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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주의자’ 검사가 바라본 진실 너머의 풍경들

리뷰 총점 9.7 (47건)
분야
사회 정치 > 법률/행정/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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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시인의 마음을 가진 검사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u*******9 | 2021.09.14 리뷰제목
팔로우를 하고 있는 한겨레출판 계정에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 평범한 공무원이 쓴 에세이가 또 한 권 나왔나 보다 했다. 외곽주의자 검사라니. 외곽주의자? 지방 검찰청에서 근무하나? 이야깃거리는 참 많겠다 싶었지만 크게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는데 나의 시선을 잡아끈 건 저자의 이름. 정명원 검사?네 주제에 아는 검사가 있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언니를 알기도
리뷰제목
팔로우를 하고 있는 한겨레출판 계정에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 평범한 공무원이 쓴 에세이가 또 한 권 나왔나 보다 했다. 외곽주의자 검사라니. 외곽주의자? 지방 검찰청에서 근무하나? 이야깃거리는 참 많겠다 싶었지만 크게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는데 나의 시선을 잡아끈 건 저자의 이름. 정명원 검사?
네 주제에 아는 검사가 있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언니를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무슨 말이냐면 어렸을 때 잠깐 강원도 정선 산골마을에 산 적이 있는데 우리가 살던 집에서 언덕만 하나 오르면 도착하는 동네에 이 언니가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언니의 이름을 2006년도쯤엔가 싸이월드에서 발견한 적이 있는데 자연을 묘사하는 글들이 하나같이 시처럼 아름다운 행간들에 흠뻑 반해버렸다. 어릴 때 살았던 그 마을은 산골 오지 중에서도 오지이며 고도 또한 높아서 둘레를 싸고 있는 다른 산봉우리들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그런 만큼 가구수도 얼마 안됐다. 지나온 40여년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을 꼽으라면 나는 언제나 그 때라고 하겠지만 어느 때보다 불행한 일이 많았던 적이기도 해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책 소개를 한다는 게 내 얘기만 주구장창 해버렸네. ㅋㅋ 암튼, 뭐 그렇다.
이 책에 실린 45개의 이야기들 중 공유하고픈 세 가지 주제만 일단 소개해 보련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대해 늘 고민하는 검사로서의 개인과, 아직도 만연해 있는 성차별과 마주해야 하는 여성으로서의 개인, 그리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개인을 얘기하고 있다. 각각의 예가 되는 명문들은 다음과 같다.

p.23 나는 그 날, 그 자리에서 기준을 명확히 정리한 예비 법조인들의 단호함과 성실함이 어떻게 단시간 내에 잔디밭을 정리해 나가는지를 보았다. '털이 있는 것으로 판단받은 풀들'은 가차없이 모두 제거되었다. 중략. 애초에 이 풀도 요 풀도 아니었던 제3의 풀, 그 무고한 희생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다만, 초여름의 햇살 아래서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왠지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단호함과 성실함을 탑재한 법조인들이 무언가에 대해 확고한 기준을 갖는다는 것이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새 어떤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은 무서운 일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어느새 말끔하게 정리된 잔디밭을 돌아보았던 생각이 난다. 어찌 되었든 잔디밭은 모두 정리되었다.

p. 71~73 젊음이란 그 자체로 어떤 비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유독 그것이 여성과 결합하여 모멸과 얕잡음의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젊은 남자 검사가 주로 섣부르기는 하더라도 패기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나 역시 젊은 여성 검사이던 시절이 있었다. 검사로 처음 임관하였을 때 나는 20대였다. 누가 봐도 새파랗게 보이는 나에게 선배 여성 검사가 한 충고는 '어린 여성 검사처럼 보이지 않게 하라. 말도, 옷차림도,행동도...'였다.중략. 시간이 흘러 나는 이제 더 이상 구태여 감추어야 할 만큼의 젊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중략. 몇 년 만에 부쩍 늘어난 흰머리를 보고 왜 염색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늙어 보이려고'라고 대답한다. 절반쯤 진심이고, 농담은 아니다. 사회는 여성인 나에게 젊어 보일 것을 강요하고, 나의 직업은 나의 젊음을 불편해 한다. 그 아이러니, 충돌 속에서 균형을 찾기란 때때로 어려운 것이어서 하릴 없이 흰머리나 늘리고 있는 것이다.

p. 263 엄마의 역할을 살뜰한 보살핌으로 한정해 생각해보면 나와 내 동료들은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는 미안한 엄마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 줄 수 있는 것이 다만 보육자로서의 역할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아이의 보육자인 동시에 아이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통째로 지켜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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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정명원 평점10점 | b******o | 2022.09.14 리뷰제목
이 책을 읽으며 검사라는 이익집단에 대해 갖고 있었던 나쁜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렇겠지. 매스컴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특수부, 공안부 소속 검사들이고 전체의 10%밖에 안된다는 말이 틀린말은 아니겠지. 대부분의 검사들은 야근도 많고 민원인들과 좌충우돌하며 지낸다는 말이 곱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종교인들의 범법 행위에 대해 일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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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검사라는 이익집단에 대해 갖고 있었던 나쁜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렇겠지. 매스컴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특수부, 공안부 소속 검사들이고 전체의 10%밖에 안된다는 말이 틀린말은 아니겠지. 대부분의 검사들은 야근도 많고 민원인들과 좌충우돌하며 지낸다는 말이 곱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종교인들의 범법 행위에 대해 일부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변명을 검사에게도 적용할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기대하는 의로움은 얼마나 다를까 생각해보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나 법치주의라는 프레임을 작동시키는 검사의 무게가 더 커보이는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것이다. 

 

그런데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이라는 부드러운 제목의 이 책은 평범한 대인공무원으로서 검사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산문집이었다. 바쁜 부서갔다가 신발도 제대로 못신고 출근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시 돌아왔다는 동료의 이야기는 특수통(?) 같은 주요부서로 가고자하는 일반적인 권력욕을 가진 검사들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진 부분. 그리고 억지스럽게 보일수도 있지만 아래와 같은 부분을 보면서도 정말 검사라는 존재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존재가 아닌가 싶었던 책이기도 했다. 어찌 곱창을 먹으며 술을 먹지 않을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 반쯤은, 아니 80%쯤은 농담이다. 앞서 말했듯 전반적으로 직업인으로서의 검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따뜻한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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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세상엔 이렇게 가장자리에서 사람을 보듬어 안는 검사도 있다 평점10점 | s********1 | 2021.08.04 리뷰제목
이 책은 자신이 선 자리를 외곽으로 표현하면서 최선을 다해 ‘외곽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껴안고 일으켜 세우는 이의 에세이이자 사회비평서이다. 16년째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다.   이 책에서 보는 검사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하는 검사의 모습과는 다르다. 세상의 화제가 되는 사건에서 분투하는 검사의 모습, 야망과 권력욕을 과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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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신이 선 자리를 외곽으로 표현하면서 최선을 다해 ‘외곽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껴안고 일으켜 세우는 이의 에세이이자 사회비평서이다. 16년째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다.

 

이 책에서 보는 검사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하는 검사의 모습과는 다르다. 세상의 화제가 되는 사건에서 분투하는 검사의 모습, 야망과 권력욕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모습들과는 아주 다르다.

 

작가는 “직업을 나타내는 어떤 이름 안에 원래의 자아와 직업적 자아를 매치시키기 위해 부단히 흔들리고 있는 어떤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지 않는다”고 말하며 “늘 너무 무심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형사법정의 한편에서 남몰래 울음을 삼키는 울보 검사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한 번쯤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나 할까”라고 기록한다.

 

어쩌면 소심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러나 따뜻한 성품을 가진 자유주의자 여성이 권위적이고 경쟁적인 사법계에서 자기의 주관을 잃지 않으며 어떻게 ‘사람을 위해 일하는지’를 절절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끝끝내 자유인인 검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쉼 없이 자유의 향방을 묻는 검사가 될 수 있다면, 그것도 꽤나 멋진 일이 아닐까”라고 말하며 글을 맺는다.

세상엔 이런 검사도 있음을 알리는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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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평점10점 | g****y | 2021.08.03 리뷰제목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자신을 소위 외곽주의자라고 소개하는 16년차 검사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처음 접해보는 검사라는 직업의 저자가 쓴 에세이라 신선하면서도 사회비평이나 세태를 보여주는 대목도 있어 마냥 가볍게 읽고 마는 글은 아니었다.    최근 몇년 사이 검찰개혁과 관련된 첨예한 이슈들에서 봐왔던 검찰의 이미지와는 살짝 다른 이야기들이었고 법조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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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자신을 소위 외곽주의자라고 소개하는 16년차 검사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처음 접해보는 검사라는 직업의 저자가 쓴 에세이라 신선하면서도 사회비평이나 세태를 보여주는 대목도 있어 마냥 가볍게 읽고 마는 글은 아니었다. 


 

최근 몇년 사이 검찰개혁과 관련된 첨예한 이슈들에서 봐왔던 검찰의 이미지와는 살짝 다른 이야기들이었고 법조계 현장에서의 피해자, 민원인, 피고인, 증인 등의 우리 이웃들에 대한 비주류이자 회사원 검사의 시선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인생과 일상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경험, 생각, 느낌들이 솔직담백, 좌충우돌 분투기로 그려지는데 재판 도중 사라진 피고인이나 상복을 입고 검찰청을 방문한 사기 피해자들, 법정에서 갑자기 자신의 범행을 고백한 증인 등의 이야기가 일종의 유쾌하면서도 단짠단짠 법정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외곽주의자라는 인생 철학(?)에 몰입하게 되었고 내 인생에서의 과한 인정욕구와 성공과 출세주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저자는 실제 어떤 일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소보다 불기소를 잘하는 검사가 되었고 불기소장을 쓰는 일은 기소장을 쓰는 일만큼 검사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지만, 검사로서의 실적을 평가받는 데는 불리했다고 한다. 또한 특수부나 공안부를 지향하지 않는 검사는 의욕이 없는 자, 검사 일에 대한 애착이 없는 자로 평가될 뿐이었다. 

 

특히 검찰 조직내에서 외곽주의자로 방황과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큰 울림을 주기도 했는데 저자는 10년 차 검사가 되었을 무렵 세상이 설정한 중심으로 모두가 달려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루저’라고 부른다 하더라도, 조금 축축하고 그늘진 외곽의 자리에 ‘이끼’와 같은 존재가 되기로 했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작은 생물들의 그늘이 되어주는 이끼처럼, 형사 법정에서 펼쳐내는 생의 비극적 단면에 함께 공감하고 진동하는 누군가가 되기로 했다는 표현 자체도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요즘 인기 많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검사버전이 연상되기도 했는데 책의 구성은 네개의 큰 챕터 아래 길지 않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형식이다. 대한민국 검사의 90%인 평범한 ‘직장인’ 검사들의 리얼한 이야기와 저자를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이 등장한다.후반부에서는 검사로서의 저자 뿐만 아니라 엄마와 개인으로서의 진솔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는데 ‘위로받는 사람들의 국숫집’이라는 이름의 국숫집 사장이 되고 싶다는 오랜 꿈, 스위스에 가족여행을 떠나 휴대폰을 잃어버린 뒤 금속 탐지기로 휴대폰을 추적했던 일화 등이 재밌었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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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by 정명원 평점10점 | a***e | 2021.08.02 리뷰제목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러니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리얼하면서도 살벌하다는 편견이 자리 잡게 되고 그래서 나는 때로는 염세주의자로 때로는 비관주의자로 그렇게 세상을 바라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 중 '사랑'만큼 가치 있는 단어이며, 이런 생각을 안겨준 책의 만남을 나는 '행운'이라 말하고 싶다. 이 책은 검사가 쓴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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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러니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리얼하면서도 살벌하다는 편견이 자리 잡게 되고 그래서 나는 때로는 염세주의자로 때로는 비관주의자로 그렇게 세상을 바라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 중 '사랑'만큼 가치 있는 단어이며, 이런 생각을 안겨준 책의 만남을 나는 '행운'이라 말하고 싶다.


이 책은 검사가 쓴 책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검사들의 모습은 괴물이다.(너무 심한 표현이라면 양해 바란다. 그런데 현재로썬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질 않는다.) 그들은 합리적 판단과 정당성이란 이름으로 기득권에 아첨하고 입신양명에 몰두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나 몰라라 하는 집단들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그들에 대한 정의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불식시킨 이가 나타났으니 그녀의 이름은 정명원 검사다. 그녀는 현재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부 부부장 검사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솔직히 우리 사회에 이런 검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좀 놀랍다. 내가 너무 암흑의 세계만 봐 온 것일까? 그렇다면 이것은 나의 탓이 아니다. 언론의 탓이 크고 그 책임도 막중하다. 내가 얻은 정보의 9할은 언론 보도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독자인 내가 한눈팔지 않도록 흐름을 숨겨 놓았다. 문맥이 있다는 뜻이다. 어떤 책은 멋지고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책은 뭔가 심오한 내용을 언급하는 듯한데 머릿속에 도통 남는 게 없는 책도 있다.(이것 역시 나의 탓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올수록 뭐지? 양판가? 하는 생각이 든다. 꾸밈없는 화법과 일상 속 에피소드에서 느닷없이 표출된 그녀의 의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 맞닥뜨림에서 나는 놀라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우선 놀라운 이유로는 그녀의 의지가 늘 자기성찰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에 놀랍고,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자기 겸손이 고맙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앞으로 그녀는 더 뿌리를 내리고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지 않을까?


그녀의 소박한 이야기가 나는 참 좋았다. 유부남의 꼬임에 넘어가 두 집 살림을 자청한 어머님의 하소연을 긴 인내심으로 들어주던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초임자의 자세도 인상적이었다. 그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언급한 에피소드는 그녀 고유의 본성을 들여다보게 해준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적어도 독자인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또한 자연의 가치를 모르는 이들과는 친구 삼지 마라는 그녀의 어머님 말씀에 깊은 공감을 한 독자라고도 말하고 싶다.


이런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어찌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세력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그녀는 온갖 핑계를 들이대며 외곽주의자를 자청한다. 개인의 삶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녀는 꽤 받는 월급으로 그냥저냥 개인의 행복만 보며 살아도 전혀 손해 볼 인생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안타까운 이들의 삶으로 향해 있다. 어머니에게 방치되고 그녀의 학대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소녀가 도움을 청한 삼촌으로부터 성적 위협을 당한 사건을 들려주면서 그녀는 이성에 치우치지도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는다.


나는 늘 내 인생의 방향에 대해 묻고 답해왔다. 이런 나의 물음에 생각을 더해준 그녀의 말들이 있어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결국 세상이 설정한 표준 사이즈가 뭣이든 간에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굽 높이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굽 높이는 세심히 살피지 않고 남들 하는 대로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절뚝거리며 걷게 되는 것이다. 자기가 절뚝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되는 것이다. ...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를 추상적으로 말고, 아주 구체적으로 하나씩 따져보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마침내 나의 외곽은 스스로 형태를 갖추었다. 스스로 형태를 갖춘 외곽이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이 어디를 중심이라고 하든,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외곽주의자는 다만 원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한 주변인이 아니라 스스로 찾은 외곽의 어느 지점에 머물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자다. 271쪽


외곽주의라는 것은 하나의 이념이라기보다 어떤 취향에 가깝다. 중심을 거부하겠다는 높은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체질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복잡한 곳, 핫한 곳, 관심이 집중되는 곳, 가장 높고 가장 비싼 곳이 좀 불편할 뿐이다. 그 불편함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겠다는 다소간의 고집이 외곽주의의 실체다. 273쪽


누군가를,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런 일이다. 존재하였으되 인식해보지 못한 세계를 인식의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그가 나의 세계로 들어오고, 나의 우물이 조금 더 깊어지는 것이다. 283쪽



-한겨레문학상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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