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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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리뷰 총점 9.5 (16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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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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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평점10점 | k******5 | 2023.06.06 리뷰제목
<이책은> 리뷰어클럽 당첨 도서(20명 선정)   <저자는> 저 : 문미순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첫 소설집 『고양이 버스』를 펴냈다. 2023년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으로 제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책 읽고 느낀 바>   경제적 여유는 있는데 건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말한다. 돈 필요
리뷰제목

<이책은>

리뷰어클럽 당첨 도서(20명 선정)

 

<저자는>

저 : 문미순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첫 소설집 『고양이 버스』를 펴냈다. 2023년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으로 제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책 읽고 느낀 바>

  경제적 여유는 있는데 건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말한다. 돈 필요없어요, 건강이 최고라고. 대부분의 사람은 건강은 한데 경제력이 문제라서 고민이 많다. 20억을 주면 친구를 팔 수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말도 안 돼 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었다. 현실이 돈 없이는 어려움에 처하는 걸 너무 많이 보고 아니까. 자식이 원하는 걸 못 해주면 왜 낳았냐는 소리를 듣는 현실이란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어도 경제적 문제가 있으면 주저하게 된다. 경제력이 약해도 자식이 원하면 대다수는 바로 해주면서.

 

  여동생의 딸, 조카가 몸에 문제가 생겨 급비만자가 되었다. 얼굴은 갸름하고 뽀얀 피부에 이쁘다. 세상 갖은 멋은 다 내는 조카였는데 공황장애도 생기고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원하는 PT도 끊어줬고...시누이 딸 둘이 비만으로 상담받은 한의원에서 무리없이 감량되는 걸 보고는 1년 여의 비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시누이 딸 둘과 다르게  조카는 갑자기 찐 물살이고 많이 먹지 않는다는 게 차이점. 1달에 1킬로 감량으로 시작한다는데 조카는 4킬로가 빠지면서 생기도 돌아오고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길게 얘기한 건 '돈'이 들어간다는 것.

 

  명주는 50대 여자인데 부잣집 남자를 만나 딸 연진을 낳았다. 돈 많은 시모는 며느리가 오로지 반찬을 만들도록 살림을 시켰다. 노는 꼴을 못 본거고, 남편은 자신 덕에 편하게 살면서 그것도 안하냐는 짝. 돈은 가졌으되 인성은 별로인 모자에게 수모를 당하다 딸만 받고는 위자료도 못 받았다. 그렇게 데리고 온 딸년이건만 싸가지 없는 게 영낙없는 지애비 핏줄임을 몰랐다.  중학생 년이 알몸 사진 찍어서 유부남 꼬여내 그 아내가 찾아오게 만들더니  지 애비한테로 갔다. 재혼하여 나이차 많은 남동생이 태어나고 정착하지 못하나 나오지도 않는다.

 

  딸년 데리고 사느라 일자리 전전하다 급식조리실에서 발등에 화상을 입었으나 어느 의사도 장애등급에 앞장서 주지 않고 본인만 아는 통증은 고스란히 명주를 괴롭힌다. 밀린 의료 보험료에 만신창이가 된 그녀에게 살갑지도 않았던 엄마가 같이 살자고 해 어쩔 수 없이 엄마네로 들어온다. 701호에서 치매기 있는 엄마를 건사하는 수입은 엄마의 연금 100만 몇 천원. 자신이 벌이도 못하니 엄마라도 잘 모시겠다는 마음였다. 싱크대 구멍에 대변을 쑤셔넣고 여기저기 처바르라 묻은 두 손. 그 몰골을 발견한 자신에게 벌벌 떨던 모습은 최악이었다.

 

  그렇대도 엄마가 늘 계셨는데 하필 그날은, 마트에서 좀 더 싼 것들을 고루고 기분도 꿀꿀해 노래방에도 갔다가 늦게 돌아왔다. 작은 방을 가려던 모습으로 방바닥에 엎푸러진 엄마는 기어가는 자세로 숨이 끊어져 있었다. 76세 황 여사. 애잔한 슬픔보다는 이 지겹게 반복되는 상황이 끝났다는 안도감. 그만큼 지쳐 있었던 명주는 엄마의 진통제를 먹고는 며칠을 죽은 듯 잤다. 인터넷으로 나무관과 여러 제품을 시켜서 엄마를 둘둘 싸고 소독약 등을 넣어 작은방에 모셨다. 

 

  여기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 짓을 하는겨. 사람이 그것도 지 엄마가 죽었는데 장례를 치르는게 아니고 미라를 만들어. 언제 들통날 지 모르는데. 정상인 사람이냐고. 처음엔 울화통이 터졌다. 다음 순간 이건 도덕적인 문제인데 명주가 처한 상황에서는 이 행동이 나쁘다고 비난하기도 뭣했다. 그녀가 너무 가여워서. 이 지경이 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이 마음 아펐다. 먹고 살기 위해 삶의 현장서 발은 화상 입었고 그 고통은 현재진행형. 장애등급도 못 받아 보험료 연체, 병원도 갈 수 없어서 엄마 약을 먹고는 엄마처럼 분장하고는 엄마 보험으로 약을 타온다.

 

  삶의 의지가 없어서 엄마가 아퍼서 타 온 약을 다 먹고는 따라갈 심산이었다. 그런 생각을 정리한 아침에 엄마 폰으로 연금 입금이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엄마가 남긴 연금으로 당분간은 살아보리라. 그러자니 시신인 엄마를 들켜서는 안 된다. 옆집 702호 총각이 안부를 묻길래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둘러대고, 마트 사장님, 관리사무소 직원이 물어도 똑같이 답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는 걸 실감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러던 중 엄마 폰으로 여러 번 전화가 걸려오고 문자가 온다. 엄마를 애틋하게 걱정해 주는 남자가 있었단 사실에 아연실색.

 

  702호 20대 총각 준성은 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낯에는 휠체어를 밀고 나가 재활 훈련을 시키고 주무시는 밤에 대리 운전을 한다. 아버지 연금 60만원으론 병원비도 벅차다. 천성이 바르고 밝다. 모든 이들이 준성을 칭찬하는데 준성은 형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아파트 대출금을 빼서 괌으로 간 형은 연락을 끊었다. 아버지도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이렇질 않았던 것 같은데 알콜중독이 심하고 뇌경색으로 약간의 마비도 있다. 늘 가스불 말고 전자렌지 쓰라는 건 화재 위험때문인데 결국 우려하던 일이 난다.

 

  성기랑 다리 안쪽 부분에 화상을 입어 119에 실려가고 중환자실서 일반병실로. 병원비로 더 입원할 수 없어서 집으로 모셔왔다. 다행히 상처는 덧나지 않고 잘 아물었다. 대리 운전하며 운수 좋던 날 킥보드로 이동하다 순목을 살짝 삐긋했는데 그것도 다행이다 했다. 벤틀리 주차를 하다 그 손목이 삐긋해 문짝을 긁히고. 대리 운전시 보험료를 매달14만원 공제해 안심했더니 7만원만 보험가입하고 나머지는 착복해  자가로 합의할 금액과 렌트비. 준성은 세상이 원망스럽다.  열심히 성실히 산 댓가가 이런 거라니.

 

  아버지가 아들이 대리 운전 나가면 가끔씩 술을 사가지고 오던 걸 사람들은 기억한다. 화상으로 생긴 딱지가 아물고 냄새가 나 목욕을 시키기 위해 잘 씻으면 술을 사드린다고 꼬셨다. 맘이 변해 안 하겠다는 아버지를 씻기던 중 다친 손목이 삐긋해 아버지를 놓쳤다. 아버지는 세면대와 변기에 머리를 부딪쳤고 그렇게 급사했다. 자신의 피 묻은 손을 어쩌지 못하고 복도로 뛰어나갔다가 701호 명주를 만났고 명주가 준성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벌벌 떠는 총각에게 냉정히 상황을 설명한다.  신고하고 잘못으로 아버지 죽였다고 자수할 건지?  일단 명주의 엄마처럼 미라를 만들고 나중에 잘 모실래? 물리치료사가 꿈이니 일단 아버지 연금 60만원으로 생활하고 공부해 합격하는 건 어때? 상의조차 할 사람이 없던 상황에서 준성은 명주가 대단한 위안이 되었다. 동병상련. 둘다 가난이 죄고 둘다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두 죽음을 맞았다. 결국 준성의 아버지도 나무관에 모셔 명주네 집으로 옮긴다. 도덕적 잣대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거다. 두 남녀의 죄의식은 개나 줘버릴만큼 이들은 절박하다.

 

  책을 하루 만에 읽어버렸다. 가볍지 않은 문제임에도 술술술 넘어가는 글력. 마치 이웃의 어떤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 지인의 이야기를 목격하는 듯한 현실감 대단하다. 장수하는 게 축복만이 될 수 없는 현실. 건강과 경제력이 있는 장수는 누구나 바라지만 꿈일 수도 있다. 이 책은 기사로 짤막히 읽던 걸 상세히 알려주는 것 같다. 701호와 702호 두 사람을 단죄할 수 있을까. 글력이 좋으면 악당이라도 어느새 응원하게 되는 그런 상황 같았다. 너무나 가여웠다. 대학을 졸업하는 딸년 연진이는 지엄마를 필요시 돈줄로만 본다. 영악한 딸년은 없는 게 낫다. 무자식 상팔자다. 

 

  자세한 이야기는 독자몫으로 남기지만 명주와 준성이 벌을 받는다해도 정상참작이 되길. 그네들이 처했던 상황이 종료되어 그나마 안심이다. 그건 억지로 저지르지 않은 일이니. 자연사한 할머니, 사고로 인한 죽음이니. 죄값도 받아야고 해결할 문제들도 첩첩산중이지만 일단은 부양해야할 엄마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고인에게도 산 자에게도 다행이다. 그네들의 짐이 가벼워진 게 정말 안심이다. 그네들이 그런 결정을 일부러 하지 않아도 되는 결말이라서 참 다행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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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모든 삶은 그대로 하나의 인생! 평점9점 | o********r | 2023.06.14 리뷰제목
같은 아파트 같은 층 벽을 맞대고 데칼코마니처럼 701호와 702호에 각각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보는 50대 명주와 뇌졸중 후유증과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준성의 이야기이다. 그 둘은 나이 성별 모든 게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준성과 명주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한쪽은 아버지를 또 한쪽은 어머니를 돌본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집들은 연금을
리뷰제목

같은 아파트 같은 층 벽을 맞대고 데칼코마니처럼 701호와 702호에 각각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보는 50대 명주와 뇌졸중 후유증과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준성의 이야기이다. 그 둘은 나이 성별 모든 게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준성과 명주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한쪽은 아버지를 또 한쪽은 어머니를 돌본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집들은 연금을 받는다.

책 처음부터 분위기가 내려앉는다. 명주가 집에 들어오니 명주의 어머니가 코를 땅에 박고 돌아가신 것이다. 어머니를 돌보긴 했지만 실은 어머니에게 의지하며 살았던 그녀는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삶의 의미를 잃고 어머니 옆에서 약을 한 움큼 먹고 죽으려고 하지만 하루하고도 반나절 잠들다 비몽사몽 깨어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100만 원의 연금이 입금되었다는 문자였다. 우습게도 다시 살고 싶어진 명주는 이 돈이라도 마구 써보고 죽자라며 어머니를 작은 방안 나무관에 모시고 삶을 이어나간다.

한편 702호 준성은 물리치료사를 목표로 했었다. 하지만 뇌졸중 후유증과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어렸을 때부터 돌보느라 꿈을 미뤄야 했다. 낮에는 아버지와 산책도 하면서 걷는 연습으로 근육 유지를 시키며 함께 하고 저녁에는 대리기사로 일하며 아버지의 60만 원 연금과 함께 생계를 이어나간다.

이후의 내용 전개는 인간을 막다른 골목으로 자주 내 몰아 한 번에 읽기 힘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정이 피어나고 혈육보다 더 서로를 의지하고 챙겨주는 그들을 보면서 그렇게라도 힘을 내 삶을 이어가는구나 하며 안심하게 된다.


『 P.233 화려하지 않아도, 드러낼 만한 인생이 아니어도 모든 삶은 그대로 하나의 인생이니까. 』


모든 소설책은 인간의 다양한 심리와 관계들의 갈등으로 인해 하나의 주제만 있을 순 없지만 내가 관심을 갖고 본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제이자 내 마음에 든 이 문장을 소개하는 것을 끝으로 서평을 마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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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 2023.06.30 리뷰제목
감사하게도 아직은 부모님과 시어머님이 살아계신다. 아직은 살아계심을 감사하게 느끼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를 일. 만약 내가 그 상황이 되면, 나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은 또 어떻게 변하게 될지. 나는 아니라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지인의 시아버님이 치매로 자주 사라지셨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을 통해 찾았지만, 이제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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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아직은 부모님과 시어머님이 살아계신다. 아직은 살아계심을 감사하게 느끼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를 일. 만약 내가 그 상황이 되면, 나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은 또 어떻게 변하게 될지. 나는 아니라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지인의 시아버님이 치매로 자주 사라지셨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을 통해 찾았지만, 이제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인의 시아버지를 곁에서 수발했던 시어머니가 아프시기 시작하자 이젠 요양원으로 모셔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엉뚱한 말을 하고, 노인 특유의 냄새가 나고, 아이들이 곁에 가려고 하지 않는 모습. 내가, 아니 우리가 그런 모습으로 늙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50대 명주는 1년 반 전 치매가 심해진 엄마와 살기 위해 엄마의 임대아파트로 들어왔다. 이혼 이후 다양한 일을 하다 발에 화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선택한 길이었다. 100만 원 남짓한 엄마의 연금에 의지해, 엄마를 간병하면서 살던 명주. 어느 날 갑작스럽게 엄마가 죽자 자신의 삶도 끝내려 했지만 실패하고, 엄마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당분간 엄마의 연금으로 살기로 한다. 하지만 시신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엄마의 친구라는 진천 할아버지가 찾아오고, 떨어져 살던 딸 은진이 찾아오자 불안해진다. 명주의 옆집에 사는 준성은 고등학교 때부터 뇌졸중과 알콜성 치매가 있는 아버지를 돌보며 사는 스물여섯의 청년이다. 물리치료사가 되어 병원에서 근무하는 게 꿈이지만 아버지를 운동시키고 살림하고, 대리운전하며 생활비 버는 것도 버겁다. 이런 지옥 같은 생활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느 날 집에 불이 나 아버지는 화상을 입고, 준성마저 손님의 외제차에 손상을 입혀 거액의 수리비를 물어줄 판이다. 아버지를 목욕시키던 중 준성은 실수로 아버지를 놓치게 되는데..

 

모든 건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고, 돌봄은 남겨진 누군가의 몫이 되지.” (책표지)

책을 읽는 동안 답답하고 무섭고 안타까웠다. 우리가 상위 몇 퍼센트의 부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이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 것 아닌가? 나의 부모도 그렇지만, 내 아이들도 나나 남편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돈 없고 건강하지 못한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지옥이라고 했지.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지독하게 명주나 준성을 이해할 수 있어서 씁쓸했다. 우리는 간병에, 노인 돌봄이라는 것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 주변에도 다양한 경우들이 많다. 어느 집은 104세가 넘은 시어머니를 보며 묘한 답답함을 느낀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며느리에게 병수발 시키겠다고 말하는 시부모를 보며 살의를 느낀다는 사람. 재산은 아들에게 주려고 하면서 힘든 일은 딸에게 시키려는 친정 부모가 세상 밉다는 사람. 결국, 나이든 부모가 어떻게 처신하는지에 따라 남는 자식이 서로 남 보듯 하지 않는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지만 부모도 사람인지라 조금 더 예쁜 자식이 있겠지.

 

위로는 부모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래로는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기를 바라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만, 현재도 어떻게 못 하는 우리가 할 수 있을지. 품위 있게 늙고 싶었는데, 그건 바라지도 못하고 생존해야 하는 삶이라니. 오래 살고 싶지 않다. 정신 있을 때 내 주변을 정리하고 가고 싶다.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이놈의 삶이 무엇인지. 누가 누구 탓을 할 수 있는 것인지. 해답이 없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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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겨울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온기 하나 되기를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o | 2023.06.05 리뷰제목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이들의 벼랑 끝 선택”이란 띠지가 소심한 저를 붙들었습니다. 아직 온전히 마주할 용기도 없으면서 감히 책을 선택하고 읽으려 해요. 어머니 나이 72세, 시아버지 나이 83세 이제 간병과 돌봄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으니까요. 어떻게 존엄과 사랑을 잃지 않으면서 벼랑 끝에서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책에서 배우고 싶습니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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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이들의 벼랑 끝 선택”이란 띠지가 소심한 저를 붙들었습니다. 아직 온전히 마주할 용기도 없으면서 감히 책을 선택하고 읽으려 해요. 어머니 나이 72세, 시아버지 나이 83세 이제 간병과 돌봄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으니까요. 어떻게 존엄과 사랑을 잃지 않으면서 벼랑 끝에서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책에서 배우고 싶습니다. 제게 있는 용기를 모두 필요로 할지라도요.

 

저자 문미순은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첫 소설집 <고양이 버스>를 펴냈죠. 2023년 이 소설로 제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책은 이혼하고 불편한 몸으로 어머니를 모시는 명주가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마치 <해방일지>에서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것처럼. 그것과는 느낌이 사뭇 다른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돈 많은 시댁으로 인해 사는 동안 변변한 일자리도 없이 갑질을 일삼던 남편과 이혼하고 일자리를 전전하다 발에 화상을 입은 명주. 화상의 상처는 잘 아물었지만, 그녀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을 선사해요. 그래서 더 일하기 어려운 몸이 되고, 삶의 희망도 조금씩 놓아갈 때쯤 관계가 좋지 않았던 어머니가 함께 살 것을 권해요. 어머니의 제안을 거절할 상황이 아니었던 명주는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어머니를 간병하게 됩니다. 어머니는 초기에는 가벼운 치매였지만 갈수록 상태가 나빠져 명주를 힘들게 해요. 임대 아파트 옆집 702호에는 고3 때부터 아버지를 간병하고 돌봐온 청년 준성이 살고 있습니다. 준성은 대리운전을 통해 아버지를 간병하며 생활하고 있죠. 어머니의 죽음은 뜻하지 않게 흘러요. 벼랑 끝에 선 또 한사람 준성과 비밀을 나누어 가지는 관계가 됩니다. 그녀와 준성의 기막힌 비밀과 숨 막히는 현실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마음을 단단히 하고 따라오셔야 할 겁니다. 자신의 무능과 가난을 증명하기 위해 수모를 밥 먹듯 당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처음엔 명주도 자신의 힘으로 충분히 엄마를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밖에서 겪는 모멸감에 비하면 내 엄마를 간병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란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신 안에 있는 자비심이란 얼마나 알량하고 얄팍했던지. 명주는 엄마를 돌보기 시작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p125)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자신이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폭력까지 썼던 날, 명주는 죄책감으로 집을 나가 밖을 배회해요. 어머니의 간병으로 인해 전혀 자신의 시간이 없었던 명주는 노래방도 가고, 술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고 바닥에 쓰러져 주검이 된 어머니를 발견하죠. 어머니의 시신을 어떻게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어머니를 방에다 눕히고 자신도 쓰러져 잠이 듭니다. 다음날 어머니의 휴대폰으로 연금이 입금됐다는 문자가 올 때까지. 그 문자는 명주를 살게 합니다. 전혀 엉뚱하고 불법적으로 생각이 흐르지만, 그녀는 끝을 준비하면서도 어머니의 연금으로 한 달 만 자신을 위해 쓰며 살기로 해요. 어머니의 시신을 관에다 넣어 놓고 매일 청소를 하면서 어머니의 진통제로 발의 고통을 참아가면서 시간을 버티죠. 그런 그녀의 눈에 옆집 청년 준성은 자신을 보는 것처럼 애처롭게 다가와요.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간병하고 돌보는 청년을 보면서 명주는 자신을 생각합니다. 어머니를 오래 잘 돌볼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을요. 빈손으로 쫓겨나다시피 이혼해서 딸을 데리고 살기 위해 세상에서 수많은 모멸을 견디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어머니를 돌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어머니이기 때문에 더 쉽지 않은 것이 간병과 돌봄이 아닐까요? 남이라면 아픈 사람을 보는 연민과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화를 내기 쉽지 않죠. 하지만 어머니는 다릅니다. 그것도 자신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어머니라면 불쑥 불쑥 자신을 사로잡는 나쁜 생각들과 싸워야 해요. 그 싸움에서 지는 날은 사고가 일어나게 됩니다. 어머니에게 막말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그러고는 자신이 용서되지 않습니다. 죄책감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이 무겁게 짓눌러 간병은 더 힘들어지죠.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뉴스에 나오는 기사들이 꼭 남의 일일까요? 가족의 자비심에만 기대기엔 너무 크고 힘든 일입니다.

 

그동안 내가 엄마를 돌본 게 아니라 아픈 엄마에게 의지해서 살았다는 걸 알았지. (p207)

이 지독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명주는 엄마의 죽음을 처음으로 옆집 준성에게 털어놓습니다. 그러면서 얘기하죠. 아픈 엄마를 의지해서 자신이 살았던 거라고. 이혼하고 데리고 나왔던 딸은 고등학교 때부터 사고를 쳐서 명주를 반지하 월세방으로 이사 가게 했죠. 그러고는 좁은 그 방에서는 살 수 없다면서 아버지에게로 가버립니다. 명주는 어머니가 함께 살자고 하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혼자였어요. 누구도 의지하거나 사랑을 나눌 사람이 없었던 것이죠. 명주는 아픈 어머니와 힘들게 살아가면서 어머니의 죽음을 바란 적도 있다고 하지만, 깨달아요. 아픈 어머니도 가족이었다는 것을요. 어쩌면 명주에게는 어머니라는 존재 자체가 의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에게 무엇을 해주고, 사랑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머니라는 존재 자체로 의지하고 사랑했던 거죠. 무언가를 해주어야만 사랑은 아닙니다. 꼭 무언가를 해주어야만 좋은 부모인 것도 아니죠. 부모님이 그냥 계시는 것만으로 자녀들은 힘이 됩니다. 내 상황과 여건으로 인해 어머니께 더 잘 해 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아요. 하지만 마음으로 더 사랑하고 소소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어머니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어요. 시간이 언제까지 내 편일 수는 없으니까요.

 

영원히 살 것처럼 희망을 품지도 않았지만, 살아 있는 한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p223)

옆집 청년 준성은 집에 불을 내고 화상을 입은 아버지를 돌보느라 많이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기력이 쇠해진 아버지를 혼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천문학적 병원기를 감당하기도 힘들어 일을 줄이고 아버지를 돌봅니다. 그러던 중 운수 좋은 날처럼 모든 것이 착착 맞아떨어지던 날 벤틀리 대리운전 중 사고를 냅니다. 비록 비싼 외제차이긴 하지만 대리운전업체에 내고 있는 보험으로 해결될 줄 믿었지만, 자신이 부담해야 할 돈이 수리비만 이천만 원이 나왔죠. 지치고 힘든 가운데서도 아버지를 목욕시키기 위해 욕실에서 아버지를 부축하던 중 벤틀리 사고 때 다친 손목이 아파 아버지를 놓치게 됩니다. 아버지는 힘이 없어서 휘청거리다 세면대에 머리를 박고 사망합니다. 놀라 뛰쳐나온 준성은 명주와 마주치게 되고, 명주의 이야기에 따라 아버지의 죽음을 유예하기로 결정해요. 이미 자신의 집에 어머니의 시신을 보관하고 있던 명주는 눈치 빠른 딸 은진으로 인해 이사를 결정합니다. 마침 어머니가 귀향을 위해 사놓았던 시골집으로 시신을 싣고 가는 이사를요. 텅 빈 집을 둘러보며 명주는 자신의 살 이유를 생각합니다.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준성이 물리치료사에 합격할 때까지 아버지의 죽음을 잘 지켜주는 것?, 아님 자신의 어머니를 온전히 잘 보내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이사를 가는 명주에게서 약간의 희망을 봅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삶은 어쩌면 희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봐요. 복잡한 미로 같은 생각들을 잘라내고 단순하고 명확한 이유를 찾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 말고 나만의 이유를요.

 

은유 작가의 <크게 그린 사람>에 아버지의 보호자가 되어 살아가는 청년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돌봄과 간병을 생각해 봤지요. 그 청년이 쓴 책은 감히 읽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끝까지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몰라요. 책은 인터뷰가 아니라 소설이니 쉽지 않을까 하고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소설이지만, 소설이라서 더 사실적이고 무겁고 가슴이 아픕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크게 나를 덮쳐왔죠. 그러다가 홀로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났고, 시아버님 생각도 났습니다.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조차도 하기 싫은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했죠. 책에서는 명주의 입을 통해 말해요. 누구도 비난할 수 없을 거라고. 누구라서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매 순간 삶과 죽음 사이를, 사랑과 증오 사이를 오가는 그들의 시간들을요. 누구도 강요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는데, 우리 사회는, 국가는, 아니 저는 그들의 일로만 여기고 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자신을 갈아 넣는 돌봄과 간병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무거운 마음이 이야기의 끝에서는 다행이라는 마음이 됩니다. 그렇게 끝나서 다행이라고. 굳이 확인하듯이 준성의 벤틀리 차 사고 수습 과정과 아버지의 시신 처리 과정과 명주의 이후의 삶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쓴 사람도 기어이 희망을 기대하게 만드는 탁월한 결말입니다. 어쩌면 소설보다 더 끔찍한 지옥을 현재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지 몰라요. 그들에게도 작가는 조그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썼어요. 쉬운 타협과 조금 더 쉬운 길로 가지 않고 끝까지 돌봄과 간병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감당하는 사람들에게 큰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런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서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돌봄을 감당하다가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쉽게 외면하는 것 말고 아프더라고 바로 보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 시작은 이 소설을 읽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모두 늙고 나이 들고, 아플 수도 있습니다. 어떤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겨울의 시린 바람 속에서도 온기 하나를 붙들고 견디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응답할 차례가 아닐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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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q********4 | 2024.01.05 리뷰제목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몰입이 된다.그리고는 2편도 나오려나하는 생각을하며 책을 덮고 표지를 보니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책을 쫙 펼쳐서 앞뒤표지 연결해서 보면 울림이 올 것이고어딘가에 명주와 같은 인물이 살고 있을 거 같다.명주와 준성이에게도 봄이 오길...반도덕적인 행동에 공감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여기서 마무리하는게 맞구나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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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 가까워질수록 몰입이 된다.
그리고는 2편도 나오려나하는 생각을하며
책을 덮고 표지를 보니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책을 쫙 펼쳐서 앞뒤표지 연결해서 보면 울림이 올 것이고
어딘가에 명주와 같은 인물이 살고 있을 거 같다.
명주와 준성이에게도 봄이 오길...
반도덕적인 행동에 공감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여기서 마무리하는게 맞구나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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