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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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리뷰 총점 9.3 (16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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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사회학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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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주간우수작 [e북토커] 『가짜 노동』, 자아실현을 위해 노동의 근본을 들여다 보기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s******k | 2023.11.30 리뷰제목
자음과모음 출판, 이수영 옮김의 『가짜 노동』은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이라는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비평가, 강연가로 저명한 두 사람이 저술했다. 덴마크 저자는 낯선 편이었는데, 내용은 제법 흥미로웠고, 부제인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에 걸맞게 최근 자주 언급되는 번아웃 상태와도 연결되는 내용이었다. 사실 부제를 보고 호기심에 책을 읽게 된 면도 크다
리뷰제목

자음과모음 출판, 이수영 옮김의 『가짜 노동』은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이라는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비평가, 강연가로 저명한 두 사람이 저술했다. 덴마크 저자는 낯선 편이었는데, 내용은 제법 흥미로웠고, 부제인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에 걸맞게 최근 자주 언급되는 번아웃 상태와도 연결되는 내용이었다. 사실 부제를 보고 호기심에 책을 읽게 된 면도 크다.

  『가짜 노동』은 현대 시대의 노동이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잡아먹고 있는지 그 근원을 찾아보고, 노동의 근본을 탐구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을 '바쁜'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 내외부적 강압들, 바쁘지 않은 상태가 죄악인 것처럼, 무능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사회와 기업의 시선의 원인을 살펴보고 어떻게 해야 가짜 노동, 즉 의미없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만드는 '텅 빈 노동'에서 해방되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를 짚어나간다.

  책에서는 선사시대의 노동에 대해서도 언급하지만 가짜 노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19세기 말 산업혁명 후 20세기 초에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부터이다. 말하자면 자본시장이 세계적으로 넓어지기 시작한 때이다. 각 국가에 한해 이루어지던 작은 규모의 경제에서는 크게 필요하지 않았던, 말하자면 조금은 불편한 경영체제를 감수할 수 있었던 상태에서는 괜찮았지만 생산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기업이 확장되고, 시장이 국가와 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더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것을 찾다보니 '관리직'이 증가하게 되고, 관리하는 '사무직'의 증가가 많은 사람들을 작은 사무실 안에 몰아넣으며 점차 비효율적인 의미 없는 노동들을 증가시켜왔다는 것이다. 가짜 노동은 오늘날 다수의 사무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하루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8시간(점심시간 제외) 정도로 고정되어 있는데 노동자들은 과연 그 시간을 온 집중력을 다해 일에 매진할까? 실제 일에 필요한 시간은 3, 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을 때도 많고,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있으면서도 일이 아닌 쇼핑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다른 점이 있으나 어느 사무실에서든 이러한 점이 있다. 과연 하루 8시간이 온전히 의미있는 노동에 쓰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일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 품었을 질문이다. 기업의 출퇴근 문화는 눈에 보이는 곳에 사람을 못 박아두고 그 사람이 시야에 보이는 것만으로 일의 정도를 측정하는 면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몇 년 동의 코로나 사태는 기업 문화를 일부 바꿔놓았다는 말이 있다. 모든 기업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기업들은 재택 근무 내지 직원들이 자신의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그러한 기업 문화가 아직은 드문 편이지만 차차 그렇게 바뀌어 나간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조금 더 유연한 삶을 살아갈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많이 언급되는 번아웃의 문제에서도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오랫동안 계속 바빠야했고, 바빴던 사회였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아닌 여가 시간이 주어졌을 때조차 일하지 않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삶의 여유를 찾는다면 더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노동에 관한 생각은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품어왔던 생각인데, 노동을 취급하는 것에도 일종의 차별이 있다. 책에서도 언급된 바 있지만 사무직, 즉 화이트 컬러의 직종을 보다 우수하고 고급으로 여기고 육체 노동을 하찮게 치부하는 것이다. 육체 노동 집안에서 자식을 화이트 컬러로 만드는 일은 목표이자 성공의 척도가 된다. 그러한 점은 덴마크나 우리나라,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다. 그러나 나는 전부터 이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가로지르는 이분법적 선에 육체/정신이라는 서구의 이분법적 태도가 은연 중에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정신을 높게, 육체를 낮게 분리하여 취급했던 이분법적 사고가 자연히 노동에도 스며든 것은 아닐까. 책에서는 자본주의 산업화의 발달로 많은 사무직이 생겨나고, 고학력자가 늘어나면서 증가한 정신 노동, 가짜 노동에 대해 주로 말한다. 물론, 육체 노동이라고 '텅 빈 노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곳에 인력을 소모하며 육체 노동이 이루어지는 산업현장도 태반이니까. 하지만 육체와 정신 노동을 가르는 부분에 그러한 인식적 작용은 없었을지 생각하게 된다. 합리성, 효율화, 생산성, 경쟁성 등을 중시하는 것이 서양의 경제정책에서 들어온 면이 크기 때문이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찬찬히 생각하다가 후에 덧붙인다. 문관과 무관을 차별했던 동양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가르는 선이 꼭 서양에 국한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무엇인가 동서의 문화를 막론하고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선이 있는 것 같다.)

  사실 노동의 근본을 따지고 올라가면 생존을 위한 노동이 기본이 되는데 생존을 위한 노동은 고되고, 더러운 것이 많다. 이른바 3D 직종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 청소, 빨래, 농사, 어업 등등 먹고 사는데 직결된 것들이다. 생존 노동만을 놓고 본다면 필요한 노동은 선사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그 시대에도 벽화를 그리고, 음악을 하는 문화예술 활동 또한 존재했다. 예술활동은 한편으로 인간의 삶의 의미를 보다 충만하게 채워주는 노동이 된다. '개미와 베짱이' 일화에서 놀기만 하던 베짱이가 나중에 고생하게 되지만 베짱이의 음악활동으로 개미가 노동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노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고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의미를 주지 못하면서 놀기만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겠다.) 

  결국 노동의 의미는 스스로 깨달아야 변할 수 있다. 자신의 노동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것이 정말 의미있는 노동인지 아닌지 깨닫게 되면, 정책 선전과 오류로 잘못 시행되고 있는 불필요한 노동들에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게 될 것이다. 현재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너무 오랫동안 의미 없는 노동에 길들여져 왔던 까닭에 기계적인 노동을 하며 스스로 그 의미를 들여다 보고 있지 못한다고 한다면,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충분한 자극제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을 접하게 된다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살펴보게 될 것이며, 그 순간부터 진정한 해방이 시작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가짜 노동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의미를 찾는 일을 하게 된다면 세상은 보다 서로에게 보탬이 되는 의미로 충만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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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가짜노동(왜 가짜노동이 중요한가?) 평점10점 | p********5 | 2024.02.13 리뷰제목
노동시간은 우리사회의 오래된 화두이다. 적정한 노동시간이 얼마인지와 초과근무시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들은 늘 첨예한 대립을 불러온다. 많은 뉴스에서 알려주듯이 우리나라는 정말 많은 시간을 일한다.   출근 전 개인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주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나는 항상 의문이다.(7시경에 김포공항역을 통과하는데 정말 사람이 많고 다들 너무 바쁘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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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은 우리사회의 오래된 화두이다. 적정한 노동시간이 얼마인지와 초과근무시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들은 늘 첨예한 대립을 불러온다. 많은 뉴스에서 알려주듯이 우리나라는 정말 많은 시간을 일한다.

 

출근 전 개인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주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나는 항상 의문이다.(7시경에 김포공항역을 통과하는데 정말 사람이 많고 다들 너무 바쁘다) 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른 시간에 다들 어디를 가는걸까?

 

우리가 그렇게 많은 시간 일한다면 결국 제대로 된 노동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다다를 수 밖에 없다. 질문이 노동시간이든 임금이든 무엇이든 간에. 게다가 AI가 급격하게 보급되고 쓸만한 일자리는 급격하게 줄어들거라는 어두운 전망 앞에서 우리의 노동(직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설 수 밖에 없다.

 

두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노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가짜노동과 진짜노동을 밝히고, 왜 노동이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짜노동에 쓰고 있는지를 사례를 들어 알려준다. 거의 고발 수준인데, “가짜노동그 단어 자체만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노동을 댓가로 생계를 이어가는 우리 모두는 가짜라는 말 앞에 우리가 마치 도둑이 된 듯한 죄책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저자들의 가짜노동규명 작업은 꽤나 아프게 다가온다.

 

이야기는 결국 노동왜 중요한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저자들은 노동의 가치가 인간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며 가짜노동을 벗어나라고 촉구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가짜 노동은 그냥 텅 빈 노동이 아니다. 바쁜 척하는 헛짓거리 노동, 노동과 유사항 활동, 무의미한 업무(p.96)”.

 

1930년대 학자들은 미래사회를 우리가 하루에 매우 적은 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불행히도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렇다면 가짜노동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일을 해킹함으로써 가짜 노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대가를 지급하는지의 여부도 가짜와 진짜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며, 노동시간을 가치로 환산하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고의적인 거짓말 만이 문제가 아니에요. 노동의 허위적 본성을 포함한 세계의 허위적 본성 자체가 문제죠... 우리는 인간의 삶에서 의미와 자율성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점점 줄어들죠. 컨설팅, 코칭, 브랜딩, 홍보 이런 것들이 이 논리로 끌려들어갔어요. 모든게 문서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 문서는 좋아 보여야 하죠. 해결책이 사실상 문제를 일으키고요“(p.227)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그 생산물의 가치가 낮아진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생산물의 가치는 거기에 투입된 시간에 의해 정의된다고 애덤 스미스가 우리에게 가르쳤기 때문이다”...“생산물의 가치가 아니라 시간만큼 임금을 받는다는 관념은 우리안에 깊숙이 박혀있다. 그 결과 일이 실제보다 오래 걸린다고 말해야 유리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p.278)

 

공공부문에서 저자들이 말하는 가짜노동은 너무나 만연해 있다. 제대로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알기 위해 만들어내는 과정()들이 얼마나 많은가.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낸 시스템과 문서들은 어떻고. 뿐만아니라 사람을 믿지 못해서 혹은 좋아보이는 것들을 따라하기 위해서 하는 일들은 얼마나 많은지.

 

책을 읽는 순간 순간 너무 실랄해서 아프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왜 노동이 중요한가. 가짜노동은 왜 문제인가. 왜 우리는 왜 일하는가. 그에 대해 저자들은 노동은 세상과의 유기적 상호작용이라고 말한다.

 

성취과정이 가치 있다는 관념은 끈기있게 이어졌다.... 칭찬의 대상은 작업과정에 투입된 노력 그 자체였다.”..“노동은 처리활동이다. 사물을 만들고 처리하는 행위는 인간이 자신의 환경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며, 한 인간이 세상에 들어가서 자기 자신이 되는 방식이다. 인간이 환경을 처리하고 자신을 외면화, 즉 체현하는 건 노동을 통해서라고 헤겔과 마르크스는 말했다”..“우리는 주변세계를 처리함으로써 뭔가를 바꿔놓는다”..“인간은 그런 활동을 통해 자신을 일하는 존재로 형성시킨다”...“노동은 인간의 내면을 외면화시키고 외부를 내면화시키는 활동이다. 그렇게 인간은 자신안에서, 환경 안에서 자리를 찾는다고 헤겔과 마르크스는 말하곤 했다”..“인간은 일할 때 즉 세계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자유롭다”(p.323)

 

노동은 인간이 되다는 것의 의미와 불가분으로 연결돼 있어서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세계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의 유일한 핵심은 본질적으로 살고 있는가 비본질적으로 살고 있는가의 문제다. 왜냐하면 노동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이루는 일부이기 때문이다.”(P.324)

 

결국 노동은 인간의 본질이다. 제대로 된 노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존재의 손상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가짜 노동이 끼치는 진짜 해악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의 본질에 대한 저자들의 시각에 완전히 동감한다. 노동이 생계의 수단임은 분명하지만 생계 문제와는 다른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통해 노동의 해방을 외쳤지만 이는 노동의 가치가 자본가들에게 착취 당하기 때문이고 노동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는 밝혀주지 못한다. 그런면에서 이 책에서 밝히는 노동의 본질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생계만을 위한 노동이 결국 우리를 황폐하게 하는지 알 듯 하다.

 

가짜노동이 왜 문제인지, 노동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크게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가짜노동을 없애기 위해 동참하라는 저자들의 요구에는 안타깝게도 응할 수가 없다. 생계 때문이라는 대답도 맞고,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변명도 맞고, 실제로 그런 행동이 가능하지 않다는 변명도 맞다.

 

비록 가짜노동을 없애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는 없으나 노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귀한 책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한 노동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 조금이라도 가짜노동을 더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것을 위안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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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가짜 노동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24.01.19 리뷰제목
내가 일하던 설계사무소는 일이란 게 참 극명했다. 개발기획팀에 있었기에 현상설계나 기간이 정해진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한 달 이상 집에는 잠깐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갈 뿐. 사무실에 늘 대기 상태로 그곳에서 눈 붙이고 쪽잠을 자고 밥을 먹고 대충 씻었던, 사람의 면상이라고 하기엔 다소 암울한,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끝난 기념으로 술을 마시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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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던 설계사무소는 일이란 게 참 극명했다. 개발기획팀에 있었기에 현상설계나 기간이 정해진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한 달 이상 집에는 잠깐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갈 뿐. 사무실에 늘 대기 상태로 그곳에서 눈 붙이고 쪽잠을 자고 밥을 먹고 대충 씻었던, 사람의 면상이라고 하기엔 다소 암울한,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끝난 기념으로 술을 마시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는. 나는야 사무실에서 죽고 사는 게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매일 그렇게 했다면 돌아버렸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그랬다는 것. 사람은 참 묘한 게, 프로젝트가 있어 쪽잠을 잘지언정, 일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다는 것. 매일 프로젝트가 있는 게 아니니 어떤 달은 생각보다 일이 없을 때도 있지만 그 당시엔 일이 없다고 일찍 퇴근할 수는 없었다. 상사가 눈앞에 있는데 퇴근하겠다고 나갈 수 없는, 내가 책에서 읽은 가짜 노동이라도 하고 있어야 할 판. 이젠 다 추억의 한 장면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요즘은 노동 현장이 어떤 모습인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지 잘 모른다. 다만 이번에 읽은 책 가짜 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 아웃의 세계를 통해 우리가 지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케인즈는 말했다. ‘100년 내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될 수 있거나 적어도 해결 방법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그러면서 2030년까지 평균 노동 시간은 주 15시간이 될 것이며 그 시간조차 경제적이기보다는 인간적 필요를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33) 하지만, 우리가 주 15시간을 일하고 있는가? 1960년 미국에서도 2000년까지는 주 14시간 노동이 실현 가능하리라는 예측 보고서를 냈지만, 아니라는 사실. 19세기 말 산업 노동자들이 작업복을 벗고 펜을 들기 시작하면서 가짜 노동하는 사무직이 탄생했다는 사실. 혁신과 맞바꾼 혹독한 노동이라는 말에 묘한 동의를 할 수밖에.

 

사람들은 체면을 차리느라 실제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는 척(81)을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텅 빈 노동의 네 가지 유형을 설명한다. 빈둥거리기, 시간 늘리기, 일 늘리기, 일 꾸며내기. 모두가 언제나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린다. (147) 우리는 노동이 특권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늘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들. 하지만 업무 시간 동안 오로지 일만 할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월요일 오전에 사적인 쇼핑을 제일 많이 한다는 결과가 있는 것을 보면. 책에는 예전 내가 직장 생활할 때 느꼈던, 바쁠 때 빼고 조금 한가해졌을 때, 그게 눈치 보여 뭔가 일을 만들어 더 열심히 했던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또한, 끝없이 이어졌던 많은 회의 시간. 메모는 하지만 영혼은 다른 곳에 있었던.

 

가짜 노동에 시간을 보내지 말고 진짜 노동을 한 뒤 여가를 즐기고 쉬어야 한다는. 이 책의 요점은 아마 이 말일 것 같다. 8시간 근무라는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집중해서 일찍 일을 끝냈다면,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이건 어쩜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 합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뭔가 늘 분주히 바쁘게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하지만 진짜 노동이 아닌 가짜 노동을 우리 스스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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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가짜 노동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7 | 2024.01.14 리뷰제목
초반부에서 부터 공감이 강력하게 강타하는 책이었다.  우리가 일을 하고 있을 때 100% 전념해서 일 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8시간 정도 직장에 매여 있어야 월급이 나오는 구조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냐는 제각각이다.  정말 일에 치여 8시간을 화장실도 못갈만큼 몰아치는 직종도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다반사인 경우가 많다. 특히 대형병원이나 독감, 코로나 등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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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에서 부터 공감이 강력하게 강타하는 책이었다. 

우리가 일을 하고 있을 때 100% 전념해서 일 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8시간 정도 직장에 매여 있어야 월급이 나오는 구조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냐는 제각각이다. 

정말 일에 치여 8시간을 화장실도 못갈만큼 몰아치는 직종도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다반사인 경우가 많다. 특히 대형병원이나 독감, 코로나 등등이 횡행할 때 이비인후과, 내과 등등은 물마실 시간도 없다는 얘길 들었다. 

그런데 뭐 그런 특수 직종들을 제외하고 사무직일 경우는 더욱 8시간이 무색해진다. 

일을 짜내야 하는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필요없이 늘어져 버린 회의, 딱히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출장, 여러차례 빙빙 돌려지는 결재시스템 , 물밀듯 쏟아지는 이메일은 많은 시간을 부러 잡아먹고 있다. 

자신의 가짜 노동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실례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물론 그런 일례들의 나열 만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책도 제시되있다. 

소크라테스 시절 혹은 우리나라 양반내들의 삶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노동이 오히려 천대받고 여유롭게 사고 하는 삶이 더욱 철학적으로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산업화가 되고 많은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들은 빠르게 다른 업무들도 대체되어서 일도 시간적 여유가 없게 되었다. 

가짜 노동을 인정하고 새롭게 디자인하고 진짜 노동을 인정해주고 그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대가를 받는 그런 시스템이 제도화 되어야 한다. 

또한 가짜 노동을 만드는 교육을 정비해야 하고 가짜와 진짜를 분별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12월 마지막에 읽은 책인데 12월 31일에 여행을 가게되서 이제야 리뷰를 간략하게라도 적는다. 그래서 많이 부족하지만 우선은 적고 넘어가는 걸로 해야겠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종이책 우리들의 부조리하고 허무한 노력들을 돌아보게 하는 책 평점7점 | YES마니아 : 골드 s****1 | 2023.11.30 리뷰제목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어느 정도 내용을 짐작했지만, 참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제가 무엇보다 놀란 건 책 뒤편에 실린 참고 문헌 목록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입니다.저는 제가 처한 현실과 과거의 직장을 돌아보며 생각을 놓지 못하고 읽었습니다. 가짜노동을 말하기 이전에 노동에 대해 얘기해야 하지 않나 하고 보았더니 뒤편에서 헤겔과 마르크스의 논리를 빌려서 거론을 했어요. 그들
리뷰제목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어느 정도 내용을 짐작했지만, 참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제가 무엇보다 놀란 건 책 뒤편에 실린 참고 문헌 목록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처한 현실과 과거의 직장을 돌아보며 생각을 놓지 못하고 읽었습니다.

가짜노동을 말하기 이전에 노동에 대해 얘기해야 하지 않나 하고 보았더니 뒤편에서 헤겔과 마르크스의 논리를 빌려서 거론을 했어요. 그들은 노동이 인간의 본성이고 한 인간이 세상에 들어가 자기 자신이 되는 방식이며, 노동을 통해 세계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자유롭다고 말했네요.( 음... 동의합니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산업노동자는 위에 쓴 이런 것에서 소외되었다고 합니다. 외부화된 내면의 형태로 자신을 돌려받지 않기 때문이라나요? 저는 이 말을 자신이 하는 노동에 대한 가치와 보람을 찾지 못함이라고 이해했습니다. 한편, 뒤르켐과 머튼은 정상성에 적응하는데 실패하는 것을 소외로 보고 정상적인 것이 잘못 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 때 '정상성' 이라는 개념을 저는 일반적이고 통념적인 사회적 기준과 가치로 이해했습니다.

저자는 가짜 노동을 깨닫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소외된 정상성의 거울방' 에서 일하기 때문에 가짜노동은 끊임없이 다시 자기 위에 반영 되며 더 많은 가짜 노동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규범이 된다고 말합니다.(p.323)
즉, 잘못된 사회 구조, 정상적이어야 할 사회적 기준과 가치가 비정상적일 때 가짜 노동이 재생산 된다는 것이지요.

가짜 노동이란 말 그대로 실질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서 계속 바쁜 것, 무의미한 업무, 노동과 유사하나 노동이 아닌 활동, 의미있는 결과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노동 등으로 정의 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가짜 노동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열거했어요. 외과의사가 환자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142개 질문에 대한 답을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 나옵니다. 회사에서는 관리직을 계속 늘이고 상사들은 과시 경쟁에 바쁘면서 끊임없는 프로젝트를 양산하여 가짜 노동을 만들어 내고, 사원들은 바쁜 척 하기 바쁩니다. 대학에서조차 행정직원과 강사들을 늘이고 강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불필요한 자료를 올리는 일에 신경을 쓰게 하는 사례가 나왔어요.

대학의 경쟁 시스템이 학생수에 따라 교육지원금을 받는 구조 때문에 더 많은 교사를 고용하고 졸업생만 양산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정보와 통신, 교통의 발달로 인해 이메일과 자동차가 더 많은 일을 만들어 내는 '신기술 가속화의 역설'에 빠졌다고 합니다.

가짜 노동은 창조성을 말라붙게 합니다.
오스팔트 슈팽글러(독. 문화철학자)의 '역사적 허위 형성'이라는 개념을 인용하자면,
"오래된 낡은 문화의 거푸집 속에 갇혀 새로 태어난 젊은 문화(감각)가 순수한 특유의 창조적 표현 형태를 갖지 못한 채 낡은 틀 안에서 딱딱해진다."(p.110)는 것이지요.

대학의 경쟁 시스템이, 정보와 통신의 지배가, 프로젝트 기반 사업이, 수많은 계약서와 특허증을 요구하는 법률제도가, 신기술의 발전과 그것을 사용하는 일에서 가짜 노동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왜 가짜 노동을 계속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관리직들은 직장에서 뭔가 그럴듯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능력을 발휘하는 '가면 증후군'에 빠져 있군요.
또한, 사람들은 허용된 시간에 맞게 고무줄처럼 일을 늘일 수 있어요. (파킨슨의 법칙)

가짜 노동을 없애려고 노력한 기업의 사례도 있었어요.
2009년, 넷플릭스가 단번에 각 현장의 인사담당을 없애고 소모적인 지침을 없앴어요.
'IIH노르딕'이라는 회사는 아웃룩 프로그램의 기본값을 바꾸고 회의 시간은 20분으로 제한했더니 생산성이 높아지고 사원들의 업무효율과 삶의 질이 증가했다고 해요. 또한 '포모도로 시간'을 도입해 책상에 빨간 점멸등이 들어온 25분 동안 집중해서 일을 하도록 해서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고 해요.(p.264)

지금처럼 시간 단위의 노동이 탄생 한 것은 산업 혁명 이후로 봅니다. 애덤스미스가 노동을 가치의 원천으로 보았고 노동에 걸리는 시간을 강조했다고 해요. 아직까지 노동의 질을 계량할 다른 방법을 몰라 시간당 임금을 주는 방식을 계속하고 있답니다. 다른 기준을 찾으려 하다가 오히려 가짜 노동에 처박혔다는 표현이 씁쓸합니다.

가짜 노동을 없애기 위한 해결책이 이 책에서 말하는 주제의 결론일 될 것입니다.
도대체 가짜 노동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알베손은 '경영진의 무지' 개념을 언급하며 노동의 허위적 본성을 포함한 세계의 허위적 본성 자체가 문제이므로 필요한 것은 진정성과 명확성이라고 보고 인간의 삶에서 의미와 자율성을 극대화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을 합니다.

긍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바틀비처럼 "하지 않기를 선호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는 비난을 들을 각오가 필요하답니다.

그리고 복종하지 않을 의무, 가짜 노동을 구별하는 성찰적 판단력 갖기, 눈치보지 않고 퇴근하기, 의미있는 일 하기, 회의는 짧게 하기, 타인에 대한 모방 경계, 시간으로 계량하지 말기, 동료나 관리자 신뢰하기 등을 가짜 노동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책의 내용 정리 입니다. 문득 제가 이렇게 길게 쓰고 있는 것도 가짜 노동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기억력이 자꾸 약해지는 저 자신한테는 도움되는 일일 것 같긴 하군요^^)

-나는 세상이 매분 매시간 실없는 일을 합리화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엄청나게 부조리한 노력으로 가득하다고 본다.- 스콧 애덤스

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 이것이 정말 의미있는 일인가?' 라고 늘 되물어 보고 행동 한다면 세상의 허위에 맞서고 가짜 노동을 조금이나마 줄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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