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은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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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리뷰 총점 9.4 (3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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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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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슬픔 속에서도 반짝이는 마음이 있다] 따스하고 섬세한 눈길을 지닌 이주란 작가의 신작. 소설 속 인물들은 평범하게 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하고 각자의 고통을 겪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들이 세상을 향해 다시금 단단한 마음으로 나서는, 작지만 빛나는 이야기들이다. 우리와 너무 닮아 놀라운 장면들을 종종 마주하게 될지도.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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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별일은 없고요?』무자비한 따뜻함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3.05.07 리뷰제목
일상을 말하는 듯한 소설을 읽을 때면 마치 우리 주변 인물과 마주 앉아 있는 듯하다. 상실을 겪은 이에게 안부를 묻고 가만가만히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별다른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저 말없이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옆에 앉아 있다가 조용히 일어서 제 갈 길을 가도 다음에 만나면 또 의지가 된다.   이주란의 소설이 그렇다. 『어느 날의 나』 에서
리뷰제목

 

일상을 말하는 듯한 소설을 읽을 때면 마치 우리 주변 인물과 마주 앉아 있는 듯하다. 상실을 겪은 이에게 안부를 묻고 가만가만히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별다른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저 말없이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옆에 앉아 있다가 조용히 일어서 제 갈 길을 가도 다음에 만나면 또 의지가 된다.

 

이주란의 소설이 그렇다. 어느 날의 나에서도 느낀 바지만, 이번 소설에서도 그걸 느꼈다. 소설집이되 마치 연작처럼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느낌의 소설이다. 어머니를 잃고, 남편을 잃고, 직장을 잃은 상실감에서 그저 말없이 지켜봐 주는 것이 사실은 힘들다. 무슨 말인가를 건네야 할 거 같고, 위로의 말이랍시고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주란의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묻지 않는다. 하고 싶으면 하겠지, 하고 기다려줄 줄 안다. 문득 그런 마음이 부러웠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기다림이 부족한 것도 같다.

 

 


 

 

잘 도착했나요 

.

별일은 없고요 

기차 타고 조금 오는데 별일은요.

아무튼 잘 가셨다니 마음이 놓입니다.

저도요. (46~47페이지, 별일은 없고요 중에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함께 서울에서 만나 문자를 나눈 관계. 안부를 묻는 그 한마디가 정겹다. ‘별일은 없고요?’라는 문장에서 많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염려와 안타까움, 혹은 무관심을 빙자한 관심 같은 것들. 아랫집 아저씨의 방화로 그 집에서 살 수 없게 된 수현은 직장 동료의 집에서 머물다가 고향도 아닌 곳의 원룸에서 살고 있는 엄마에게 신세를 졌다.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무심한 질문과 더 이상 묻지 않는 엄마 때문에 그곳에서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엄마의 일손을 돕고, 엄마 회사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상이 편해 보였다.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잊고 싶은 것을 잊는 과정이 아닐까 싶었다.

 

며칠을 함께 지내기만 했을 뿐, 가족이 아닌 사람과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의 집에서 애도의 기간을 보내는 주인공과 함께 머무는 아주머니가 있다. 함께 동네를 거닐고 캔맥주를 마실 수 있는 관계. 때로는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처럼 가까운 장소에서 함께 돕고 함께 음식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더불어 사는 인간의 삶을 보는 듯하다.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옆집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경험했기에 알 수 있는 감정들일 것이다.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다는 문장이 와닿는다.

 

사람이 다 다르다는 것이 가끔은 무섭게, 그래서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만큼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나요? 저 역시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려고 노력했고 상대의 감정을 잘 모르겠다고 느껴질 땐 조심스레 질문을 더 해보거나 그것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듣기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자주 실패했습니다. (184페이지, 이 세상 사람중에서)

 

 


 

 

남편을 잃고 집안에 갇힌 것처럼 지낸 주인공에게 첫사랑인 남자의 이메일은 집 밖으로 나가게 한다. 국숫집과 추억 때문에 상실의 시간을 견디는 이에게 때로는 타인의 조용한 침범이 힘을 줄 때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말없이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자주 놓치는 것이다.

 

어른에서 아줌마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을 내가 지금 나눠 받고 있다는 무자비한 따뜻함 때문이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힘들 때는 속도를 늦추고 멈출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며 밀려드는 감정을 표현한 말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이렇게 또 세상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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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말하지 않고 평점8점 | r*********s | 2023.11.22 리뷰제목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것이 나쁜 일에 국한된 건 아니다. 말하고 싶은 순간이 오지 않았을 뿐, 말하고 싶은 때가 오면 말하게 되는 것들이다. 누군가 그 말을 재촉한다. 누군가 그 말을 강요한다. 가깝다는 이유로, 자신이 그것에 대해 안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들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좋은 의도라는 걸 알면서도 선뜻 말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저 말하고 싶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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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것이 나쁜 일에 국한된 건 아니다. 말하고 싶은 순간이 오지 않았을 뿐, 말하고 싶은 때가 오면 말하게 되는 것들이다. 누군가 그 말을 재촉한다. 누군가 그 말을 강요한다. 가깝다는 이유로, 자신이 그것에 대해 안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들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좋은 의도라는 걸 알면서도 선뜻 말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저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그게 전부라는 걸 사람들은 의심한다.

 

이주란의 단편집 『별일은 없고요?』은 그런 마음을 안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이어도 괜찮다고, 과장된 표현을 요구하거나 속내를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이다. 이주란의 단편은 기쁨과 즐거움보다는 가라앉은 마음이나 지그시 누른 슬픔 같은 것들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소설집을 읽는 게 답답하거나 불편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주란의 소설은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운 이의 죽음, 사고, 이별을 암시할 뿐 자세한 내막은 들려주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 아직은 때가 오지 않는 말들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표제작 「별일은 없고요?」를 포함한 8개의 단편 가운데 몇 편은 두 번째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바로 그 사실을 알아차린 단편도 있고 중반 이상 읽고서 기억한 단편도 있다. 이주란 소설의 특징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그리는 것, 그 안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것, 전반적으로 상실을 다루지만 지독한 슬픔을 뿜어내지는 않는다고 할까. 그래서 한편으로는 돌림노래나 도돌이표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삶이란 반복적인 돌림노래와 비슷하지 않는가. 관계는 늘 어렵고 쉽게 오해하는 대신 오해를 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서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 상대를 안다고 생각한 마음이 얼마나 오만한가, 얼마나 부족한가 깨닫기도 한다.

 

 

이주란의 소설은 그런 마음을 인정하라고 괜찮다고 위로한다. 마음이 기우는 대로 말하고 싶은 때가 오면, 지금이 아니라 그때 말해도 괜찮다고 말이다. 표제작 「별일은 없고요?」에서 수연은 연인과 헤어지고 직장을 그만두고 엄마가 일하는 지방의 원룸으로 온다. 낯선 동네를 오가며 산책하고 엄마가 밥을 해주는 곳에서 일하는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두 번째 읽으면서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새집이어도, 아무튼 언젠가 그 방에서도 누군가는 죽을 수 있어.” (25쪽)

 

누군가는 죽을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죽을 수 있다는 것, 죽음과 상실이었다. 「별일은 없고요?」의 뒷이야기처럼 여겨지만 인물의 이름은 다른 「사람들은」에서는 얼마 전 엄마를 잃은 은영의 집에 직장 동료였던 은영이 며칠 신세를 지겠다고 연락이 온다. 집 주인인 은영이 일하러 나간 사이 은영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데, 나중에 은영의 엄마도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상실을 겪은 이에게 잦은 안부를 묻고 괜찮냐고 묻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정말 그럴까. 혼자만의 방식과 애도의 기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은영이 그랬던 것처럼.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애도를 하는 「어른」 속 경아의 곁에는 아줌마가 있다. 가족이나 친척이 아닌 관계지만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고 시골 동네를 산책하고 두부를 사러 가고 곁에 머물러 주는 어른이다. “울고 싶은 만큼 울었어?”(103쪽)라고 물어주며 아줌마는 돌아가신 고모 이야기를 꺼내며 경아에게 “마음 놓고 울라는 거야”(104쪽)란 마음을 건넨다. 아줌마와 지내며 아줌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인해 경아는 위로를 받는다.

 

아줌마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을 내가 지금 나눠 받고 있다는 무자비한 따뜻함 때문이었다. ( 「어른」, 114쪽)

 

그런가 하면 남편을 잃고 대학 후배의 집에서 지내는 「파주에 있는」 현경은 매일 후배가 전하는 안부와 염려를 받는다. 집 밖을 나가지 않는 현경은 첫사랑이었던 재한의 메일을 받고 외출을 한다.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가며 사람들의 분주함을 마주한다. 재한은 소소한 일상을 건네며 그저 곁에서 걸어준다. 그리고 헤어질 때 잘 살라고 말한다. “잘. 잘 살아야 돼.” (275쪽)라는 그 말에 담긴 진심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이주란의 소설은 밋밋하다고 할 수도 있다. 사건의 개요나 핵심 설명은 찾을 수 없다. 그러니까 폭풍이 몰아치는 순간이 아닌 그 이후의 감정들에 집중한다고 할까. 그 시간들이야말로 우리가 보내야 할 삶이고 버티고 견뎌내야 할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상실의 슬픔, 부족한 애도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려준다. 그것이 지독한 슬픔이라 할지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들은 말하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말하지 않고.

 

그러고 싶으니까 그러는 것 같아.

응?

결국엔 자기가 결정하는 거지.

뭘?

행동, 태도, 반은, 그러니까…… 모든 것.

모든 것? ……

거의 대부분.

마음이 어떤 쪽으로 아주 많이 기울면 어쩔 방도가 없잖아. (서울의 저녁」,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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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별일은 없고요? 다음으로 나아가는 마음.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y*******2 | 2023.07.22 리뷰제목
별일은 없고요?단편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맑고 고요한, 그러나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들이었다. 극적인 사건이나 결말이 있는 삶이 아니라 천천히 나아가는 삶이었다, 부서지고 무너지고 절망하는 삶을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였다.‘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상실’과 ‘희망’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희망’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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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단편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맑고 고요한, 그러나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들이었다. 극적인 사건이나 결말이 있는 삶이 아니라 천천히 나아가는 삶이었다, 부서지고 무너지고 절망하는 삶을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였다.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상실’과 ‘희망’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희망’과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별일은없고요
나만 너무 쉽게 부서지는 것 같은 마음. 달라지는 나 자신을 알아가기를 비는 마음. 그리고 누군가에게 별일은 없는지 다정한 안부를 묻는 마음. 퇴사 이후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을 보내는 ‘수연’의 미래를 그려본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은 없을 것 같은 날들. 사람들은 서로의 무릎을 베고 하늘을 보지만 내 무릎은 그저 닳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날들.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는 거라 그날의 기억과 그날의 마음으로 사는 거라고 생각하는 날들. 전 직장동료였던 ‘은영’과 ‘은영’이 엄마의 죽음이라는 상실감을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힘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서로는 알았을 것이다.

#어른
이 단편이 가장 낯설면서도 따뜻했다. 우연히 알게 된 아줌마. 이제 혈육이라고는 한 명도 남지 않게 된 경아를 들여다보고 가족으로 대하는 아줌마. 너무 힘들 땐 잠시 멈춰도 된다고, 그러는 게 좋다는 알려준 아줌마. 아줌마의 무자비한 따뜻함이 뭉클해진다. 무자비하다는 표현이 따뜻하다와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런 따뜻함이 필요한 세상이 아닌가.

#여름밤
새백 4시에 고백을 하고, 내년 봄도 함께 보낼 수 있을지 기대하고 되고, 어떤 표정은 너무 깜찍해서 사랑스럽던 은영 씨. 은영 씨가 떠났다.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은영을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지. 은영 씨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인데 이제는 보지 못할 때조차 좋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라진 은영 씨가 다시 돌아오고 함께 누워 잠드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 사랑스러운 마음. 기다리다보면 돌아올까, 기다릴 자신이 있었는데 그게 상대의 마음과는 상관없을 수도 있구나(p.137)를 깨닫게 되면 무너지지 않고 계속 기다릴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은영 씨가 돌아와 다행이다.

#위해
조용히 살라는 할머니의 말에 어차피 난 조용히 살거였다고 생각하는 수현. 해볼 수 있는 게 없을 때는 체념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수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받아들인 것 같았다가 억울했다가 하는 감정의 징검다리를 오가는 수현. 옆집으로 이사온 유리를 보며 자신을 떠올릴걸까.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수현이 몰래 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세상사람
폭력이 얼마나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하더라도. 친구가족과의 캠핑만으로도 갑작스레 울게 되는 ‘나’ 지금의 내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자신이라는 사실이 안쓰럽고 씁쓸하다. 서로의 집이 되어주는 말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지만 역시나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그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상해 옆에 토닥여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큰 사람은 어른이 되어도 아이가 있다고 한다. 사랑의 처음은 부모로부터 오는 것이고 그 사랑이 부족하거나 박탈당했다면 성숙한 어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나’가 누군가에게 기대고 사랑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 사람과의 시간을 잊고 잘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걸 잠시나마 깨닫는 순간들도 있었으니까(p.199) 그리고 나 역시도 짐이 되고 싶지 않다.

가족을 잃고 회사를 그만두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사람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살아가다보면 수많은 상실과 슬픔을 만나게 된다. 작가의 어느 인터뷰에서 슬픔 속에 머물지 않고 그것이 지나가고 조금은 고요해진 뒤의 상태나 감정에서 출발한 소설을 쓰고자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분위기가 대부분 차분한 담담하게 그려진다. 차갑고 쓸쓸한 게 아니라 잔잔한 따스함 같은 소설. 소설의 끝은 언제나 슬픔과 절망 속에 있지 않고 나아가는 마음이 있다. 당신이 잘 지내기를, 잘 살기를 바라는 그런 다정한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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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별일은 없지만 묵직한 우리 삶 평점10점 | c*******9 | 2023.05.30 리뷰제목
이주란 작가의 소설이 너무 궁금했던 것도 있지만, 책 제목이 참 마음에든다. 5월들어 갑자기 몸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졌다. 특히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비염이 상상 이상으로 계속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누군가 내 안부를 물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인 생활이 길다보니, 종종 안부 물어봐 주는 사람이 있을 때면 너무나 고맙다. 평소에는 그게 귀찮은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리뷰제목

이주란 작가의 소설이 너무 궁금했던 것도 있지만, 책 제목이 참 마음에든다.

5월들어 갑자기 몸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졌다. 특히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비염이 상상 이상으로 계속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누군가 내 안부를 물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인 생활이 길다보니, 종종 안부 물어봐 주는 사람이 있을 때면 너무나 고맙다.

평소에는 그게 귀찮은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아무도 나의 안부를 물어보지 않을 때, 유일하게 물어봐 준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것이다.

이주란 작가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이번 작품도 그래서 어떨까 기대하고 읽는데,

첫 번째 단편을 읽고 두번째 단편을 읽다....

 

슬며시 스믈스믈 올라오는 생각에 놀랐다. 일상의 평범한 대화와 생각이 적혀있는데, 그 몇 줄의 대화 속에 담긴 생각들과 주인공이 겪었을 삶의 이야기들이 너무 함축되어, 인생의 많은 의미들을 담은 몇 줄의 표현들이 그냥 일상속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것처럼 적혀있다.

"

이런 날에 빗물을 맞는 경우는 흔하다고 사람ㄷ르은 말하겠지만 나는 그 순간이 괴로웠다.

.....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한것 같은데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 지겨웠다......

왜 나는 빗물을 맞았을까. 알것 같았고 나는 내가 어느날 태어난 이후로 줄곧 빗물을 맞으며 살아왔다는 것이 싫었고 앞으로도 계속 빗물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

 

담담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들이 스치듯 지나갈지라도, 콕 박히는 알알이 박히는 글들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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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저 한없이 따스한 이야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o****0 | 2023.05.19 리뷰제목
소설의 발단은 젊은 시절 갑작스런 귀향이라는 내키지 않을 수 있는 계기로 시작되지만 이후의 전개는 너무나 따스하게 느껴져 작 중 표현인 '무자비한 따스함'에 걸맞는 일상적인 이야기다. 내가(무월) 쓰고 있는 글이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덜 다칠 수 있게끔 연착륙하게 돕고, 다시금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글이라면 이 소설은 곤두박질쳤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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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발단은 젊은 시절 갑작스런 귀향이라는 내키지 않을 수 있는 계기로 시작되지만 이후의 전개는 너무나 따스하게 느껴져 작 중 표현인 '무자비한 따스함'에 걸맞는 일상적인 이야기다. 내가(무월) 쓰고 있는 글이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덜 다칠 수 있게끔 연착륙하게 돕고, 다시금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글이라면 이 소설은 곤두박질쳤을진 모르더라도 그곳에서 다시 안정을 찾고 새로운 일상에 뿌리내리며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에 문득 내 이상과 겹쳐보였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건내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치 '내가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면, 내가 지쳐있다면 과연 나는 어떤 말을 듣길 바랄까?' 라는 물음을 깊이 되내이고, 곱씹어 찾아낸 결과물이 소설이 만드는 따뜻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가장 아픈 곳을 어루어만져주는 위로가 되었다. 힘든 순간을 보내는 소설 초반부에는 타인과 거리를 두고 있어 참혹한 외로움을 느끼는 부분이 공감갔고, 후반에서는 그럼에도 적절한 거리를 두고 늘 자신의 위치에서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인물들에게 내 주변 사람들이 오버랩되어 또 한번 공감갔다. 이 소설은 다른 작품들처럼 극적인 계기를 통해 눈부시게 성장하고, 커다란 것을 이뤄내진 않는다. 다만 인물들과의 깊은 관계와 가까운 사람들이 건네는 오지랖으로 포장된 선의의 따스함 속에서 주인공과 독자가 함께 지친 몸과 상처를 회복하고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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