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에서 조금 벗어나서 일도 잊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뭐가 있을까?’ 이렇게 궁리하고 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다.
‘어디 한번 달려볼까?’
마흔세 살의 겨울이었다. p.8
그렇게 달리기를 결심한 저자는 이후 10년 가까이 달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 책에는 러닝용품이나 신발 선택법과 같은 이야기부터 일상에서 달리기가 주는 에너지, 그리고 달리기에 기대어 생각한 저자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 제목을 봤을 때는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두 책을 비교하자면 이 책이 좀 더 ‘달리기’를 날 것 그대로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저자는 그 오랜시간 왜 다리는 걸까? 무엇이 그렇게 그를 달리게 만드는 걸까? 뭐가 그리 좋아서 타인에게도 달리기를 권하고 싶은걸까
저자는 그 이유 중 하나를 ‘혼자인 시간’으로 꼽는다.
‘혼자가 되는 것’은 나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심리적 훈련이 되었다고 할까. 나를 천천히 바라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p.38
나는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여긴다. 내가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다. 오롯이 걷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내 속에 시끄럽게 자리하고 있던 많은 것들이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 들곤 한다. 어쩌면 달리기를 하며 나를 천천히 바라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자신을 살피는데 도움을 주는 달리기이지만 저자는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무리하지 말라고, 또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 같은 초보자는 달리기가 아니라 걷기부터 시작해야 했다. 단, 무작정 걷는 것이 아니라 바른 자세로 걸어야 한다. pp.49-50
이렇게 글을 읽을 때는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나의 능력이나 실력을 고려하지 않고, 갑자기 높은 곳으로 뛰어오르기를 원한다.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좋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 단계씩 내것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오래가기도 하고, 온전한 내 것으로 체화되기도 한다.
일이나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거쳐야 할 단계를 거르고 난데없이 마지막 단계로 뛰어들면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무슨 일이든지 사전에 어떤 순서로 처리해야 할지,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난 다음에 실제로 행동에 옮기면 웬만큼 원만하게 진행된다. pp.50-51
그러기에 한 번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 해도 계속해서 이어가면 결국 어떤 식으로든 나는 어제의 나보다, 일주일전의 나보다 혹은 한 달 전의 나보다 조금은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점으로 끝내지 않고, 점과 점을 이어서 선을 만든다는 뜻이다. 한 번 하고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다음 기회를 만들어내서 조금씩이라도 이어가야만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낼 수 있다. p.30
매일이든 2, 3일에 한 번이든 일상적으로 내가 계속하는 것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 반드시 어떤 성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p.30
이와 함께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배움’에 대한 시각이었다.
오늘 하루라는 시간 동안 멋스러운 것, 혹은 나에게 감동을 주는 대상을 얼마나 많이 발견하느냐가 ‘배움’으로 이어진다. ‘거참, 훌륭하군’ 하며 내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에 나도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p.72
감사하게도 나는 모든 사람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쩌면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신기해했던 적도 있다(지금은 조금 시들해진 것을 보니, 내 안의 새로움이 조금은 무뎌진 듯도 하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지 않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사람의 행동을 보면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배움을 활용하려 노력한다. 최소한 ‘욕하면서 배우지는 말자’가 내 모토이다.
아, 그래 다좋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꾸준함, 배움 모두 다 좋은데 나는 너무 바빠서 달리기를 할 시긴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저자가 한마디 덧붙인다. 이렇게 달리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달리는 게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이들은 잠잘 시간을 쪼개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시간 배분을 잘해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이런 사람들은 해야 할 일과 안 해도 되는 일을 철저하게 구분할 줄 안다. 달리기와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이게 바로 시간을 만드는 기본이다 p.120
책을 읽은지 제법 시간이 지난터라 메모해 둔 글을 봐도 내용이 흩어져 글을 적기가 쉽지 않았다(역시 글은 책을 읽은 여운이 남아 있을 때 써야 한다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그럼에도 내게 ‘걷기’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열심히 걷가보면 나도 언젠가 저자처럼 달리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스포츠 전문가들이 말하길 근육의 기능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면에서도 달리기보다 빨리걷기가 몸에 더 이롭다고 한다..(중략)..올바른 자세로 빨리 걷는 것쯤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만만치 않다. 달리기보다 훨씬 더 어렵다..(중략)..그렇게 올바른 자세로 빨리 걷는 것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달리기 시작했다. p.86
*나에게 적용하기
겨우내 춥다고 미뤄두었던 걷기를 다시 시작하기(적용기한 : 당장 오늘부터)
*기억에 남는 문장
나는 매일 같은 코스를 달렸다. 동일한 코스를 반복해서 달리면 내가 어디쯤에서 멈추고 싶어지는지 얼추 짐작할 수 있는 일종의 예지 능력이 생긴다. 즉, 죽을 것 같다고 느끼는 지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지점에 이르러서도 숨을 고르게 쉬면서 달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중략)..이렇게 ‘고통이 찾아오는 지점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는 것을 의미한다. p.24-25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문제의 원인은 내가 아니다’라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p.48
‘더 괜찮은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내 생각이 짧을 수도 있잖아.’ 이렇게 생각하면서 남의 충고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순수한 사람들은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방법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이런 태도는 정말로 중요하다. p.61
중요한 건 언제든지 변화의 씨앗을 간직하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이것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하며 포기하는 건 자신의 잠재력을 스스로 짓밟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p.111
매일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하고 넘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다시 일어나고 또 도전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새로운 것을 많이 마주하면서 내가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p.125
건강관리만 잘해도 신뢰도가 상승한다. 반대로 제아무리 똑똑하고 일솜씨가 뛰어나도 자주 몸이 아파서 쉬는 사람에게는 큰일을 맡기기 어렵다.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건강만큼 값진 보물은 없다는 걸 실감한다. 하늘이 준 선물을 더 반짝반짝 빛이 나게끔 매만져서 보물로 만드는 것은 각자의 몫이 아닐까. p.191
달리기에 익숙해지면 ‘벌레 소리가 들려’, ‘오늘은 공기가 깨끗하구나’, ‘벌써 매화가 피었네’ 하며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감각이 활발히 움직인다. p.224
나이를 먹을수록 힘든 일이 늘어날지라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나는 내가 어떻게 변화될지 흥미진진하다. p.238
빨리 달리려고 욕심내면 끝이 없다. 나는 거기에 목표를 두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아름답게 달리고 싶다. p.246
아름다움은 감동을 자아낸다. 나는 그 아름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앞으로도 계속 알아가고 싶다. 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