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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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

인간의 문명을 정복한 식물이야기

리뷰 총점 8.4 (2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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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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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k******4 | 2023.06.24 리뷰제목
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 인간의 문명을 정복한 식물 이야기 리처드 메이비/김영정 탐나는 책/2022.3.21. sanbaram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잡초지만 대부분 그냥 지나쳐 버리곤 한다. 그러나 농사를 짓거나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이 골치 아파 하는 것이 잡초다. 잡초라 하는 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잡초란 무엇인가? “잡초는 ‘부적절한 장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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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

인간의 문명을 정복한 식물 이야기

리처드 메이비/김영정

탐나는 책/2022.3.21.

sanbaram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잡초지만 대부분 그냥 지나쳐 버리곤 한다. 그러나 농사를 짓거나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이 골치 아파 하는 것이 잡초다. 잡초라 하는 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잡초란 무엇인가? 잡초는 부적절한 장소에서 자라는 식물로 정의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당신이 다른 식물이 자라기를 바라는 곳, 또는 어떤 풀도 자라지 않기를 바라는 곳에 존재하는 식물이다.(p.20)”라고 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에서는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잡초가 어떻게 어느 특정한 곳에서 자라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며 우리 인간의 문화와 결부하여 설명하고 있다. 특정한 식물을 세밀화로 보여주는 것은 좋았지만 천연색이 아닌 흑백으로 그려져 있는 점이 못내 아쉽게 생각되었다. 저자 리처드 메이비는 영국을 대표하는 자연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대영 식물 백과사전을 집필했다. <공짜로 얻는 음식>, <날이 다시 개었다>, <춤추는 식물>, <자연 치유를 비롯해 3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에서는 잡초가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하면서, 잡초는 기생식물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 곁에서 유독 번성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자연계에서 그들의 생태적 협력자다.(p.29)”라고 저자는 말한다. 잡초는 우리가 땅에서 하는 일을 좋아한다. 숲을 청소하고, 땅을 파고, 농사를 짓고, 영양분이 풍부한 쓰레기를 버리는 것 등이다. 그들은 경작 가능한 들판이나 전쟁터, 주차장, 여러해살이풀이 자라는 화단 가장자리에서 잘 자란다. 그리고 우리의 운송시스템과 요리에 대한 모험심, 포장에 대한 집착을 잘 활용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우리가 세상을 휘젓고 안정된 질서를 어지럽힐 때 우리를 활용한다. 요즘 잡초가 제초를 가장 많이 하는 곳에 가장 무성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잡초는 딱 봐도 변화가 심한 땅과 훼손된 풍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진화했으며, 우리 생각보다는 덜 유해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유럽과 북미, 호주의 도시에서 가장 흔한 잡초들이 사실상 모두 같은 종들이다. 사실 다국적 잡초는 대부분 원산지가 유럽이다. 역설적으로 식민지를 찾아 떠난 모험의 부작용이었다. 하지만 국제 무역은 오늘날 잠재적 잡초들을 거의 동등한 처지로 내몰았다.(p.39)”고 말하면서 잡초가 국제 무역을 통하여 알게 모르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음을 말한다. 아울러 잡초는 어느 한 지역이나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개미취의 친척인 서양등골나물은 줄기가 잎을 밀고 나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하지만 그 이름은 현대 잡초들이 흔하디흔하다는 사실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우리 세계에 아주 깊숙이 침투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식물이 처음 땅을 비집고 나올 때와 다 자랐을 때, 그리고 시들어 사라지기 시작할 때, 그 자리에서 지켜보는 것은 숙련된 식물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의무다.(p.95)”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한 시기의 식물 모습만 알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약초가 싹이 틀 때만 본 사람은 다 자란 약초를 알아볼 수 없고, 다 자란 약초만 살펴본 사람은 그것이 땅 위에 막 나타났을 때 알아 볼 수 없다. 잎 모양과 줄기의 크기 변화와 꽃과 열매의 변화, 그리고 알려진 다른 특정한 특징들의 변화 때문에 이런 식으로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사람들은 큰 실수를 저질러 왔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의 한 살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해야 그 식물을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와 토양은 화학적 메시지, 그러니까 포식자 곤충을 감지하고, 꽃가루 매개자를 유혹하고, 경쟁자를 죽여 없애고, 동료 식물들을 독려하고, 다른 식물들에게 곤충의 공격을 알리는 식물 페로몬이 끊임없이 분주하게 흘러 다닌다.(p.121)” 페르몬은 휘발성이며, 잎에서 나와 공기를 통해 전파되거나 토양으로 스며드는 수용성은 뿌리 침출물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다. 관계된 식물이 많을수록 페르몬 메시지의 역할은 더 복잡해지며, 오랜 기간 정착된 식물 군락에서 이러한 화학적 대위법은 잡초 같은 침입자들을 쫓아내는 장치 중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몇몇 정착종이 자라는 교란된 땅에는 기존의 활동이 거의 없으며, 그래서 잡초들은 자신의 화학물질을 퍼부어 경쟁자들을 진압할 수 있다. 그래서 한 종류의 식물이 일정 지역을 덮고 있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이 풀은 중세 시대 프랑스에서 명상하는 듯한 얼굴이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팡시(pensees : 생각)로 알려지다 나중에 영어식으로 팬지(pansy)’가 되었다. 하지만 영국 교구 주민들은 훨씬 덜 지적인 관심을 갖고서 얼굴이 두 개 있는 것으로 그 꽃을 보았다. 그것은 옆에 달린 꽃잎이 위쪽 꽃잎이 만들어 준 덮개 안에서 입술과 입술을 포개고 키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p.15)” 그래서 올려다보고 키스하세요.’는 서머싯 등지에서 불린 별명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특정한 장소에서 키스해 달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삼색제비꽃은 마음의 평온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모양대로 키스를 구하는 꽃으로 꺾이며 오로지 그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잡초는 시계 같은 풀이다. 정원사 입장에서는 그 고집스러운 규칙성이 최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삶이 계속되고 있다고 일깨워주며 위안을 주기도 한다.(p.267)” 이처럼 일정한 때가 되면 싹이 트고 자라는 잡초는 곤충들에게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원료가 된다. 멧노랑나비는 어린 미나리아재비의 꿀을 모은다. 쐐기풀 나비와 공작나비 큰멋쟁이나비의 애벌레는 쐐기풀 잎을 먹고 산다고 한다. 그리고 잡초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은 나방알 것이다. 이렇게 곤충들에게 꿀을 제공하는 대부분의 꽃은 따뜻한 날에는 활짝 피고 추운 날에는 오므리면서 태양을 분명히 기억한다. 그것은 곤충들이 활동하기에 알맞은 조건일 때 꽃을 열어 곤충을 유인함으로써 가루받이를 통해 씨앗을 만들기 위한 일이다.

 

팀 로우의 야생의 미래에서 그는 현재 이 나라가 2,500종 이상의 외래 잡초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로 인해 매년 4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그들은 호주의 오래된 문화로의 진입을 세계화의 한 예이자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p.356)” 호주에서는 거의 모든 외래식물이 잡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원래 호주에서 살지 않던 식물들이 세계 각 지역으로부터 유입되기 때문이다. 수선화, 스위트피, 라벤더, 복숭아, 올리브, 버드나무, 포도, 무화과, 당근, 스위트브라이어, 물냉이, 케슈페퍼멘트 등등, 그 목록은 매년 수십 개씩 증가한다. 생태계는 기후 변화와 멸종에 적응하며 순응한다. 회복력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외래 침입종들 또한 한 번 욱하며 열을 낸다거나 제초제를 퍼붓는 것으로는 이 땅에서 몰아낼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우리의 생활과 생태계에 통합시키는 방법을 찾고, 도움이 되지 않는 새로운 종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귀화한 대부분의 외래종은 우리가 보아온 것처럼 하나의 다른 길을 따라 여행해 왔다. 그들은 개체 수가 자연스럽게 탈출하거나 의도적으로 추방할 수밖에 없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정원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번식하고, 정원사들끼리 서로 나눠가진 것들이다.(p.373)” 이것이 영국의 자연보호주의자들을 걱정하게 하는 12가지 정도의 침입 외래종들이 양생에 들어오게 된 경로다. 잡초는 재빠르고 기회주의적인 생활 방식으로 그들의 역할 즉 그들이 하는 일이 땅의 빈 공간을 메우고, 산사태나 홍수, 산불로 인해 수백만 년 동안 자연적으로 완전히 지쳐버린, 그리고 오늘날에는 공격적인농업과 엄청난 오염으로 퇴화된 초목을 치유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토양을 안정시키고, 물의 손실을 막으며, 다른 식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더 복잡하고 안정적인 식물 체계의 전이 과정을 시작한다. 예를 들면, 중동의 건조한 토양은 일단 개간을 하면 그냥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작물들은 태양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이 없어서 쓰러졌을 것이다. 어쩌면 잡초를 제대로 이해하고 멸종시키기보다는 타협한다면, 그들이 우리를 도울지도 모른다. 생태적으로 우호적인 농작물 관리 체계에서 실시한 여러 실험에서 그들이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잡초가 인류의 원죄에 대한 벌이라는 성경적 주장은 그것이 생태학적 벌이라는 사실에 대한 무의식적인 이해와 함께했다. 그것은 또한 우리가 지구를 망가뜨리는 대가로 지불한 십일조였다.(p.420)” 하지만 일단 기계와 화학물질로 잡초를 공격할 수 있게 되자 그들은 우리의 이해 밖으로 튕겨나갔다. 그들의 외모는 이제 추리가 아니라 반사 신경을 자극한다. 그들은 우리의 생활방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납득할 수 없는 무례한 침입자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 관점은 더 급진적으로 변해서, 우리는 이제 우리 자신보다는 잡초 탓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경멸스러운 이름을 붙였지만, 황야를 벗어나 우리의 손상된 세계로 들어와 그들이 자신의 복구 역할을 확장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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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변의 들풀에 눈길 주기 평점10점 | z***a | 2022.07.18 리뷰제목
농부나 정원사라면 잡초가 질색이겠지만 나는 잡초에 아무런 반감이 없다. 기다란 자전거 도로 양옆에 녹색으로 뒤덮인 잡초들을 보면서 뭔가 치열한 야생의 생명력을 느끼곤 한다. 다만 비가 와 하천이 범람했을 경우, 요즘은 툭하면 넘치려고 하는데, 일단 진흙탕 범벅이 된 잡초 더미들을 보면 마치 일렬로 누워있는 패잔병 무리를 보는 것 같다. 영국의 자연작가인 리처드 메이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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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나 정원사라면 잡초가 질색이겠지만 나는 잡초에 아무런 반감이 없다. 기다란 자전거 도로 양옆에 녹색으로 뒤덮인 잡초들을 보면서 뭔가 치열한 야생의 생명력을 느끼곤 한다. 다만 비가 와 하천이 범람했을 경우, 요즘은 툭하면 넘치려고 하는데, 일단 진흙탕 범벅이 된 잡초 더미들을 보면 마치 일렬로 누워있는 패잔병 무리를 보는 것 같다. 영국의 자연작가인 리처드 메이비의 표현을 빌면, 기다란 행렬의 '식물 쓰레기'처럼 느껴진다. 자전거 도로에서 허걱하게 되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지뢰처럼 퍼져있는 자잘한 모난 돌맹이들이고 다른 하나는 나뭇가지와 열매를 비롯해 골치아픈 식물 쓰레기들이다.

 

식물의 분류는 전적으로 인간의 관점에서 비롯된다. 잡초는 '부적절한 장소에서 자라는 식물'로 정의되곤 한다. 한마디로 적합한 장소에서 자라지 않은 풀은 모두 잡초다. "잡초는 부적절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일 뿐 아니라 어쩌다 잘못된 문화로 들어오게 된 식물이기도 하다." 자연의 효용을 강조한 미국 사상가 겸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 동시대의 우리 눈에는 보잘 것 없는 잡초이지만, 세월이 흘러 불치병을 치유할 귀중한 약초로 취급받는 식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돌봄에서 제외된, 혹은 인간의 계획을 망치는 식물은 분란을 일으키는 말썽꾼이 되기 십상이다. 이를테면 과학 소설이 좋아하는 소재인 '슈퍼 잡초'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잡초에 대한 현실적인 엄격함은 도시화 진행이 심할수록 더욱 깐깐해진다. 가령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선 잡초란 "재배하지 않는데 9인치 이상 자라는 모든 식물"로 규정되었다.

 

"잡초는 인간의 계획을 방해하는 식물이다. 그것들은 농작물의 영양분을 빼앗고, 정원 설계자들이 섬세하게 계획한 풍경을 망치고, 우리가 사회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르지 않으며, 불쾌하게도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도시의 쓸모없는 사람들의 은신처가 된다. 하지만 그것들도 식물학적인, 혹은 적어도 생태학적인 정의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28쪽)

 

식물 세계를 다룬 식물학이나 채집, 재배와 제초를 비롯한 인간과 식물의 관계사, 혹은 잡초의 문화사에 폭넓은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그런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박학다식한 교양서다. 인간의 생존에 크게 기여한 식물은 물론, 의학의 발전에 기여한 식물들을 소개하고, 문학과 예술이 사랑한 식물들과 세계 최고의 향수 이름이 된 잡초들을 알려준다. 인간의 협력자로, 때로는 경쟁자로, 때로는 아름다움의 전령사로 인류와 함께 번성해온 식물의 세계사를 조감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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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초대받지 못한 손님 평점10점 | z********i | 2022.07.11 리뷰제목
내가 모르는 식물들이 대부분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읽는 동안 어느새 앨리스처럼 모험을 하면서 푹 빠져들었다. 넓은 잔디밭을 손질하는 잔디깎이 기계에 목이 잘려나간 노란 민들레가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을 듣기라도 한 듯, 수많은 시간을 견디고 이겨내어 지금껏 살아온 이름 모를 풀들에게 동정심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이름을 모르지만, 누군가는 알고 있을 그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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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식물들이 대부분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읽는 동안 어느새 앨리스처럼 모험을 하면서 푹 빠져들었다. 넓은 잔디밭을 손질하는 잔디깎이 기계에 목이 잘려나간 노란 민들레가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을 듣기라도 한 듯, 수많은 시간을 견디고 이겨내어 지금껏 살아온 이름 모를 풀들에게 동정심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이름을 모르지만, 누군가는 알고 있을 그들에게 우리는 "쓸모. 무쓸모"의 이중적 잣대로 작물과 잡초로 구분을 하고 가차없이 버리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익숙한 풀들과 꽃들에 둘러싸여 지냈던 즐거운 날들은 불과 2~3년만에 끝이 나버렸다. 낭창거리던 코스모스는 코스모스 인 척하는 금계국에게 밀려 사라져버렸고, 하얀 토끼풀을 비롯한 작은 풀꽃이 가득했던 곳은 붉은 토끼풀에게 자리를 내줬다. 무릎높이로 기분 좋게 피던 개망초는 자신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듯 이젠 허리높이까지 키를 키워버렸다. 그렇게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얼씨구나하며 세력을 더 확장시킨 건 쑥이다. -낯선 식물들보단 차라리 맘이 편했다.- 흙이 가득한 자리에서 밀려난 풀꽃들은 가로수 밑 작은 땅으로 터전을 옮겼지만, 언젠가부터 그 자리도 냉이꽃이 자리를 차지했다. 흙이 많고 풍성했던 자리에서 밀려 난 것이 억울하다는 듯, 자신이 이렇게 밀려날 식물이 아니라는 듯 나지막히 꽃을 피우던 것들이 이젠 무릎 높이 이상으로 키를 키우고 있다. 간간히 피어나던 -내가 제일 사랑하는- 봄까치꽃은 이젠 만나기 힘들어졌다.

 

텃밭을 하면서 봄이 되면 흙을 갈아엎고 돌을 치우고, 비료를 뿌리고 모종을 심고, "내가 데려온 너희들 말고는 아무도 발붙이지 못하게 할테니 그저 쑥쑥 잘 자라다오."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밭을 가꾸어도, 하루 이틀만 관심이 가지 않으면 낯선 풀들이 곳곳에서 고개를 내민다. 어디서 풀씨가 날아왔나? 하면서 열심히 뽑아도, 바빠서 미룬 그 하루 이틀, 비가 와서 돌보지 못한 그 하루에도 낯선 손님들은 엄청나게 세력을 확장한다. 3~4일 비 때문에 나가지 못하면 주객전도가 되는 것도 다반사다. 늘 궁금했다. 정성을 쏟는 작물들은 더디게 자라는데, 왜 군식구 취급을 받고 쫓겨나는게 다반사인 이 잡초들은 이렇게나 잘 자라는지. 아니... 도대체 어디서 왔길래 이렇게 강인한건지.

 

책 속 이야기처럼 동물의 배설물, 새똥, 사람의 움직임에 의한 의도치 않은 자리 이동이 곳곳으로 퍼저나가는 요인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질기게 살아남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까? 사실 책의 내용이 좀 어렵다. 모르는 식물이 대부분이라 특성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온실 속 화초"라는 말이 왜 나온건지는.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살고자하는 욕망이 있다. 식물이라고 다르지는 않을거다. 사람들은 사람들의 생각과 의지와 욕심으로 필요한 것, 원하는 것만 취하고 싶어하고 그게 아니면 제거를 하려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이 풀들은 그런 인류들에게 맞서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을 자신의 유전자에 새겼을거고, 그래서 이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는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좋은 환경이 아니어도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적응 할 수 있는 유전자를 새겨넣는 것으로, 필요하다면 장시간 휴면을 취해도 거뜬히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유전자를 태곳적부터 간직했을지도.

 

굳이 자신이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한 햇볕과 수분과 양분을 취할 수 있게 수발을 받는 [쓸모의 식물]들은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생존유전자들을 퇴화시켰을거고, 그래서 끈질긴 생존유전자를 가진 [무쓸모의 식물]들의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자리를 내주고 밀려나는 수 밖에 없는거라고.

결국 쓸모의 식물을 더 많이 수확하기 위해 우리는 더 바빠지고, 그 바쁨을 줄이기 위해 화학 제초제에 의지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무쓸모의 식물은 그 제초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스스로 유전자를 변형하고의 무한 반복. (보호받는 식물이 식물전염병에 약한 이유에 이러한 일이 관여된 건 아닐까?)

 

미국 메릴랜드 주의 공원에서 쑥을 캐던 한국인과 공원측이 마찰을 일으킨 일이 새삼 떠올랐다. 불법 채취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을 일이, 어느 새 연례 행사로 바뀐 이야기. 한국인은 쑥을 채취할 수 있어서 좋고, 공원측은 잡초를 제거할 수 있어서 좋은 일거양득의 사례. 과연 잡초가 진짜 잡초로만 남아야 될 운명이 아닐 수도 있는 이야기.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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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내용은 좋은데 번역이 개떡 평점7점 | y****8 | 2022.06.26 리뷰제목
글 자체는 정말 좋습니다. 어차피 식물학명은 한글로 봐도 모르니까 원서로 읽을 걸 그랬어요.구글번역기 돌렸나 싶을 정도로 번역체인데다 맞춤법도 엉망이라 읽기 힘들어요.'잎맥'을 '입맥'으로, 피가 '멎다'를 '멋다'로 쓰는 등 그냥 번역가가 우리말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요.이렇게 좋은 글을 번역으로 망쳐놓다니 안타까워요.오죽했으면 탐나는책이라는 출판사가 어떤 곳인지 검색
리뷰제목
글 자체는 정말 좋습니다. 어차피 식물학명은 한글로 봐도 모르니까 원서로 읽을 걸 그랬어요.
구글번역기 돌렸나 싶을 정도로 번역체인데다 맞춤법도 엉망이라 읽기 힘들어요.
'잎맥'을 '입맥'으로, 피가 '멎다'를 '멋다'로 쓰는 등 그냥 번역가가 우리말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글을 번역으로 망쳐놓다니 안타까워요.
오죽했으면 탐나는책이라는 출판사가 어떤 곳인지 검색까지 해봤어요. 이 출판사 책은 다시는 안 읽으려고요.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구매 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m**********7 | 2023.12.29 리뷰제목
탐나는책에서 출간된 리처드 메이비의 <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 리뷰입니다. 식물에 관련된 인문서적을 찾다가 목차가 흥미로워 구입했습니다. 원제는 'Weeds' 이기에 모든 식물들 보다는 잡초에 집중하고 있는 서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녀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엇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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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책에서 출간된 리처드 메이비의 <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 리뷰입니다. 식물에 관련된 인문서적을 찾다가 목차가 흥미로워 구입했습니다. 원제는 'Weeds' 이기에 모든 식물들 보다는 잡초에 집중하고 있는 서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녀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엇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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