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코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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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코의 망령

소비에트 유전학의 굴곡진 역사

리뷰 총점 9.0 (4건)
분야
자연과학 > 생명과학
파일정보
EPUB(DRM) 71.9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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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리센코는 여전히 틀렸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n*****m | 2021.12.30 리뷰제목
라마르크는 진화론의 선구자 역할을 했음에도 약간은 조롱받는다. ‘획득형질의 유전’이라는 걸 바탕으로 진화를 설명했다는 이유로.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데서 그의 설명은 터무니없다는 투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사실은 다윈도 유전의 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획득형질의 유전을 옹호했다(물론 그것으로 다윈의 업적이 폄훼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획득형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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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르크는 진화론의 선구자 역할을 했음에도 약간은 조롱받는다. ‘획득형질의 유전이라는 걸 바탕으로 진화를 설명했다는 이유로.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데서 그의 설명은 터무니없다는 투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사실은 다윈도 유전의 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획득형질의 유전을 옹호했다(물론 그것으로 다윈의 업적이 폄훼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획득형질의 유전에 대한 비판, 내지는 조롱은 21세기 들면서 다른 국면을 맞았다. 이른바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등장 때문이다. 후성유전학은 DNA의 서열뿐만 아니라 후천적으로 변화된 특성(분자생물학적으로는 메틸기의 첨가, 혹은 상실 때문에 일어난다)이 적어도 몇 세대는 유전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라마르크가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사실은 라마르크가 획득형질의 유전을 독창적으로 주장한 것도 아니었고, 그의 저서에서 강조한 것도 아니었지만, 라마르크와 획득형질의 유전을 연결시키는 것은 거의 공식화되어버렸다. 이를 로렌 그레이엄은 용례(usage)가 정확성(accuracy)를 압도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예를 이 책에서는 여러 차례 들고 있다).

 

후성유전학의 등장과 발전은 라마르크를 복권시켰을 뿐만 아니라 (일부이지만) 리센코까지도 무덤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트로핌 리센코. 그는 누구인가?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유전학계, 아니 생물학계, 아니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멘델과 그 이후 서구에서 발달한 유전학을 부정했을 뿐만 아니라,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수많은 학자들을 숙청하는 데 일조함으로써(물론 자신은 부정했지만) 소련의 생물학을 퇴보시켰다. 그런데 그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획득형질의 유전에 기초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고, 획득형질의 유전을 부분적으로 옹호하는 듯한 후성유전학의 등장은 리센코가 옳았다!”라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련 과학사의 대가 로렌 그레이엄은 과연 리센코를 복권시켜도 되는지 여부에 대해 러시아 내지는 소련 유전학의 역사, 현대 유전학의 역사, 그리고 현대 후성유전학의 의미 등을 종합해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우선 리센코가 획득형질의 유전을 주장했다는 것은 전혀 독창적이지 않았다. 당시 획득형질의 유전은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던 개념이었다. 러시아 혹은 소련의 유전학자들은 더욱더 그랬다. 물론 획득형질의 유전이라는 개념은 점점 쇠퇴해가는 실정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니 리센코의 주장은 동시대 생물학자들의 것과 비교했을 때 전혀 독창적인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획득형질의 유전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독창적인 것은 있었다. 한 종을 다른 종으로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 그랬다. 세균 등에서 인위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 수는 있지만, 실제적으로 그런 일을 리센코가 식물에서 만들어낸 적은 없다. 그래서 로렌 그레이엄은 그가 옳았던 부분에 있어서 그는 독창적이지 않았다. 그가 독창적인 부분에 있어서 그는 옳지 않았다(Where he was right, he was not original; where he was original, he was not right.)”라고 표현하고 있다.

 

후성유전학과 리센코를 연결시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후성유전학은 멘델에서 시작한 고전 유전학의 전통에서 발달했다.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후성유전학이 나올 수 있었지만, 리센코는 분자생물학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또한 후성유전학의 많은 연구 업적과 문헌들이 리센코를 언급하는 일도 없다. 다만 리센코를 복권시키고자 애를 쓰는 측에서(주로 러시아의 일부 과학자 내지는 종교인) 후성유전학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부적절하게.

 

리센코가 소련 유전학자를 비롯한 생물학자들의 숙청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는 리센코 자신의 주장도 로렌 그레이엄은 한 마디로 비판하고 있다. 그가 공산당에 입당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며, 스스로 그들을 사형장으로, 유형장으로 끌고 간 것은 아니지만, 그의 고발은 언제나 권력의 구미에 맞는 것이었으며, 늘 실제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그가 그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는 과학을 정치에 귀속시켰다.

 

여러 가지 증거를 통해서 로렌 그레이엄은 과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리센코는 여전히 틀렸으며, 리센코주의의 복권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결론 맺는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다시 우리는 과학을 위협하는 것이 정치일 수도, 종교일 수도, 문화일 수도,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과학 자체가 과학을 위협할 수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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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리센코의 망령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9***d | 2021.11.29 리뷰제목
트로핌 리센코.. 제목에서 그 이름을 듣자 가물가물하게 가라앉아 있었던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소련에서 종자은행을 설리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니콜라이 바빌로프 입니다.   니콜라이 바빌로프는 식물학자이자 유전학자로서 1926년에 파블롭스크 실험국을 만들었고, 이 기관은 세계 최초 종자 은행이며, 종자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최초의 시도였다. 그러나 그는 스탈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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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핌 리센코.. 제목에서 그 이름을 듣자 가물가물하게 가라앉아 있었던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소련에서 종자은행을 설리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니콜라이 바빌로프 입니다.

 

니콜라이 바빌로프는 식물학자이자 유전학자로서 1926년에 파블롭스크 실험국을 만들었고,
이 기관은 세계 최초 종자 은행이며, 종자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최초의 시도였다.
그러나 그는 스탈린에게 숙청되어 굶주림과 질병으로 비참하게 사망하였습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과학자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데는 당시 스탈린의 총애를 받으면서
소비에트 과학자의 새로운 모범이었던 트로핌 데비소비치 리센코의 책임이 컸습니다.

 

리센코는 춘화처리라는 기법으로 씨앗을 개량하였고 당시 후생유전은 불가능하다는 주류 유전학을 비판하였습니다.
이는 과학적인 연구 활동이 아닌 당시 소련의 정치적 이념, 혈통이 아닌 무산자 계급이 자력으로 다할수 있다는 방식이 깔려 있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미묘했던게 유전학의 발전이 혈통을 중시하는 우생학을 낳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 우생학이 파시즘과 결합해서 온갖 해악을 끼친게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었습니다.

 

하여간 리센코는  태어나서 노력을 획득된 형질도 물려줄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 같이 불가능하다는게 주류였지요.

 

그러나 최근 유전자 연구가 진전되면서 후생획득설이 탄생하고 일부는 유전이 되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리센코가 다시 주목을 받는 기류가 엿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기류에 관해서 이 책의 저자 로렌 그레이엄은 리센코의 문제점을 제대로 밝히고 그렇지 않다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유전자 연구에 기반한 후생획득설과 별개로 리센코의 주장들은 당시 수준으로도 미흡한 연구 방법에 기반한 결과였습니다.
그 연구의 조잡함과 문제점을 속속들히 밝히고 당시 소련의 프로파간다가 리센코를 지지한 이유도 소상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 리센코를 다시 주목하고 불려내려는 러시아내 집단이 어떤 이들이 밝히고 그들이 어떤 의도인지도 밝히고 있습니다.

 

과학에 지나친 국가주의를 불러넣으면 어떤 사태를 빚어내는지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된 적이 있습니다.

 

흥미로왔던 점은 저자가 직접 말년의 리센코를 만나서 언쟁을 벌인 점입니다.

 

바빌로프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고 자신의 공산당원도 아니었다는 주장을 늘여놓은 리센코에게
저자는 당시 스탈린도 참석한 회의에서 공개적인 연설로 바빌로프를 비난했고
비밀경찰에 대한 고발을 통한 수법을 밝히면서 반발합니다.


최근 유사과학이 설치고 과학외적인 요소로 과학을 이용하려는 세태가 있는 시기에 적절한 내용인듯 합니다.

 

한번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더욱 많이 알려졌으며 합니다. 분량이 좀 아쉽네요. 

 

당시 유전학이나 정치적 상황등.. 얽혀 있는 이야기의 규모가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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