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책을 부른다는 말처럼 평소 소설에 거의 손을 대지 않는 내가 기록을 찾아보니 올해 1월 첫번째 독서로 시작한 소설을 시작으로 이 책이 벌써 30권째다. 난생 처음이다. 소설을 이렇게 많이 읽은 것이 신기한 건 올 해 읽은 소설들의 표지가 마치 시리즈인 양 분위기가 거의 비슷하다. 게다가 1/3은 책 혹은 서점이 배경이었던 것 같다. 슬슬 그러한 주제가 질릴때 즈음 표지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다른 배경의 이야기가 등장해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해와 다르게 집중이 잘 안되는 시기가 최근 잦아져 소설처럼 짦은 스토리 한 권 마무리하고 나면 뭔가 하나씩 정리가 되어 정체되었단 다른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자주 찾았던 것 같았다. 읽었던 책들의 대부분의 내용도 너무 좋았고. 그런데 너무 기대를 했던걸까.. 사실 이번책은 나와 잘 안 맞는 것 같다. 내가 늘상 겪는 마의 1/3이 지나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페르난도 보테로. 나는 그림 보다 4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조각품이나 미니어쳐 등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언젠가 들어본 것도 같은데.. 싶은 이 이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검색을 해보니 콜롬비아의 화가이자 조각가로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해 유머와 남미의 정서를 잘 표현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그림이 1978년에 제작된 '모나리자'이다. 이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테로의 그림 속 인물들은 마치 '슬림함은 모두 가라!'라고 말하는 듯 모두 풍성하다 못해 터질것 같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이 책 제목에 등장한 '보테로는 책 속 주인공 가족의 가장인 아빠 최영광과 딸 최효선이 바로 이 화가의 그림 속 인물들과 닮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었다. 그래서 이야기 속에서도 가끔씩 이 가족 혹은 최영광을 말할 때 '보테로' 혹은 '보테로 가족'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너무 거창한 듯 설명했지만.. 사실 이 가족이 보테로 가족인 이유는 허무하리 만큼 간단하다.
반면 가족 중 돌연변이.. 라고 할 수가 없구나.. 아내이자 약사인 한수애(딸은 그를 '한여사' 부른다.)는 딸이 친딸이 아니라고 할 정도 한 미모 하는 중년 여성이다. 음악상담치료사인 30대 딸이 있지만 여전히 남성들에게 인기 좋은 한여사와 아버지라 불려도 될 것 같은 나이 많은 보테로 남편 그리고 그 남편과 붕어빵인 딸로 구성된 이 가족도 가족이 만들어지는 시점부터 이야기 흐름 내내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다. 아니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가족 인물들 그 어느 단 한명도 평범한 인물은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간의 사랑,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결혼과 출산, 의도치 않은 이유로 생긴 오해로 인해 무고한 사람의 세상 등지기, 불륜이라는 걸 알면서도 접근하려는 자와 그것을 눈치챈자, 그리고 그것을 미쳐 눈치채지 못하는 자의 일방통행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사자들끼리는 알지 못하는 삼각관계, 조건 맞추기 결혼, 가족간의 사랑 등 등 나열하고 보니 저자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의 유형을 최대한 많이 이야기 하고 싶었나 싶을 정도다. 그것도 참 이해하기 어려운 유형들로만 말이다. 물론 그래야 이 약국의 약이 효엄을 볼테니 어쩌면 당연한 구성일지도 모르겠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일거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소설 속 사연들이 너무 심상치 않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주인공 가족의 가장인 보테로는 생화학 교사 출신으로 재개발 지역 허름한 건물에 위치한 약국 지하에서 늘 무언가를 연구하고 실험한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이 약국의 메인 상품(?)이다. 소설 속 표현에 의하면 '뇌 비아그라'라고 한다. 그래서 홍보는 SNS를 통해 온라인으로 하지만, 구입은 무조건 오프라인에서 상담사와 이야기를 하고(필수는 아님) 동의서를 작성해야만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마치 수상한 약을 파는 것 같지만, 식약처 인증도 받았다.(솔직히 말하면 그래도 이상하긴 하다!!) 그 약을 먹으면 상대방이 모두 긍정적으로 보인다나 뭐라나.. 음.. 주인공들의 말에 의하면 화이자에서 만든 파란색 약 비아그라는 오로지 물리적(육체적) 사랑의 문제점만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 약국에서 개발한 뇌 비아그라는 그 약을 먹으므로써 진심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되고, 그렇게 정신적으로 다가가서 상대와 진짜 시작된 사랑이 육체적 사랑까지 이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말만 놓고 보면 가장 이상적인 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스토리를 보고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찜찜함은 어쩔 수 없다.
최근 읽은 소설들의 구성은 대게 10개가 넘지 않는 작은 스토리를 통해 각각의 사연을 풀고 그 속에서 이어진 큰 스토리를 풀어가는 형태였다. 이 소설 역시 큰 틀에서 보면 그러한 구조를 하고는 있는데, 22개의 작은 스토리로 나뉜 이 소설의 (조금 과장해서) 절반 가까이를 보테로 가족 한여사와 보테로의 만남 그리고 이 가족의 평범하지 않은 이유를 너무 늘어지게 풀어놓는다. 사실 이 후에 너무 많은 사연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그 속에서 각 사연자들의 이야기가 짝짓기라도 하듯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페이지 넘기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 같기도 하다. 그리고 대게 여운이 있는 듯 하지만, 열여있는 해피엔딩 혹은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결말이라 생각되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절 반의 사연도 채 마무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다.
저자가 너무 철학적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한건가.. 사실 책을 읽으면서 대체 '사랑'의 정의는 뭐고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걸까? 하는 답 안나오는 궁금증만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이상하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영 시원하지 않았던 책인 것 같다. 어디까지나 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니 혹시 이 리뷰를 보시는 분들은 선입견에 선택을 보류하시지는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