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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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티처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리뷰 총점 9.2 (7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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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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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한국어학당 시간강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사회를 들여다본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20.08.12 리뷰제목
이 소설 [코리안 티처]는 제25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으로 장편소설이다. 내가 모든 문학상 수상집을 다 찾아서 읽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문학상 수상집들이 대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볼 때 조금은 이례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장편소설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단편보다는 장편이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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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코리안 티처]는 제25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으로 장편소설이다. 내가 모든 문학상 수상집을 다 찾아서 읽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문학상 수상집들이 대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볼 때 조금은 이례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장편소설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단편보다는 장편이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소설은 한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는 네 명의 여성 시간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H대학 한국어학당의 한 학기는 10주이다. 하루 4시간, 주5일 수업이 이루어진다. 1년에 4학기로 구성되어 있고 학기와 학기 사이 2주에서 4주정도의 방학이 있다. 총5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매 학기마다 한명의 강사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1부인 봄 학기의 주인공은 선이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선이는 방향을 틀어 한국어 강사시험에 합격하고 여러 한국어학당에 응시하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그러다 H대학 어학당에서 신규강사를 뽑는데 겨우 합격하여 베트남 특별반을 맡았다. 어느 날 강사실 옆자리의 미주가 인스타에 들어가 반 학생들의 인스타를 살펴보라고 한다. 그곳에서 선이는 꽌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사진이 올라와 있고 #KoreanHotGirl 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려있음을 발견하고 놀라 책임강사인 한희를 찾아간다. 한희는 학교에서 조처할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한다. 얼마 후 같은 반 메이트인 강이슬이 자신의 사진이 올라왔다며 경찰서에 같이 가잔다. 사진이 올라온 다른 강사들과 함께 4명이 경찰서로 향했고, 경찰과 말을 이어가던 선이는 신고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다른 세 명의 강사는 신고를 했다. 열흘 후 학교는 강사들의 사진을 올린 학생들 모두를 제적 처리시켰다. 꽌의 아내인 프엉이 선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꽌에게 비자가 필요하다고 사정을 한다. 어학당에서는 다른 강사들도, 학생들도 모두 선이가 신고하여 그렇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다음 주 베트남 특별반 강사들의 단체 대화방에 ‘연락두절’이라는 설명을 단 결석자 명단이 줄줄이 올라온다. 47명이 집단결석을 했다.

 

2부 여름학기는 미주의 이야기이다. 방학동안 캄보디아 여행을 갔던 미주는 OT전날 들어왔다. 이번학기엔 여러 번 해본 2급 반이었기에  별로 긴장은 되지 않는다. 첫날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에 오니 책상위에 학생들의 강의평가지가 있다. 미주의 강의평가는 항상 최하위권 이었다.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미주를 따라왔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미주를 싫어했다. 잘릴 때 잘리더라도 아이들 비위를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하고, 할 말은 기어이 하고 마는 미주를 두고 사람들은 조금은 유별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그녀 자신도 알고 있다. 그러나 석사학자금 대출금, 월세, 공과금을 생각하면 더 붙어 있어야 했다. 벨라루스 국적의 니카는 한국어에 익숙했음에도 4학기 째 2급을 배우고 있었다. 니카와 얘기해본 미주는 니카가 완벽한 1급이지만 2급 문법과 어휘로는 0점이었다. 그래서 유급한 것 같아 미주는 그를 3급으로 보내야겠다는 열의를 가지고 니카에게 그대로 얘기해준다. 하지만 니카는 중간고사 시험지를 백지로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일주일 후 학교에 나온 니카는 미주에게 적대적으로 대한다. 기말시험 전날 니카는 미주에게 반항을 하고 미주는 키도 크고 우락부락한 니카에게 두려움이 들면서도 강경하게 대한다. 강의평가가 있던 날 마린이 니카의 문자를 가지고 미주에게 온다. 그리고 니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고 말한다. 미주는 지금까지 왜 자신이 니카를 남자라고 생각했는지 혼란이 온다. 마린이 내민 화면에는 ‘그녀는 당신을 고소할 것이다’라고 씌어 있다.

 

3부 가을학기의 화자는 가은이다. H어학당에서 단 두 명뿐인 지방대출신이지만, 학생들의 강의평가에서는 늘 1등을 하고 학생들의 공개고백을 받을 정도로 예쁘고 인기가 높다. 첫날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에 오자 이번에도 가은이 강의평가에서 1등을 했고, 미주는 하위 10프로, 8점대로 티칭프로그램을 받아야 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한국어학당 전체 워크숍이 열리던 날 인센티브 수여식이 있었고 가은이 1등을 했다. 가은이 밥을 사겠다고 해도 모두들 축하를 해주면서도 선약이 있다고 피한다. 어느 날 1급 책임강사이자 학교 선배인 이도현이 얘기 끝에 원장이 책임강사를 시킬려고 하는데 할 마음이 있는지, 그리고 강사가 학생이랑 연애한다는데 너는 아니지 하고 묻는다. 일본인 학생 유토와 만나고 있었던 가은은 그날 이후 유토를 피하기 시작한다. 기말시험을 앞두고 가은은 ‘너의 동영상을 보았다’는 문자를 받는다. 가은은 경찰서 앞에서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는데 참고인으로 연락이 갈수도 있다’고 문자를 보낸 사람에게 답을 보낸다. 그러자 동료강사인 민혜선의 번호로 동영상 같은 것은 없다고 문자가 오고, 전화가 왔지만 가은은 받지 않는다.

 

4부 겨울학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한희다. 한희는 임신으로 이번학기를 쉬고 있는 중이다. 2년전 H대 어학당에 책임강사로 들어왔고, 타대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무기계약직이 되기 위해 열심이다. 한희는 영국인 제이콥과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학교에는 영국에서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이콥이 영어유치원에서 해고되고 한희는 다음 학기 재계약이 될지 불투명하다. 학교에 들렀다가 행정실에서 일하는 대학동기를 만나 베트남 애들 200여명이 결석해서 비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어느 날 단톡방에 TF회의라는 공지가 떴고 한희는 자신도 당연히 포함되는 줄 알고 학교에 가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왜왔는지 놀란다. 어학당은 베트남 아이들 이탈로 인한 법무부 제재를 피하기 위하여 겨울 단기 캠프, 봄 단기 캠프를 운영하여 어학생 전체 모수를 늘리겠다며, 누군가 책임강사를 맡아달라고 한다. 한희가 자원을 했다. 그러던 중 어학당 이과장이 가은이 갑자기 관두었다며 한희에게 맡아줄 수 있는지를 물었고 한희는 수락을 한다. 그날 병원에 간 한희는 자궁 문이 열려있다며 입원을 해야 한다는 소리에 다시 이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못하겠다고 말하자, 이과장은 다음 학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아이는 조산에 저체중이었다. 퇴원하는 날, 제이콥은 영국으로 가자고 말하지만 한희는 소송을 해서라도 복직할 거라 말하며 거절한다.

 

H대는 법무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 유명대 학생들을 모든 경비를 제공해가며 10일짜리 단기캠프에 유치했다. 선이도 연락을 받고서 10일짜리 강사로 참여했다. 현장학습이 일찍 끝나던 날, 중국학생들은 한강에 가기를 원했고 한강에서 학생들은 눈썰매를 타고, 치맥을 먹으며 즐거워한다. 해가지고 어두워지자 선이는 폭죽을 사다가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그날 밤, 선이는 전화소리에 잠을 깼다. 기숙사 방에서 학생들이 폭죽놀이를 하다 불이 나 기숙사가 전소되었고, 죽은 학생도 있다고..

 

소설은 한국어학당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고학력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지만, 수많은 비정규직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일하는 여성들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충분한 여건과 체계적인 프로그램 없이 외국유학생들을 무작위로 끌어들여 결국은 한류를 장사로 이용하는 대학의 문제를 고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이 땅의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임을 작가는 선이, 미주, 가은, 한희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어학당 채용 합격문자를 받고서 이제는 학생신분이 아니라 강사의 신분이란 걸 알리고 싶어 80만원짜리 핸드메이드 코트를 선뜻 사 입고 어떻게든 오래 다니겠다고 마음먹는 선이. 한때 전임이 되리란 희망을 품었으나 시간강사법이 제정되면서 시수가 줄어들고 그때부터 P대 어학당의 강사를 병행했지만 꼬박꼬박 따지다 P대에서 재계약대상에 오르지 못한 미주.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좋은 것도, 인센티브 1등을 한 것도 모두가 운이라고 생각하지만, 타인의 불행도 운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가은. 그리고 박사학위까지 따면서 무기 계약직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일하는 한희. 그녀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모든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지금, 소설은 시의성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알지 못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기에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된다. 어쩌면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는다는 것은 알지 못했던 작가를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올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서수진이라는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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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코리안 티처』한국어를 다시 바라보았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0.10.26 리뷰제목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모국어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법을 배우지는 않았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이유를 나타내는 말은 또 왜이렇게 많은지. 내가 만약 한국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배운다면 1급에서 그치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르치는 사람 또한 막막한데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얼마나 아득할까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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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모국어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법을 배우지는 않았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이유를 나타내는 말은 또 왜이렇게 많은지. 내가 만약 한국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배운다면 1급에서 그치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르치는 사람 또한 막막한데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얼마나 아득할까 싶었던 것이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대학의 한국어학당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네 명의 시간 강사들의 눈으로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직업이 주는 의미와 어렵게 구한 직업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네 명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그 민낯을 보게 했다. 




한국어학당을 이끄는 원장은 이제는 베트남이라며 비자가 되는대로 200명의 학생을 데려와 유치했다. 베트남 특별반을 만들어 한국어 강사를 모집했는데 김선이는 신규 강사로 채용되었다. 계절학기로 운영되는데 '봄학기'를 맡았고 열심히 하면 다음 학기에 재계약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있다. 강사로 보일 수 있게 비싼 코트를 샀고, 블라우스에 치마를 입는 스타일을 고집했다. 미주로부터 베트남반 학생들이 자신의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살펴보았다. 학생이 올린 사진에는 수업하는 자신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고 여러 개의 태그 중 #KoreanHotGirl 이라는 해시태그가 있었다. 해시태그를 따라가보니 옷을 벗고 있는 여자 사진들이 나왔다. 당황한 선이는 책임 강사에게 다가가 이 사건을 해결해 줄것을 요청한다. 


이 장면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행하여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되는 일은 허다한 것처럼 말이다. 칠판에 팔을 들어 올려 판서할 때 살이 보이는지도 살펴야 하고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말해준 사람이 8년차 시간강사 미주다. 미주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며 불의를 참지 못한다. 미주에 대한 시선이 담겨있는 '여름 학기'를 읽을 때 나는 특별한 복장 규정이 없으면 미주처럼 입고 다니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재계약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하는 미온적인 행동을 했음에도 잘리고 마는 선이를 보고 많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7급 공무원 준비를 3년이나 했음에도 떨어지고 한국어 강사 국가고시를 보고 어렵게 취직했던 거다. 자신의 신념 때문에 혹은 불의를 참지 못해 따지고 드는 미주 또한 선이와 다르지 않다. 방학때마다 외국으로 여행다녀와 돈이 없는 그에게 비록 시간 강사여도 이 직업이 필요한 것은 같은 입장이다. 




'가을 학기'의 2년차 시간 강사인 가은은 그들의 걱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인물이다. 학생들로부터 받는 강평도 최고점에 항상 1위를 차지한다.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자주 입고, 학생들에게 파티도 열어주는 다정다감한 성격이다. 자기는 운이 좋아서 그 자리에까지 있다는 말을 주저하지 않는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다소 생각이 없는 인물로 비춰졌다. 그녀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는데, 학생인 유토와 사귄다는 소문이 돌고, 누군가로부터 남자친구와의 동영상이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 다. 문제는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동료라는 거다. 마치 처절한 싸움을 보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가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하는 시기심인지 강한 질투의 감정인지 혹은 나름의 염려였던 것인지 헷갈렸다. 


마지막 인물은 외부에서 온 신규 책임 강사 한희다. 이번 '겨울 학기'만 끝나고 계약 연장을 하면 무기계약직이 된다. 하지만 아마 재계약 해주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으나 강평이 낮게 나왔다. 그러던 차에 임신으로 강의 중 쓰러진 경우가 있어 휴직계를 낸다. '한국어에는 미래 시제가 없다'라는 논문을 준비하는 한희는 책임 강사 단체톡방에서 나가지 않으며 학교 일에 귀기울인다. 베트남 학생들이 대거 불법 체류 노동자가 되려고 나타나지 않자 중국인 학생들을 데려오는데 누군가 일할 사람이 필요하자 자기가 나서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영국인 남자 친구가 학원에서 월급이 체납되자 노동청에 가서 따지기도 한다. 




네 명의 인물을 통해 나타나는 진실은 아프다. 3개월 단기 계약으로 강의를 하고 재계약이라는 보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까라면 까'라는 정신으로 버틴다. 동종의 업계에서 누구보다도 서로 이해할 것 같은데도 그것 때문에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깔고 넘어서는 것도 우습다. 이러한 관계들이 너무도 적나라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더불어 부풀어진 한류와 그 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았다. 


책에서도 나타났지만 한국인들이 잘못된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였다. 외국인 학생이 만약 인터넷에 검색해보았을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서 그 표현이 잘못되었다는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 표현이 원래 맞다고 해야할 게 아닌가. 예를 들면 '저는 작년에 중국을 갔습니다'에서 맞는 표현은 '저는 작년에 중국에 갔습니다'가 맞는 표현이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문법이 틀린 표현을 가르칠 수는 없다. 이 외에도 많은 틀린 표현들을 말하고 있어 우리가 무심코 사용했던 표현들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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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4 댓글 2
종이책 구매 코리안 티처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l*****6 | 2020.10.31 리뷰제목
『코리안 티처』는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여성 작가가 쓴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작가 서수진이 단편으로 계획했다가 장편으로 펴낸 작품이다. H대학교 어학원을 배경으로 강사인 선이, 미주, 가은, 한희 이렇게 4명의 여성이 등장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와 타협하거나 맞서며 때로는 서로를 적대시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비정규직 고학력 여성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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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티처는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여성 작가가 쓴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작가 서수진이 단편으로 계획했다가 장편으로 펴낸 작품이다. H대학교 어학원을 배경으로 강사인 선이, 미주, 가은, 한희 이렇게 4명의 여성이 등장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와 타협하거나 맞서며 때로는 서로를 적대시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비정규직 고학력 여성들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각자의 방식들 속에 결코 타인의 삶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고 각자의 앞만 봐라봐야하며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선이는 석사를 마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3번째 시험에서 복통으로 시험을 망치고 다른 직장들을 알아보지만 우수한 필기성적에도 결국 면접에서 떨어진다. 결국 H대학교 베트남 특별반이 급작스럽게 만들어지고 22명의 강사 중 한 명으로 채용된다. 초등학교에서 친구들보다 평수가 작은 아파트 단지에 살기에 ‘2단지, 중학교때는 써니텐으로 불리며 같이 어울려다닌 친구들 모두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키 순서로 번호를 정하는 고등학교에서는 ‘1으로 불리며 존재감 없는 학생으로 지낸다. 베트남 학생들이 동의 없이 자신들의 인스타에 강사들이 사진을 올리며 적절치 못한 해시태그를 달려지자 강사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선이는 재계약을 걱정하며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다른 이들처럼 신고를 하지 않지만 결국 일은 커져서 관련 학생들은 제적을 당하고 베트남반 학생들의 집단 일탈이 일어난다.

고개를 떨구는 습관이 생긴 건 그때부터였다. 키가 작아서 맨 앞에 앉았던 선이는 선생님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였고, 뒤쪽에 앉는 키 큰 애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수업 시간에 선이는 글씨가 매직아이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도록 책에 눈을 고정했다.(p.32)

그녀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누군가에게 선이라는 이름으로 불려보지 못하고 항상 외모나 환경으로 평가를 받아오고 한 개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그녀의 아픔과 소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별명으로 불리던 경우가 많았다. 별명도 양면을 날을 가졌는데 좋은 의미의 애칭일 수 있지만 선이의 경우 별명은 소외와 무시를 내포한 의미였다. 이런 선이는 편한 복장보다 정장을 입음으로써 스스로 강사임을 인정하려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미주는 강사 7년차로 2급반을 맡아 어학원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들에 대해 항상 건의하고 따지고 들어 다른 강사들마저 그런 그녀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낀다. 어릴적부터 유별스럽게 깐깐했고 자신이 옳다 생각하는 일에는 친한 친구에게도 서슴없이 충고를 하며 외톨일지언정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한다. 대학교시절 동아리 선배의 성추행에 주변의 만류에서 끝까지 사과를 받아내고야 마는 성격이다. 강사로서도 다정다감한 선생님이기보다는 학습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니카라는 어학원 여학생을 남성으로 오해하며 그녀에게 잘잘못을 지적하며 더 단호하게 반응하는데 결국 니카는 그런 미주를 고소하겠다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 반의 엑스재팬 골수팬이 3반 왕따로 불리는 것처럼 미주도 공식적인 2반 왕따가 되었는데, 그러한 사실이 부끄럽거나 화나지 않았다. 자신이 여전히 괜찮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쉬는 시간마다 자신에 대해 떠드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지리멸렬한 친구들과 비교할 수도 없이 고결한 책 속 인물들에게 빠져들었다. (p.86)

자신의 기준에서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며 그게 자신이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주.여성이기에 그리고 비정규직이기에 항상 약자라 생각을 했기에 더 악착같이 자신의 곧음을 내세운 건 아닌가? 빈틈을 보여서는 이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름 자신을 지키기위해 했던 행동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니카를 드러났을 때 과연 미주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무엇이던지 너무 곧으면 부러지기 쉬운 것처럼 미주를 보며 좀 유연한 자세를 가지는 것 또한 필요함을 느꼈다.

 

가은은 어학당의 2년차 강사로 1급 일반반 수업을 맡고 있다. 예쁜 외모에 상냥한 태도로 인기도 많아 항상 학생들에게 강의 평가를 좋게 받아서 다른 강사들의 질투와 부러움을 받고 있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들이 다 운이 좋았다 생각하며 학생들 하나하나를 다 감싸주고 싶어한다. 사실 그녀는 남들이 보기에 고생없이 자란 것 같은 이미지로 보여지지만 어릴적 도박에 빠진 아버지로 인해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며 힘든 시기를 겪었고 아버지가 죽고나서야 보험금으로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어학원 학생과 사귀게 되고 누군가가 보내온 동영상이 있다는 협박 메시지를 받고 충격을 받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며 강사를 그만두게 된다.

가은은 이유 문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배우기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가은이 이유를 그다지 묻지 않으며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주 오랫동안 가은은 자신이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것은 가은에게 사람들이 이유 없이 베푸는 호의와 같았다. 어느 날 주어진 것,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 (p.173)

가은은 아버지에 대한 실망으로 무언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이 힘들어진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아버지가 도박으로 가족을 돌보지 않았던 이유를 누가 설명해 줄 수도 없고, 본인도 찾을 수 없는 답인 것을 안 순간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자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일어나는 것이며 좋은 일은 항상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아서 일어난 일이라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학생과 사귀고 있는 것을 다른 이들이 아는 것도, 부적절한 동영상이 존재한다고 협박 문자를 보내 사람이 친한 강사였다는 사실에도 맞서는 대처보다는 그 상황에서 맞서지 못하고 회피하는 방법을 선택한 가은에게 다시 운이라는 것이 툭 하고 떨어질 날이 앞으로 있을까 

 

책임 강사로 2년 일을 했고 재계약을 하게 되면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조산 위험으로 겨울학기엔 학교를 쉬어야 할 상황에 놓인 한희.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고 늦은 퇴근과 과도한 업무에도 불평하지 않으며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맡은바 이상의 일을 해낸다. 베트남 학생들이 300명의 무단결석으로 어학원은 혼돈에 빠지며 학교는 징계를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중국에서 학생들을 대거 투입해서 10일 단기 특강반을 진행하기로 하자 이것을 기회로 삼아 다음 계약을 생각하며 이럴 때 능력을 보여주려고 다들 꺼려하는 일을 맡겠다고 자원한다. 남자친구 제이콥과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동거상태이나 제이콥만을 믿고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희는 정말 시간이 없었고, 정말 힘이 들었다. E대에서는 수업을 하면서 박사과정을 들었다. 수업을 한 후 버스에서 김밥을 먹으면서 수업을 들으러 갔다. 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냐고 물었던 사람들은 한희가 박사과정을 시작하자 박사까지 해서 뭘하려는 거냐고 물었다. 그때도 한희는 자아실현 같은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댔지만,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박사학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H대 어학당만 봐도 50대 학국어 강사는 없었다. 박사학위와 책임 강사 경력으로 교수가 되어야 했다. 그게 아니면 아웃이었다. (p.207)

한희는 안정된 자리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책임 강사를 맡으면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했고 누가 시키지 않는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하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자 했다. 그러다 임신을 하게 되며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는 제이콥을 믿을 수도 없다. 결국 자신의 자리도 지키고 제이콥의 임금체불을 해결하려다 조산을 하게 된다. 제이콥이 같이 영국으로 가자고 하지만 ㅁ숙아로 태어난 아기의 건강도 불명확하고 거기에서도 별달리 해결책이 없음을 알고 본인은 영국으로 가는 것을 거절한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며 고학력 여성들의 비정규직 이야기라는 점이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회문제는 교육이라는 허울아래 한류의 기류에 편승해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채우는 집단과 노동자의 입장보다는 사측의 입장에서 노동쟁의를 해결하려는 국가기관의 문제점, 불법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사람들까지 보여주기에 단순히 사회에서 여성이 갖게 되는 문제점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매스컴에 연일 화두가 되고 고학력 졸업자의 미취업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가 20~30대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어보지 못했던 취업난이기에 사실 이런 문제들이 피부에 와닿지 못했고 막연한 걱정이었다면 이 책을 통해 청년들이 얼마나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지 더 깊이 알게 된 것 같다. 미주의 생각처럼 자신들은 갑을병정도 아닌 이라는 현실이 너무 불합리하게 다가왔다.


선이는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 결국 강사 재계약이 불발되고, 미주는 뭐든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부딪히고 보는 성격에 결국 다른 이에게 자신의 화를 쏟아내다 큰 상처를 주게 된다. 가은은 남들 보기에 세상 걱정 없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았던 결과 문제가 닥치자 현실도피를 해버린다. 한희는 무조건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서 인정받고자 했으나 결과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향해가고 결국 임신과 출산이 자신의 꿈과 계획에 큰 변수가 되어버린다. 여성만의 특권이라고 할 수도 있는 임신과 출산이 어느 순간 여성의 자아실현에 큰 방해물이 되어버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 또한 양육이라는 현실에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기에 한희의 모습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살아남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것,

버텨내는 것, 끝내 살아남는 것.

 

작가가 쓰고자 했던 살아남기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해주었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남고자 했을까. 나는 과연 어떤 인물에 더 가까운지 생각해보니 네 명의 모습들이 다 내게도 있음을 알게 되었고 누구 하나도 외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결말이 해피앤딩은 아니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것 같아 만족을 해보려 한다. 하지만 불행은 계속해서 불행한 사람들만 쫓아다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맘이 편치 않았다. 이 사회가 이 네 명의 주인공들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좀 힘이 되어주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내가 어느순간 그녀들이 되어 현실감을 깨우치며 현시대의 문제점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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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일도 사랑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네 명의 여자들 이야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2 | 2020.10.21 리뷰제목
오랜만에 집중해서 읽었던 소설이었다. 한동안 소설을 읽으면 등장인물과 이야기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를 <코리안 티처>를 읽고나서 알 수 있었다. 여태껏 읽었던 소설은 대부분 주인공이 남자였고, 작가도 남자였다. 이런 소설에서 여성은 남자 주인공의 조력자나 연인 같은 주변부 인물로 잠시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실제 내 삶에서 나는 주인공이며, 삶이 끝날 때까지 등
리뷰제목

오랜만에 집중해서 읽었던 소설이었다. 한동안 소설을 읽으면 등장인물과 이야기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를 코리안 티처를 읽고나서 알 수 있었다. 여태껏 읽었던 소설은 대부분 주인공이 남자였고, 작가도 남자였다. 이런 소설에서 여성은 남자 주인공의 조력자나 연인 같은 주변부 인물로 잠시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실제 내 삶에서 나는 주인공이며, 삶이 끝날 때까지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 뿐인가. 남자의 시선으로 써내려간 이야기 속 여자들은 무엇보다도 사랑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들을 울고 웃게 만들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인 듯하다. 이런 여성들 역시 실제 나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현실 세계 속 나는 사랑에 목숨걸지도 않으며, 삶에 여유가 없어서 사랑을 자주 포기한다. 아예 내 삶 속에 사랑이 없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반면에 이 책, <코리안 티처>은 여성의 시선으로 쓴 여자 이야기이다. 앞서 언급했던 남성 소설의 한계가 완벽하게 제거된 '진짜' 여자들의 이야기라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코리안 티처>의 주인공은 H대 한국어 어학당에서 일하는 네 명의 여자들이다. 그들은 주인공이라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지 않고,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한다. 이 소설에서는 여자 캐릭터를 대신해 남자 인물들이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이 소설에서 남자들은 달랑 세 명만 등장한다. 기껏 등장한 남자들은 여자의 남자친구 또는 남편으로 잠시 존재할 뿐이다. 작가는 이야기에서 철저하게 남성을 배제시킨 채, ‘이 중에 너 같은 여자가 한 명은 있겠지하는 심보로 주인공들 이외에도 각양각색의 성격을 지닌 다양한 여성들을 등장시킨다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안절부절 하는 여자, 불의와 부당함을 참지 못하는 여자, 낭만적인 사랑에 빠진 여자, 모두에게 인기가 좋은 여자, 인기 많은 여자 옆에 찰싹 붙어 친한 친구 행세를 하는 여자, 남의 눈치를 엄청 보는 여자, 자기 일에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여자,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뭐든 하는 여자, 잘 꾸미는 여자, 외모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여자...


그리고 그 수많은 여자들 중에 나도 있었고, 너도 있었으며, 우리도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여자들 가운데 주인공 선이는 정말 나 같았고, 미주는 대학교 2학년 때 만났던 교양 과목 강사님 같았으며, 가은은 내 절친한 친구를, 그리고 한희는 우리 이모를 닮았다.





코리안 티처는 나의 이야기이자 친구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내 주변의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이건 완벽한 우리의 이야기다.


또한 <코리안 티처>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사랑에 목숨걸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사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먹고 살기도 팍팍한 현실에 사랑은 자주 포기되거나 포기하고 싶은 것이 된다. 간신히 첫 직장을 구한 주인공 선에게는 사랑에 신경 쓸 여유가 없고, 가은은 남자친구만 있지만 직장을 잃을까봐 사랑에 빠진 것을 후회한다. 한희는 자신과 살기 위해 영국을 떠나 무턱대고 온 남자친구가 낭만적이기 보다는 부담스러울 뿐이다. 


네 명의 주인공들에게 현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다. <코리안 티처>는 H대 어학당에서 일하는 네 명의 강사들이 자신들의 일을 지켜내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중 한 명만 지방대학교 출신이고, 남은 주인공들은 모두 수도권의 명문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다. 대학 졸업 후에는 석사 학위를 땄고, 일을 하면서 박사과정 까지 이수하고 있는 중인 여성들이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스펙을 가진 여성들인데도 그들의 일은 고달프고, 불안정할 따름이다. 


네 명의 주인공, , 미주, 가은, 한희는 H대 어학당에서 일하는 계약직 강사다.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열심히 일한다. 선이는 베트남 학생들을 위해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하고, 미주는 맡은 반의 성적을 항상 1등으로 만드는 실력 있는 강사다. 가은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생들을 위해 생일파티, 회식 같은 이벤트를 해주고, 한희는 H대 어학당에서 가장 일찍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강사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데도 네 사람의 일자리는 항상 위태롭다. 위태위태하다가 결국 무너지고 마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주인공 선이 어렵게 H대 어학당에서 강사 일을 얻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H대 어학당이 폐쇄되면서 네 명이 모두 일자리를 잃으며 끝난다.


우리는 성실하면 밥 먹고 사는데 지장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예전 세상에서는 성실함이 밥을 보장해줬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에서는 충분히 성실한데도 밥을 굶을 수 있다. 세상에는 우리의 밥을 위협하는 변수들이 너무 많아졌다. 네 명의 주인공들 중에서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성실했지만 결국 일을 잃는다. 성실하면 밥을 굶지 않는다는 신화를 믿었던 사람으로선, 성실했는데도 밥그릇을 잃었을 때 몹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인공 선은 두 학기만에 강의평가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잘리고 나서 이렇게 고백한다.





왜 이렇게 됐는지 진짜로 잘 모르겠다고.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것밖에 없는데요. 제가 더 뭘 할 수 있었던 거죠?” 선은 첫 직장인 H대 어학당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런데도 선은 일자리를 잃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잘렸다면, 다음 번에 잘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슨 짓까지 해야 하는 걸까? 죽기 직전까지 나를 몰아붙여야 하는 걸까? 그러나 무리한 탓에 강의 도중에 쓰러진 적이 있을 정도로 죽자 살자 일했던 한희의 일자리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선은 어떻게 해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잇는 것인지, 그런 방법이 정말 있기는 한 건지 무척 혼란스럽다.


혼란스럽기는 가은도 마찬가지다. 가은은 네 명의 강사들 중에서 이 일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다. 선은 이 일이 현 상황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하는 것 뿐이고, 미주와 한희는 언제든 그만두고 싶지만 당장에 생활을 꾸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해나가는 것 뿐이다


반면에 가은은 한국어 강사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다른 강사들에게는 강의평가가 업무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일 뿐이지만, 가은은 적절한 긴장감을 주는 제도로 생각할 따름이다. 그 덕분인지 가은은 유일하게 H대 어학당에서 강의평가 만점을 받은 적이 있는 강사다. 다른 강사들이 다 계약 연장에 실패해도, 강의평가 점수도 높고 책임 강사 자리까지 제의받는 가은은 일자리를 잃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나 가은의 일자리마저 너무 쉽게 사라지고 만다. 가은도 선이가 그랬듯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미주는, 한희는 뭐라고 고백했을까? 부끄럽지 않게 성실했음에도 결국엔 다른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잃게 된 그들은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아마 두 사람도 선이와 가은이 했던 말을 중얼거리지 않았을까. 왜 이렇게 된 걸까? 왜 그런거지? 정말 모르겠어. 뭐가 잘못된 거지? 도저히 알 수 없어….


한국어에는 유독 이유 문법이 많다고 한다. ‘-/어서’, ‘-()니까’, ‘-더니’, ‘-()므로’, ‘-길래’, ‘-느라고’, ‘-()’, ‘-()니만큼’, ‘-기 때문에’, ‘-는 바람에’, ‘-는 통에’, ‘-는 탓에’, ‘-/어 가지고’, ‘-/’, 자그마치 이유 문법만 14개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이유 문법이 많은 한국어를 사용해온 우리들은 매사에 그렇게 된 이유를 찾게 되었을 지 모른다. 네 명의 주인공은 열심히 하는데도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한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싸한 이유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 최선의 답변이다. 이처럼 이유 문법이 넘쳐나는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뚜렷한 이유없이 일과 사랑이 위협받는 일이 넘쳐난다.


이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딱히 이유없이 먹고 살 길을 잃게 되는 세상을. 우리가 죽을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듯한 세상을.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일도 사랑도 잃은 선, 미주, 가은, 한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유 없는 일에서 이유를 찾으려는 노력은 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유를 찾으려 할수록 그들이 괴로워지는 모습을 봤다. 선은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가은은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한희는 조산을 하게 됐다


이유 없이 일어난 일에서 이유를 밝히는 일을 그만두는 것. 어떤 일은 이유없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이것이 이유를 밝힐 문법은 많지만 이유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나라에서 최소한으로 상처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 미주, 가은, 한희. 이 네 사람이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들이 빈번히 생기는 이 곳에서 조금만 상처받으며 살아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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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장르는 호러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m | 2020.10.05 리뷰제목
첫 월급을 타서 내가 먼저 한 일은 여권을 만들고 옷을 산 거였다. 전자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세계 여행을 가리라는 헛된 다짐의 결과였고 후자는 약간의 강요로 인한 일이었다. 품위 있게 옷을 입어야 한다고 그래야지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소리를 날이면 날마다 들어야 했다. 90만 원을 월급으로 받았다. 정말 작고 소중한 내 월급. 너무너무 작고 소중해서 어떻게 귀여워해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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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급을 타서 내가 먼저 한 일은 여권을 만들고 옷을 산 거였다. 전자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세계 여행을 가리라는 헛된 다짐의 결과였고 후자는 약간의 강요로 인한 일이었다. 품위 있게 옷을 입어야 한다고 그래야지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소리를 날이면 날마다 들어야 했다. 90만 원을 월급으로 받았다. 정말 작고 소중한 내 월급. 너무너무 작고 소중해서 어떻게 귀여워해주어야 할지 난감한 금액.


한 달 교통비만 해도 20만 원이 넘게 들었다. 왜 나는 그렇게도 멀리 일을 다녔던가. 경험과 연륜이 없는 대신에 열정과 패기만 넘치던 시절의 일이었다. 일하는 곳으로 가려면 옷 가게를 지나야 했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 예쁘고 알록달록한 옷. 작고 소중한 월급 님을 들고 갔다. 정장 투피스, 정장 바지, 블라우스 등 입으면 격식 있어 보이고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옷으로 골랐다. 30만 원님 로그 아웃.


서수진의 장편 소설 『코리안 티처』의 첫 부분인 봄 학기에는 면접에 통과해 한국어 학당으로 출근하게 된 선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선이는 합격 문자를 받고 80만 원짜리 핸드메이드 코트를 산다. 대학생처럼 보이지 않고 누가 봐도 '강사'로서 보일만한 옷으로 고른 거였다. 봄인데 눈이 내렸고 코트가 젖을까 걱정한다. 그러다 '코트 드라이클리닝 비용을 걱정하는 시절은 지나간'거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달랜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의 지나간 시절이 훅 하고 밀려 들어왔다.


물 빨래가 쉬운 옷만 샀지 드라이클리닝하는 옷을 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사회 초년생이 된다는 거. 직장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거. 옷을 사면서 실감했다. 7급 공무원 준비를 하다 내려놓고 한국어 학당 강사로서 일하기 위해 시험을 친 선이. 정규직이 아닌 한 학기 10주만 강의를 맡아서 하는 비정규직 강사로서 일을 시작하는 선이. 무시당하지 않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게 겨우 옷을 사는 행위가 전부인 선이.


『코리안 티처』는 명문 대학의 한국어 학당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계절별로 펼쳐간다. 봄 학기에는 선이의 이야기가. 여름은 미주. 가을은 가은. 겨울은 한희. 겨울 단기는 다시 선이의 이야기로. 『코리안 티처』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여자이다. 그들은 모두 고학력자에 속한다. 석사는 기본이고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이도 있다. 배울 만큼 배우고 그래도 또 배우는 그들은 어째 정규직의 길에서는 한참 벗어나 있다. 몇 개월 단위로 끊어서 일하는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가을 학기 편의 주인공 한희는 책임 강사로 선이, 미주, 가은보다는 낫지만 임신을 이유로 다음 학기를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이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를 나만은 알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 공부를 했지만 그럴수록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으로 바뀌고 만다. 한희는 일을 쉬면서 매일이 불안하다. 그는 완전한 사실로서 존재하는 미래를 그리기 위해 노력한다. 한희가 포기하지 않는 미래에 응원을 보낸다.


미주는 청바지를 입고 단화를 신고 수업을 한다. 눈치를 보지 않는 게 미주의 큰 장점이다. 모두의 규율 대신 자신의 신념을 따른다. 매사에 자기주장이 정확하고 일 처리는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 미주에게 원치 않는 시련이 찾아온다. 여학생인 한 학생을 남학생으로 오해한 것이다. 자신은 편견과 차별이 없다고 생각한 미주였다. 소설에서 그리지 않은 미주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짐작만 할 뿐이다.


잘 웃고 옷을 잘 입는 가은.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좋아 강의 평가에서 매번 1등을 한다. 가을 학기의 주인공 가은은 걱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의 원인을 그저 자신은 운이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무한 긍정의 낙천적인 성격을 가졌다. 선이가 슬퍼할 때 자신의 운을 나눠 주고 싶다는 해괴한 말로 위로를 한다. 모든 일이 잘 될 거라는 믿음으로 살아왔지만 일이 뒤틀리기 시작하자 무너져 버린다. 그럼에도 『코리안 티처』는 꽤 괜찮은 미래를 가은에게 선사한다.


다시 겨울 단기는 선이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솔직히 선이에게 가장 크게 감정 이입되었다. 모든 일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극단적으로 소심한 모습에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본인이 손해를 감당하면서까지 현재를 지켜나가려는 몸부림에서. 과거의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코리안 티처』의 각 장인 학기가 끝나는 부분의 결말은 죄다 섬뜩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원하지 않게 돌아가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주인공들 때문에. 일상의 공포는 좀비 떼가 나오고 귀신이 출몰하는 게 아니다. 그런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계약 연장이 안 되거나 모르고 한 일에 대해 고소를 당하고 조심하라는 이유로 협박 문자를 받는 일이 공포고 호러고 스릴러다. 다음 달에는 꼭 주겠다 말하며 월급을 떼이고 소송 건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그 월급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 귀찮고 힘든 일을 미루면서 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 하는 개소리를 참아내는 일. 『코리안 티처』는 고학력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받는 차별의 이야기를 그리는 소설인데 나는 공포 소설을 읽는 것처럼 심장이 벌렁대고 소름 끼치는 기분을 마주해야 했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무섭고 두려웠다. 그들의 현재가 너무나 암담하고 미래는 아예 삭제 당할 것 같아서. 초극세사 현실적인 여성의 아니 인간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한국어 학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포와 서스펜스 가득한 이야기가 놓여 있다. 첫 장을 여는 순간 공포는 시작된다. 『코리안 티처』는 되지도 않는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소설의 인물들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아가겠지 가능한 추측의 기회마저도 빼앗는다. 그래서 공포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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