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한마디
[우리의 슬픔으로 서로를 구할 수 있다면]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천선란 작가만이 구현할 수 있는 ‘구하는 이야기‘. 지하 도시로 추방된 인류. 그중 여섯 친구들이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저마다 이별, 죽음 등 뼈아픈 성장통을 겪는다. 슬픔을 멈추지 않고,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장면들이 빛나는 소설. - 소설 PD 김유리
천선란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고, 그 내용이 디스토피아를 그렸다기에 고민도 않고 선택한 책.
개인적으로 디스토피아를 좋아한다. 그냥 지금의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같아서.
이끼숲 책을 읽으며 역시 근미래 어쩌면 우리에게 벌써 온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지구. 더이상 지상에서 살 수 없었기에 지하로 내려가 스스로 갖혀지내는 인간의 이야기인지도.
책은 단편처럼 보이지만, 같은 배경의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면서, 마지막엔 다시 모이는 연작소설이다.. 바다눈, 우주늪, 표제작인 이끼숲.
모든 스토리의 배경에 있는 지하세계는 모든 인간이 노동을 해야하고, VA2X라는 약물을 먹어야한다. 먹지 않으면 환각, 환시를 보게되고, 그렇게 되면 정신재활원인지 교화소에 끌려가게 된다. 약때문인지, 환경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에서 재활을 받고 나온 이는 더이상 그 전의 그가 아니다. 그렇기에 모두들 밥을 먹지는 못해도 그 약은 꼭 사먹어야 한다. 또한 모든 인구는 산아제한 정책에 영향을 받으며, 그 규칙을 어기면 태어난 아기는 어디론가 보내진다. 알 수 없는 곳으로. 모든 인간은 생체인식 칩을 가지고 있기에 이 정책은 꽤나 강력하다.
그리고 모두는 지상으로 갈 수 없고, 그런 생각 자체가 정신 재활원에 가게되는 강력한 처벌이 따른다.
<바다눈>은 모든 인간이 노동을 해야하는 곳에서 일하는 마르코와 은희. 하지만 더 나은 대접을 받고자 노동자의 일부가 시위에 참여하고, 마르코는 그들의 일을 대신하며 수당을 더 받는다. 그들은 꽤 오랫동안 시위를 하고도 결국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다. 다만 회사는 내년에는 더 많이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결국 회사는 도산하고, 새로 들어선 경영진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이 이야기 속에서 마르코가 처한 딜레마. 이제 회사에 들어온 신입이지만 그는 선배들이 무엇을 위해 시위를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신입이라는 점, 그들의 시위로 꽤나 더해진 수당이 그가 시위에 참여 할지 말지를 자꾸 망설이게 한다. 그리고 돈이 너무나 필요했던 은희가 사라지고, 그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은희의 목소리를 가상세계의 아바타에게서 듣는다.
지하세계의 시스템은 인간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그 판단을 마르코는 은희의 목소리를 통해 깨닫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 없었다. 마르코가 그걸 미리 알았던들 무언가를 할 수 있었을까.
<우주늪> 지하세계의 산하제한 정책 탓에 태어났지만 숨어 살아야했던 의조와 의주의 이야기. 부모의 선택으로인해 의조는 숨어야했고, 의주는 아니였다. 의조는 늘 고민한다. "왜 나였을까" 결국 의조는 그 이유가 없었음을 알게된다. 의조는 늘 의주를 환기구를 통해 따라다니며 그녀의 삶을 지켜본다. 나라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하며. 하지만 의조는 자신이 다니는 환기구를 통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녀만의 일을 하기위해 떠난다. 그렇다면 의조가 갖힌이였을까. 아니면 의주가 갖힌 이였을까.
표제막인 <이끼숲> 이 이야기에는 모두가 등장한다. 그리고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였는지가 가장 명확하게 보이면서도, 과연 무엇을 구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세상이 나은 세상이였는지는 의도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유오의 위험을 눈치채고도 신고하지 못한 소마. 소마는 위험을 감지하고도 신고하지 못한 자신을 계속해서 친구를 잃을까봐였는지, 자신의 안위속에 숨은것인지를 놓고 괴로워한다. 그러던 소마는 선택한다. 친구 유오의 클론을 매고, 여러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가 그토록보고싶어했던 온실을 보여주기 위해. 말이 무성했고, 실제 식물도 하늘의 별도 본적이 없는 이들이 찾은 온실은 그들이 상상하던 곳과 닮아있을까.
"구하고 싶은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구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였다. 표제작인 이끼숲의 결말은 어쩌면 예상할 수 있었던 내용이면서도, 나에게 대입했을때, 과연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결말과 같았을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나는 '아니요'라고 말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바다눈>의 마르코를 이해할 수 있었고, 유오를 보낸 소마의 마음이 백분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 이후의 발걸음은 글쎄. 하지만 누군가는 현실에서 한걸음을 떼야 했고, 그 한걸음이 또다른 한걸음을 만들어낸다면, 아마도 현실의 부조리함은 느리지만 없어져가겠지. 그게 마르코이고, 의조이고, 소마인지도. 그래서 모두를 구하게 될지도. 다만 누군가를 구하기위한 그 힘이 왜 늘 가장 소중했던 이를 잃고 나서 인지는. 그렇기에 그 세상이 정말 디스토피아인건지, 아니면 그러고도 나아갈수 없는 세상이 디스토피아인건지 모르겠다. 뭐든 다 슬프다. 그래도 이 소설은 그 이후의 한걸음이 있다는 것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걸까.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하는 소설은 늘 지금을 돌이키게 만든다.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세계니까. 지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갖힌 삶일까 아닐까. 정말 우리는 꼭 누군가를 잃고서야 나아갈 수 있는 것일까.
정말 그런 세상은 오지 않길 바라며.
추천!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정확하게 말해주고, 지상의 식물은 책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르다는 걸 알려줬어야 했는데, 과거는 우주와 같아서 우리는 걸어 그곳에 갈 수 없고, 네가 꿈꾸는 아름다움은 만질 수 없는 별과 같아서 실체를 마주하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 순간 실망만 가득한 거라는걸.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나무의 뿌리에라도 가닿으려던 그 애의 마음을 무엇으로 꺾을 수 있었을까 싶다." p.156
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책에서 만나는 미래의 도시는 찬란하고 아름답기보다 우울하고 암울하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의 미래가 암울한 것만은 확실한데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할 수 없다. 해저 도시에 살게 될지 지하 도시에 살게 될지. 지상이 아닌 세상은 그 자체로 다 우울하다. 그런 세상에도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고 슬픔은 존재하겠지? 이번에 만난 책은 천선란 작가의 책이다. 세 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지상이 멸망한 후 지하 도시로 추방된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첫 번째 ‘바다 눈’은 마르코의 이야기다. 마르코는 지하 도시의 연구소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이끌린다.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소녀 은희. 마르코는 은희를 좋아하게 된다. 지하 도시에서 부당한 노동 환경에 맞서 파업에 나선 선배 커커스. 중간에서 마커스는 혼란을 겪는다. 어떤 판단도 내리지 못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은희에게 슬픈 일이 생기는데. ‘우주 늪’은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증오하는 쌍둥이 자매인 의주에게 보내는 의조의 편지다. 지하 도시의 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아 좁은 방에서 숨어 사는 의조. 그녀는 쌍둥이 자매 의주가 부럽고 밉다. 자신이 의조였다면 자유롭게 지하 도시에서 이동하고 배우고 일할 텐데. 의조는 배관 통로를 발견하고, 이 통로를 통해 의주의 삶을 추적한다. 어느 날 환풍구에서 의주의 친구 치유키를 만나게 되는데. ‘이끼 숲’은 붕괴 사고로 사랑하는 유오를 잃은 소마의 이야기다. 소마의 친구들은 유오의 클론을 훔쳐 지하 도시 밖으로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유오를 닮았지만 유오는 아닌 존재. 소마는 친구들 덕분에 지하 도시의 맨 위층, 지상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조용하게 뻗어 나가는 나무의 뿌리를 떠올린다. 인간 몇십 명이 붙어 뚫는 땅을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가르는 뿌리는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답다. (173)
모든 생명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씨앗처럼 뿌린다는 걸, 비록 나는 없더라도 내 삶은 이 행성 전체에 퍼져 다른 생명을 꽃피우게 한다는 걸 잊지 마. (239)
미래의 노동도 역시 힘든가 보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는 게 아니라 착취하는. 초과 근무를 하지만 그에 따른 돈을 주지 않는. 정당하지 않지만 아직은 참을 수 있는 마르코. 그래서 마르코는 파업에 나선 선배를 이해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희를 통해 마르코가 느끼는 고통은 무엇이었을까? 사랑과 노동. 둘 다 지키는 건 역시나 쉽지 않다. 지금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결혼도 출산도 힘든 세상이니까.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의조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했다. 쌍둥이지만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좁은 방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없다. 같은 날 태어났지만 자신 대신 의주가 선택됐다고 생각했을 의조의 마음. 의주의 삶을 따라가며 의조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그게 삶이라면 언제든 내려놓고 싶을 것 같은데, 그래도 살아가는 의조가 대단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상상하기 싫다. 그래서 슬픔이 유별나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인지. 이렇게 슬퍼하고 나면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미래의 세계가 모두 이런 모습일까? 우리와는 다른 가치관과 생각 그리고 행동을 하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세상. 조금. 나도 슬펐다.
바다눈, 우주숲, 이끼늪. 책에 실린 세 편의 작품이다. 주인공들이 이어지고 있는 연작소설 형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의 삶이 아닌, 지하세계에서 모든 삶이 통제된 채로 살게 된다는 설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유쾌한 마음으로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 각각의 소설 제목을 어떤 마음으로 지었을지 짐작할 수는 없으나 바라는 바와 절망을 느끼는 심정만큼은 세 글자에서 알 듯도 하다. 이 또한 유쾌한 단어가 못되는 것이니.
사람이 사람의 이성으로 하나의 완벽한 세상을 구축할 수 있을까. 안 될 일이다. 아무리 상상을 해 보아도. 우리의 본성이 이를 실현시키지 못하게 한다. 이 세상에 똑같은 생각을 하는 두 사람은 없고 저마다의 자유와 저마다의 낙원과 저마다의 욕망을 갖고 있는 한, 개별적 존재로 살아 있는 한, 사회의 크고작은 갈등은 사라지지 않을 일이다. 얼마나 줄이느냐, 얼마나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고 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이 작가의 글을 계속 읽고는 있는데 여전히 푹 빠져들지는 않는다. 무엇이 내 취향에 벗어나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찾아보겠다는 의도로 읽는 셈인데 이것도 매력이 되는 걸까. 주제, 구성, 인물, 배경 등 소설의 여러 요소를 하나씩 들이대어 살펴보는데 애매하기만 하다. 더 읽으면 발견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