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유튜브와 SNS 등에서
한국의 현대사에 대한 가열찬 논쟁들을 즐겨 읽는 중이다.
그러다가 진심 ‘킹 받는’ 일들이 좀 있었는데 ^^;
내가 먼저 지식이 단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도서는 어떻게 골라야 할지 막연했는데
검색해 보고 이 책을 찾아 읽었다.
김재원 저자의 <울게되는 한국사>. 근현대편 이다.
강화도 조약에서 시작하여,
일제의 침탈에 이은 암흑의 강점기.
해방 공간, 비극적인 동족상잔의 전쟁.
4.19 혁명과 5.16 쿠데타.
박정희의 독재정권,
‘서울의 봄’과 신군부의 등장. 광주 민주 항쟁.
1987년의 6월 항쟁에 이어서 마지막은 IMF 구제 금융을 다룬다.
“위기의 역사에서 희망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야말로 20세기의 한국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근현대사’ 편이라는 주제가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어느 샌가, ‘진영 논리’가 내게도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었음을 알았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하게, 사실만을 나열하는 책은 읽고 싶지 않았다.
내가 반대하는 생각이 있을지라도,
책을 쓴 저자의 관점이 살아있는 책을 읽고 싶었고
그런 면에서 이 책 선택은 옳았다.
일제 강점기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많이 알긴 했지만,
차근 차근, 학구적인 용어들로 읽으니 싹 정리가 되었다.
장준하, 라는 분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는데
그 분 이야기가 두 페이지에 걸쳐 있어서 무지 반가웠다.
한국 전쟁 후에 분단 이후부터는
막상 모르는 게 많았음을 알았다.
정확히는, 알기는 아는데 두루뭉술하게 알았달까.
숨가쁘게 지나온 지난 현대사.
어쩌면 ‘잊고 사는데’ 급급 했었다는 걸 느꼈다.
부끄러운 일은 수치스러워서 잊어 버리고,
좋은 일, 잘한 일은 또 왠지 겸연쩍어서 잊고 살았더라.
정확히는,
좋은 일들이 있었어도, 그것을 과거로 되돌리는
역사가 자꾸만 되풀이 되었음 을 알았다.
안타까운 일도, 누군가가 희생하고 피를 흘려 얻어낸 일도,
그 결과물을 오롯이 기억하는 게,
역사를 배우는 1차적인 목표임을 배웠다.
정말로,
기억하지 않으면 잊게 되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우리들’이었으니 말이다.
책 중에서
지금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진 시점이 이때다.
즉, 눈물 나는 역사 속에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 동지애의 결과로 ‘우리’라는 공동체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네 역사는 고단했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졌다.
희망의 순간에 고난의 시간을 대비해야 하는 것처럼, 위기의 순간에 다시 과거를 돌아보며
희망의 단서를 찾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 어떠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우리의 삶과 선택이 모여 다시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테니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서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내 학창시절에 국사 배울 때는 현대사는 거의 안 배웠던 것 같다. 아무래도 현대사의 경우에는 역사보다는 과거에 가까운 측면이 크다 보니, 사람들따라 시각차가 큰 상태에서 정규교육의 내용으로 담기에 많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괜찮았다. 개항기부터 해방까지가 절반 정도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그 이후인 소위 현대사에 할애되어 있어서 역사인지 과거인지 모호한 시기에 대해서도 잘 정리된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2. 근대 부분
생략되고 미화되는 교과서 역사와는 달리, 개항기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 이 책은 상당히 냉정히 쓰여진 것 같다. 을미사변, 아관파천, 헤이그 특사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정치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기술되어 있어 괜찮았고, 전반적으로 고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면서도 아관파천에서의 현실적인 불가피함도 서술되어 있는 등 중립성도 지키고 있는 책이다.
간토대학살을 기술하면서 배화폭동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는데, 이는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한국인에 의한 중국민족에 대한 테러학살. 복수라는 변명은 구차할 것 같은, 을의 을에 대한 폭력. 을 눈에는 병이었을 테니. 을의 병에 대한 폭력이라고 해야되나. 이런 우리가 매우 잘못한 역사도 포함되어 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이 될 듯하다.
3 현대 부분
해방 이후에 빚어진 많은 정치적대립, 여순사건, 4 19 . 박정희 쿠테타. 광주항쟁. 6.10 항쟁등이 순차적으로 다뤄졌고, 여기서 더 나아가 강남개발과정에 대한 내용도 여러 페이지가 할애되어 있었다. 또한 한일청구권 협정 관련한 이야기도 비교적 상세히 있어서, 정치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도 잘 포함된 책이라는 점이 괜찮았다.
4 총평.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내가 몰랐던 내용들이 많았다. 내게 매우 유익한 책이었다. 책의 마지막이 imf 때로 끝나는데, 지금으로부터 대략 이십년전까지가 정리된 역사라는게 묘하기도 했다. 내가 그때 팔팔하게 살았는데, 지금도 기억에 있고. 그런데도 그 시절이. 생생한 나의 과거가 역사가 되어 가다니......
<머리에 새기고 마음에 남기는 '울게되는 한국사'>.
책 제목이 거창하다. 머리에 새기고 마음에 남기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울게되는'은 좀 어색하다. 머리와 마음에 새기고 남겼으면 됐지, 울 것까지야. 울고 싶은, 울어버린, 울게 확실한 한국사가 아닌 피동 형태의 '울게되는'이란 어법 자체도 어색하다. 띄어쓰기도 '울게 되는'이 맞다. 이 책에서 꼬집고 싶은 부분은 이처럼 제목이다.
책장을 펼치면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스토리텔링 역사서이다. 역사는 이야기로 배워야 한다는 진리를 증명하는 것만 같다. 교과서와 시험교재의 단순 암기만으론 역사를 이해하지도 써먹지도 못한다. 시험 성적 100점을 맞아도 우리 역사 한 장면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울게되는 한국사>는 '울게되는'만 빼곤 완벽한 책이다. 역사는 이야기로 배운다는 점, 명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