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쓸모
17편의 명작으로 사랑을 풀어낸 이야기
사랑이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품고 있는 각장의 열망이나 이상, 꿈을 풀어 쓴
문학 작품 17편을 보다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알고는 있으나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많아
읽고 싶은 독서리스트에 업데이트 될 좋은 명작들을
재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꽤나 유혹적인 책읽기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주제가 사랑이 아니던가.
단순히 가슴 떨리고 시린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랑의 주제가 쌉싸름한 맛을 띄고 있다.
끌림과 유혹, 질투와 집착, 오해와 섹스, 결혼과 불륜.
꽤 아찔한 범주를 오가는 주제들로 목차를 살펴보며
흥미로운 주제를 찾아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사람은 자기를 느끼게 해준 사람을 사랑한다."
프랑스 철학가 파스칼이 <팡세>에 쓴 대로,
에릭은 크리트틴에게 받은 선생으로서의 인정을 사랑으로 믿었고, 그녀에게 고백했다.
다른 이유들도 짐작 가능하다. 부모 잃은 크리스틴의 사정을 알고
'불행한 저 여인이면 나의 불행도 이해해 주지 않을까?'
혹은 처음에는 자신처럼 불행한 그녈르 음악의 천사로서 순수하게 도와줬으나
점차 그녀의 고운 마음씨에 '어쩌면 그녀가 나를 사랑해 줄지도 몰라'라며 희망을 가졌으리라.
p75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에서 추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쓴 에릭은 언제나처럼 따스한 손길과 부드러운 눈길을 갈망한다.
그런 기대와 희망이 크리스틴에게 향하지만
라울의 등장으로 위태로워지게 된다.
콤플렉스로 비뚤어진 내면을 가진 에릭과
크리스틴에게 필요한 섬세하고 다정한 보호자인 라울.
그녀는 결국 에릭을 선택하고, 사랑인지, 동정인지 연민인지, 체념인지 모를
가늠하지 못할 마음을 믿게 되어버린다.
가면을 벗는 것으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포악한 오페라의 유령은 사랑의 천사로 부활하게 되며
냉소에 시달리며 숨어 살았던 크리스틴을 놓아준다.
완벽한 형태의 모습으로 사랑을 이루는게 가능할까.
그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부족하지만 상대에게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나의 두려움을 벗어버릴
진정한 상대를 만나는 건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 같다.
사랑을 너무 연민으로 바라봐서도 안되겠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진부해지기 마련이지만
그 본질은 처음과 다를 바 없다면 그것으로 족해야 할테지만
시작도 시도도 사랑을 해봐야 알테니까.
"그저 우리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캐서린
행복이다. 하지만 3인 2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으나,
그녀의 파트너들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캐서린의 잘못도 크다.
에드거의 아내와 히스클리프의 연인으로 자신을 분리하면 된다고 믿었으나,
전부를 가지려는 사랑의 속성상 불가능한 일이다.
p266-267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서 던지는
결혼이란 주제는 많은 생각들이 오가게 만든다.
결혼은 축복의 계곡이자 악몽의 협곡이란 말이 공감되는 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갈 수 있는지
살면서 많이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펼쳐진 잔혹한 이야기의 시작점은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다.
캐서린이 폭풍의 언덕에서 누리던 평화가 부서지고,
하나였던 영혼이 깨어지는 건 결혼의 관점이 달라서였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결혼은 현실이였고 신분의 추락의 모욕을 감당해야했던 캐서린.
가난과 신분의 문제가 있던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나
상냥한 에드거 또한 마음에 조금은 두고 있다.
그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며 둘 다 가질 묘안을 세워 결혼을 선택한다.
에드거를 경유지로 선택하게 된 캐서린은
지위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함과 애절한 사랑을 원했던 두 남자를
질투에 빠진 경쟁자이자 서로를 증오하는 적군으로 만들게 된다.
에드거에겐 결혼이 사랑의 종착지였고
히스클리프에게는 결혼이 목적지였다.
이처럼 이들은 서로의 결혼에 대한 관점이 달랐다.
누구와 결혼했어도 피할 수 없는 충돌이 됐을 것이다.
자신의 욕망 안에 갇혀있던 캐서린은
불멸의 사랑의 원했으나 서로 다른 관점으로 불행의 결말을 맞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파괴하게 되는 안타까움.
목적지를 잃은 사랑은 증오로 전락하게 되고
이는 결국 광기로 터지게 되어 자신을 파멸하게 만든다.
사랑의 목적지를 찾기 위해 너무도 가슴 아픈 결론을 주검으로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잔잔한 사랑 이야기만이 아닌
마음을 휘몰아치게 만드는 굉장히 현실적이기도 이상적이기도 한
폭이 넓고 깊은 사랑의 이야기를
다양한 주제로 한 문학 작품 안에서 읽고 느끼면서
사랑하며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지나간 사랑과 다가 온 사랑과 앞으로의 사랑이
사람의 생애 안에서 느끼고 살아간다는 것이 참 경의롭게 느껴진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