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이 많이 읽히고, 어떤 영화가 많은 관객이 들고, 어떤 스포츠가 인기가 많을까? 다른 말로 하자면, 어떤 말이, 어떤 영상이, 어떤 승부가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까?
사람들의 취향은 분명한 것 같지 않다. 기대를 건 작품이 흥행에 참패하는 경우도, 전혀 기대치 않은 작품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말이다. 어떤 작업이든 콘텐츠가 중요하다는데 과연 어떤 콘텐츠가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성공으로 이끌까
조나 레너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비밀을 관통하는 단어는 바로 ‘미스터리’다.
조나 레너를 소개한 글을 보면 그것부터가 흥미롭다.
‘과학을 기반으로 인간과 예술을 탐구하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학부에서는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과학과 인문학이 서로 거리가 멀다고 여기지만, 여기만 보면 모두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두 분야가 그의 글에서 행복하게 만난다.
다시 내용으로 들어가면,
조나 레너는 글이나 영상이나, 혹은 스포츠나 탁월한 콘텐츠에는 미스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쓰고 있다. 최고의 추리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무명일 때 만들었던 자작극에서 시작하여 ‘해리포터’ 시리즈의 성공,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소네트가 대단한 이유, 야구가 인기 있는 스포츠인 이유, 드래프트 제도가 NFL을 성공시킨 사례까지. 이 분야 저 분야를 넘나들며 미스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탁월한 콘텐츠의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미스터리를 만드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예측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상상력을 증폭시키거나, 규칙을 파괴하거나, 모호하게 만들거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작업이 쉽지 않다. 그것은 거의 의식적으로 행해져야 하는데(그러니까 단순히 실력이 부족해서, 부주의해서 모호하게 만든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즉, 탁월한 콘텐츠에는 기존의 작품들이 어떤 이유로 실패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중들의 마음을 훔칠 기법에 대한 연구,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실현할 의지 등등이 모두 필요하다.
조나 레너가 소개하는 이들 가운데는 여기의 기법을 의도적으로 행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경우도 없지 않지만, 사실은 감각적으로 깨우쳤다고 해야 옳은 것이다. 이를테면, 야구 승부의 불확실성과 많은 경기 수 사이의 균형은 처음부터 정해졌고,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그런 균형이 맞춰진 것이다. 그러나 또한 많은 경우에 어떤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을 카테고리화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것을 하는 것이 조나 레너이고, 그래서 이제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소개하는 모든 성공적 콘텐츠가 인상 깊었지만, 더욱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 부분은 걸작의 경우는 스포일러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조나 레너는, 사람들이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의 연극 같은 것들의 결말을 다 알고도 사람들이 계속 찾는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상상의 세계에 대한 즐거움이 불확식한 결말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작품인 경우 결말을 알면 작품 속에 감추어지고, 얽혀진 중요한 미스터리에 더 많은 관심을 둘 수 있다. 영화 <대부>에서 이탈리어로 이야기하는 장면을 자막 없이 처리함으로써 코폴라 감독은 대중들이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 분위기에 더 많이 집중할 거라 의도했는데, 이와 같은 이치다. 그래서 훌륭한 소설이나 영화는 몇 번을 읽어도, 몇 번을 봐도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단 그것이 내용 속에 많은 미스터리를 내포한 작품이어야 한다.
빠져들어 읽었다. 뭔가 비밀을 알아낸다는 느낌이었다. 다 읽고는, 이 원리를 모두 내 것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는 것과 직접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훨씬 나은 상황이란 건 분명하다. 또 이처럼 빠져드는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시간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