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나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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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나무의 삶

문학, 신화, 예술로 읽는 나무 이야기

리뷰 총점 8.7 (3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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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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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나무들에 관한 이야기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k******4 | 2019.07.07 리뷰제목
길고 긴 나무의 삶피오나 스태퍼드/강경이클/2019.6.12.sanbaram   나무의 삶은 인간의 삶에 비하여 길고 길다. 그러한 나무들은 인류의 역사와 늘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우리 주변에서 흔 히 볼 수 있는 오래 산 나무에는 어떤 이야기와 역사가 깃들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길고 긴 나무의 삶>은 영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가까이해 온 17가지 나무들에 대하여 옥스퍼드대
리뷰제목

길고 긴 나무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강경이

/2019.6.12.

sanbaram

 

나무의 삶은 인간의 삶에 비하여 길고 길다. 그러한 나무들은 인류의 역사와 늘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우리 주변에서 흔 히 볼 수 있는 오래 산 나무에는 어떤 이야기와 역사가 깃들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길고 긴 나무의 삶은 영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가까이해 온 17가지 나무들에 대하여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문학, 신화, 예술에 담겨있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BBC라디오 3에세이에서 나무의 의미를 방송하여 호평을 받은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나무라는 자연 형상의 물질적 아름다움과 여러 세기에 걸친 그들의 생존, 나무에게서 자라난 문화적 의미에 대한 경탄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가 심는 어린 나무 한 그루가 미래 세대의 위대한 나무들로 변할 시간을 생각하며 썼다고 한다. 나무에 대한 영국문화가 궁금한 사람이나, 지구의 미래를 위해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나무 중에서도 수명이 길어서 인간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주목에 대해 제일먼저 이야기한다. 주목은 가지에 독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가지로 만든 활은 전쟁터에서 치명적 무기가 되었다. 오래된 묘지와 교회 건물 주변에 거목이 많다. 뿐만 아니라 검붉은 피와 비슷한 수액을 흘리기도 하여 인간을 공포로 몰아넣기도 한다. 영국에 살아 있는 주목 중에는 스톤헨지나 피라미드보다 오래된 나무들도 있다. 랑거뉴 주목은 아마 5천 살은 됐을 테지만 기껏해야 1,500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나무라는 반론도 있다고 한다. 한편 옹이 지고 뒤틀린 주목 줄기를 보면 비틀린 인간 형상이 쉽게 떠오른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리거나 촬영했을 때 주목은 음울한 분위기를 어김없이 창조한다. 그렇기에 유령이야기나 고딕 호러, 시대극의 우울한 무덤 장면, 범죄 시리즈의 긴장감 넘치는 순간에도 등장한다. 단테의 신곡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주목이 등장한다. 요즘은 주목을 재료로 난소암과 유방암, 전립선암 치료제를 만들었으며, 치료제로서의 주목 가치는 지금도 여전히 연구되고 있다.

 

중세 시대의 성과 수도원은 과일의 소중한 공급원으로 벚나무를 키웠다. 로마인들이 지중해풍 요리와 함께 잉글랜드에 도착하기 오래전부터 아일랜드의 고대인들도 벚나무 열매인 버찌를 즐겼던 게 분명하다. 벚나무 열매는 요리의 보고다. 단 버찌는 나무에서 따서 바로 먹어도 맛있고, 신 버찌도 파이와 푸딩으로 요리하면 그만큼이나 맛이 좋다. 버찌로 브랜디와 케이크를 만들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 수도 있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카라치의 그림 성모마리아와 잠든 아이에서 성모마리아는 아기가 자는 동안 한 손가락을 자기 입술에 갖다 대며 토실토실한 어린 세례자 요한에게 조용히 하라고 이른다. 이 그림에서는 근처 탁자에 놓인 버찌 몇 알이 아기의 신성한 운명을 상징한다. 이처럼 종교화에서 버찌는 신성한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켈트 신화에서 마가목은 신들의 나무이며 마가목의 열매는 천상의 별미다. 옛이야기에 따르면 마가목 열매가 실수로 지상에 떨어져 나무로 자라나서 인간들의 손에 닿게 되자, 신들은 외눈박이 괴물을 보내 나무를 지키면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위협해 쫓아내도록 했다. 그러나 이 마가목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그러니아 공주와 데르맛이 사랑에 빠져 핀막 쿨을 배신했을 때, 데르맛은 공주와 함께 이 신비한 마가목에 몰래 숨어 지내려고 그 괴물을 살해해야 했다. 다른 이야기에서 위대한 영웅 쿠 훌린은 세 마녀가 마가목 꼬챙이로 개를 굽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을 때 다가오는 죽음의 전조를 보기도 한다. 마가목 열매는 양치할 때 쓰면 인후염과 편도염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고, 괴혈병 예방과 치질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 톡 쏘는 맛이 강한 데다 구연산과 천연당이 가득하다. 마가목은 스스로 생명으로 가득 찬 동시에 생명을 지켜준다. 마가목 열매를 모아 요리에도 쓴다. 빨간 젤리로 만들어 고기와 함께 먹거나 말려서 가루로 만든다. 마가목 열매를 발효 시키면 술이 되기도 한다.

 

인류문화사에서 올리브가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곳은 구약성경이다. 마침내 대홍수의 물이 빠지기 시작했을 때 올리브 가지를 물고 온 흰 비둘기가 노아의 방주에 앉는다. 회복과 하느님의 용서, 과거보다 더 행복하고 평화로운 미래의 첫 징표가 올리브 잎이 달린 잔가지의 형상으로 온 것이다.(p.106)” 다행히 올리브 잎은 알아보기가 쉽다. 그래서 v자 모양의 홀쭉한 잎들이 달린 올리브 가지 문양이 희망과 화합을 뜻하는 세계적 상징이 되었다. 국제연합이 올리브 가지를 로고로 채택하기 오래전부터 올리브 나무는 종교와 정치에서 평화를 상징했다. 올리브나무는 서남아시아에서 선사시대부터 자라던 나무이니 분명 앞으로도 천 년은 살아남을 것이다.

 

향이 강한 사이프러스는 인도의 장례식 장작에 꼭 필요하다. 시신이 탈 때 나오는 불쾌한 냄새를 누그러뜨리기 때문이다. 사이프러스 목재는 영혼의 저승길을 돕는다고 여겼지만, 요즘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공기 중에 살균제를 내뿜어 공기를 정화하고 문상객을 보호한다고 한다.(p.114)” 영국에서도 사이프러스는 우울한 일들을 연상케 하는데, 유한한 삶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서 가지치기도 하지 않는다. 그의 유명한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밀밭에서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하늘과 빽빽하게 들어찬 밝은 별들, 역동적인 색깔들을 꿰뚫고 있는 것은 어둑한 사이프러스의 구불구불한 형상이라고 설명한다.

 

건강한 참나무는 천 년까지 살 수 있으므로 조지 왕조 시대에 숭배되었던 많은 참나무가 요즘에도 살아 있다.(p.136)” 노팅엄셔 웰벡의 그린데일 참나무는 길 하나가 지나갈 만큼 커서 포틀랜드 공작의 마차가 개선문을 통과하듯 나무 몸통을 통과할 수 있었다. 참나무는 튼튼한 배를 짓는데 가장 완벽한 목재다. 참나무는 왕족의 나무이자 로빈 후드의 나무이며, 브리타니아의 나무이자 브라이언 보루의 나무이기도 하다. 물려받은 유산을 찬양하는 보수주의뿐 아니라 평등한 권리를 부르짖는 급진주의에도 영감을 주며, 포용을 내세우는 통합주의자들뿐 아니라 독립을 결의하는 분리주의자들에게도 힘을 준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 작가들은 하계로 들어가는 입구인, 은은하게 반짝이는 스틱스 강둑에 이 나무들이 자란다고 상상했다. 요즘은 은백양 나무들이 영국의 평범한 길에 신비로운 위엄을 더하고 있다.(p.179)” 이런 포플러 목재는 불꽃을 지연하는 특성 때문에 풀무나 성냥을 만드는 데 으뜸이다. 턱수염이나 손가락을 빨리 그을리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 많이 쓰이는 호랑가시나무 껍질을 벗겨서 물에 담갔다가 끓여 발효를 시켜서 빻으면 무척 끈적대는 물질이 된다. 새 잡는 끈끈이라 알려진 이 천연 접착제를 잔가지들에 발라 송버드를 잡을 수 있다. 되새류도 새 잡는 끈끈이가 발라진 가지에 꼭 붙어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한 편 오랫동안 호랑가시나무는 억센 가시 때문에 마녀들을 막는 든든한 수호자로 여겼다.

 

북유럽에서는 심각한 비행을 저지른 학생이 자작나무 회초리로 엉덩이를 맞는 고통스럽고 치욕적인 경험을 해야 했다. 민속 신앙대로 자작나무 잔가지가 악령을 쫓는다는 믿음이 학생들을 괴롭히는 구실이 되기도 한 것이다. 마로니에 껍질에는 진통 효과가 있어서 한때 열병을 치료하는 데 썼고, 열매는 루머티즘과 치핵 치료에 썼다. 워즈워스의 감동적인 시 폐허가 된 오두막에서 한 무리의 우뚝 선 느릅니무들은 같은 원뿌리에서 자라난 나무였다. 이들은 버림과 절망, 죽음이라는 인간의 이야기 속에서 생명과 공동체의 모티프로 거듭 등장한다. 버드나무 목재를 태워 나온 목탄이 예술가들에게 최고로 좋은 목탄이었다. 또한 버드나무 껍질에는 아스피린 활성성분 살리신이 들어 있다. 버드나무의 진통과 해열 효능은 부드러운 겉모습과 잘 어울리는 특징이다. 한편 버드나무는 달을 섬기는 나무로 여겨지면서 광인과 연인, 시인을 위한 나무가 되었다.

 

해마다 흰꽃을 피우고 빨간 열매를 맺는 산사나무는 전쟁을 벌였던 요크 가문과 랭카스터 가문의 상징 색을 결합한다. 따라서 이 강인한 토종 나무는 두 가문을 모두 계승한 왕조에 접붙일 건강한 혈통을 제공한다. 산사나무 위 왕관 문양은 그리스도의 가시면류관이라는 강력한 상징을 끌어와 국왕의 신성함을 상징하고 새롭고 더 나은 통치를 약속했다. 게다가 산사나무는 가시로 유명하기 때문에 어떤 도전자가 나서더라도 이 새로운 왕이 자신의 왕권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음을 잉글랜드 사람들에게 상기시켰다.

 

소나무의 종류는 백 가지가 넘지만 영국에 정착한 지 가장 오래된 종류는 구주소나무로, 스코틀랜드 소나무라는 적절한 속칭으로 불린다. 이 나무는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바위 지형과 메마른 산성토양에서 잘 자란다.(p.331)” 송진으로 만든 로진은 현악기의 활에 문지르면 현에서 덜 미끄러지도록 돕는다. 발레화에 바르면 민망한 실수를 줄여준다. 바이올린의 광택도 소나무에서 나온 광택제 덕택이다. 그러니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핀란드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면 제대로 느낀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음악은 첫눈에 보기보다 소나무와 더 가깝게 연결돼 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에게 사과나무는 사랑과 불화의 나무다. 황금사과가 당연히 자기 것이라 생각하는 세 여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을 때 파리스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거부당한 여신 헤라와 아테네의 복수는 곧이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으로 발전했다.(p.350)” 파리스는 트로이의 헬레네를 얻었지만 참담한 트로이 전쟁에서 다른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사과나무는 오래도록 젊음과 연결되었다. 이는 사과나무의 비교적 짧은 생애와 관련 있다. 참나무, 주목과 달리 사과나무는 30년 넘게 살지 못할 때가 많다. 80년이나 백 년 넘게 사는 사과나무가 더러 있지만 이렇게 나이 들고, 다소 기운이 빠진 나무들은 열매가 열리지 않고 가지가 축 처지기 시작하면 오래 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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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길고 긴 나무의 삶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23.07.01 리뷰제목
길고 긴 나무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강경이 클/2019.6.12.   나무의 삶은 인간의 삶에 비하여 길고 길다. 그러한 나무들은 인류의 역사와 늘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우리 주변에서 흔 히 볼 수 있는 오래 산 나무에는 어떤 이야기와 역사가 깃들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길고 긴 나무의 삶>은 영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가까이해 온 17가지 나무들에 대하여 옥스퍼드대학교
리뷰제목

길고 긴 나무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강경이

/2019.6.12.

 

나무의 삶은 인간의 삶에 비하여 길고 길다. 그러한 나무들은 인류의 역사와 늘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우리 주변에서 흔 히 볼 수 있는 오래 산 나무에는 어떤 이야기와 역사가 깃들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길고 긴 나무의 삶은 영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가까이해 온 17가지 나무들에 대하여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문학, 신화, 예술에 담겨있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BBC라디오 3에세이에서 나무의 의미를 방송하여 호평을 받은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나무라는 자연 형상의 물질적 아름다움과 여러 세기에 걸친 그들의 생존, 나무에게서 자라난 문화적 의미에 대한 경탄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가 심는 어린 나무 한 그루가 미래 세대의 위대한 나무들로 변할 시간을 생각하며 썼다고 한다. 나무에 대한 영국문화가 궁금한 사람이나, 지구의 미래를 위해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나무 중에서도 수명이 길어서 인간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주목에 대해 제일먼저 이야기한다. 주목은 가지에 독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가지로 만든 활은 전쟁터에서 치명적 무기가 되었다. 오래된 묘지와 교회 건물 주변에 거목이 많다. 뿐만 아니라 검붉은 피와 비슷한 수액을 흘리기도 하여 인간을 공포로 몰아넣기도 한다. 영국에 살아 있는 주목 중에는 스톤헨지나 피라미드보다 오래된 나무들도 있다. 랑거뉴 주목은 아마 5천 살은 됐을 테지만 기껏해야 1,500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나무라는 반론도 있다고 한다. 한편 옹이 지고 뒤틀린 주목 줄기를 보면 비틀린 인간 형상이 쉽게 떠오른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리거나 촬영했을 때 주목은 음울한 분위기를 어김없이 창조한다. 그렇기에 유령이야기나 고딕 호러, 시대극의 우울한 무덤 장면, 범죄 시리즈의 긴장감 넘치는 순간에도 등장한다. 단테의 신곡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주목이 등장한다. 요즘은 주목을 재료로 난소암과 유방암, 전립선암 치료제를 만들었으며, 치료제로서의 주목 가치는 지금도 여전히 연구되고 있다.

 

중세 시대의 성과 수도원은 과일의 소중한 공급원으로 벚나무를 키웠다. 로마인들이 지중해풍 요리와 함께 잉글랜드에 도착하기 오래전부터 아일랜드의 고대인들도 벚나무 열매인 버찌를 즐겼던 게 분명하다. 벚나무 열매는 요리의 보고다. 단 버찌는 나무에서 따서 바로 먹어도 맛있고, 신 버찌도 파이와 푸딩으로 요리하면 그만큼이나 맛이 좋다. 버찌로 브랜디와 케이크를 만들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 수도 있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카라치의 그림 성모마리아와 잠든 아이에서 성모마리아는 아기가 자는 동안 한 손가락을 자기 입술에 갖다 대며 토실토실한 어린 세례자 요한에게 조용히 하라고 이른다. 이 그림에서는 근처 탁자에 놓인 버찌 몇 알이 아기의 신성한 운명을 상징한다. 이처럼 종교화에서 버찌는 신성한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켈트 신화에서 마가목은 신들의 나무이며 마가목의 열매는 천상의 별미다. 옛이야기에 따르면 마가목 열매가 실수로 지상에 떨어져 나무로 자라나서 인간들의 손에 닿게 되자, 신들은 외눈박이 괴물을 보내 나무를 지키면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위협해 쫓아내도록 했다. 그러나 이 마가목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그러니아 공주와 데르맛이 사랑에 빠져 핀막 쿨을 배신했을 때, 데르맛은 공주와 함께 이 신비한 마가목에 몰래 숨어 지내려고 그 괴물을 살해해야 했다. 다른 이야기에서 위대한 영웅 쿠 훌린은 세 마녀가 마가목 꼬챙이로 개를 굽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을 때 다가오는 죽음의 전조를 보기도 한다. 마가목 열매는 양치할 때 쓰면 인후염과 편도염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고, 괴혈병 예방과 치질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 톡 쏘는 맛이 강한 데다 구연산과 천연당이 가득하다. 마가목은 스스로 생명으로 가득 찬 동시에 생명을 지켜준다. 마가목 열매를 모아 요리에도 쓴다. 빨간 젤리로 만들어 고기와 함께 먹거나 말려서 가루로 만든다. 마가목 열매를 발효 시키면 술이 되기도 한다.

 

인류문화사에서 올리브가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곳은 구약성경이다. 마침내 대홍수의 물이 빠지기 시작했을 때 올리브 가지를 물고 온 흰 비둘기가 노아의 방주에 앉는다. 회복과 하느님의 용서, 과거보다 더 행복하고 평화로운 미래의 첫 징표가 올리브 잎이 달린 잔가지의 형상으로 온 것이다.(p.106)” 다행히 올리브 잎은 알아보기가 쉽다. 그래서 v자 모양의 홀쭉한 잎들이 달린 올리브 가지 문양이 희망과 화합을 뜻하는 세계적 상징이 되었다. 국제연합이 올리브 가지를 로고로 채택하기 오래전부터 올리브 나무는 종교와 정치에서 평화를 상징했다. 올리브나무는 서남아시아에서 선사시대부터 자라던 나무이니 분명 앞으로도 천 년은 살아남을 것이다.

 

향이 강한 사이프러스는 인도의 장례식 장작에 꼭 필요하다. 시신이 탈 때 나오는 불쾌한 냄새를 누그러뜨리기 때문이다. 사이프러스 목재는 영혼의 저승길을 돕는다고 여겼지만, 요즘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공기 중에 살균제를 내뿜어 공기를 정화하고 문상객을 보호한다고 한다.(p.114)” 영국에서도 사이프러스는 우울한 일들을 연상케 하는데, 유한한 삶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서 가지치기도 하지 않는다. 그의 유명한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밀밭에서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하늘과 빽빽하게 들어찬 밝은 별들, 역동적인 색깔들을 꿰뚫고 있는 것은 어둑한 사이프러스의 구불구불한 형상이라고 설명한다.

 

건강한 참나무는 천 년까지 살 수 있으므로 조지 왕조 시대에 숭배되었던 많은 참나무가 요즘에도 살아 있다.(p.136)” 노팅엄셔 웰벡의 그린데일 참나무는 길 하나가 지나갈 만큼 커서 포틀랜드 공작의 마차가 개선문을 통과하듯 나무 몸통을 통과할 수 있었다. 참나무는 튼튼한 배를 짓는데 가장 완벽한 목재다. 참나무는 왕족의 나무이자 로빈 후드의 나무이며, 브리타니아의 나무이자 브라이언 보루의 나무이기도 하다. 물려받은 유산을 찬양하는 보수주의뿐 아니라 평등한 권리를 부르짖는 급진주의에도 영감을 주며, 포용을 내세우는 통합주의자들뿐 아니라 독립을 결의하는 분리주의자들에게도 힘을 준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 작가들은 하계로 들어가는 입구인, 은은하게 반짝이는 스틱스 강둑에 이 나무들이 자란다고 상상했다. 요즘은 은백양 나무들이 영국의 평범한 길에 신비로운 위엄을 더하고 있다.(p.179)” 이런 포플러 목재는 불꽃을 지연하는 특성 때문에 풀무나 성냥을 만드는 데 으뜸이다. 턱수염이나 손가락을 빨리 그을리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 많이 쓰이는 호랑가시나무 껍질을 벗겨서 물에 담갔다가 끓여 발효를 시켜서 빻으면 무척 끈적대는 물질이 된다. 새 잡는 끈끈이라 알려진 이 천연 접착제를 잔가지들에 발라 송버드를 잡을 수 있다. 되새류도 새 잡는 끈끈이가 발라진 가지에 꼭 붙어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한 편 오랫동안 호랑가시나무는 억센 가시 때문에 마녀들을 막는 든든한 수호자로 여겼다.

 

북유럽에서는 심각한 비행을 저지른 학생이 자작나무 회초리로 엉덩이를 맞는 고통스럽고 치욕적인 경험을 해야 했다. 민속 신앙대로 자작나무 잔가지가 악령을 쫓는다는 믿음이 학생들을 괴롭히는 구실이 되기도 한 것이다. 마로니에 껍질에는 진통 효과가 있어서 한때 열병을 치료하는 데 썼고, 열매는 루머티즘과 치핵 치료에 썼다. 워즈워스의 감동적인 시 폐허가 된 오두막에서 한 무리의 우뚝 선 느릅니무들은 같은 원뿌리에서 자라난 나무였다. 이들은 버림과 절망, 죽음이라는 인간의 이야기 속에서 생명과 공동체의 모티프로 거듭 등장한다. 버드나무 목재를 태워 나온 목탄이 예술가들에게 최고로 좋은 목탄이었다. 또한 버드나무 껍질에는 아스피린 활성성분 살리신이 들어 있다. 버드나무의 진통과 해열 효능은 부드러운 겉모습과 잘 어울리는 특징이다. 한편 버드나무는 달을 섬기는 나무로 여겨지면서 광인과 연인, 시인을 위한 나무가 되었다.

 

해마다 흰꽃을 피우고 빨간 열매를 맺는 산사나무는 전쟁을 벌였던 요크 가문과 랭카스터 가문의 상징 색을 결합한다. 따라서 이 강인한 토종 나무는 두 가문을 모두 계승한 왕조에 접붙일 건강한 혈통을 제공한다. 산사나무 위 왕관 문양은 그리스도의 가시면류관이라는 강력한 상징을 끌어와 국왕의 신성함을 상징하고 새롭고 더 나은 통치를 약속했다. 게다가 산사나무는 가시로 유명하기 때문에 어떤 도전자가 나서더라도 이 새로운 왕이 자신의 왕권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음을 잉글랜드 사람들에게 상기시켰다.

 

소나무의 종류는 백 가지가 넘지만 영국에 정착한 지 가장 오래된 종류는 구주소나무로, 스코틀랜드 소나무라는 적절한 속칭으로 불린다. 이 나무는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바위 지형과 메마른 산성토양에서 잘 자란다.(p.331)” 송진으로 만든 로진은 현악기의 활에 문지르면 현에서 덜 미끄러지도록 돕는다. 발레화에 바르면 민망한 실수를 줄여준다. 바이올린의 광택도 소나무에서 나온 광택제 덕택이다. 그러니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핀란드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면 제대로 느낀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음악은 첫눈에 보기보다 소나무와 더 가깝게 연결돼 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에게 사과나무는 사랑과 불화의 나무다. 황금사과가 당연히 자기 것이라 생각하는 세 여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을 때 파리스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거부당한 여신 헤라와 아테네의 복수는 곧이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으로 발전했다.(p.350)” 파리스는 트로이의 헬레네를 얻었지만 참담한 트로이 전쟁에서 다른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사과나무는 오래도록 젊음과 연결되었다. 이는 사과나무의 비교적 짧은 생애와 관련 있다. 참나무, 주목과 달리 사과나무는 30년 넘게 살지 못할 때가 많다. 80년이나 백 년 넘게 사는 사과나무가 더러 있지만 이렇게 나이 들고, 다소 기운이 빠진 나무들은 열매가 열리지 않고 가지가 축 처지기 시작하면 오래 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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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게 감사합니다 평점10점 | s****i | 2019.06.19 리뷰제목
<길고 긴 나무의 삶-문학ㆍ신화ㆍ예술로 읽는 나무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근한 나무 -《주목ㆍ벚나무ㆍ마가목ㆍ올리브나무ㆍ사이프러스ㆍ참나무ㆍ물푸레나무ㆍ포플러ㆍ호랑가시나무ㆍ시커모어ㆍ자작나무ㆍ마로니에ㆍ느릅나무ㆍ버드나무ㆍ산사나무ㆍ소나무ㆍ사과나무》- 열 일곱 가지 나무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리뷰를 어떻게 쓸까? 아주 간단한 감탄사와 함께 하는
리뷰제목


길고 긴 나무의 삶-문학ㆍ신화ㆍ예술로 읽는 나무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근한 나무 -《주목ㆍ벚나무ㆍ마가목ㆍ올리브나무ㆍ사이프러스ㆍ참나무ㆍ물푸레나무ㆍ포플러ㆍ호랑가시나무ㆍ시커모어ㆍ자작나무ㆍ마로니에ㆍ느릅나무ㆍ버드나무ㆍ산사나무ㆍ소나무ㆍ사과나무》- 열 일곱 가지 나무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리뷰를 어떻게 쓸까? 아주 간단한 감탄사와 함께 하는 짧은 서평? 아니면 내용이 길어질 수 있는 요약본으로 써야하나 고민인데,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시니까 나는 이미 읽어보았어요~자랑도 할 겸 <길고 긴 나무의 삶>의 서평은 요약본으로 결정했다. 리뷰가 길어서 어? 지루한 것 아냐? NO. 절대 아니다. 나무가 우리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 것 위주로 요약했다. 그리고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운 스토리와 역사적인 부분은 책으로 읽어보시라고 일부러 제외했다.


그럼 차근차근 알아볼까?


<주목(Yew)>은 모든 나무 중에서도 불편함과 두려움, 심지어 불안까지 일으키기 쉬운 나무이고,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는 '죽음의 나무'로 여긴다. 주목의 부드럽고 반짝이는 술처럼 달린 진초록잎과 가지는 치명적 독성을 갖고 있고, 놀랍도록 피와 닮은, 짙은 붉은색 수액이 흘러서 공포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주목의 독은 전쟁시 치명적 무기가 되는 활로 변신하고 주목 목재는 오랫동안 귀하게 여겨져 고급 수납장의 재료도 쓰였다. 또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에 속하고 이러한 긴 수명은 경이로움의 근원이자 희망의 상징으로 예찬되어지고 있다. 주목은 항암 치료제로 쓰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오래된 주목의 껍질을 벗겨내어 항암제를 만들 수는 있지만 나무는 죽는다.

<벚나무(Cherry)>는 '가장 사랑스러운 나무'라 불리우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지만 산뜻하고 순간적이며 금세 달아나는 가장 덧없는 나무이다. 밀도가 높고 색상이 고급스러워 벚나무 목재는 고급 가구 제작자들의 선호가 높아서 지속적인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버찌는 통풍과 열, 바이러스 후유증을 고치는 민간요법으로 쓰이고 있다. 또한 산화 방지와 염증 효과뿐 아니라 비만방지에도 도움이 되는지 연구하고 있으며, 벚나무 줄기는 기관지염과 빈혈, 설사를 치료하는 약물로, 아프리카 벚나무 껍질 추출물은 전립선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버찌씨는 통증완화 찜질팩에 넣는 속재료로 사용되고, 버찌에 멜라토닌 성분이 많아 잠을 푹 자는데 도움을 준다.

<마가목(Rowan)>은 키우기 쉽고, 모든 토양에서 잘 자라며 손이 덜 가고 지나치게 크게 자라지도 않아서 정원 전문가들이 '쓸모 있다'고 추천하는 나무다. 마가목 열매는 천상의 별미이면서도 인후염과 편도염, 괴혈병 예방과 치질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열매를 발효시켜 맥주나 보드카 같은 술을 만든다. 마가목은 켈트 지역에서 '마법사의 나무'로 불리며 악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고 여겨졌다. 그 믿음으로 요람과 지팡이 재료로 쓰였고, 목재는 단단하고 탄력이 좋아 작은 돛단배의 돛대로 안성맞춤이고,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에서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집 가까이 마가목을 심었고, 웨일스에서는 죽은 이의 영혼이 저승길을 가도록 돕는다고 교회 묘지마다 심었다. 

<올리브나무(Olive)>는 천천히 자라지만 환경만 맞으면 꾸준히 자라고 타는 듯한 열기와 목마른 토양을 견뎌내고 섭씨 40도가 넘는 기온에서도 잘 자란다. 지중해 지역과 서남아시아 지방에서는 과일과 목재, 풍부한 기름을 생산할 수 있어 '기적의 나무'로 통한다. 상쾌한 향을 풍기며 목공선반에서 가공하기 쉬운 특성 탓에 목재는 목수들에게 매력이 있고 올리브 기름은 황산화물질이 차고 넘쳐서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춰주며, 심장병과 뇌졸증, 암의 위험도 올리브유가 풍부한 식단으로 줄일 수 있고, 조금만 사용해도 귀를 깨끗하게 해서 청력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어 건강과 장수를 상징한다. 또한 평화의 상징이며 올리브의 길고 긴 삶과 비범한 생존력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파한다.

<사이프러스(Cypress)>는 이탈리아 사이프러스의 라틴어 이름인 쿠프레수스 셈페르비렌(Cupressus semperviren)으로 항상 살아있는 것을 뜻하는데 '장례식 나무'다. 목재는 영혼의 저승길을 돕기 위해 강한 향을 내뿜는다고 여겨졌지만 공기 중에 살균제를 내뿜어 공기를 정화하고 문상객을 보호한다고 한다. 튼튼하고 내구성이 좋아서 플라톤의 법률을 사이프러스 목재로 만든 서판에 새겼고,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는 큰 다리와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 문에도 쓰였고, 성경에서 노아의 방주를 짓는데 쓰인 고페르 나무가 사이프러스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불행한 암시를 주는 나무라 여겼고 죽음을 표현하는 자연물로 인식되고 있다. 기이한 소리를 울리는 특성으로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을 비롯한 악기를 만드는 목재로 쓰이고 곰팡이와 나무좀에 저항력이 좋아서 파이프를 만들기 좋다. 도시의 소음과 매연을 흡수하고 1년에 1미터나 1.2미터씩 높이 자라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참나무(Oak)>는 늘 인간 곁에서 집, 공공건물, 접시 위와 아래, 메달과 스탬프, 상표와 차량용 스티커로 함께 하는 존재다. 많은 나라에서 참나무를 '대표 나무'로 인식하고 있는데, 어떤 겨울 폭풍에도, 비에도 뿌리 뽑히지 않고 흔들림이 없으며, 오래살고 오래 버티기 때문이 아닐까. 참나무는 '나무의 제왕이며, 한 문명 전체의 머리이자 심장, 서식지이다.' 제우스의 나무이고 북유럽신화에서는 천둥의 신 토르의 나무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참나무는 천 년을 살 수 있고, 단단하면서도 질기다. 참나무 한 그루는 그 자체로 놀이터이며 온전한 자연 공동체다. 

<물푸레나무(Ash)>는 숲의 비너스라 불린다. 그리고 사랑을 찾는 사람들은 물푸레나무 잎에서 희망을 얻고, 부드러움 때문에 '평안과 치유의 나무'로 여겼다. 물푸레나무 잎은 뱀에 물린 상처에 쓰는 해독제로 쓰이고, 수종과 통풍 치료와 너무 붓거나 살찐 사람의 몸집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며, 백포도주에 물푸레나무 잎을 담그면 황달이나 신장결석 치료제가 된다. 껍질은 간과 비장, 기관지의 기운을 돋우는 강장제로 쓰이고 무사마귀도 치료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단단함과 유연성 때문에 썰매와 스키에, 양치기가 쓰는 갈고리와 지팡이, 흰 목재로 만든 의자. 마차 바퀴, 크리켓 기둥, 하키 스틱, 당구 큐, 헐링 스틱 등 많은 다양한 쓰임새로 사람들의 마음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200년 이상 살지 못한다.

포플러(Poplar)는 물을 좋아하는 나무라서 화염에 강하다. 수분이 많아 천천히 타므로 좋은 땔감이다. 화재에 잘 견뎌서 주택을 지을 때 많이 사용하고 불꽃을 지연하는 특성 때문에 풀무나 성냥을 만드는데 단연 으뜸이다. 롬바르디아 포플러는 반원형 플라스틱 막사를 가려주고 폭풍에 망가지지 않도록 비닐하우스를 보호하는 일도 한다. 묘목도 빨리 자라고 윗가지치기로 기운을 찾기도 한다. 포플러 목재는 신발굽과 나막굽, 수레바퀴를 만들기에 적절했고 그릇, 쟁반, 과일 바구니 소재로 사용된다. 마룻널로 인기가 많고 덩굴식물을 지탱하는 살아있는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포플러 잔가지는 빗자루, 포플러 잎으로 만든 즙은 귓병 치료제로 쓰였다. 

<호랑가시나무(Holly)>는 수천만 년 전 백악기 시대에 번성했던 식물이다. 물을 저장한 채 길고 긴 추운 겨울을 견디는 호랑 가시 나무는 가장 매서운 겨울에도 반짝이는 초록잎으로 덮여있는데,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장작으로, 양과 소들에게는 고열량 먹이로 겨울을 날 에너지를 제공하고, 열매는 새들이 겨울을 나도록 돕는다. 호랑가시 나무는 비교적 구하기 쉬워서 예산이 부족한 판화가들이 목판으로 쓰고, 조각 도구와 차 주전자 손잡이를 만들고, 레이스를 뜨는 사람은 흰색 목재를 실패로 쓰기도 한다.

<시커모어(Sycamore)>는 '넘침의 나무'다. 수액이 많고 잎도 많다. 진딧물의 거대도시로서 각종 새들에게 영양을 공급한다. 수액을 끓이면 시럽이 되고, 발효시키면 술이 된다. 시커모어 나무는 아주 흔하고, 프로펠러를 닮은 독특한 씨는 어디에나 갑자기 나타나서 급속도로 퍼지고 쉽게 싹을 틔운다. 어린 시커모어는 밝은 숲에서 잘 자라고 다 자란 시커모어의 촘촘히 우거진 잎은 번식을 스스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적응력이 좋아서 다른 나무들의 틈새나 다른 나무들이 감히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서도 기꺼이 자란다. 

<자작나무(Birch)>는 무시무시한 명성을 지니는데 체벌(birch)의 뜻도 들어있어서 유연한 잔가지는 회초리로 쓰였다. 자작나무 씨앗은 자유롭게 흩어져 먼지처럼 날아다니며 어디에 떨어지든 싹을 틔운다. 그리고 베툴린산의 원천으로 항레트로바이러스와 소염 효과가 연구되기 시작했고, 폐질환과 치핵에 효과를 보인다. 자작나무 추출한 기름은 무사마귀와 습진 치료에 좋다고 여겨지고 자작나무 끓는 물에 우린 자작나무 차는 맛은 쓸지라도 통풍과 류머티즘, 신장 결석을 치료한다. 수액인 음료는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피하지방을 줄여주며 면역체계를 튼튼하게 한다. 수액을 발효주가 될 때까지 발효시키고 수액을 끓여서 만드는 자작나무 설탕은 칼로리가 낮고 치아도 덜 상하게 한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작나무를 플라스틱으로 쓰고 가방과 상자, 바구니로 만들고, 목재로 카누도 만든다. 자작나무는 목재로서 가치는 낮지만 땔감은 풍요롭게 공급하고 있고, 자작나무 땔감은 축축한 상태에서도 잘 탄다.

<마로니에(Horse Chestnut)>는 호스 체스넛이란 단어가 동방 사람들이 기침과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말을 치료할 때 마로니에 열매를 썼다는 믿음에서 나왔다고 전하지만 증거는 없다. 밤나무 목재는 튼튼해서 갱도 버팀목과 막대, 가구, 지붕 목재로 쓴다. 열매는 건강에 해롭고 땔감으로도 잘 타지 않으며, 건축 목재로 쓰기에는 너무 부드럽다. 대신 마로니에 껍질은 진통 효과가 있어서 열병을 치료하는데 썼고, 열매는 류머티즘과 치핵 치료에 썼다. 나이가 들어서 껍질이 벗겨지고 있는 마로니에는 병을 치료하는 나무로 오랫동안 숭배되어 왔다.

<느릅나무(Elm)>는 질병이라는 단어와 관계있다. 느릅나무병은 1920년대, 1960년대, 1970년대에 발병하여 느릅나무들을 초토화시켰다. 특히 네덜란드 느릅나무 병원균이라는 곰팡이가 뿌리로 침투하면 운이 다했다고 보면 되는데 열 다섯 살쯤 넘긴 나무만 덮치고 어린 묘목은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느릅나무는 바닷가 공기에서 잘 산다. 느릅나무는 대개 흡지(원 줄기나 원 뿌리에서 새로 돋는 움)로 번식하며 가혹한 날씨를 막아주기도 하고, 약탈하는 침략자들 눈에 띄지 않게 가려주기도 한다. 잃어버린 힘, 사라짐, 그리움을 뜻하고, 꺾여버린 젊음의 희망을 뜻한다. 관 짜는 나무로 유명하고 판자는 튼튼해서 견디기 힘든 환경에서도 오래 버티며, 가지는 속을 파서 파이프로 쓰기도 했다. 잘 썩지 않아서 초기 급수시설에도 사용 했고, 목재는 증기선 물갈퀴와 물레방아를 만들때 썼다. 

<버드나무(Willow)>는 '상실의 나무'로 알려졌다. 가지가 엄청나게 축 늘어지고 끄트머리가 촉촉한 나무이다보니 어딘가 절망을 상징하고 울고 싶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버드나무의 윗부분 가지치기를 자주 해주면 연두색 막대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막대는 울타리를 두르거나 정원을 장식할 때 쓰거나 잘라서 땔감으로 쓸 수 있다. 버드나무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탓에 잔가지와 새순을 잘라내도 촉촉한 땅에 꽂아두면 싱싱한 초록싹이 나서 몇 달 안에 작은 막대기가 어린 나무로 자란다. 버드나무는 번식시키기 가장 쉬운 나무다. 바구니를 만드는데 가장 좋은 나무 이고 튼튼한 보관 상자로 만들만큼 강하며, 울타리는 자동차 소음을 줄여주고 아이들을 차로부터 보호해준다. 가벼운 버드나무 허들은 다루기도 쉽고 강풍에 쉬이 쓰러지지도 않아서 마음대로 위치를 옮길 수 있고 바람이 잘 통하는 정원에 만들 수 있다. 불에 잘 타므로 가정용 난방 원료로, 석유를 대체하는 친환경 연료로도 쓰인다. 목재는 가볍고 질감이 매끈해서 의수나 의족을 만드는데 적절하다. 열병 치료에도 쓰이고 버드나무숯은 소화불량과 장내가스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좋으며, 버드나무 껍질은 염좌부터 설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질병 치료에 효능이 있다. 버드나무 껍질에는 아스피린 활성성분 살리신이 들어 있다. 진통과 해열 효능 또한 가지고 있다. 

<산사나무(Howthorn)>는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유혹적인 초록색과 흰색 아래에 길이가 2.5센티미터쯤 되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황량한 계절에는 굶주린 새와 야생동물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시간이 흐르면 노래하는 새들이 보금자리를 틀기에 좋은 장소가 된다. 타고난 무성함과 빽빽한 가시는 산울타리로 맞춤이다. 목재는 단단하고 풍부하므로 망치나 지팡이, 단검 손잡이와 물레방아의 물받이를 만드는 데 전통적으로 이용되었다. 뿌리는 빗을 만들고 가시는 천연 갈고리, 낚시 도구, 바늘, 핀, 끝이 뾰족한 구두에 쓰였고, 레코드판을 읽는 임시바늘이 되기도 했다. 강장제로 마시면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콜레스테롤도 낮춰줘서 심장질환과 부정맥을 방지할 수 있다. 열매는 이질이나 촌충을 막는다는 증거도 있다.

<소나무(Pine)>는 모든 나무 가운데서 가장 키가 크고 가장 품위 있고 우아하며 신비로운 나무다. 소나무로 탁자, 서랍장, 선반, 식기선반, 침대틀, 옷장, 램프 스탠드, 수건걸이, 칫솔꽂이까지 만들었다. 또한 길고 긴 몸통은 큰 배의 돛대, 수직 갱도의 갱목, 전봇대, 울타리 기둥, 서까래, 침목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건축 재료이며 송진을 가열해서 만든 로진을 종이에 바르면 종이가 매끄러워지고 흡수성이 최소한 줄어들며, 송진을 추출한 소나무를 태우면 검댕이 훨씬 건조하고 잉크를 제조하는데 더 잘 맞는다. 살균성이 있고 냄새가 상쾌한 소나무는 인후염과 기관지염 치료제로 쓰였고, 솔잎 우린 물은 류머티즘 통증을 줄이는 목욕물로 쓰인다. 몇몇 소나무는 방사능 겨울에도 살아남았으며, 상쾌한 솔향이 공기입자를 자극해 팽창시켜서 공기가 상승할 때 냉각에어로졸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다.

<사과나무(Apple)>는 나무계의 알파다. 항상 모든 나무의 처음에 있다. 시작의 나무이면서 유혹의 나무고, 무슨 일이든 잘못될 때마다 비난받는 나무다. 사랑과 미움을 키우는 사과나무다. 영원히 젊음을 누리는 신화의 땅에서 모든 사람은 사과를 먹고 산다. 오래도록 젊음과 연결되어 있는데 사과나무가 30년 넘게 살지 못할 때가 많은 것과 관련있어 보인다. 사과나무는 빨리 번성하고 빨리 쓰러진다. 특정 암과 관다발병 예방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사람의 노화를 막는 사과의 능력을 검토하고 있다.  사과껍질에는 항암 화학물질인 트리테르페노이드가 함유되어있다. 

나무는 늘 우리 에게 그늘이 되어 주고 쉼터가 되어 주는 고마운 존재다. 리뷰를 쓰라고 책상이 되어주고, 책을 읽으라고 종이가 되어 주고, 글 쓰다가 배고프면 무엇이든 먹으라고 식탁이 되어 주고, 비 오면 비 피하라고 우산이 되어 주고, 더우면 잠시 쉬었다가 가라고 그늘막이 되어 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주기만 해서 남는 게 있을까? 싶다.


늘 아낌없이 주는 나무. 2019년 5월, EBS 교육방송에서 "한반도 대 서사시 나무"라는 다큐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3부작으로 맹씨 가문에서 보살피는 800년 된 은행나무, 마을 입구를 지키는 경남 합천의 나무, 전남 남원의 천년송에 관한 이야기이다. 800년, 천 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오면서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었을 나무. 6월 19일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숲 전문가, 소나무 전문가라는 전영우 교수님은 "나무가 문화 발전의 숨은 공로자다" "햇살에 반짝이는 낙엽 잎사귀 하나에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길고 긴 나무의 삶을 보면 나무는 인간이 태어났을 때 부터 생을 마감할 때 까지 늘 함께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나무에 대해서 우리가 미쳐 몰랐던 이야기,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많은 것들에 대해 알게된다. 요약본으로 쓰다보니 메모독서법을 참고해서 썼음에도 10시간 넘게 걸린 것 같다. 포플러 나무 부분까지 쓰다가 실수로 삭제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쓰느라 더 시간이 걸린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그 만큼 이 책은 내 기억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무엇이든 잃어버리고 후회하지 말고, 아름답게 잘 가꾼 숲과 나무를 지키기 위해서 나무가 인간에게 아낌없이 모두 내어주는 만큼은 아니라도 소중히 여기고 가꿔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맑은 공기 마시며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 이유 중에 '나무'의 고마움도 분명 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하자. 나무처럼.



이렇게 유익하고 좋은 책을 읽게 해 주신 리뷰어 클럽출판사 클에 감사드립니다.


※ 이 책은 리뷰어 클럽 서평단에 선정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4
종이책 The Long, Long Life of Trees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c*****g | 2019.08.08 리뷰제목
‘책읽는 낭만푸우’라는 내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푸우를 좋아한다. 푸우뿐 아니라 세상의모든 곰을 다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북극곰에도 관심이 많고, 지구 온난화로 점점 살 곳을 잃는 북극곰들이 안타까워 북극곰을 위해 활동하는 NGO 몇 곳을 돕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관심의 영역이 점점 야생동물들에게까지 넓어져 꿀벌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을 위한 환경단체들에도
리뷰제목

책읽는 낭만푸우라는 내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푸우를 좋아한다. 푸우뿐 아니라 세상의모든 곰을 다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북극곰에도 관심이 많고, 지구 온난화로 점점 살 곳을 잃는 북극곰들이 안타까워 북극곰을 위해 활동하는 NGO 몇 곳을 돕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관심의 영역이 점점 야생동물들에게까지 넓어져 꿀벌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을 위한 환경단체들에도 기부를 하고 있다.

 

요즘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레드우드다. 레드우드는 오리건 주 남서부에서 캘리포니아 주 중부에 이르는 바닷가의 해발 1000미터 지역에서 자라는 미국 삼나무로 공룡시대부터 북반구를 지배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의 종 중 하나다. 그런데 레드우드가 방충성이 강하고 송진이 적어 화재에도 잘 견디다 보니 최상급의 목재로 평가된 게 화근이었다. 인간들이 경제적 이유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 레드우드 자연림을 점점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레드우드를 살리기 위해 일하는 환경단체들을 후원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보면 태초부터 나무들이야말로 이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었다. 성경의 창세기에도 에덴동산에는 선악과가 있었다. 북유럽신화의 이그드라실 역시 세계수로서 우주를 지탱하는 거대한 물푸레나무다.

그에 비해 인간이란 존재는 얼마나 지구에 유해한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죽어가는 북극곰과 야생동물들과 나무들을 볼 때마다 내가 인간이라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다. 인간을 대신해서 늘 속죄하는 마음이다.

내가 이런 책을 읽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속죄하는 마음, 그리고 자연을 잘 알고 지키고 싶은 마음.

 

이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길고 긴 나무의 삶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주목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에서도 볼 수 있는 주목나무는 흔히 천 년을 사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주목은 죽어서도 천 년을 가는 나무다. 인간으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긴-긴 시간을 사는 것이 바로 나무다. 그런 나무의 속성이 아주 잘 드러난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부제는 어떤가. ‘문학, 신화, 예술로 읽는 나무 이야기.’

어쩜 이런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제목을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나무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저자 이름을 검색해 봤다. 이 책의 저자인 피오나 스태퍼드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영문학 교수다. 영문학자답게 시와 소설, 문학사 등에 박식한데, 이러한 점이 이 책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책이 나무와 관련된 책이고, 저자의 경험이 꽤 많이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문이 아니라 인문으로 분류된 건 아마도 이러한 까닭일 것이다. 문학이나 신화, 예술이라고 하면 자칫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저자가 학자이자 교수라는 걸 감안하면, 그의 경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추억과 마찬가지로 이것들 역시 저자를 구성하고 있는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어떤 독자들에게는 이 점이 이 책의 진입장벽을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만을 목적으로 읽기에는 다소 무겁고 진지한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떠올린 게 주목나무였는데, 반갑게도 이 책의 첫 챕터에서 다루는 나무역시 주목이다. 주목 외에도 벚나무, 마가목, 올리브나무, 사이프러스, 참나무, 물푸레나무, 포플러, 호랑가시나무, 시커모어, 자작나무, 마로니에, 느릅나무, 버드나무, 산사나무, 소나무, 사과나무 등 총 열일곱 종의 나무를 다루고 있다.

 

 

독자에 따라 친근한 나무도 있겠고 생소한 나무도 있겠다. 사실 이 책의 저자가 영국 사람이다 보니 이 책에 다루고 있는 나무들도 잉글랜드에 있는 나무들이다. 저자의 경험들도 대체로 영국에 한정되어 있고 영문학 전공자이자 학자이다 보니 이 책을 구성하는 내용들도 대개는 그 부분에 치우져 있다. 따라서 아시아인으로서 덜 공감되거나 확 와닿지 않는 부분들도 있을 수 있다. 앞 부분에서 이 책의 어떤 부분이 독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일 수도 있다는 점을 언급했는데, 글을 쓰는 스타일의 측면도 있지만 내용의 측면에서도 그럴 수 있다. 대중서로 나왔고 대중들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기는 하지만 저자가 교수라는 점이 갖는 특수성은 분명 존재한다.

 

만약 이런 부분이 조금 아쉬웠거나 그래서 우리나라의 나무나 숲이 궁금해진 독자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글항아리에서 나온 강판권 씨의 저서들(나는 강판권 씨의 나무와 관련된 책들을 모두 글항아리에서 출판된 저서들로 읽었는데 강판권으로 검색하면 나무과 관련된 정말 많은 책이 나온다.)을 추천한다. 나는 강판권 씨의 저작들을 아주 흥미롭고 즐겁게 읽었다. 이 책의 저자처럼 인문학자의 관점에서 저술하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내용이 깊지만, 무엇보다 일단은 재밌고 다루는 컨텐츠도 매우 다양해서 한국과 한국의 자연을 더욱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게 한다.

 

학자들이 쓴 다소 진지한 책보다는 조금 가볍고 즐겁게 식물이나 나무에 대해 읽고 싶다면 마이클 폴란의『욕망하는 식물』을 추천한다. 마이클 폴란의 글빨은 정말 끝내준다. 오죽하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저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겠는가. 글로 현혹하는데 마이클 폴란만한 재주를 가진 사람도 드물다. 정말 정말 재밌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빠져든다는 표현이 적확할 만큼 글이 아주 맛깔나다. 사과와 튤립, 대마초와 감자를 통해 식물과 인간의 기나긴 공진화 역사를 추적한 『욕망하는 식물』 역시 아주 짜릿하게 잘 읽히는 책이다. 뭐랄까. 『길고 긴 나무의 삶』이 회전목마 같다면『욕망하는 식물』은 롤러코스터 같다고 할까. 뭘 더 좋아할지는 취향 차이. 골라 읽으면 되겠다.

아직 여름 휴가를 다녀오지 않았거나 사정상 휴가를 가지 못한다면 이런 책들로 휴가를 대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리처드 파워스의 『오버스토리』도 추천한다. 나무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요약하기엔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두꺼운 책 성애자들에게 강추.)

 

이 책을 다 읽고 나무들의 이름을 한번 더 불러보았다.

주목, 벚나무, 마가목, 올리브나무, 사이프러스, 참나무, 물푸레나무, 포플러, 호랑가시나무, 시커모어, 자작나무, 마로니에, 느릅나무, 버드나무, 산사나무, 소나무, 사과나무.

 

사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무에게 빚진 게 많다. 책을 만드는 종이도 나무로 만드니깐. 늘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다.

무언가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 하지만 지금처럼 NGO 단체들을 후원하면서, 에어컨 대신에 실링팬을 켜고 천천히 책을 읽는 것으로 나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한다. 내 나름으로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다. 길고 긴- 나무가 제 수명을 다 하며 살 수 있기를. 숲이 파괴되지 않고 제 모습을 간직할 수 있기를. 그래서 신화처럼 나무 이야기를 접하는 게 아니라 현재 삶의 일부로서 나무와 인간이 늘 함께 살 수 있기를. 인간으로서 내가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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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랑하는 나무여..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d*****n | 2019.06.23 리뷰제목
책이 출간되었을때..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나무를 좋아합니다.가끔은 남자친구가 꽃보다는 작은 나무를 선물해 주길 바랬던 적도 있었을 정도 입니다.책 표지에 멋진 나무가 9개가 그려져 있어서..9그루의 나무 이야기 인가? 생각햇는데속에는 더 많은 나무가 있습니다. ㅎㅎ 피오나 스태퍼드 (Fiona  Stafford) 는 옥스퍼드 대학의 영문학 교수로 BBC라디오 3의<에세이 The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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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출간되었을때..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나무를 좋아합니다.

가끔은 남자친구가 꽃보다는 작은 나무를 선물해 주길 바랬던 적도 있었을 정도 입니다.

책 표지에 멋진 나무가 9개가 그려져 있어서..9그루의 나무 이야기 인가? 생각햇는데

속에는 더 많은 나무가 있습니다. ㅎㅎ

 

피오나 스태퍼드 (Fiona  Stafford) 는 옥스퍼드 대학의 영문학 교수로 BBC라디오 3의<에세이 The Essay> 에서 자신이 쓴  '나무믜 의미 The Meaning of Trees'를 방송하여 호평을 받기도 한 교수이

자 작가이자. 자녀를 둔 주부(?)입니다. 너무 멋지네요

이 책은 작가의 감성을 살짝묻어나면서도, 중간에 나오는 사진(?)과 그림, 시와 여러 문헌들로 나무를 소개합니다. 이러니..읽을 때마다 감동을  할 수 밖에요..살짝 아쉬운 점은 어째튼 외국에도, 한국에도 자라는 나무들인데, 기준은 서양의 기준이라서요..

동일한 나무들로 아시아권에서도 나온다면, 사뭇 해석이, 수집 문헌이, 엮여있는 시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볼 정도로 좋습니다.

 

나무는 우리와 함께 지구에서 살아 가는 오래된 생명체 입니다.

나무와 인간은 어쩜, 가장 가깝고, 멀고, 다르고, 비슷하며, 영혼으로 소통하는 그런 두 존재 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작나무]에서 나온 여러글 중에 잠시 세상으로 부터 달아나고 싶을때..자작나무 아래서 있어보고 싶어지네요

그 나무의 특성까지도 나와있는 글을 읽으면서..이책은 단숨에 읽지 말고,

한 그루,  한 그루..조금씩 읽어보신다면...오늘도 우리와 함께 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무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지시지 않으실까도 생각됩니다.

군데, 군데, 사진과, 삽과가 곁들여져 있는 이 책은..참..고마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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