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기 위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운동이 헬스이다. 우선 어느 동네든 헬스장은 한 두 곳이 있어 접근성이 좋고 특별한 운동 방법을 몰라도 러닝 머신 위에서 가볍게 시간을 때우기에도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스라는 운동은 홀로 하는 운동이다. 러닝 머신도 혼자 뛰어야 하는 운동이고 웨이트 또한 혼자 감당해야 하는 고독한 운동이다. 그래서 대게 많은 사람들이 지루함을 쉽게 느껴 헬스장에 기부만 하고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의 저자 고영 씨는 성격상 고독한 운동을 찾아 헬스를 택한 경우에 속한다. 그 혼자의 운동을 통해 저질 체력인 자신의 몸이 변하는 과정에서의 운동 과정을 써나간다.
운동에 관한 책이라면 우리는 운동을 해서 '비포 앤 에프터'의 모델처럼 프로 운동인이 된 사람들의 수기를 기대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 고영씨는 처음부터 독자에게 분명히 말한다. 자신은 운동 체질이 아니고 단지 망가진 자신의 체력을 회복하고 싶어서 힘들게 시작했다고 말한다. 삼십 넘은 나이에 운동은 딱 두 번이 전부였던 저자는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는 총 5장에 걸쳐 이야기가 시작된다. 1,2장은 저자가 운동을 시작하면서 겪는 고군분투기가 주로 그려진다. 한 가지 동작을 배우는 데 PT 트레이너로부터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라는 말까지 들으며 꿋꿋이 버티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나와 같은 운동 초보자들에게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들이 그려져 있다.
운동을 하게 되면 바늘과 실처럼 함께 따라오는 식이 요법, 술은 양보할 수 있어도 간식은 포기할 수 없어 고민하다가 결국 타협하는 저자의 이야기와 운동을 하면서 근육통을 달고 살지만 운동에 맞춰 자신의 생활을 맞추어가고 자신에 맞는 운동방법을 찾아가며 운동 덕후가 되어간다.
운동과 사랑에 빠지는 일의 진짜 효능은 '살이 찌든 빠지든 내가 내 몸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좋고 나쁜 운동은 없다. 단지 내게 맞는 운동과 맞지 않는 운동이 있을 뿐이다.
운동엔 여성적인 운동, 남성적인 운동이 없다. 모두의 건강을 위해선 '웨이트 트레이닝 하는 여자' '요가하는 남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 짧은 인생, 가장 소중한 나의 건강을 위해서인데 남의 시선이 중요하겠는가.
1,2장이 운동을 시작하며 겪는 고군분투기라면 3-5장은 운동을 하며 깨닫는 저자의 운동 철학, 깨달음에 대해 말한다.
홀로 운동을 하기도 하고 PT 트레이너의 도움도 받으면서 터득해가는 진리에 대해 저자는 먼저 운동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하며 모든 공부가 그렇듯 운동도 배움의 끝은 없음을 말한다. PT 또한 1년 넘게 받아도 여전히 배워야 하며 그 지루한 과정을 겪어 나가야 발전이 있음을 알려준다.
"같은 자유형이라고 해도 동작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끝없는 정진이 필요하죠. 어느 시점에 팔을 젓고, 어떻게 숨을 쉬는지 타이밍 등도 배워야 하고요. 계속 헤엄쳐도, 배워도, 배울게 또 있어요."
저자는 헬스는 고독한 운동이라고 말한다. 맞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은 유산소보다 더 고독하다고 할 수 있다. 혼자 하다보면 자신이 맞게 하는 건가 고민이 될 때도 많고 과연 내가 나아지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많다. 저자 또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갈등도 한다. 그렇지만 그 버티고 하는 시간 끝에 간혹 트레이너로부터 '빠따'가 있다는 칭찬을 듣게 되거나 문득 자신의 평균 이상을 해 오고 있음을 깨닫게 될 때의 기쁨을 느끼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다보면 결코 그 시간이 헛되지 않음을 알려준다. 무리한 목표 없이 '다치지 않고 어제보다 더 건강해질 것'이라는 소박한 목표로 운동을 하며 어느새 여자 마동석을 꿈꾸는 저자를 보고 있노라면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라는 책이 떠오른다. 취미로 그림을 시작한 직장인이자 화가인 김유미씨가 그림의 매력에 빠져 가며 화가로 등단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에세이처럼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도 운동 덕후가 되어가는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많은 공감을 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전히 체지방 지수가 그닥 큰 변화가 없지만 자신의 몸의 소리에 섬세하게 반응하며 그 달라지는 모습에 삶의 기쁨을 찾는 저자를 보노라면 나도 한 번 저자를 따라 운동을 해 보면 헬스장의 기부 천사 정도는 졸업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운동을 찾는 것일 것이다. 욕심내지 말고 여러 운동에 도전해보며 내게 맞는 걸 찾아가보자. 그러면 나도 어느새 운동 덕후가 되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