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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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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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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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슬프지만 슬프지 않기도 해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d***u | 2024.06.17 리뷰제목
0. 느슨한 이야기묶음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연작소설이라고 한다. 책에 실린 단편들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하나의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독립적이다. 첫 번째 이야기(「오리배」)의 주인공이 탄 택시기사(「심야의 질주」), 그 택시기사가 뺑소니친 사람(「세상의 끝」), 그 사람이 밥을 주던 길고양이(「아홉 번의 생」), 그 고양이의 네 번째 삶에서의 동거인(「영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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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느슨한 이야기묶음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연작소설이라고 한다. 책에 실린 단편들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하나의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독립적이다. 첫 번째 이야기(「오리배」)의 주인공이 탄 택시기사(「심야의 질주」), 그 택시기사가 뺑소니친 사람(「세상의 끝」), 그 사람이 밥을 주던 길고양이(「아홉 번의 생」), 그 고양이의 네 번째 삶에서의 동거인(「영원의 소녀」), 그 사람의 언젠가의 애인 비스무리한 사람(「이 세계의 개발자」). 각 이야기의 인물들은 이렇게 이어져있기는 하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서 서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소설의 이야기가 아닌 서로의 인생에 대해서라면 큰 비중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야기들을 하나로 엮는 것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스치듯 지나간 인연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죽은 후에도 세상에 남아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경우에는 흔히 생각하는 유령의 형태로, 고양이의 경우에는 환생의 형태로. 그럼 그렇게 남아서 무엇을 할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던 곳에 가고, 하고 싶은 말을 끝내 하고. 아무튼 원하는 건 거의 비슷한데, 거기까지 다다르는 과정이 또 얼마나 다양한지 몰라.(이 세계의 개발자, p. 289)" 그곳에 다다르고 나면, 그제서야 이 세상을 떠난다.

1. 슬픔들 - 슬픔을 뭉개지 않기

  슬픔을 다루는 방법 중 한 가지는 뭉개버리는 것이다.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거나, 그런 일은 사실 슬픈 일이 아니었다고 치부하기. 나는 항상 이 방법이 과연 유효한 것인지 의문을 품어왔다. 이제 그런 건 다 잊어버렸다는, 혹은 그 때는 그걸로 뭐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이 진심인지 혹은 애써 하는 말인지, 진심이라면 정말로 그러한지 궁금하다.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그런게 가능할지도. 다만 나의 경우에는 그것이 불가능한 것 같다. 회복은 예전으로의 복귀가 아닌, 새로운 안정 상태로의 진입이어야 한다. 이미 일어난 일을 없었던 걸로 할 수는 없고,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아무리 시야에서 치워버린다고 해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침대 밑이나 카펫 밑으로 들어갈 뿐이다. 그리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썩어간다. 당장은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시점에는 청소를 해야한다. 썩어서 악취가 나기 전이라면 더 좋겠지.

  시간이 지나 내가 더 성장해서 과거의 슬픈 일들을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에 겪었던 슬픔이 정당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분명히 그건 슬퍼할 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걸 부정하는 건, 좀 강하게 말하면, 과거의 나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리의 소설은 슬픔을 뭉개지 않는다. 『좋은 곳에서 만나요』의 이야기들은 죽음과 슬픔으로 가득 차있다. 주인공들이 모두 (적어도 한 번은) 죽은 상태라는 점에서 그럴뿐더러 주변 등장인물의 서사 또한 그렇다.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그런 죽음과 슬픔을 숨기지 않는다. 교통사고, 자살, 병사, 과로사, 공황장애, 알코올 의존, 우울증, 실연...

  그리고 그 슬픔들은 치워지지 않고, 슬픔으로서 정당하게 받아들여진다. 주인공들은 유령이 되어 과거의 슬픔들을 곱씹는다. 아빠의 자살, 어느날 찾아온 동생에 대한 적의(「오리배」), 자신이 저지른 죄들, 유일한 친구를 저버린 일(「심야의 질주」), 죽고 싶어 하던 혜수, 그리고 그런 혜수와 같이 살아가고 싶었던 지우(「세상의 끝」), 선인장의 마음을 확인한 때, 선인장과 영영 헤어져야 했던 일(「아홉 번의 생」) 등등...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주인공들이 안정을 찾은 때에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리배의 주인공은 엄마와 희재의 사진에 찍히지 않았고, 심야의 질주의 주인공은 생전 자신이 저지른 어느 죄에도 속죄하지 못했다. 세상의 끝의 주인공은 같이 유령이 된 혜수에게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고양이는 아홉 번째 생이 곧 끝나 다시는 선인장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영원의 소녀의 정민은 여전히 딸의 죽음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2. 죽어도 해피엔딩 - 슬픔에 짓눌리지 않기

  슬픔을 마주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슬픔의 주름들을 하나하나 만지다 보면 어느 샌가 그 속으로 삼켜지기도 한다. 슬픔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고, 다시는 일상을 영위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들. 체념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들. 실제로 주인공들은 슬픔에 삼켜지기도 한다. 오리배의 주인공은 긴 시간을 기다려도 엄마와 희재가 오지 않자,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이대로 사라지게 되는 걸까./ 아무래도 좋다.(「오리배」, p. 50)"라며 체념에 빠진다. 세상의 끝의 주인공은 혜수와 죽으러 강화도로 향했고, 영원의 소녀의 주인공은 호수에 빠져 스스로 죽는다.

  그럼에도 작가는 좋았던 일들이 슬픔들과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곧 우리에게 예비된 좋은 일이 무엇이 있으려나 곰곰 생각하고 있었다. 각자의 생일은 아직 멀었고 방학 중이므로 상장을 타오거나 시험을 잘 볼 일도 없었다. 그럼 무엇이 있을까. 무엇을 내밀고 오리배를 탈까나.(「오리배」, p. 43)" "매일이 그런 날들이었다./ 모든 것이 좋아질 듯 좋아지지 않았고 다만 혜수가 좋았던 날들./ 외롭지 않은 건 아니었다. 혜수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혜수가 있어서 조금 덜 외로웠다.(「세상의 끝」, pp. 152-3)" "나는 여느 때처럼 그 애를 생각했다. 햇빛 아래 반짝이던 그 애의 모습이며 그 애와 나누었던 얘기들을. 그러자 늘 그랬듯 빛나는 기쁨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아홉 번의 생」, p. 175)" 이유리가 그려내는 좋았던 일들은 무척이나 달콤해서, 읽는 사람이 슬픔에서 허우적대지 않도록 도와준다. 나는 이런 사탕이 없으면 약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이유리의 소설을 참 좋아한다.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들은 모두 슬픔에 짓눌리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난다. 그들이 내린 답은 어찌보면 진부한 말일 수도 있다. 기쁨도 슬픔도 결국에는 지나갈 것이고, 현재의 행운에 충실하기. "그랬다, 그 반짝이는 알갱이들만큼이나 많은 슬픈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알 수 있었다. 이것들은 강물이 한 번 일렁이는 동안만큼만 빛날 뿐이라는 것을.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빛들은 강 하류로 흘러가면서 거대한 물결에 합쳐져 사라질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다음 번의 빛을 표면에 받아들이며, 강이 흐르고 해가 빛나는 동안 영원히 계속.(「오리배」, p.57)" "세계가 빛이라면 관계는 두꺼운 유리 조각과도 같다. 하나의 관계를 통과한 세계는 수십 가지의 색깔로 나뉘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한번 지나간 빛이 돌아오지 않듯이 세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억만 분의 일의 확률로, 무작위로 내달리던 두 갈래의 빛이 어딘가에서 다시 겹쳐지는 찰나가 있다면./ 나는 이제 알고 있었다. 그 찰나를 붙잡아두는 방법을, 그저 소중하고 소중하게 누리는 방법을. (...) 그저 수천만의 행운이 겹쳐 만들어낸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아홉 번의 생」, p.  201, 205)"

  말은 쉽다. 이러한 설교는 질리도록 들어왔다. 이유리의 설교를 특별하게 만드는 점은 그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를 각양각색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들려준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종종 이거면 됐다고, 아무래도 좋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이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진심으로 그렇게 느낀다. "정말로, 더할 나위 없다고./ 그렇게 생각한 직후에 (...)(「오리배」, p. 58)" "진심으로 그렇다고 생각하며 나는 대답했다.(세상의 끝, p. 158)" ""슬프지만 슬프지 않기도 해."/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했다.(「아홉 번의 생」, p. 204)"

3. 깨달음에 이르는 길

1)기다림

  주인공들은 하염없이 무언가를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른채 그저 무언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기다림의 시간은 다양하다. 오리배에서는 수 년, 세상의 끝에서는 반나절, 아홉 번의 생에서는 네 번의 삶.

  슬픔을 언젠가는 마주해야겠지만 그것이 꼭 지금 당장일 필요는 없다. 당장 슬픔을 감당하기 너무나도 버겁다면 그게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이들이 뭔가 특별히 좋은 일이 있어서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저 때가 되어서, 다시 올 수 있을 때가 되어서 온 것이었고 두 사람 다 그때가 오기를 조용히 기다려왔다는 것을.(「오리배」, pp. 56-7)" 

2)기적

  "그렇게 한 계절을 다섯 번쯤 반복했을 무렵,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다.(「아홉 번의 생」, p. 195)" 오랜 기다림의 끝에, 기적이 일어나곤 한다. 기다렸던 사람들이(「오리배」), 예상치 못한 사람이 찾아오고(「심야의 질주」), 그토록 찾아헤맨 누군가를 만나고(「아홉 번의 생」), 세상의 끝에 단 둘이 남고(「세상의 끝」), 신이 나타난다(「이 세계의 개발자」).

 리틀우드의 법칙이라는 것에 따르면,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기적을 경험한다고 한다. 백 만분의 일의 확률을 갖는 사건을 사람이 깨어있는 동안 1초에 한 번 독립시행한다는 가정 하에 나온 결과인데, 헛소리긴 하지만 또 아예 헛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꽤나 겪었기 때문에. 그렇게 찾아온 기적이 내가 바라고 있던 것일 수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우리에게 슬픔을 마주할 힘을 줄 무언가가 찾아오리라 믿고 기다릴 수 있기를.

4. 슬프지만 슬프지 않기도 해

  이유리는 「그 때는 그 때가서」라는 소설에서 자신의 페르소나로 추정되는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주인공은 '머릿속이 꽃밭'이라는 말을 듣고는 한다. 슬픔 속에서도 기어코 해피 엔드로 향하는 이유리의 낙관은 머릿속에 꽃밭 밖에 없는 사람의 현실도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꽃들은 현실도피의 결과가 아니라, 슬픔을 머금고 마침내 피워낸 것이다. 슬픔에 지지 않고, 슬픔을 이기지도 않고, 슬픔을 껴안고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정말 강한 것이 아닐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거야."/ 그러자 그 애는 오랫동안 침묵하다 이렇게 말했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기도 해."(「아홉 번의 생」, p. 204)" 나는 아직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나쁜 생각들이 불쑥 솟을 때마다 이 이야기들을 다시 읽으면 조금씩은 이해해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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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좋은 곳에서 만나요』죽음의 기억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3.07.30 리뷰제목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안타까운 기억들이 떠올라 과거의 인물들을 찾아 그곳에서 삶을 반추한다. 슬펐던 삶을, 사랑했던 사람의 흔적이 있는 장소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은 삶의 한 형태를 보는 것 같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해도 정작 죽고 싶지는 않은 게 본심이다. 죽은 자들이 말한다. 삶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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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안타까운 기억들이

떠올라 과거의 인물들을 찾아 그곳에서 삶을 반추한다. 슬펐던 삶을, 사랑했던 사람의 흔적이 있는 장소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은 삶의 한 형태를 보는 것 같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해도 정작 죽고 싶지는 않은 게 본심이다. 죽은 자들이 말한다. 삶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한강 오리배 선착장에서 엄마와 희재를 기다리는 오리배. 살아있을 적에 좋은 일이 있을 때나 뭔가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 가던 곳. 형체가 희미해지도록 애타는 기다림이 표현되어 있었다. 심야의 질주는 좋아했던 배우 강산의 집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한 택시 운전사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화려했던 삶을 살던 배우가 침대에 누워 지내다가 레토르트 음식을 겨우 먹으며 지내는 장면을 본다. 갑자기 연기를 할 수 없었던 이유, 술을 입에 댈 수밖에 없었던, 떠나버린 딸의 방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걸 보며 어느 한순간 나락을 경험하기도 하는 것 같다.

 

 


 

산 사람에게 있어 죽음이란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지 온전히 자신의 것은 아니므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언젠가는 그것을 버릴 수도 있게 된다는 걸 나는 배워 알고 있다. (48페이지, 오리배중에서)

 

세상의 끝에서 지우와 혜수는 자살하러 바다에 갔다가 택시 운전사에 의해 죽었다. 죽으려고 간 바닷가였지만 정말 죽고 싶지는 않았다. 점점 몸이 희미해지며 지난날을 반추한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시골, 충동적으로 참석한 동창회 모임에서 혜수가 따라와 함께 3년을 살았다. 귀신이 되어 해당화가 핀 거리를 거니는 두 사람.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들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아홉 번의 생은 고양이의 생을 다룬다. 한 생을 건너뛸 때마다 좋은 어미, 좋은 주인을 만나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았다. 다섯 번째 삶에서 선인장을 만나 특별함을 느꼈다. 다음 생이 없어도 전혀 두렵지 않은 고양이의 삶에서 문득 우리 고양이는 몇 번째의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했다. 소중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혹시 이 절벽, 이곳이 세상의 끝은 아닐까. 우리가 세상의 끝에 다다른 거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온 사위가 밝아지며 점점 빛 속으로 잠겨 들고 있는 이곳이 세상의 끝이 아니라면 어딜까.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는 이곳이. (157페이지, 세상의 끝중에서)

 

 

영원의 소녀는 고양이의 세 번째 삶에서 숲속의 통나무집 주변 호수에 뛰어들어 죽은 여자가 나온다. 영혼의 삶을 찾아 떠난 애인의 집으로 찾아간 유령. 아이를 사고로 잃어버린 인간의 절망. 그를 지켜보는 그녀는 마음이 아프다. 이 세계의 개발자는 책상에 앉아 그대로 죽은 한 개발자가 나온다.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는 그에게 신은 말한다. 좋은 곳으로 간다는 신의 말이 귓가에 어른거린다. 죽으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마음껏 볼 수 있을까.

 

 


 

죽은 사람이 주인공인 소설이 흔했던가. 산 사람의 미래를 보여주는 죽은 자들의 생각. 각자의 삶은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죽은 존재라고 해서 다른 죽은 존재를 볼 수도 없으며 이전의 삶처럼 외롭다고 여기기도 한다. 이처럼 죽음도 삶의 한 형태다.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는 게 의외다. 죽음 이후의 삶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나름 괜찮을 것도 같다.

 

작가의 문체가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다 읽고 살펴보니 두 편의 단편을 읽었던 거다. 작품을 처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낯설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해본다. 좋은 작품 많이 내주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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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좋은 곳에서 만나요, 모두. 평점10점 | c*********3 | 2024.03.10 리뷰제목
이유리 작가의 연작소설 <좋은 곳에서 만나요> 에 가장 처음 나오는 <오리배> 부분을 툰으로 그려보았습니당. 연작소설의 재미란 언제나 이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에선 어떻게 이어지려나? 하는 마음으로 읽는 데에 있죠. 역시나, 재미있었어요.책 제목에서 말하는 '좋은 곳' 이란 우리가 보통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고 위로처럼 버릇처럼 말하는,... 명복을 빈다거나 좋은 곳에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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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작가의 연작소설 <좋은 곳에서 만나요> 에 가장 처음 나오는 <오리배> 부분을 툰으로 그려보았습니당. 연작소설의 재미란 언제나 이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에선 어떻게 이어지려나? 하는 마음으로 읽는 데에 있죠. 역시나, 재미있었어요.

책 제목에서 말하는 '좋은 곳' 이란 우리가 보통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고 위로처럼 버릇처럼 말하는,... 명복을 빈다거나 좋은 곳에 가라고 바라는 말 속의 장소죠. 그래서 누군가가 죽었을 때 그 누군가의 좋은 곳은 어딘지 몰라도 다 다른 곳이리라 생각해요.

이 책이 눈물 짜는 책이었으면 재미가 없었을거에요. 그냥 아무렇지 않은듯이 발랄하게(?) 떠돌아다니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귀신들의 한탄일지 넋두리일지 하소연일지 아님 다른 무엇이랄지. 그런 것들이 식상하거나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나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까? 혹시 내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없다면 무엇을 해결해야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으려나? 생각하다 책을 덮었습니다. 되도록이면 한방에 좋은 곳으로 가면 좋을텐데...히히...

p. 48 산 사람에게 있어 죽음이란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지 온전히 자신의 것은 아니므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언젠가는 그것을 버릴 수도 있게 된다는 걸 나는 배워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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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좋은 곳에서 만나요] 사람은 죽어서 무엇이 되며 어디로 갈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y | 2024.01.10 리뷰제목
지영은 한강 오리배 선착장의 지박령이다. 귀신이 되어서 하필 오리배 선착장에 머무는 이유는 생전에 가족과 자주 왔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영의 부가 연애 시절 데이트를 한 곳도, 지영을 데리고 소풍을 왔던 곳도, 식구들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찾아왔던 곳도 늘 여기였다. 지영은 자신이 가족들과 오리배를 탔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가족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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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은 한강 오리배 선착장의 지박령이다. 귀신이 되어서 하필 오리배 선착장에 머무는 이유는 생전에 가족과 자주 왔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영의 부가 연애 시절 데이트를 한 곳도, 지영을 데리고 소풍을 왔던 곳도, 식구들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찾아왔던 곳도 늘 여기였다. 지영은 자신이 가족들과 오리배를 탔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가족들도 그 시간을 그리워한다면 반드시 만날 거라고 믿지만, 가족들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해남은 사고로 죽은 후 생전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였던 강산의 집으로 찾아간다. 해남이 기억하는 강산은 외모도 출중하고 연기력도 뛰어나며 부와 인기를 모두 갖춘,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 남자다. 하지만 강산의 집으로 찾아가 강산을 직접 보니 혼자 살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년의 은퇴한 영화배우에 불과하다. 해남은 팬으로서 그를 동경하고 응원했던 마음이 강산에게 전해지기를 바라지만, 그의 소망은 좀처럼 강산의 마음에 닿지 못한다. 

 

이유리의 연작 소설집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알게 모르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주인공들이 죽음을 겪고 직전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영과 해남 외에도 레즈비언 커플인 혜수와 지우, 아홉 번의 생을 산 고양이, 전 애인 정민을 그리워하는 수정, 과로사한 개발자 등 각자 다른 삶을 살다가 다른 이유로 죽음을 맞은 인물과 동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죽은 후 바로 저승으로 떠나지 않고 이승을 떠돌며 못 다 한 마음의 정리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 가장 감동적이었던 단편은 <아홉 번의 생>이다. 주인공 고양이는 태어나고 죽는 일을 네 번 반복하고 다섯 번째 삶에서 잊지 못할 사랑을 경험한다. 그 후 여섯 번째 삶, 일곱 번째 삶, 여덟 번째 삶에서 그 사랑을 찾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마지막 아홉 번째 삶은 사랑 말고 온전히 너 자신을 위해 쓰라는 충고를 들은 고양이는 과연 어떻게 할까. 설정은 사노 요코의 동화 <100만 번 산 고양이>와 비슷하지만, 사랑의 방식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새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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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좋은 곳에서 만나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y*******2 | 2023.11.09 리뷰제목
좋은 곳에서 만나요, 이유리       <달콤한 꿈과 서늘한 현실 사이 서러움과 반짝임을 모두 머금은 아지랑이 같은 빛의 세계 찰나의 순간, 생의 끝에 새겨지는 깊은 사랑의 흔적들>   〈오리배〉   지영은 엄마와 희재를 만나고나서야 안도한다. 남겨진 자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일어설 수 있게 되었을 때에야 마음 편히 떠나게 되는 것이었다. 죽고나면 끝이라고 생각하며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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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에서 만나요, 이유리

 


 

 

<달콤한 꿈과 서늘한 현실 사이
서러움과 반짝임을 모두 머금은 아지랑이 같은 빛의 세계

찰나의 순간, 생의 끝에 새겨지는 깊은 사랑의 흔적들>

 

〈오리배〉

 

지영은 엄마와 희재를 만나고나서야 안도한다. 남겨진 자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일어설 수 있게 되었을 때에야 마음 편히 떠나게 되는 것이었다. 죽고나면 끝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니 죽고난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남아있는 사람과 놓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나를.

〈심야의 질주〉

 

인간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무너지는 것은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인 것 같다. 부와 인기를 모두 가졌던 배우 강산은 이제 주변에 아무도 없다. 사랑하는 가족도, 친구도, 자신에게 열광했던 팬도. 대저택같은 집에 홀로 살아가며 누구도 만나지 않고 그저 시체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해남이 죽고난 후 찾아간 강산은 그 옛날 자신이 부러워하며 동경의 대상이었던 강산이 아니었다. 고작 우울증 때문에 모든 걸 다 놓아버리다니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강산을 지켜보며 깨닫게 된다. '외롭고 괴로운데 어디 말할 사람이 없어서 그랬던 거지요.(p.94)' 덩그러니 혼자 남아 외롭고 괴로운 자신의 우상 강산의 마음을.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곁에 없는 경우도 있겠다.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삶을 살아갈 때 결국 필요한 건 사람인 것 같다. 서로를 다독여주고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작은 힘이라도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세상의 끝〉


혜수와 지우는 <심야의 질주>의 해남이 젊은 시절 사고를 내고 도망쳤던 그 사고의 여자 둘이었다. 연작소설이라 각각의 단편마다 주인공들의 연결고리가 있다. 혜수는 늘 죽고 싶어 했고 지우는 그런 해수를 사랑해서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했다. 


"매일 그런 날들이었다. 모든 것이 좋아질 듯 좋아지지 않았고 다만 혜수가 좋았던 날들. 외롭지 않은 건 아니었다. 혜수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혜수가 있어서 조금 덜 외로웠다. 그거면 됐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p.153"


혜수와 지우는 다른 누군가를 찾아가지 않았다. 세상의 끝과도 같은 절벽 앞. 고맙다는 마음. 그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잘 살고 있었지만 이대로 끝나도 좋다는 마음. 그 역시 사랑이라고.

<아홉 번의 생>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다. 혜수와 지우가 돌보던 길고양이. 고양이가 자신과 다른 존재인 선인장을 사랑하게 되면서 몇 번의 생을 거쳐 선장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낯선 존재들이기에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찾기위해 애쓰기도 한다. 사랑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것도 고양이에게서!!
사랑은 상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왜 이런 하잘것없는 사실이 이토록이나 기쁘고(p.173)' '같은 이야기를 수백번 들었지만 매번 새로웠으며(p.176)' 사랑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 땐 '내가 그 애와 같은 선인장이었다면(p.179)' 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홉번째 생에 이르렀을 때 다시 만나게 된 무늬벤자민나무로 태어난 선인장. 고양이는 우리에게 알려준다.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사랑이란 매일 함께 하고 싶은 것,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것, 끊임없이 생각나는 것이라고. 물론 어느 부분에선 옳았지만, 그것들은 사랑이라는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별 하나에 불과했다. 별 하나가 없다고 해서 우주가 우주가 아닌 것이 되지 않듯이 사랑도 그랬다. 사랑이 무엇이라고 정의해버리는 순간, 사랑은 순식간에 작아지고 납작해진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가 해야할 일은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수천만의 행운이 겹쳐 만들어낸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 p.205'


이 문단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은 그저 지금 이 순간이라고. 오늘, 이 순간을 즐기고 사랑하는 것. 그게 전부라고 말이다. 

〈영원의 소녀〉


수정은 <아홉번째 생>의 고양이가 세번째 삶을 살았을 때 함께했던 주인이었다. 수정은 죽고난 후 옛 연인 정민을 찾아간다. 자신을 두고 떠난 정민이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았고 적당히 힘들기를 바라기는 했다. 그 바람은 적당히였는데 정민은 아이를 사고로 잃고 그 진상규명을 위해 매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정신의 자살시도를 목격하고 들리지도 않을 말들을 중얼거리며 막아서려 한다. '야, 이러지 마. 이런다고 뭐가 되냐. 산 사람은 살아야지. 두고 봐라, 나아질 거야. 영원히 괴롭진 않아. 뭐든지, 즐거운도 괴로움도 영원하진 않아. 그러니까 얼마나 다행이냐.p.253' 이미 죽어서 귀신이 된 수정이 하는 말이라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어쩌면 수정 자신에게 했어야 하는 말은 아니었을까.
 
〈이 세계의 개발자〉


<영원의 소녀> 수정의 애인 예진은 게임 개발자로 갑작스레 과로사한다. 죽었다고 해서 아쉬울 것도, 보고 싶은 사람도, 원하는 소원도 없는 사람. 그런데 예진은 귀신이 되었다? 예진 스스로가 납득하지 못하기에 누군가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신이 게임 속에 숨겨둔 토끼를 만나면서 이 세계의 개발자의 의도를 알아차리게 된다.
주인공들 모두 삶에 크게 미련이 없었다.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지도 아쉬워하지도 않는 사람들. 그런데 죽음 이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 시간과 몸이 존재했을 때는 몰랐던 것을. 그리고 그것을 해냈을 때에게 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삶은 항상 비슷하게 흐르고 일상을 지루하며 특별한 이벤트없이 평온하게 흘러간다. 보통의 평범한 우리가 살아가는 삶. 그 삶 속에서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기쁨과 행복, 슬픔과 고통이라는 다양한 감정을 나누며 끈질기게 사랑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대상이 사람이든 삶이든 일이든 그 무엇이더라도.
신이 세상을 참 아름답게도 만들었나보다. '어쩜 그렇게들 끈질기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지.p.289'


그래요. 끈질기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서 살다가, 좋은 곳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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