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쳐. 몸살 나서 드러누울 정도로 미련하게 하지 말랬잔아.왜 엄마는 엄마 몸을 혹사 못해서 안달이야?
나의 볼멘소리에 엄마가 조금 뚱하게 대꾸한다.
"그렇게 걱정되면 말만 하지 말고 내려와서 거들든가. 네가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져?"
우리 엄마 수고했다고 ,올해도 엄마 덕분에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당행인지 모른다고, 그래서 감사하다고, 이렇게 말을 해주었다면,하지만 나의 마음과 말은 언제나 다르게 반응하고야 만다. (-5-)
물론 엄마는 이따금 나와 싸우거나 의견 충돌을 빚을 때면, 다 큰 성인이 아니라 고집 센 딸이라며 흘겨보기도 하지만, 가끔 생각해본다. 내가 그 시절을 지날 때, 어마가 기다려주지 않았더라면 , 혹은 매번 다그치고 화를 내고 나를 혼냈더라면 ,나는 지금쯤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물론 우리 엄마의 방법이 무조건 맞는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식마다, 또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성격과 성향이 다르기에 그에 맞는 방법을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는 걸 밝혀두고 싶다. ) (-31-)
"가끔은 엄마도 할머니 때문에 속 터질 때 있으면서!"
할머니는 연로해지면서 이따금 으름장도 놓고 고집도 부리고 안 하던 행동들이 자꾸 하나둘 늘어간다. 그리고 할머니의 이런 돌발 행동에 장단을 잘 맞추던 엄마 역시 한번씩 터질 때가 있으니까. 반대로 나는 어마의 으름장을 받아준 적이 별로 없다. 썩 착한 딸이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60-)
"내가 딸은 처음이라 그런데, 엄마는 할머니한테 어떤 딸이었어?"
담뱃값에서 담배를 뺑터 물던 엄마의 손이 멈칫, 갑작스러운 나의 물음에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글쎄, 생각해 보면 지금이랑은 완전 딴판이었지."(-109-)
누나도 엄마랑 똑같다는 말이 주는 의미. 어마가 이 말에 발끈해서 화가 났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혹시나 내 딸이 , 스스로도 정말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닮을까 우려되는 마음, 그 모습이 다른 누군가에게 밉게 보일지도 몰라 숨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내 엄마뿐 아니라 누구도 자기 자신의 싫은 모습이 있다. 그런데 이걸 내 자식이 똑같이 할 때,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들킨 것 같았던 게 아니었을까. (-135-)
엄마 입장에서 보면 아들 편을 들겠나.이런 이치로 보자면 엄마의 '중립'이라는 말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만, 영 찜찜하고 탐탁치 않아 뜨뜻미지근한 이 기분."엄마는 아들 편"이라며 대놓고 편드는 말보다 더 짜증이 나고 신경질 나는 이 마음. (-173-)
딸내미가 모르면 누가 아느냐는 엄마의 말에는 그런게 담겨 있는게 아닐까. 그냥 딸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뭐하나라도 다른 사람보다는 내 딸이 말해주는 게 더 기쁘고 , 엄마보다 아는 게 더 많아진 딸의 모습에 내심 뿌듯한 마음.
엄마의 이런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 불쑥 물어오는 사소한 질문하나에도 또다시 긴장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196-)
'도대체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지?'
처음 있는 아니었다.할머니와 이렇게까지 연락이 안 되었던 것은,그리고 며칠 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엄마의 기운 빶딘 목소리에 눈치 999단 할머니가 왜 그러내고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고, 그러다 결국 엄마가 나와의 트러블을 털어놓게 되었다는 걸.
처음에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엄마와 딸이 좀 싸울 수도 있지, 극게 왜 내 전화까지 피할 이유가 되었을까. 그리고 다시금 알게 되었다.'피한' 게 아니라 '거부' 였다는 걸.
하루 이틀쯤 지나, 다시 할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할머니.
"유여사, 아직도 화났어.....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할머니가 그랬다. 도대체 왜 내 딸을 아프게 하느냐고, 네 엄마이기 전에 내 딸이라고, 할머니가 화가 난 이유였다.
내 딸을 건드린 것에 대한 엄마의 마음.
"할머니 내가 잘못했어......다시는 안 그럴께....."
나의 고해성사에 할머니는 그간 쌓인 것까지 한 번에 일침을 가하기 시작했다. 대체 네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고, 또 그 잘난 네가 누구한테서 나왔느냐고, 그런 엄마에 대한 고마움도 없고 사랑도 없는 그런 불효막심한 손주라면 더 볼 것도 없다고..(-228-)
할머니, 엄마, 딸, 3대를 이어지는 그 삶이 보여지는 책 <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이다. 이 책에는 딸이 엄마에게 무심코 던질 말이 , 농담이 상처가 되는 경우,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살가운 딸이 되지 못해서, 딸의 말 한 마디마디가 엄마에게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이후 딸은 또다른 상처를 남기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 엄마의 아픔이 불씨가 되어, 할머니의 분노와 화로 이어질 때이다. 살갑지 못한 딸이, 엄마에게 친절하지 못하고,그 친절하지 못한 손녀를 본 할머니는 손녀에게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딸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딸에게는 엄마이지만, 할머니에게는 엄마가 자신의 몸으로 낳은 소중한 딸이기 때문이다. 관계라는 것은, 이해라는 것은 이렇게 서로 상호연결되는 구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 사랑이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보면, 당연한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쓰는 말이 당연하지 않고, 내가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며, 나에게 주어진 삶이 당연하지 않듯, 내 앞에 놓여진 모든 것을 사랑하고, 배려하고, 용서해야 하는 이유,그 모든 것이 결국 후회의 불씨가 된다는 걸 손녀가 쓰고, 딸이 쓰고, 엄마가 쓰고, 할머니가 쓰는 우리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에서, 작가 장해주의 <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앗다>에 그대로 담겨지고 있다.
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장해주
마음을 글자에 담는다. 일상의 언어로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글,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는 한 문장, 오롯이 마음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말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내가 펼쳐내는 모든 이야기가 읽는 이들의 마음속에 착한 빛으로 스미기를, 아프고 상처 된 마음에 새살이 솔솔 솟는 연고가 돼주길, 마음에 뽀얗게 내려앉은 먼지를 툭툭 털어낼 수 있는 먼지떨이로 쓰이길. 그렇게 또 한 번, 이 시대의 엄마와 딸들에게 용기를 전한다. 지은 책으로 《엄마도 엄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가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여전히 엄마에게 전하는 사랑의 표현이 어색하다.
타고난 성격이 무뚝뚝하다고
애정 표현에 늘 서툴고 어색해하는 나를 보면서
뒤에서 많이 속상해 눈물을 흘렸던 엄마의 마음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모른척하며 넘어갈 때가 많았다.
분명 지독하게 사랑하지만
표현만큼은 맘처럼 잘 되지 못한다.
더 늦기 전에
엄마에게 꼭 해야 할 말이 많은 걸 아는데
잘 내뱉기 힘든 내 마음을 훤히 다 꿰뚫고 있는 듯한
장해주 작가님의 이 책을 보면서
참 많이도 공감하고 마음이 아파왔다.
반박할 수 없었고 수긍하며 읽던 글 속에서
마음이 놓이기도 불편하기도 아리기도하다.
그러나 분명한 건
엄마의 행복을 바라고 나또한 내 행복을 진정 원하고 있다는 것말이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건 내게 '능력 밖의 일'이다.
내가 자식을 낳고 엄마가 되어도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힘들것만 같은데.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 엄마의 마음인데.
나를 알리고 싶은 마음. 어맘가 나를 좀 더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나를 궁금해했으면 하는 기대. 이런저런 방법으로 '나 전달법'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p42
걱정해서 그런건 다 아는데
가끔 엄마의 잔소리가 숨이 막힌다.
어떤 의도와 생각으로 엄마가 그런 말을 하시는지 알것도 같은데
입밖으로 내는 소리가 그리 좋게 들리지 않는다.
내마음이 삐딱해져있어서 그런지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말이 어긋날때면 더 혼란스럽다.
이토록 가깝지만 버거워서 때론 멀리 있고도 싶고,
멀리 있으면 다시 가까워지고자하는 복잡미묘한
우리의 관계가 엄마와 나라서 참 다행일때가 많다.
차선을 이탈한 듯 도가 지나칠 때도 있지만
우리는 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엄마와 내가 된다는 걸.
아직도 그 마음 안을 다 헤아리기 힘들다.
그러나 분명한건 엄마의 사랑이었다는 건 알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테니까.
상처가 누적된 마음들이 보였다.
들렸다. 느껴졌다.
나만 억울하다 생각했고, 나만 속상하다 여겼고, 나만 외롭고 힘들다 느꼈다.
그런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엄마도 아팠다.
내 엄마도 나같이 외롭고 슬펐다.
내 마음이 엄마의 마음이었구나.
p250
'아프면 좀 아프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
엄마도 아팠고 엄마도 슬펐다.
그런 엄마를 알아주지 못했던 내가 참 미워 돌아설 때가 많다.
왜 모든 것을 말없이 인내하면서
자식들이 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서글픈 밤을 지새며 보냈었는지..
답답한 엄마의 모습을 나도 닮아가나보다.
서운하고 섭섭했을 마음을 누구 하나 이해해주지 못한다며
버림받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디에다 해소할 곳도 없었을 걸 생각하면
미안함만 밀려온다.
그런 애증의 관계가 숨이 막혀서
도망치고 싶었던 많은 날들을 뒤로 하고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당신의 딸도 당신의 모습으로 이렇게 살아간다는 걸.
서툰 감정 전달을 고쳐보고자
마음을 담은 장문의 톡을 남기며
하트를 날려서 아침부터 기분 좋은 메시지를 보내본다.
무뚝뚝한 당신의 딸이 이토록 당신을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걸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고.
영원한 엄마와 딸로,
나의 영원한 수호자이신 당신이 내 엄마라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