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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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개정판)

조해진 | 창비 | 2024년 2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9.8 (81건)
분야
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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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로기완을 만났다 - 조해진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 2024.04.06 리뷰제목
2024.04월의 첫 번째 조해진 "로기완을 만났다" ☆☆☆☆☆ 영화 <로기완>이 공개되면서 예전에 읽고 싶었던 책 <로기완을 만났다>가 생각이 났다. 영화도 궁금했지만 책을 먼저 읽어봐야 원작이 어떻게 영화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기에 (내 나름의 원칙이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되도록이면 원작을 먼저 읽어보는 것) 읽게 되었다. 다큐프로그램 방송작가인 김작가. 그
리뷰제목

2024.04월의 첫 번째 조해진 "로기완을 만났다" ☆☆☆☆☆
영화 <로기완>이 공개되면서 예전에 읽고 싶었던 책 <로기완을 만났다>가 생각이 났다. 영화도 궁금했지만 책을 먼저 읽어봐야 원작이 어떻게 영화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기에 (내 나름의 원칙이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되도록이면 원작을 먼저 읽어보는 것) 읽게 되었다. 다큐프로그램 방송작가인 김작가. 그녀는 아픔(?)겪고 있는 이들의 방송을 하는 작가이다. 작품중에 만난 한 소녀 윤주와의 어긋남. 나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결론에 이르렀을때의 그 혼란속에서 방황할 때 우연히 한 시사매거진에서 이니셜 L로 불리우던 무국적자 혹은 난민, 불법체류자로 표현된 한 사내의 인터뷰를 접하게 된다. 그의 고백 중 한 문장에 이끌려 그의 발자취를 쫓는 여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3년 전, 650유로를 가슴속에 꼭 안고 벨기에 브뤼셀 북역에 한 사내가 도착한다. 무국적자이자 이방인인 159cm ,47kg 단신 로기완은 그렇게 남쪽을 향해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아무런 소속도 없이 말도 통하지 않고, 생김새도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그 일념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 김작가는 그가 남긴 일기장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일기에 적혀있는대로 그의 행적을 쫓으며 그의 삶에 자신을 치환시켜본다. 책을 읽으며 이게 과연 영화로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에는 로기완, 김기자 그리고 벨기에에서 로기완을 도와주었던 의사 박의 삶이 투영되어있다. 각자의 아픔이 나름의 방식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 아픔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과정에서 내 아픔을 치유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내것을 바라보기는 어렵지만 타인을 바라보고 들어주고 위로해줄 수는 있기에.. 그러면서 내 아픔의 농도도 점점 희석이 되어가는 듯 하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할뿐, 이렇게 누군가는 쓰고, 또 누군가는 읽고 그렇게 공유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영화는 왠지 원작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도와 관계없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들, 관습 혹은 단순한 호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커뮤니티, 실체도 없이 우리 삶의 테두리를 제한하고 경계 짓는 국적이나 호적 같은 것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 (p. 10)' '타인을 관조 하는 차원에서 아파하는 차원으로, 아파하는 차원에서 공감하는 차원으로 넘어갈 때 연민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자신의 감정이나 신념 혹은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화면 속 당신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는 순간은 내 삶이 그만큼 처절하게 비극적일 때 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믿어왔던 모든 것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순간, 나 역시 불우한 땅을 딛고 있는 가엾은 존재가 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하게 됐다. (p. 64)' '존재 자체가 불법인 사람에게 미래는 선택할 수 있는 패가 아니다.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선택되어버린 길을 가야 한다는 단순한 의무만이 있을 뿐이다. 매 순간 불안해 하면서, 사소한 기쁨은 포기하기도 하면서, 절대적으로 안전하지는 않으나 절대적으로 위험한 길보다는 무언가 하나라도 더 보장 받을 수 있는 길을 가고, 걷고, 결국 엔 살아남아야 한다는 빈약하지만 회피할 수 없는 의무. (p. 202)' '증여의 가치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소설 안에서 로기완은 의사 박에게 일기를 증여하고 김작가는 그 일기를 읽은 뒤 남긴 기록을 다시 로기완에게 증여하는데, 그들이 서로에게 증여한 문장들은 결국 소설 밖에서는 읽는 이에게 증여 되리라 믿습니다. 그 증여의 가치는 지금껏 제 문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저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中 에서)' #로기완을만났다 #조해진 #창비 #아픔 #공감 #치유 #소설책읽기 #북스타스램 #리마스터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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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음을 말하는 소설 - 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i***9 | 2024.03.10 리뷰제목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는 최근 배우 송중기 씨가 주연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원작 소설이다. 2011년 출판되었던 오랜 소설이 영화화되며 새롭게 심폐 소생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영화화되었기 때문에 읽어봐야 할 가치가 있는 소설인가?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소설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작가 '조해진' 소설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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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는 최근 배우 송중기 씨가 주연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원작 소설이다. 2011년 출판되었던 오랜 소설이 영화화되며 새롭게 심폐 소생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영화화되었기 때문에 읽어봐야 할 가치가 있는 소설인가?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소설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작가 '조해진' 소설가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 사람에 대한 깊은 연민을 가진 소설가. 그것만으로도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 소설은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사연을 방송해 시청자들의 기부로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김 작가. 

그녀는 출연자들과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쓴다. 모든 사연들이 안타깝지만 더 마음이 가는 사연이 있다. 집 나간 어머니, 돌아가신 아버지, 가출한 동생, 열일곱의 나이에 오른쪽 뺨에 혹이 생겨 수술이 필요한 소녀 윤주. 김 작가는 윤주를 돕기 위해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몇 달 후에 있는 추석에 방송하자고 스태프를 설득한다. 


윤주를 도울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는 데 그 사이 전해진 뜻밖의 소식이 들려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윤주의 혹이 신경섬유종이 아닌 악성 종양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윤주를 돕기 위해 방송 편성을 뒤로 밀려왔는데 자신의 결정으로 윤주의 혹이 악성으로 된 것만 같은 생각에 김 작가는 하던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브뤼셀로 떠난다. 


브뤼셀로 가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로기완을 만났다』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로기완은 누구인가?  

그는 탈북민이다. 아빠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엄마와 함께 자란 로기완. 그는 중국에서 엄마와 함께 살다가 엄마의 사망 후 브로커의 도움으로 유럽으로 망명 온 탈북민의 사연이 시사잡지에 소개되었다. 김 작가는 왜 아무런 안면식도 없는 로기완을 만나려고 하는 것일까? 


바로 잡지에 실린, 그의 고백이 담긴 짧은 문장 때문이었다. 


감작가를 먼 브뤼셀까지 오게 한 로기완의 짧은 문장은 소설의 중반이 넘어가도록 잘 보여주지 않는다. 


로기완을 만나러 브뤼셀에 왔지만 로기완은 영국으로 건너가 만날 수 없다. 

하지만 로기완을 도와준 한국인 '박'을 만난다. 박은 로기완이 영국으로 떠나기 전 자신에게 준 일기장을 김 작가에게 권한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서 영국으로 떠나기까지의 여정이 담긴 로의 일기를 통해 김작가는 하나하나 그가 지나간 행적을 더듬으며 그의 마음을 떠올린다. 

그의 슬픔, 그의 고통, 그의 배고픔을 느끼려고 애를 쓴다. 


이 소설에서 김작가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어떻게 한 인간에게 깊이 공감하며 연민할 수 있는가.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로기완의 일기를 통해 그의 삶을 느끼며 과연 진심 어린 연민이 가능한가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고통까지 똑같이 느낄 수 없다. 

한 사람의 슬픔을 공감한다 하더라도 당사자만큼 느낄 수 없다. 



결국 완전한 공감에 이를 수 없다는 무력함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면 지금처럼 자신을 탓하며 더 깊은 늪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윤주의 슬픈 소식을 도저히 볼 수 없어 도망쳐온 김작가를 이 질문 속에서 구원해 준 건 그동안 꽁꽁 숨겨져온 로기완의 한 고백이었다. 


가장 힘든 상황 속에서도 로기완을 움직이게 했던 그 고백. 

그 고백은 김작가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로기완을 돕고 김작가를 도운 박을 위로하며 서로가 앞으로 한 발짝 앞으로 나가게 해 준다. 


로기완이 힘들 때마다 읊었던 그 고백처럼 살기 위해 또 한 번의 선택을 한다. 남에게는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생의 가장 끝자락에서 견뎌왔던 그의 고백대로 살기로 한 선택임을 소설은 알게 한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설이다. 

김작가는 윤주의 사연을 듣고 브뤼셀에서 박의 이야기를 듣고 로기완의 일기를 통해 로기완의 이야기를 듣는다. 김작가를 도운 박 또한 로기완의 행적을 쫓는 김작가와 함께 하며 침묵 속에 담긴 김작가의 상처를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가 위로받는다. 


이 소설은 자신의 상처를 말함으로 위로받는 이야기가 아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자발적으로 들음으로 타인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위로받는 소설이다. 

김작가가 로기완의 고통을 느끼는 과정에서 위로를 받고 그런 김작가를 지켜보고 함께 해 줌으로 박은 오랜 상처와 죄책감으로부터 위로받는다. 한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자신을 구원함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우리에게는 끝까지 사랑하고 공감해야 할 이유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끝까지 사랑하고 위로하며 나아가야할 이유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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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진실과 진심>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k | 2024.02.26 리뷰제목
잊힌 세세한 표현들이 아쉽고, 일부 달라진 표현들이 궁금해서 반갑게 펼쳐본 리마스터본, 오래 전 처음처럼 호흡이 차분해진다. 무거운 젖은 담요 아래 호흡이 어려운 기분이 들던 영국의 겨울 하늘을 피해, 먼 동유럽의 어느 도시로 무작정 떠나기로 한 전생 같은 순간이 떠오른다. 내내 비가 오던 회색 풍경은 함박눈이 내리는 도착지의 하얀 설경으로 바뀌었다. 그때 나는 비교적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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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세세한 표현들이 아쉽고, 일부 달라진 표현들이 궁금해서 반갑게 펼쳐본 리마스터본, 오래 전 처음처럼 호흡이 차분해진다. 무거운 젖은 담요 아래 호흡이 어려운 기분이 들던 영국의 겨울 하늘을 피해, 먼 동유럽의 어느 도시로 무작정 떠나기로 한 전생 같은 순간이 떠오른다. 

내내 비가 오던 회색 풍경은 함박눈이 내리는 도착지의 하얀 설경으로 바뀌었다. 그때 나는 비교적 신분이 안정적이고 확실해서 불안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다만 숨이 잘 안 쉬어지는 서유럽의 겨울에는 해가 가도 적응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13년 전 나와는 아주 많이 다른 독자로 다시 만난 작품의 문장들에서 인물들의 기분이 때론 시각처럼 느껴진다. 그들을 따라 망설임 없이 함께 버스에 타고 어디로든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렇게 몰입이 쉬운 다정한 작품이다. 섬세하고 완벽한 세계의 탄생이다.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 (...) 우리 삶의 부분적인 단서를 될 수 있을지언정 생애 전체를 관통하지는 못한다.”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하는가, 따져보면 몇 개인가의 기록이 남는다. 그 기록이 사라지거나 조작되면 우습게도 존재를 증명하기가 어려워진다. 확실하다고 확신한 나에 관한 모든 것들이 그의 이니셜보다 더 강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나무둥치에 주저앉은 날개가 젖은 새처럼 하늘로 날아갈 수도 땅으로 떨어질 수도 없는 순간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알고 있다는 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라는 의미의 문장을 여러 형태로 만난다. 학문만이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오히려 사람이 더 그렇고, 그러니 사람살이가 그렇고,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일이 그렇다. 단순한 것이라곤 없으니 상대에 대해서도 삶에 대해서도 겸손해야 한다.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여겨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가장 아픈 진실은 그 모든 것이 다만 우리의 선택이었다는 것, 그것이다.”

처음 일독과 달리 이제 이 작품에서 나는 청산하지 못한, 하지 않은 문제들이 만든 굴곡과 흉터를 본다. 청산이란 일회적 성취가 아니라서 거듭해나가며 채워야하는 문제이지만, 감추고 가리고 결국 가해자가 여전히 혹은 더 잘 살게 한 모든 일들은 문제다.

“저항을 학습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난은 그저 익숙하고도 어쩔 수 없는 생의 조건이었을 뿐 (...)”

그런 행위를 일삼은 이들이 지켜내려한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보이지 않게 되고 밀려 나고 떠돌게 된 이들은 누구인지, 천천히 가늠해본다. 불확실이 불안을 불러오는 듯해서, 확신과 정답을 찾은 세월 동안 내가 부정한 내용은 무엇이었을지 재고해본다.

첫 출간된 13년 전보다 지금 나는 더 자주 포기하고 싶다. 작은 깜냥은 더 작아졌고, 체면치레하던 인내심은 더 얕아졌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줄었는지, 견디는 일에 지쳤는지, 자극에 발작 버튼이 눌릴 듯한 아슬아슬한 기분도 더 자주 든다.

정치사회적으로, 기후생태적으로, 개인인 내가 애쓰는 일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마음이 매일 든다. 다정한 친구는 아직 내가 성장 중이라는 신호라고 하지만. 

내용을 안다고 생각한 낯설고도 신비로운 이 작품이 진정제처럼 의미 있는 위로가 되었다.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없다면 믿음이 없다면 인간은 무엇이며, 삶은 무엇이냐고 조용히 속삭인다.

“태생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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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로기완을 만났다 / 조해진 장편소설 평점10점 | g*****0 | 2024.03.31 리뷰제목
넷플릭스 영화를 먼저 본 후 원작소설을 만났다. 역시나 소설은 영화와는 살짝 다른 분위기이다. 로기완이라는 인물의 존재는 분명히 있지만 스토리의 흐름은 다르다. 그렇기에 소설은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던 작품이다. <단순한 진심>을 읽었기에 작가의 작품은 처음은 아니다.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 무국적자. 난민으로 명명. 신분증 하나 없는 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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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를 먼저 본 후 원작소설을 만났다. 역시나 소설은 영화와는 살짝 다른 분위기이다. 로기완이라는 인물의 존재는 분명히 있지만 스토리의 흐름은 다르다. 그렇기에 소설은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던 작품이다. <단순한 진심>을 읽었기에 작가의 작품은 처음은 아니다.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 무국적자. 난민으로 명명. 신분증 하나 없는 미등록자. 합법적인 절차 없이 유입된 불법체류자. 유령 같은 존재. 인생과 세계 앞에서 무엇 하나 보장되는 것이 없는 다른 땅에서 온 다른 부류의 사람, 곧 이방인이기도 했다." (7쪽) 영화의 로기완을 무수히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이 문장의 인물을 무수히 되뇌게 한다. 로기완이 영화로 작품성을 지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물을 파악하였을지 짐작하게 된다. 


숨그네> 소설의 책표지 그림이 무수히 떠오르는 인물이 된다. <굶주림>소설도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성장한 그는 성장이 멈춘 20살이다. 15살 정도의 아이로 착각할 정도의 왜소한 몸을 가진 그는 굶주림에 익숙한 날들이 많았던 인물이다. 탈북하면서 로기완의 어머니는 자신들의 신분증을 모조리 버리게 된다. 공안에 잡히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포상을 받기 위해 혈안이 된 공안들에게 젊은 로기완은 노동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안전한 어머니가 홀로 일을 여러 개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는 어두운 집안에서 어머니의 노동을 바라보는 존재로만 남아 있었고 힘든 노동으로 부은 다리를 끌고 귀가하는 어머니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귀가할 시간에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면서 사건을 급진적으로 전개된다. 그가 방수포에 싼 돈의 가치는 어머니의 생명값임을 알게 된다.


살아 있고, 살아야 하며, 결국엔 살아남게 될 하나의 고유한 인생, 절대적인 존재, 숨쉬는 사람 236


살아야 하는 존재가 있다. 살아있을 가치가 분명한 인생이 있다. 어머니와 아들, 간암 말기 환자와 전직 의사, 윤주와 방송작가인 화자가 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부유하는 느낌이었는데 결국에는 모두가 살아야 하는 가치가 진중하게 드러난다. 자신이 살아야 어머니가 사는 것이었던 로기완이 있다. 간암 말기 환자가 의사였던 박에게 부탁한 안락사에 대한 내막도 전해진다. 그 환자와 많이 닮았던 방송작가인 화자에게 친절하였던 이유와 헤어지는 순간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한번, 말해 주겠소? 고생했소. 평생을 고생이 많았지." ( 226쪽)라고 말할 때는 먹먹해진다. 안락사를 부탁하는 환자의 심정과 어쩔 수 없이 들어주었던 의사의 절박한 상황이 전해진다. 


시청률을 위해 윤주의 수술을 늦추었던 작가는 의도와 다른 수술 결과에 놀라면서 도망친 자신의 모습을 회고하면서 입안에 맴돌았던 말을 어느 순간 용기를 내서 말하게 된다. 윤주가 수술로 잃어버린 감각을 방송작가인 그녀는 온전히 느끼면서 살게 된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혼재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도망친 작가는 로기완의 일기와 자술서를 읽고 그가 경험한 시공간을 직접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내밀하게 이해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박이라고 불린 전직 의사의 이야기와 자신의 도피성 집필 여행도 하나씩 살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로기완을 만나면서 그녀는 수면 유도제와 약상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잠들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용기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도망가고 의존한다고 삶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때로는 스스로 인생을 받아들여야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도 한다. 로기완이 고아원에서 아이들에게 폭력을 당하면서도 참아낸 이유, 벨기에가 부여한 권리를 모두 포기하고 영국으로 간 로기완의 선택도 이해되기 시작한다. 연인을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쥐여준 그의 사랑이 그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숨 쉬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더욱 명확해지기 시작한다. 


박이라고 불리는 그의 삶도 다르지가 않다. 그가 살아야 하는 이유와 의사를 그만둔 마지막 환자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의무가 아닌 관심으로 로기완을 찾아간 박의 발걸음과 두 손의 물건들이 진실하게 전달된다.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상황들을 보게 한다. 유럽의 선택들과 한국 대사관의 반응도 기억하게 된다. 


소설이 집필된 이유가 이야기를 통해서 드러난다. 종교와 국가, 대사관, 경찰, 화려한 거리, 가난한 거리는 상징성을 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로기완을 폭행한 고아원 아이들의 모습과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밤은 이질적이고 상반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사관의 비협조적인 반응과 무관심적이고 사무적인 태도, 속이면서 권리를 찾으려는 사람들과 진정성을 증명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기구한 사연들로 절망과 불안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있음을 보게 된다. 


로기완에게는 기적과 같은 은인들이 있었는데 고아원의 엘렌, 사무실의 흑인 직원, 박이라고 불렸던 전직 의사의 따스함이 부각된다. 화려한 거리,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무채색이 되어버린다. 종교와는 상반되는 사회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절박한 로기완에게 기회를 주고 따스한 눈빛과 길을 열어준 손길과 마음을 기억하게 된다. 


자진해서 청소와 설거지, 세탁일을 한 로기완의 노동의 의미는 죽은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기 위한 노동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고귀해진다.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허비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두드러진다. 로기완이 살아야 하는 이유, 박이 살아가는 이유, 작가가 윤주에게 용기내어 살아야 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나약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아낌없이 살아야 하는 이유가 선명해지는 이야기이다. 공항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방송 작가에게 말해주는 박의 대화에 방점을 찍게 되는 소설이다.


때로는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한 생애는 잘 마무리됩니다. 222


의도와 관계없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들, 

관습 혹은 단순한 호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커뮤니티, 

실체도 없이 우리 삶이 테두리를 제한하고 

경계 짓는 국적이나 호적 같은 것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 


회사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프린트된 명함, 

출생과 죽음, 결혼과 건강을 기록하는 관공서의 수많은 서류들도 

개인의 절대적인 존재감을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기념사진, 약속과 일과를 적어 내려간 수첩, 

여권 속의 스태프들, 녹슨 열쇠, 책의 접힌 페이지 같은 것들 역시 

우리 삶의 부분적인 단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생애 전체를 관통하지는 못한다... 

몸의 리듬마저 변하지 않는 소속감을 약속해 주지 않는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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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조해진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소설은 나에게 증여되었다’ 평점10점 | k****9 | 2024.03.18 리뷰제목
『로기완을 만났다』조해진 장편소설창비 출판“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무국적자이자 이방인. 성은 로 이름은 기완. ‘나’는 탈북민 로기완이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고백한 한 줄의 문장을 읽고 대본 대신 글을 쓰고 싶었고, 익숙했던 세계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방송국 작가를 그만두고 로기완을 찾기 위해 그를 안다는 H 객원기자인 박
리뷰제목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장편소설

창비 출판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무국적자이자 이방인. 성은 로 이름은 기완. 

‘나’는 탈북민 로기완이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고백한 한 줄의 문장을 읽고 대본 대신 글을 쓰고 싶었고, 익숙했던 세계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방송국 작가를 그만두고 로기완을 찾기 위해 그를 안다는 H 객원기자인 박을 찾아 브뤼셀로 향했다. 방송 욕심으로 수술을 미루게 한 아픈 윤주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그런 윤주를 뒤로 한 채 도망쳤다. 삶의 무엇을 보았기에. 나는 로의 무엇을 알기 위해 로의 흔적을 따라간 것일까. 

5년 동안 방송을 함께 했던 류재이 피디. 고통 받는 사람들의 방송은 그들을 연민하게 만들다가 결국 자신들의 연민을 생각하게까지 했고, 감정은 전이된 듯 우울하게 빛나게 했다. 그리고 도망치듯 뒤로한 윤주의 수술 소식을 재이에게서 듣는다. 


왜소한 체격의 로는 가진 돈으로 버틴다. 어머니의 고통을 지켜봐야했던 마음도 슬펐을 텐데 죄를 용서받는 듯 배움, 일자리 기회가 오면 성실함으로 온 몸을 다한다. 무엇이 로기완을 그렇게 만들었나. 로에게 박은 자신의 죄의식때문에 선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로는 브뤼셀이 북한과 다른 것은 환경뿐만 아니라 체제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간다. 하지만 당장에 닥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로는 언어도 통하지 않는 벨기에의 거리이름을 일기장에 적어나갔다. 자신이 걷는 길이 브뤼셀에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려고 적은 걸까. 여기 있는 이유를 찾고 싶어였을지도.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속 한 장면, 책 속 한 문장, 누군가의 사진을 보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훌쩍 떠나서 그 상상만 했던 장면들과의 조우. 만나러 가는 동안의 이유와 만난 이후의 내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과정들이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얼마나 뒤바꿔 놓을지 그려보는 시간들을 갖게 했다.


소설을 읽은 후 넷플릭스 로기완을 만났다를 요약으로 보았는데, ‘나’의 시각으로 ‘로’를 바라보는 게 아니었기에 영화는 책의 내용과 많이 달랐다. 책 속의 이니셜L에 지나지 않았을 뿐인 인물을 이제는 이니셜K로 불러야겠다는 그 이유들이 빠져있는 영화는 제목만 책과 같을 뿐.


소설은 로를 찾아가는 내내 숨가쁘게 몰아닥쳤고 로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 ‘나’, 이니셜K는 어떻게 그의 삶으로 자세히 들어갈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마지막 작가의 말처럼 ‘소설은 나에게 증여되었다’ 



ㅡ○ 책 속 밑줄 긋기




우리는 그저 나무둥치에 주저앉은 날개가 젖은 새처럼 하늘로 날아갈 수도 땅으로 떨어질 수도 없는 순간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니셜L처럼. P11



이토록 풍요로운 세계 저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하고 기근에 허덕이는 거대한 공동체가 분명 하나의 국가로 존재한다는 것이 로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그 세계로부터 왔다는 사실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머나먼 연회장을 초대장도 없이 찾아온 이상한 방문객이 된 것처럼, 고향을 떠올린 그 순간 로는 스스로가 이유없이 부끄러워졌다. 

P49 북한 연길과 벨기에 브뤼셀을 보며 로가 느낀 감정



어쩐지 모든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악의적으로 확인하며 타인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미성숙한 인간처럼 나는 얼떨결에 묻고 있었다. P56



진심이란 것에 병적으로 엄격했던 우리는 언어가 책임질 수 있는 영역 역시 가변적이고 생각보다 훨씬 협소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감정적 차원의 진실이란 한순간에 급조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추억을 헌납하며 조금씩 만들어가는 공유된 약속일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그 시간이 조심스럽게 준비해놓은 구체적인 사건들도 있어야 한다. 사랑이란 언어가 그 모든 것을 보듬어준다고 믿지도 않았고, 이제부터 연인이 시작되자는 식의 선언은 유치하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을 관통한 후에 손안에 들어온 서로에 대한 신뢰감, 이 사람이라는 안도감, 시시콜콜 말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일과 일상, 그런 것들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P72-73



피상적인 고통이 때때로 진실을 회피하듯 우리의 지난 시간도 한낱 픽션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편집된 필름처럼. P74




어떤 사람에겐 위로도 뜻대로 해줄 수 없다. 그 위로의 순간에 묵묵히 소비되는 자신의 값싼 동정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무엇으로도 치환되지 못한 감정은 이렇게 때때로 단 한 번도 조우한 적 없는 타인의 삶에서 재현되기도 한다. P112





자신의 만족을 위해 경계 밖에 서 있는 타인을 함부로 대한 것, 존엄하게 대하지 않은 것, 나는 그런 것 때문에 화가 나 있다. P131


유한한 시간 속에서 마모되는 인간의 체취 P137


타인의 고통이란 실체를 모르기에 짐작만 할 수 있는, 늘 결핍된 대상이다. 누군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나는 무력했고 아무것도 몰랐으며 항상 너무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의 고통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느 지점에서 고조되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삶 속으로 유입되어 그들의 깨어 있는 시간을 아프게 점령하는 것인지, 나는 영원히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P151


자신들이 통역을 하고 조사를 받는 사무적인 관계에서 인간적인 관계로까지 이어질 거라는 것을, 가장 감추고 싶었던 인생의 어느 한 시기를 서로에게 되비추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을. P179


뜨거운 입김이 없었던 우리의 지난 시간이 편집된 필름처럼 한낱 픽션에 불과했을지라도 네가 안쓰러워 너를 지켜주고 싶었던 내 마음은 언제나 내가 일을 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노라고도. P206


타인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삶 속으로 개입되는 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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