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세이 한 권을 읽었다. 『또 오해하는 말 더 이해하는 말』, 이 책을 읽으며 책의 표지와 중간 중간 들어가있는 분홍색 속지에도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작가의 글은 언제나 섬세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삼키기 버거운 말은 / 거르기로 했다
어떤 말은 가시 돋친채로 그대로 나에게 돌진해 마음 속 깊은 곳에 상처를 남긴다. 그 상처는시간이 지나며 아무는 것이 아니고 어느 순간 문득 문득 떠올라 상처에 또 생채기를 내곤한다. 작가의 말대로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저자는 관계의 중심에 항상 존재하는 '말'을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 배움이 필요한 영역이라 말한다.
p.5 남이 무심코 던진 말에 하루 종일 감정을 소모하거나, 사람과 만날 때 관계가 동등하지 못하고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사람을 위해 나의 온 세월 동안 수집한 삶의 문장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말'로 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50가지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나, 관계, 일, 마음가짐, 태도의 큰 다섯가지 챕터로 분류해 말로 인해 상처 입었던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건낸다.
어린시절부터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항상 상대방을 비난해왔다. 그것은 현재까지도 여전한데 한 번은 어머니께 진지하게 말을 꺼낸적이 있다. 엄마가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내 마음이 아프다고. 내가 받아들이기에 난 아직 미성숙한 존재라고. 하지만 이 말 끝에 어머니의 대답은 그럼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하냐는 것이다. 자식이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고. 넌 참 예민하다 하신다. 어머니에게 난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머니에게 상처가 될 것을 알기에 그 소리는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계속 아팠다.
이 책에서는 내가 어떠한 감정을 느낄지 나 스스로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p.117 타인과 기분으로 밀고 당기기를 할 때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줄다리기를 하지 말고 그냥 줄을 탁 놓아 버리는게 가장 현명한 처사이다.
만날때마다 정치 이야기로 시간을 채우는 지인, 나보다 두 살이 많은 연장자이기에 항상 그녀의 말을 듣고 공감해 주었지만 정치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곳을 지향하기에 그녀가 시작하는 정치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불편하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무례한 질문은 나를 곤란하게 했고 웃고 넘기기엔 그 빈도와 강도가 점점 심해졌다. 매일 아침운동을 같이 하는 사이였기에 일주일 중 5일을 만나서 같이 운동하고 커피마시고 헤어졌지만 점점 그녀와의 만남이 활기찬 하루를 우울하게 만들었고 결국 이 관계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p.81 나는 무엇 때문에 스스로에게 상처를 줘 가며 상대방의 감정을 지켜 줬을까. 내 마음을 때린 건 그 사람인데, 때린 사람에게 때린 손바닥은 혹시 다치지 않았냐며 주제넘는 다정함을 베풀었던 것이다.
저자는 불쾌한 질문에 억지로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조언한다. 대답은 하지만 정답을 주지 말라 말한다.
다양한 관계와 상황 속 말들과 저자의 진심어린 조언들에 마음 속 화가 누그러짐을 느꼈다. 편안하게 읽다보면 어느새 위로를 받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