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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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습관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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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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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예술하는 습관 평점10점 | h*****7 | 2020.01.31 리뷰제목
리뷰어클럽 이벤트에서 이 책을 접했을 때 두근두근 설렜다. 이름만 봐도 울렁거리는 버지니아 울프부터 프리다 칼로까지 지난 400년간 이름을 알린 소설가, 안무가, 화가, 영화감독 등 131명의 예술가들의 은밀한 일상의 루틴을 소개하는 이야기라고 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모두 다르다. 똑같은 시간을 살면서도 어떤 사람은
리뷰제목

   리뷰어클럽 이벤트에서 이 책을 접했을 때 두근두근 설렜다. 이름만 봐도 울렁거리는 버지니아 울프부터 프리다 칼로까지 지난 400년간 이름을 알린 소설가, 안무가, 화가, 영화감독 등 131명의 예술가들의 은밀한 일상의 루틴을 소개하는 이야기라고 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모두 다르다. 똑같은 시간을 살면서도 어떤 사람은 성과를 내면서 성공을 이루어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전이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디에서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위대한 작가와 예술인들은 영원한 우리들의 우상이 아닌가. 우리는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감추어진 노력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단조로운 일상의 루틴을 따랐던 사람도 있었고, 불규칙하지만 영감을 받아 폭풍처럼 일을 했던 이들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아침을 커피 한 잔으로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흥미로웠다.

 

  작가나 에디터,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하루에 관심이 많았던 메이슨 커리는 2013년에 데일리 루틴이라는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 그동안 모은 결과물을 토대로 리추얼을 출간했다. 하지만 그 책에 소개한 161명 중 여성은 단 27명뿐인 성비 불균형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기울인 결과 예술하는 습관이 탄생했다 한다.

작가는 물론이고 화가, 작곡가, 저널리스트, 시인, 복식 디자이너, 사회운동가, 극작가, 사회학자, 싱어송라이터 등 정말 다양한 일에서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한마디로 말하면 거저 성공을 거머쥔 경우는 없었다. 좋은 배경의 집안에서 성공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그들의 열정과 땀으로 성취해낸 삶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작가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쏠렸다.

 

  첫째 장의 쓰는 사람들의 집필 습관에서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을 만나게 된다. 올콧의 글쓰기가 얼마나 맹렬했는지 알게 되었다. 창의적 에너지가 쏟아질 때는 식사도 건너뛰고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쓸 정도여서 오른 손에 쥐가 나서 왼손으로 쓰는 법을 익혀야 했다고 한다. 작품 속 주인공 조에게 글쓰기용 모자가 있었다면 올콧에게는 기분 베개가 가족과의 소통을 연결해주는 도구였다. 인기 있는 아동서의 수익성을 바라는 편집자와 아버지를 즐겁게 해 주려고 썼던 작품이 순식간에 돌풍을 불러일으켰다니 놀라웠다. 생계를 위해 일하면서 오랜 시간 무명 시절을 버텨야 했으니 독자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고 돈이 잘 들어왔기 때문에 그 일을 했다는. 그 덕분에 전업 작가가 되었지만 야망은 도리어 사그라졌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작품이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영감을 느끼지 못했던 작품이라니 재미있는 아이러니다.

 

  엄격하게 루틴을 지키는 작가도 있었다.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에게 쓰기 시작한 편지로 첫 소설 영혼의 집을 출간한 이사벨 아옌데의 루틴은 얼마나 황당하고 재미있었는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는 등 차려입고글을 쓴다는 것이다. 잠옷을 입은 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자유분방한 면을 자주 들어와서 인지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아옌데의 경우는 외관을 갖춤으로써 글쓰기에 필요한 정신을 무장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개성이 남다른 이들의 색다른 루틴을 만나는 것도 신선한 기쁨을 주었다.

 

  좋은 날이든 나쁜 날이든 언제나 쓰는 버지니아 울프가 있는가 하면 습관적 삶은 따분하다는 프랑수아즈 사강도 있었다. 겨우 열여덟 살에슬픔이여 안녕으로 놀라운 데뷔를 한 그녀에게 우리는 천재 작가라는 칭호를 아끼지 않는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것들을 겪으며 살아가는 습관적 삶에 빠지고 싶지 않아요. 전 항상 이사를 다녀요. 광적일 정도죠. 일상생활의 물질적 문제들은 따분하기 그지없어요.”(321)

 

그 작품을 아무런 준비 없이 하루에 두세 시간씩 써서 두세 달 만에 그 작품을 끝냈다고 한다. 하루에 쓸 분량을 정해놓고 규칙을 지키는 이들도 있지만 사강의 경우는 몰입을 활용해서 작업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방법이든 두 경우 모두 그것을 해 내고야 말겠다는 열정과 신념이 공통분모였던 것이다.

 

정신이 녹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심각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것이다. 더없이 한탄스러운 허튼 소리를 쓸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매일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한두 쪽의 글이 나온다. 그러므로 계속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레이스 드기를 제외한 여성의 유일한 희망이다.(P196)

 

  20세기 모더니즘 영문학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동성애를 주제로 한 대표작나이트우드를 쓴 주나 반스(Djuna Barnes 1892-1982)의 말이다. 매일 써야 한다는 글쓰기의 중요성에 공감이 간다. 보통 사람인 우리가 얼마나 영감을 받을 일이 있을까 생각하면 기분이 좋든 나쁘든 매일 쓰는 습관이야말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시키는 요소라고 생각되었다.

 

화장실, , 제트기, 헛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기차나 파리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에서도 글을 썼어요. 침대에 누워서, 혹은 병원의 기계장치에 기대어 글을 썼고, 호텔과 지하창고, 모텔, 자동차 안에서도 글을 썼죠. 건강하든 아프든, 행복하든 절망적이든 상관하지 않고 항상 글을 썼어요.”(P296)

 

  스물한 살 때부터 생을 마칠 때까지 매일 아침 9시에 일어나 하루 천 단어를 목표로 글을 썼다는 에드나 페버의 이야기다. 그녀는 일반근로자는 주 5일을 일하지만 작가는 일주일 내내 일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매일의 힘이 소설 12권과 단편소설집 12, 연극 각본 9, 자서전 2권을 내면서 50년의 집필 경력을 이루었던 것이다. 작가를 부러워하면서도 글을 쓸 시간이 없다는 둥 글을 쓰는 분위기 조성이 안 된다는 핑계의 무덤 속으로 파고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떤 환경이든 언제든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다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에드나 페버의 성취로 배울 수 있다.

 

우리의 일치된 존재감을 보여주는 영웅적인 시기였어요. 작업 환경이 열악했지만 우리는 아주 행복했어요. 우리는 하루하루를 그 실험실에서 보냈죠. 그 허름한 창고에는 깊은 평온이 감돌았어요. 우리는 때때로 몇몇 실험을 지켜볼 때 현재와 미래의 작업에 이야기하며 왔다 갔다 했죠. 추위가 느껴지면 난로 근처에 놓아둔 뜨거운 차 한 잔으로 추위를 달랬어요. 마치 꿈속에 있는 것처럼 한 가지에 사로잡혀 지냈죠.”(P411)

 

  마리 퀴리가 남편과 함께 방사능 연구를 하여 최초의 방사성 원소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한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다.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행복은 성취로 이어지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도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신념으로 버텨내며 성취해 낸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그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쉽게 미루고 포기하곤 했던 것이 떠올라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여성들의 이야기라서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집안일은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육아를 하며 그 많은 일들을 해냈는지,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읽어나갔다. 예술을 위해서 평범한 삶과 결혼을 거부한 이사도라 덩컨을 비롯한 몇몇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야 작업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화가 캐럴리 슈니먼이 있었고, 정신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아침을 제일 힘든 일로 시작했던 줄리아 워드 하우 같은 작가도 있었다. 그녀는 남편 몰래, 남편의 허락 없이 시계꽃을 출간하여 남편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당시 여성의 사회 참여가 어려웠던 상황을 상기할 때, 주변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성취 해낸 열정과 도전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또 일요일도 아까워하며 일과 치열하게 연애를 한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일 중독자였던 코코 샤넬 이야기 등 잘 알지 못했던 많은 예술인의 루틴을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졌다. 여성에게 있어 일상의 삶과 자신의 일을 균형 있게 양립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충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지만, 무엇에 우선하느냐에 따라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일상 루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루틴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전에 비해서 얼마나 성장했는가. 보완할 점은 없는가, 등등... TV를 끊은 지 수 년이 되었는데도 나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다독하는 편도 아니고 한 달에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어려울 만큼 시간에 쫓기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잠은 일곱 시간을 자야 하는 것을 고정관념으로 갖고 있는 나... 그래서 다짐했다. 나도 좀 아침형인간이 되어보자고. 어려운 조건하에서도 훌륭한 업적을 이루었거나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시간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 똑같은 시간을 살면서도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마법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일까. 131인의 다양한 예술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마법 같은 이야기는 없었다. 그것을 성취하고 싶다는 열정과 신념만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위대한 작가와 예술가들의 루틴을 따라한다고 해서 당장 삶의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활 습관을 점검하고 재고하면서 동기부여를 갖게 되면 이전보다 성장하는 삶이 되지 않을까. 나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밤에는 그런 의욕으로 가득하지만 아침이 되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약한 멘탈을 가졌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매일은 힘들겠지만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의욕을 느꼈다. 꼭 예술가를 지향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삶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이들 131인의 루틴 이야기가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나태함이 내 안에 파고들 때마다 자주 펼쳐 보게 될 책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댓글 6
종이책 독특하면서도 열정적인 그녀들, 예술하는 습관 평점8점 | k****e | 2020.02.09 리뷰제목
하루가 또다른 하루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가다보면 매일 되풀이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즉, 습관이 생긴달까? 하루를 언제 시작하고 몇시에 어떤 일들을 하고 식사로는 무엇을 챙겨 먹는지와 작업을 어느 때에 하면 잘되어서 그 시간을 반드시 지킨다던지 등등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 이 습관을 한눈에 간략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록해놓은 책이 있다. 예술가, 그것도 여성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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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또다른 하루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가다보면 매일 되풀이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즉, 습관이 생긴달까? 하루를 언제 시작하고 몇시에 어떤 일들을 하고 식사로는 무엇을 챙겨 먹는지와 작업을 어느 때에 하면 잘되어서 그 시간을 반드시 지킨다던지 등등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 이 습관을 한눈에 간략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록해놓은 책이 있다. 예술가, 그것도 여성 예술가들로만 무려 131명의 습관을 알뜰살뜰 정성스레 모아놓았다.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예술하는 습관

 

 

그들의 습관을 나름 기발한 목차와 함께 기억에 남는 작가들의 재치있는 문장으로 살펴보면...

 

쓰는 사람들의 집필 습관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양분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본능적인 리듬과 일정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 도리스 레싱 p31

 

전 그냥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누구에게나 별난 구석이 있잖아요. - 옥타비아 버틀러 p37

 

단편소설이 하나의 작품이라면, 장편소설은 삶의 방식이다. - 토니 케이드 밤바라 p57


루틴을 지키는 예술가의 엄격한 하루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거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물론 좋아해요. 아니, 사랑하죠." -이사벨 아옌데 p63


아름답고 지독한 글쓰기의 감옥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을 소모시키고, 자신을 건 도박을 하는 거다." - 수전 손택 p94

 

여자들은 대체 어떻게 해냈을까

 

"신념에 충실했어요. 패배자의 운명을 가진 이들의 용기, 강자의 약점, 오해의 비극, 놓쳐버린 기회들을 희극으로 표현하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일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겠어요?" - 페넬로페 피츠제럴드 p153

 

"작가는 항상 단어들의 옅은 안개를 헤쳐 나가며 모든 것을 쓰고, 보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재빠르게 묘사하고, 언제나 주시한다." - 셜리 잭슨 p162

 

좋은 날에도 나쁜 날에도 그냥 쓸 것

 

정신이 녹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심각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것이다. 더없이 한탄스러운 허튼소리를 쓸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매일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한두 쪽의 글이 나온다. 그러므로 계속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레이스 뜨기를 제외한 여성의 유일한 희망이다. - 주나 반스 p196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무계획의 자유

 

나는 내가 쓰고 싶을 때 글을 쓴다. - 엘레나 페란테 p206

 

아이디어를 품고 여행할 수 있는 공허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모든 것을 포기하기 쉬워질 때가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 공허의 시간이 닥치면 인생을 즐겁지만 하찮게 만드는 모든 것이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때 개인의 운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예술가의 모험이 시작됐으니까. - 조 앳킨스 p215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고요한 밤이 고민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앤 브래드스트리트 p251

 

영감을 기다리는 시간들

 

쇼팽은 사실상 수정을 하지 않았다. 수정이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전 모든 걸 무의식적 선택에 완전히 맡겨버려요. 다듬는 과정이라는 게 제 작품에는 항상 재앙과도 같았기에 그 과정은 생략했어요. 인위적인 것보다 조잡하더라도 진실한 것을 선호해요." - 케이트 쇼팽 p269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일을 할 수 없었다는 사정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여생을 계획하는 것처럼 일도 계획해서 처리하면 되니까요. 우연히 손에 들어오는 건 없죠." - 캐서린 오피 p298


 

일상과 예술의 균형에 대하여

 

제 관심사는 여자의 시간과 관심을 갉아먹는 집안일들에서 안전하게 멀어지는 것뿐이에요. -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p330

 

사소한 습관으로 불안을 잠재우다

 

일련의 신체운동과 발성운동, 피아노 연습을 한다는 것. p375

 

"무슨 작품을 하든 무에서 시작하는 걸 좋아해요. 그게 아주 위험하고, 처음에는 굉장히 무섭더라도 말이죠. 때가 되면 공포가 사라지고 관심과 호기심이 그 자리를 채워요. 수년 동안 미지의 영역에서 견뎌내는 법을 배웠죠. 바로 거기서 발견이 시작됩니다.- 메러디스 몽크 p376

 

완벽주의자의 무시무시한 몰입

 

"일상적인 일정에서 아주 사소한 것 하나만 틀어져도 나는 완전히 탈선해버리고 만다." - 이디스 워튼 p391

 

"스탈만큼 스스로 깨닫지도 못한 채 한층 더 끊임없이 뭔가를 요구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스탈은 모든 사람의 존재 전체와 매 분 매 시를 자기 뜻대로 사용해야했다. 그게 안 되면 폭풍우와 지진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처럼 폭발해버린다." , 스탈의 오랜 연인인 정치가이자 작가 벤자민 콘스탄트의 말 - 제르맹 드 스탈 p400

 

그밖에도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듯한 쿠사마 야요이라는 인물도 있었는데 일본의 설치 미술가로 예술을 위해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한다.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로 더 유명하고 잘 알려져있는 소설을 쓴 마거릿 미첼도 등장하는데 그녀가 쓴 단 하나의 작품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로웠다.

 

 

여기에 인용된 문장들외에도 재미난 문장이 많아서 관심과 호기심이 생겼다면 꼬옥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면 좋겠다.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단, 급하게 번역한 탓인지 몇몇 문장에서 흐름을 끊는 오타가 있어서 아주  살짝 아쉬웠다. 

 


***

 


이 책에 왜 남성 예술가는 등장하지 않을까? 물론 여성 예술가의 습관을 담은 것이라고 앞서 언급했지만 이 책은 실은 작가의 전작, '리추얼'이라는 책에서 예술가의 습관에 대해 이미 조명한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 그럴 의도는 없었으나 남성 예술가가 여성 예술가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그 점을 개선, 보완하고자 여성예술가 관련 자료를 조사 연구한 결과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작가 뿐만 아니라 화가, 조각가 등 미술가와 기자 등 글과 예술에 관련된 사람들(18세기 위대한 작가부터 현대에 주목받는 젊은 아티스트까지-뒷표지 참조)을 총망라 해놓았는데 아는 인물보다 모르는 인물이 훨씬 더 많았지만 그들의 일상은 얼핏 같은 것 같으면서도 판이하게 다른, 각자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어 무척 독특하면서도 재밌었고 인물에 따라 짤막짤막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라 보다 더 집중도 잘되고 단편소설처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른 누군가의 일상과 습관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건 책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어떤 의미로는 그들의 습관을 나의 일상에 대입하여 유용하게 활용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습관을 반드시 꼭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참고 삼아 아니, 재미삼아 하나씩 해본다면 분명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훨씬 나은 내가 될 테니까.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4
eBook 구매 예술하는 습관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k****d | 2020.04.06 리뷰제목
<예술하는 습관> 리뷰입니다.제목이 흥미로워서 오구오구페이백으로 구매했습니다. 정치/사회 분류에 넣어져있어서 예술이랑 정치&사회의 연관성을 분석한 책인가? 싶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여러 인물들을 예시로 든 자기계발서같아요. 131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결정적인 습관을 나열해주고있는데요. 예술과 일상이 동떨어져 있는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사소한 습관으로 예술을 이루어낸
리뷰제목
<예술하는 습관> 리뷰입니다.
제목이 흥미로워서 오구오구페이백으로 구매했습니다. 정치/사회 분류에 넣어져있어서 예술이랑 정치&사회의 연관성을 분석한 책인가? 싶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여러 인물들을 예시로 든 자기계발서같아요.
131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결정적인 습관을 나열해주고있는데요. 예술과 일상이 동떨어져 있는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사소한 습관으로 예술을 이루어낸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잘읽었어요~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작가는, 아름답다 평점8점 | m****9 | 2020.02.23 리뷰제목
나는 이런 책 좋아한다. 이를테면 어떤 작가의 무슨 책 보단 그 책을 쓴 작가에 관해 시시콜콜하게 쓴 책. 대표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되지 않을까. 이제 그에 관한 책은 그가 쓴 책들보다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유명한 작가가 아닌가. 유명한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글을 쓰고, 뭐에 관심이 많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남의 삶이 왜 그렇게
리뷰제목

나는 이런 책 좋아한다. 이를테면 어떤 작가의 무슨 책 보단 그 책을 쓴 작가에 관해 시시콜콜하게 쓴 책. 대표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되지 않을까. 이제 그에 관한 책은 그가 쓴 책들보다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유명한 작가가 아닌가. 유명한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글을 쓰고, 뭐에 관심이 많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남의 삶이 왜 그렇게 궁금하냐고 할 텐가? 자신이 관심 있어하는 사람을 알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거다. 일반 대중이 연예인들에 대해 관심 있어하는 거랑 무엇이 다르겠는가. 단 난 그저 그 대상이 작가에게 있다는 것뿐. 하루키는 새벽 4시 전후로 일어나 한잔의 커피와 함께 책상 앞에 앉아 10시까지 글을 쓰고, 이후 10킬로미터를 달리고, 2시엔 번역 작업을 하거나 어느 음반 가게를 기웃거리고, 저녁에 장을 봐서 요리를 해 먹은 뒤 책을 읽다 밤 10시경 잠자리에 든다. 사실 이 이야기는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나는 또 이런 식으로 작가들의 일상을 써 놓은 책은 없을까 기웃거린다. 그래서일까? 저자들 중엔 아예 작가의 일상을 채집해서 책으로 엮은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다. 이 책은 무려 131명의 여성 예술가의 루틴을 소개하고 있다. 그 정도라면 너무 많아 세례가 아니라 폭격 수준이다.  


루틴, 말 그대로 일상을 의미하는 단어로 저자는 예술가들이 어떤 작업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넓게는 무용가나 화가, 연출가, 배우 등 예술가라 불릴만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다루고 있지만 가장 많이 다룬 직업은 시나 소설가 같은 문인이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하루키에 대해 느꼈던 흥미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예술가들의 루틴을 모았을까, 읽는 사람은 좋긴 한데 쓰는 저자는 멀미가 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솔직히 읽는 나도 멀미가 좀 났다.ㅠ) 


소개된 예술가들 대부분은 하루키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루틴을 철저하게 실천했고, 어떤 사람은 아예 워커 홀릭인 경우도 있었다. 특히 코코 샤넬은 쉬는 것을 두려워하기까지 했는데, 일만 하고 살면 오래 못 살았을 것 같지만 나름 오래 살았다. 하루키 때문일까, 나 역시 작가는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꼭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어 오히려 반가웠다. 예를 들면, 시인이었던 엘리자베스 비숍이 그렇다.


그녀는 만성 천식 환자로 코르티손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약물의 부작용이 오히려 유익을 가져다줬다고 말한다. 그것의 부작용은 불면증이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창작의 희열을 느끼게 해 줬다고. 하지만 그 희열의 수명은 오래가지 못했고 정서가 망가질까 봐 복용을 중단하고 아주 천천히 쓰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이렇게 작가는 뭔가의 강박에 쫓겨 하루에도 몇 장의 원고를 써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생각에 동조라도 하듯 시인인 니키 조반니와 소설가 제이디 스미스 같은 사람은 쓰고 싶을 때 쓰는 사람들이다. 사실 글을 쓰다 보면 처음엔 긴장해서 열심히 쓰다가도 중간쯤 되면 느슨해지고 나중엔 포기하고 싶거나 정말 포기하게 된다. 그럴 때 니키는 장벽 같은 건 없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또 좀 말이 된다. 장벽을 받아들이면 장벽은 없는 것이다. 장벽이라고 생각되면 장벽인 것이고. 즉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이디 스미스는 한 술 더 뜬다. 글이란 절박한 심정으로 글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을 읽을 때도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진짜 글을 써야겠다 싶을 때가 아니면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말도 맞는 얘기 같다. 죄짜듯 또는 싫은데 억지로 쓰는 거 별로다.  


그러고 보니 누가 생각이 난다. 빚을 갚기 위해 글을 썼다는 도스토옙스키와 발자크. 글을 써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글을 썼다. 작가라는 직업은 정말 묘한 직업 같다. 이렇게 절박함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라니. 그렇다고 절박함을 위해 일부러 빚을 지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라. 절박함을 갖는 방법이 꼭 그것만이 있는 건 아니다. 글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고, 출판사와 계약 맺거나 아니면 일부러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떠벌릴 수도 있다. 그렇게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 나를 던져 넣으면 된다. 솔직히 빚을 지든 원고 계약을 맺든 작가가 돈만큼 절박한 게 또 있을까.  


이와 반대의 개념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최초의 여성 사회학자요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해리엇 마티노(1802~1876)는, 글을 쓰기 위하여 자리에 앉았다면 처음 무조건 쓰라고 조언한다. 그것은 글 쓸 기분이 들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쓰면 당혹감과 우울함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공부든 글 쓰기든 책상 앞에 앉았다고 바로 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일단 인터넷에 들어가 여기저기 서핑을 하다 하게 되는데 이게 좀 위험하긴 하다. 유독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땐 그걸로 시간을 채우게 될 수도 있다. 그럴 땐 마티노의 말이 맞는 것 같긴 하다. 25분 동안 글을 쓰고 인터넷을 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럼 그 25분 안에 풍덩 빠져버릴 수도 있다. 아니면 25분 동안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25분 동안만 인터넷을 하다 바로 글을 쓰는 것으로 하던가. 그러니까 인터넷 25분은 글을 쓰기 위한 일종의 리추얼 같은 것이다. (나름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인터넷 25분은 가능한 시간 같지는 않다. 25분은 그냥 상징적 시간으로 해 두자.ㅋ)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쓴 마거릿 미첼의 경우 그런 대작을 썼다면 매일 최소 30장 이상은 쓰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녀는 고작 두 장 정도를 쓰고, 다음 날 아침 다듬고 나면 겨우 여섯 줄이 남는다고 한다. 그럼 다시 시작하고. 그렇다면 그녀는 도대체 몇 년에 걸쳐서 그 작품을 완성시킨 걸까. 책을 보니 1928년에 쓰기 시작해서 1935년 가을에 편집자에게 원고를 넘겼다고 하니 나 같으면 진작에 못 쓴다고 했을 것 같다. 더구나 각장을 20번 이상 고쳐 썼다. 문득 습작이라고 썼던 내 지난날의 글들을 그렇게 쉽게 폐기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싶기도 하다. 글 쓰기는 그렇게 지난한 것이다. 문득 내가 처음 작가의 꿈을 가졌을 때 이럴 줄 알고 있었나를 생각하면, 난 꿈에도 몰랐다. 미첼은 이 작품으로 퓰리처 상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 한 작품도 쓰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는 무엇을 준다고 해도 그 일을 다시 시작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득 오래전 나의 사부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그렇게 힘들 게 쓰고도 또 쓰고 싶은 생각이 나면 작가가 자기 천성에 맞는 거라고. 그렇다면 마거릿 미첼 같은 작가는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인생 한 방이라더니 작가도 한 방인 건가.


내가 이런 책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작가의 사생활이 궁금한 관음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 뭔가 쓰고 싶은 욕구가 꿈틀대기도 한다. 작가는 무엇으로 쓰는가를 논할 때 보통 엉덩이의 힘으로 쓴다고 하는데 이제 그 말은 너무 단순하고 식상해서 웃음도 않나 온다. 예술가들이 어떻게 자신의 루틴 속에서 예술을 창조해 나갔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책은 매 장이 끝날 때마다 그 사람이 누구고 뭐했던 사람인지를 짤막하게 써 놓고 있다. 거기엔 그들의 출생 연도와 생몰연도까지도 밝혀놓고 있다. 보고 있노라면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그렇게 살다 간 예술가들은 언제까지나 어제와 같은 일상을 살 것 같은데 어느 하루부터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날을 맞이하게 됐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소 허망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들은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았기 때문에 아쉬움 같은 건 없을 것 같다. 가끔 사람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다고 일상의 고단함 또는 무료함을 토로하기도 하는데 인간의 삶은 원래 그런 것이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지 않으면 둘 중 하나다. 어디가 아프거나 죽은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아파보면 일상이 주는 고마움을 알게 된다. 부디 삶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삶의 비결은 별 것 없다. 꿈이 있다면 그 목표를 이루는데 합당한 루틴을 만들고 하루하루 그것에 맞혀 사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예술가들은 예술적 재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을 위해 매일 루틴을 지키고 살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찌 보면 그게 재능보다 더 힘든 거라는 건 잠 작으로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여성 예술가들의 루틴을 다뤘다. 이 책이 여성 예술가를 집중적으로 다룬 건, 이 책 이전에 저자는 <리추얼>이란 책을 썼는데 그건 남성 예술가를 주로 다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책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가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열심히 글 쓰기에 몰두하고 있는 우리가 알만한 작가들의 사진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난 그게 참 섹시해 보인다. 저 표정 한컷을 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을 자기 루틴을 지키며 살았을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누구는 그랬다. 작가에겐 원죄가 있는데,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죄로 책상 앞에 평생 뭔가를 써야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그들은 평생 거미줄을 잣는 아라크네의 후예들이라고. 일부러 글 감옥에도 들어가는데 그 정도라면 칭찬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거 아닌가. 거듭 말하지만, 작가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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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예술하는 습관-메이슨 커리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m | 2020.08.21 리뷰제목
도저히 글 쓸 기분이 나지 않아도 헤리엇 마티노는 자리에 앉은 첫 25분 동안 무조건 쓰라고 한다. 억지로라도 글을 쓰면 쓸 수 있다고. 그 말에 의지해 지금 이 글을 쓴다.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을 읽고 알게 된 글쓰기 노하우다. 25분의 기적을 믿으며. 스타트. 요즘의 나는 유튜브에 빠져 있다. 오묘한 알고리즘은 결국 나를 책 읽기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 영상 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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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글 쓸 기분이 나지 않아도 헤리엇 마티노는 자리에 앉은 첫 25분 동안 무조건 쓰라고 한다. 억지로라도 글을 쓰면 쓸 수 있다고. 그 말에 의지해 지금 이 글을 쓴다.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을 읽고 알게 된 글쓰기 노하우다. 25분의 기적을 믿으며. 스타트. 요즘의 나는 유튜브에 빠져 있다. 오묘한 알고리즘은 결국 나를 책 읽기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 영상 보고 싶은데 책을 읽는 결말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집 안을 깨끗하게 정돈하는 영상에서 『예술하는 습관』을 발견. 저 책을 읽으면 나도 예술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겠다는 아니고 제목이 근사해서 장바구니에 추가해 두었다. 장바구니에 넣어둔다고 해서 무조건 책을 사는 건 아니고. 스마트폰 중독이라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을 서점 장바구니에 넣고 도서관에 가서 빌려 온다. 도서관에 가서 청구기호를 보고 책을 찾았을 때의 희열이란.


『예술하는 습관』에 나오는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메이슨 커리는 그전에 『리추얼』이라는 책에서 예술가들의 시간 관리법을 담았다. 똑같은 24시간인데 누구는 빨래 개는 시간도 없는데 누군가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의문에 휩싸이자 조사를 하기 시작. 블로그에 예술가들의 작업 습관을 올렸다. 창작의 열의에 사로잡힌 이들이 열광하고 블로그에 올린 글은 책으로 나왔다.


『리추얼』을 내고 보니 그 안에 담긴 예술가들의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예술에 여성, 남성의 경계가 어디 있겠냐마는 메이슨 커리는 다시 조사 작업에 착수한다. 여성 예술가들이 대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그들의 작업 환경이 궁금했다. 『예술하는 습관』을 읽다 보면 가사와 육아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것보다 그 시간을 껴안고 창작 활동을 위해 시간을 효율적이고 깔끔하게 관리했던 예술가들의 많음에 놀란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오로지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며 일정 시간 작업을 한다. 때론 포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예술을 위한다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다. 의식주를 간결하게 유지하며 영감을 기다리는 게 아닌 무조건 글을 쓰면서 영감을 찾는다. 좋은 날에도 나쁜 날에도 글을 쓰는 버지니아 울프. 글쓰기 감옥에서 글을 쓰는 콜레트. 가족의 보모로 고용되면서 새벽에 글을 써야 했던 제이콥스.


나도 안다. 『예술하는 습관』을 읽는다고 해서 습관을 만들어 예술을 할 수 없음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았나. 어른들이. 맨날 드러누워 있기만 하는데. 계획만 짜다 지쳐서 다시 드러누워 있는데. 책 한 권 읽는다고 해서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고 밥을 해 먹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예술을 위해 무절제와 욕망을 어떻게 다스리고 앞으로 나아갔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이번 생은 글렀어. 습관과 훈련이란 말은 내게는 너무 먼 나라 이야기야. 할 수도 있지만 『예술하는 습관』에는 시대를 초월해 나만의 방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아이를 돌보고 일을 하는 인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응원이 된다. 무엇을 선택해서 방법을 바꾸든 자유다. 전부 따라 할 순 없어도 내가 가진 일상의 리듬에 맞는 방법 한 가지를 얻어 실천하면 대성공. 『예술하는 습관』을 읽으며 꼭 읽어야지 하는 책들을 장바구니에 추가한 것으로 대만족.


그리고 좋은 날도 나쁜 날도 25분 동안은 무조건 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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