (인쓰 이창민이가 등장하는 페이지의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욱하게 되더라는.. ㅋ ) 똑같이 나쁜 짓을 일삼는 남자 엄주영때문에. 불행해질 심연재.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그 세계의 여자들을 구하기 위해 뭉친 여자 엄주영라인. (은빈, 박병옥, 다정...?! ㅎ)
평행세계에서도 만난 친구 최은빈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은빈의 집에 머물며 함께 연결된 일들을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데.....
화장실 세 번째 칸으로 이어지는 평행세계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의 설정값. 두 세계에서 환경이나 배경은 같지만 거기에 머무는 성별이 여자 대 남자라서, 그에 부딪히는 요소들이 흥미로웠다. 만약 여자 대 여자, 혹은 남자 대 남자였다면 자칫 재미없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격하게 공감되는 문장도 있었고, 눈물이 맺히는 문장도 있었고, 긴장감도 있었고, 성이 나기도 했고... 생동감있고 재밌게 읽은 『너와 막거리를 마신다면』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ㅋ)
◆ 책 속의 문장 pick
p.11_ "다른 집 딸이 그렇게 사는 건 멋있어. 근데 내 딸은 결혼 했으면 좋겠어."
p.77_ 왜 잊고 싶은 일들은 아주 깊이 아로새겨져 있고, 기억해야만 하는 일들은 쉽게 휘발되어 사라질까.
p.226_ "주영아. 그래, 사람이란 게 다 치 떨리게 이기적이야. 나는 착하다고 소문난 사람들, 아무도 안 믿어. 사람들이 자기 신념이란 거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거, 하나도 신뢰 안해. 결국엔 다들 지저분한 면을 가지고 있거든, 남한텐 절대 안 드러내는……."
사람이란 너무나 나약한 존재다. 자기 살기 위해 계속해서 물기 어린 땅으로 어떻게든 뻗어나가는 나무뿌리만큼도 못하지 않을까. 자꾸만 자갈밭을 향해 간다. 자꾸만, 가서는 안 될 곳으로, 결국엔 시들시들 자길 말라 죽일 곳으로 간다. 한번 옮긴 발걸음을 다시 돌리기는 너무나 어렵다. 그러려면 지금껏 버둥대며 어떻게든 지나온 그 과거의 자신을 모두 부정해야 하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사람들은 그걸 가장 힘들어 하고 그래서 자꾸만…. (p.246~247)
"작은 용기가 모여서 큰일을 만드는 거지." 박명옥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작은 용기라고 할 수 없어요. 이런 말을 하는 데도 몇 번을 망설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미 세상을 너무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어떻게 용기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겠어요. 그건 사람들마다 천차만별인데. 용기는 셀 수도 없고, 크기를 가늠할 수도 없고, 무게를 잴 수도 없어요. 각자 다른 저울을 쓰니까. 그러니까 그냥, 똑같은 용기를 낸 거죠. 그 모든 사람들이." (p.251~252)
너무 재밌게 읽었어.. 평행세계에서의 은빈이랑 여자 주영이... 원래 세계의 주영은 은빈과 손절했는데.. 평행세계에서의 그 둘은 친구라는 단어를 사이에 두고 참 예뻤네... .. 참말로 예뻤네.... 아참. 은빈이와 주영의 피터지는 티케팅 장면. 아. 너무 잘 알지. 나까지 긴장했다지! ㅋ 현실감있었어. 와우.. ㅎ
그나저나 자꾸 눈가에 멤도는.. 머릿속에 멤도는(도대체 몇 번을..ㅋ) 여자 엄주영의 한마디 .... "내 전완근 만져볼래?"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의 색감이 다소 분주해서 제목도 그림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다 보여.... 와아? ㅋㅋ 대충 뭐가 뭔지 다 알겠는 그림... 내가 읽은 건 가제본인데... 정식 출간본도 가제본 표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D
등장인물들에게 현실 속 문제들을 던져주고 풀어가는 모습이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재밌었다. 재미도 재미지만.. 이야기 속 담긴 사회적인 메세지들은 마주하자니 답답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 문제들에 대한 답답함) 실제 현실에서도 만연한 일들이 아닌가 싶어서. 이렇게 또 소설로 마주했고 영상으로 만난다면 보면서 또 무언의 에어주먹날리기를 하고 있겠지. 저 나쁜 !#$%&&* 이러면서.. ㅋㅋㅋ 무튼...!! 더이상의 스포는 안하고 싶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다. :D 완전 추천!!
『세 모양의 마음』 도 재밌게 읽었는데..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네...?! :D (『세 모양의 마음』은 구입한 후 읽었지만 부지런하지 못하여 리뷰가 없... 곧 작성해야겠돠..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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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가제본)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