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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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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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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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슬프지만 슬프지 않기도 해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d***u | 2024.06.17 리뷰제목
0. 느슨한 이야기묶음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연작소설이라고 한다. 책에 실린 단편들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하나의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독립적이다. 첫 번째 이야기(「오리배」)의 주인공이 탄 택시기사(「심야의 질주」), 그 택시기사가 뺑소니친 사람(「세상의 끝」), 그 사람이 밥을 주던 길고양이(「아홉 번의 생」), 그 고양이의 네 번째 삶에서의 동거인(「영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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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느슨한 이야기묶음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연작소설이라고 한다. 책에 실린 단편들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하나의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독립적이다. 첫 번째 이야기(「오리배」)의 주인공이 탄 택시기사(「심야의 질주」), 그 택시기사가 뺑소니친 사람(「세상의 끝」), 그 사람이 밥을 주던 길고양이(「아홉 번의 생」), 그 고양이의 네 번째 삶에서의 동거인(「영원의 소녀」), 그 사람의 언젠가의 애인 비스무리한 사람(「이 세계의 개발자」). 각 이야기의 인물들은 이렇게 이어져있기는 하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서 서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소설의 이야기가 아닌 서로의 인생에 대해서라면 큰 비중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야기들을 하나로 엮는 것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스치듯 지나간 인연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죽은 후에도 세상에 남아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경우에는 흔히 생각하는 유령의 형태로, 고양이의 경우에는 환생의 형태로. 그럼 그렇게 남아서 무엇을 할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던 곳에 가고, 하고 싶은 말을 끝내 하고. 아무튼 원하는 건 거의 비슷한데, 거기까지 다다르는 과정이 또 얼마나 다양한지 몰라.(이 세계의 개발자, p. 289)" 그곳에 다다르고 나면, 그제서야 이 세상을 떠난다.

1. 슬픔들 - 슬픔을 뭉개지 않기

  슬픔을 다루는 방법 중 한 가지는 뭉개버리는 것이다.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거나, 그런 일은 사실 슬픈 일이 아니었다고 치부하기. 나는 항상 이 방법이 과연 유효한 것인지 의문을 품어왔다. 이제 그런 건 다 잊어버렸다는, 혹은 그 때는 그걸로 뭐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이 진심인지 혹은 애써 하는 말인지, 진심이라면 정말로 그러한지 궁금하다.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그런게 가능할지도. 다만 나의 경우에는 그것이 불가능한 것 같다. 회복은 예전으로의 복귀가 아닌, 새로운 안정 상태로의 진입이어야 한다. 이미 일어난 일을 없었던 걸로 할 수는 없고,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아무리 시야에서 치워버린다고 해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침대 밑이나 카펫 밑으로 들어갈 뿐이다. 그리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썩어간다. 당장은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시점에는 청소를 해야한다. 썩어서 악취가 나기 전이라면 더 좋겠지.

  시간이 지나 내가 더 성장해서 과거의 슬픈 일들을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에 겪었던 슬픔이 정당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분명히 그건 슬퍼할 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걸 부정하는 건, 좀 강하게 말하면, 과거의 나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리의 소설은 슬픔을 뭉개지 않는다. 『좋은 곳에서 만나요』의 이야기들은 죽음과 슬픔으로 가득 차있다. 주인공들이 모두 (적어도 한 번은) 죽은 상태라는 점에서 그럴뿐더러 주변 등장인물의 서사 또한 그렇다.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그런 죽음과 슬픔을 숨기지 않는다. 교통사고, 자살, 병사, 과로사, 공황장애, 알코올 의존, 우울증, 실연...

  그리고 그 슬픔들은 치워지지 않고, 슬픔으로서 정당하게 받아들여진다. 주인공들은 유령이 되어 과거의 슬픔들을 곱씹는다. 아빠의 자살, 어느날 찾아온 동생에 대한 적의(「오리배」), 자신이 저지른 죄들, 유일한 친구를 저버린 일(「심야의 질주」), 죽고 싶어 하던 혜수, 그리고 그런 혜수와 같이 살아가고 싶었던 지우(「세상의 끝」), 선인장의 마음을 확인한 때, 선인장과 영영 헤어져야 했던 일(「아홉 번의 생」) 등등...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주인공들이 안정을 찾은 때에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리배의 주인공은 엄마와 희재의 사진에 찍히지 않았고, 심야의 질주의 주인공은 생전 자신이 저지른 어느 죄에도 속죄하지 못했다. 세상의 끝의 주인공은 같이 유령이 된 혜수에게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고양이는 아홉 번째 생이 곧 끝나 다시는 선인장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영원의 소녀의 정민은 여전히 딸의 죽음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2. 죽어도 해피엔딩 - 슬픔에 짓눌리지 않기

  슬픔을 마주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슬픔의 주름들을 하나하나 만지다 보면 어느 샌가 그 속으로 삼켜지기도 한다. 슬픔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고, 다시는 일상을 영위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들. 체념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들. 실제로 주인공들은 슬픔에 삼켜지기도 한다. 오리배의 주인공은 긴 시간을 기다려도 엄마와 희재가 오지 않자,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이대로 사라지게 되는 걸까./ 아무래도 좋다.(「오리배」, p. 50)"라며 체념에 빠진다. 세상의 끝의 주인공은 혜수와 죽으러 강화도로 향했고, 영원의 소녀의 주인공은 호수에 빠져 스스로 죽는다.

  그럼에도 작가는 좋았던 일들이 슬픔들과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곧 우리에게 예비된 좋은 일이 무엇이 있으려나 곰곰 생각하고 있었다. 각자의 생일은 아직 멀었고 방학 중이므로 상장을 타오거나 시험을 잘 볼 일도 없었다. 그럼 무엇이 있을까. 무엇을 내밀고 오리배를 탈까나.(「오리배」, p. 43)" "매일이 그런 날들이었다./ 모든 것이 좋아질 듯 좋아지지 않았고 다만 혜수가 좋았던 날들./ 외롭지 않은 건 아니었다. 혜수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혜수가 있어서 조금 덜 외로웠다.(「세상의 끝」, pp. 152-3)" "나는 여느 때처럼 그 애를 생각했다. 햇빛 아래 반짝이던 그 애의 모습이며 그 애와 나누었던 얘기들을. 그러자 늘 그랬듯 빛나는 기쁨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아홉 번의 생」, p. 175)" 이유리가 그려내는 좋았던 일들은 무척이나 달콤해서, 읽는 사람이 슬픔에서 허우적대지 않도록 도와준다. 나는 이런 사탕이 없으면 약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이유리의 소설을 참 좋아한다.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들은 모두 슬픔에 짓눌리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난다. 그들이 내린 답은 어찌보면 진부한 말일 수도 있다. 기쁨도 슬픔도 결국에는 지나갈 것이고, 현재의 행운에 충실하기. "그랬다, 그 반짝이는 알갱이들만큼이나 많은 슬픈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알 수 있었다. 이것들은 강물이 한 번 일렁이는 동안만큼만 빛날 뿐이라는 것을.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빛들은 강 하류로 흘러가면서 거대한 물결에 합쳐져 사라질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다음 번의 빛을 표면에 받아들이며, 강이 흐르고 해가 빛나는 동안 영원히 계속.(「오리배」, p.57)" "세계가 빛이라면 관계는 두꺼운 유리 조각과도 같다. 하나의 관계를 통과한 세계는 수십 가지의 색깔로 나뉘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한번 지나간 빛이 돌아오지 않듯이 세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억만 분의 일의 확률로, 무작위로 내달리던 두 갈래의 빛이 어딘가에서 다시 겹쳐지는 찰나가 있다면./ 나는 이제 알고 있었다. 그 찰나를 붙잡아두는 방법을, 그저 소중하고 소중하게 누리는 방법을. (...) 그저 수천만의 행운이 겹쳐 만들어낸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아홉 번의 생」, p.  201, 205)"

  말은 쉽다. 이러한 설교는 질리도록 들어왔다. 이유리의 설교를 특별하게 만드는 점은 그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를 각양각색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들려준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종종 이거면 됐다고, 아무래도 좋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이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진심으로 그렇게 느낀다. "정말로, 더할 나위 없다고./ 그렇게 생각한 직후에 (...)(「오리배」, p. 58)" "진심으로 그렇다고 생각하며 나는 대답했다.(세상의 끝, p. 158)" ""슬프지만 슬프지 않기도 해."/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했다.(「아홉 번의 생」, p. 204)"

3. 깨달음에 이르는 길

1)기다림

  주인공들은 하염없이 무언가를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른채 그저 무언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기다림의 시간은 다양하다. 오리배에서는 수 년, 세상의 끝에서는 반나절, 아홉 번의 생에서는 네 번의 삶.

  슬픔을 언젠가는 마주해야겠지만 그것이 꼭 지금 당장일 필요는 없다. 당장 슬픔을 감당하기 너무나도 버겁다면 그게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이들이 뭔가 특별히 좋은 일이 있어서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저 때가 되어서, 다시 올 수 있을 때가 되어서 온 것이었고 두 사람 다 그때가 오기를 조용히 기다려왔다는 것을.(「오리배」, pp. 56-7)" 

2)기적

  "그렇게 한 계절을 다섯 번쯤 반복했을 무렵,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다.(「아홉 번의 생」, p. 195)" 오랜 기다림의 끝에, 기적이 일어나곤 한다. 기다렸던 사람들이(「오리배」), 예상치 못한 사람이 찾아오고(「심야의 질주」), 그토록 찾아헤맨 누군가를 만나고(「아홉 번의 생」), 세상의 끝에 단 둘이 남고(「세상의 끝」), 신이 나타난다(「이 세계의 개발자」).

 리틀우드의 법칙이라는 것에 따르면,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기적을 경험한다고 한다. 백 만분의 일의 확률을 갖는 사건을 사람이 깨어있는 동안 1초에 한 번 독립시행한다는 가정 하에 나온 결과인데, 헛소리긴 하지만 또 아예 헛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꽤나 겪었기 때문에. 그렇게 찾아온 기적이 내가 바라고 있던 것일 수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우리에게 슬픔을 마주할 힘을 줄 무언가가 찾아오리라 믿고 기다릴 수 있기를.

4. 슬프지만 슬프지 않기도 해

  이유리는 「그 때는 그 때가서」라는 소설에서 자신의 페르소나로 추정되는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주인공은 '머릿속이 꽃밭'이라는 말을 듣고는 한다. 슬픔 속에서도 기어코 해피 엔드로 향하는 이유리의 낙관은 머릿속에 꽃밭 밖에 없는 사람의 현실도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꽃들은 현실도피의 결과가 아니라, 슬픔을 머금고 마침내 피워낸 것이다. 슬픔에 지지 않고, 슬픔을 이기지도 않고, 슬픔을 껴안고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정말 강한 것이 아닐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거야."/ 그러자 그 애는 오랫동안 침묵하다 이렇게 말했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기도 해."(「아홉 번의 생」, p. 204)" 나는 아직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나쁜 생각들이 불쑥 솟을 때마다 이 이야기들을 다시 읽으면 조금씩은 이해해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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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좋은 곳에서 만나요』죽음의 기억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3.07.30 리뷰제목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안타까운 기억들이 떠올라 과거의 인물들을 찾아 그곳에서 삶을 반추한다. 슬펐던 삶을, 사랑했던 사람의 흔적이 있는 장소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은 삶의 한 형태를 보는 것 같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해도 정작 죽고 싶지는 않은 게 본심이다. 죽은 자들이 말한다. 삶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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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안타까운 기억들이

떠올라 과거의 인물들을 찾아 그곳에서 삶을 반추한다. 슬펐던 삶을, 사랑했던 사람의 흔적이 있는 장소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은 삶의 한 형태를 보는 것 같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해도 정작 죽고 싶지는 않은 게 본심이다. 죽은 자들이 말한다. 삶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한강 오리배 선착장에서 엄마와 희재를 기다리는 오리배. 살아있을 적에 좋은 일이 있을 때나 뭔가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 가던 곳. 형체가 희미해지도록 애타는 기다림이 표현되어 있었다. 심야의 질주는 좋아했던 배우 강산의 집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한 택시 운전사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화려했던 삶을 살던 배우가 침대에 누워 지내다가 레토르트 음식을 겨우 먹으며 지내는 장면을 본다. 갑자기 연기를 할 수 없었던 이유, 술을 입에 댈 수밖에 없었던, 떠나버린 딸의 방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걸 보며 어느 한순간 나락을 경험하기도 하는 것 같다.

 

 


 

산 사람에게 있어 죽음이란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지 온전히 자신의 것은 아니므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언젠가는 그것을 버릴 수도 있게 된다는 걸 나는 배워 알고 있다. (48페이지, 오리배중에서)

 

세상의 끝에서 지우와 혜수는 자살하러 바다에 갔다가 택시 운전사에 의해 죽었다. 죽으려고 간 바닷가였지만 정말 죽고 싶지는 않았다. 점점 몸이 희미해지며 지난날을 반추한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시골, 충동적으로 참석한 동창회 모임에서 혜수가 따라와 함께 3년을 살았다. 귀신이 되어 해당화가 핀 거리를 거니는 두 사람.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들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아홉 번의 생은 고양이의 생을 다룬다. 한 생을 건너뛸 때마다 좋은 어미, 좋은 주인을 만나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았다. 다섯 번째 삶에서 선인장을 만나 특별함을 느꼈다. 다음 생이 없어도 전혀 두렵지 않은 고양이의 삶에서 문득 우리 고양이는 몇 번째의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했다. 소중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혹시 이 절벽, 이곳이 세상의 끝은 아닐까. 우리가 세상의 끝에 다다른 거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온 사위가 밝아지며 점점 빛 속으로 잠겨 들고 있는 이곳이 세상의 끝이 아니라면 어딜까.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는 이곳이. (157페이지, 세상의 끝중에서)

 

 

영원의 소녀는 고양이의 세 번째 삶에서 숲속의 통나무집 주변 호수에 뛰어들어 죽은 여자가 나온다. 영혼의 삶을 찾아 떠난 애인의 집으로 찾아간 유령. 아이를 사고로 잃어버린 인간의 절망. 그를 지켜보는 그녀는 마음이 아프다. 이 세계의 개발자는 책상에 앉아 그대로 죽은 한 개발자가 나온다.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는 그에게 신은 말한다. 좋은 곳으로 간다는 신의 말이 귓가에 어른거린다. 죽으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마음껏 볼 수 있을까.

 

 


 

죽은 사람이 주인공인 소설이 흔했던가. 산 사람의 미래를 보여주는 죽은 자들의 생각. 각자의 삶은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죽은 존재라고 해서 다른 죽은 존재를 볼 수도 없으며 이전의 삶처럼 외롭다고 여기기도 한다. 이처럼 죽음도 삶의 한 형태다.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는 게 의외다. 죽음 이후의 삶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나름 괜찮을 것도 같다.

 

작가의 문체가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다 읽고 살펴보니 두 편의 단편을 읽었던 거다. 작품을 처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낯설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해본다. 좋은 작품 많이 내주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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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삶과 죽음 사이에 이러한 '마'가 뜬다면, 기대감을 안고 죽을 수 있을 것 평점8점 | r********g | 2024.09.12 리뷰제목
1. 좋은 곳이란 어디일까. 생각보다 일상에서 '좋은'과 '곳'을 붙여서 잘 쓰지 않는다. 좋은 곳, 이라는 표현을 언제 들어봤나 생각해봤더니, 미드 [굿 플레이스]가 불현듯 떠올랐다. 사후 세계 시트콤이라는 묘한 장르인데, 한 번쯤 시청해보기를 권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유리의 [좋은 곳에서 만나요]에서도 '좋은 곳'은 현세보다는 내세에 가깝다. 물론 염라대왕이 출몰하는 저승
리뷰제목

1. 좋은 곳이란 어디일까. 생각보다 일상에서 '좋은'과 '곳'을 붙여서 잘 쓰지 않는다. 좋은 곳, 이라는 표현을 언제 들어봤나 생각해봤더니, 미드 [굿 플레이스]가 불현듯 떠올랐다. 사후 세계 시트콤이라는 묘한 장르인데, 한 번쯤 시청해보기를 권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유리의 [좋은 곳에서 만나요]에서도 '좋은 곳'은 현세보다는 내세에 가깝다. 물론 염라대왕이 출몰하는 저승이라고 보기는 애매하고, 소설에서 '좋은 곳'이란 고통스러운 현생을 잘 마무리하고 나서, 현생을 멀리서 관조할 수 있는 언젠가, 혹은 어딘가의 지점을 가리키는 듯하다.


2.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연작소설로, 총 여섯 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각각 직전 소설에서 살짝이나마 스쳐지나간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이야기 속에 내가 언젠가 스쳐지나갔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러한 연작 소설의 형식이 인생의 관계성을 유려하게 드러내는 데 일조한다. 그 외에는 전혀 관련없어보이는 편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처럼 완벽히 다른 이야기들 속에서도 인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감정이 있다. 좋은 곳에서 만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좋은 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이는 현생이라는 '나쁜 곳'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3. 등장 인물들은 아프고, 우울하다. '죽음'이라는,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사건을 맞이하고, 그제서야 죽지 않은 이들을 바라보게 된다. '삶-나'와 '삶-너'를 바라보는 현실에서 '죽음-나'와 '삶-너'를 바라보게 되는 현실로 전환되었을 때, 시선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이유리는 (당연히) 경험해본 적 없을 죽은 자들의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가도, 감도 없는 온전한 서술 속에서 그들의 희로애락은 여실히 드러난다.


4. 소설집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에도 불구, 소설 하나하나는 명백히 다르고 유별나다. 각자 추구하는 재미가 다르고, 그러다 보니 각자가 갖고 있는 퀄리티도 좀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집의 첫 장을 여는 '오리배'와, 고양이의 시선을 다루는 '아홉 번의 생'이 퀄리티가 높아 기억에 남는다. 한편으로는 조금 난해한 작품도 있다. 그럼에도 앞뒤로 붙어있는 단편들 덕분에 이 난해함이 조금이나마 이해된다. 연작소설의 맛이 여기서 느껴진다.


#이유리 #좋은곳에서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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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이유리가 좋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d*********5 | 2024.09.19 리뷰제목
나 요즘 이유리가 너무 좋다. 이 책은 순전히 이유리에 대한 팬심으로 구매한 것. 지하철에서 읽다가 첫 번째 오리배 이야기에서 눈물이 핑 돌아 버림. 공공장소에서 일지 마세요. 추해질 수 있습니다. 띠지에 경고문이라도 써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중, 재희에 대한 묘사가 마음에 오래 걸려 있다. 아마도 사람이 젊고 어린 나이에 죽기도 한다는 걸,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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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요즘 이유리가 너무 좋다. 이 책은 순전히 이유리에 대한 팬심으로 구매한 것. 지하철에서 읽다가 첫 번째 오리배 이야기에서 눈물이 핑 돌아 버림. 공공장소에서 일지 마세요. 추해질 수 있습니다. 띠지에 경고문이라도 써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중, 재희에 대한 묘사가 마음에 오래 걸려 있다. 아마도 사람이 젊고 어린 나이에 죽기도 한다는 걸,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걸 경험하고 난 뒤에야 과거와 마주할 용기 비슷한 것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 정세랑 베스트 “이만큼 가까이”가 생각나서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책을 펼친 채로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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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좋은 곳에서 만나요, 모두.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c*********3 | 2024.03.10 리뷰제목
이유리 작가의 연작소설 <좋은 곳에서 만나요> 에 가장 처음 나오는 <오리배> 부분을 툰으로 그려보았습니당. 연작소설의 재미란 언제나 이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에선 어떻게 이어지려나? 하는 마음으로 읽는 데에 있죠. 역시나, 재미있었어요.책 제목에서 말하는 '좋은 곳' 이란 우리가 보통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고 위로처럼 버릇처럼 말하는,... 명복을 빈다거나 좋은 곳에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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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작가의 연작소설 <좋은 곳에서 만나요> 에 가장 처음 나오는 <오리배> 부분을 툰으로 그려보았습니당. 연작소설의 재미란 언제나 이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에선 어떻게 이어지려나? 하는 마음으로 읽는 데에 있죠. 역시나, 재미있었어요.

책 제목에서 말하는 '좋은 곳' 이란 우리가 보통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고 위로처럼 버릇처럼 말하는,... 명복을 빈다거나 좋은 곳에 가라고 바라는 말 속의 장소죠. 그래서 누군가가 죽었을 때 그 누군가의 좋은 곳은 어딘지 몰라도 다 다른 곳이리라 생각해요.

이 책이 눈물 짜는 책이었으면 재미가 없었을거에요. 그냥 아무렇지 않은듯이 발랄하게(?) 떠돌아다니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귀신들의 한탄일지 넋두리일지 하소연일지 아님 다른 무엇이랄지. 그런 것들이 식상하거나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나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까? 혹시 내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없다면 무엇을 해결해야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으려나? 생각하다 책을 덮었습니다. 되도록이면 한방에 좋은 곳으로 가면 좋을텐데...히히...

p. 48 산 사람에게 있어 죽음이란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지 온전히 자신의 것은 아니므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언젠가는 그것을 버릴 수도 있게 된다는 걸 나는 배워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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