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들렀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고흐의 그림을 마주했을 때 그의 ‘작품’에 대한 감탄보다 이제껏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직접 마주했다는 설렘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때의 나는 한 작품, 한 작품 공들여 보기보다 ‘와, 고흐다!’ 하는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던 관람객이기도 했다. 덕분에 고흐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 후, 당시 마주했던 그림 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이 있었음을 알고 얼마나 아쉬움의 비명을 질렀던지!
지금의 내게 다시 한번 고흐의 그림을 마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마도 나는 그의 그림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그의 굴곡진 삶을 떠올리며, 강렬하게 쏟아지던 남프랑스의 햇살과 서글프게 다가오던 오베른에서의 그의 마지막 시간을 되새기게 될테니 말이다.
고흐의 생애와 그림들을 찾아보기 시작한 것은 2019년 남프랑스 여행 이후였다. 피카소, 세잔, 샤갈의 흔적과 작품들을 마주했던 열흘 남짓의 시간동안 단연 나의 마음을 크게 흔든 인물은 고흐였다. 아를 곳곳에 남은 그의 흔적, 생레미의 정신병원 마지막 여행지였던 ‘빛의 채석장’에서 만난 그의 작품들까지. 더 이상 고흐는 이전에 내가 알던 그저 유명한 화가 ‘고흐’가 아니었다.
반 고흐 VAN GOGH 명작 400선
우리가 사랑한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러빙 빈센트
이후 나는 그의 작품을 찾아보고, 그의 일생이 담긴 이야기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책이 더해졌다.
반 고흐
이 책은 고흐의 고국 네덜란드 만화가 바바라 스톡이 그리고 쓴 그래픽노블이다. 마침 고흐의 일생 중 프로방스 이후의 시간들을 그리고 있어 내게는 여행의 시간마저 곱씹게 했다. 거기에 간결한 선들과 산뜻한 색감으로 만나는 고흐의 그림들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1888>
<해바라기, 1888>
< 까마귀가 있는 밀밭, 1890>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때로는 강렬하고 애틋하며 한편으로는 쓸쓸하게 다가오는 고흐의 여정에 다시 한번 마음이 일렁인다.
이 책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브라질, 프랑스 등 현재 20여개국에서 번역, 출판되었다고 한데 그 중 우리나라가 첫 번째라고 하니, 아무래도 나와 같이 고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덧붙이는 말
저자 소개를 읽다가 그녀가 그린 또 다른 그래픽노블 <반고흐와 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왠지 내 책꽂이에 반고흐 서적이 한 권 더 늘어날 것만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
대학생 때 반 고흐 생애에 관심이 생겨 이런 저런 책을 찾아보았다. 미술사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낭만적인 화가들이 그랬듯 반 고흐도 생애에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그 자신의 삶도 매우 고통스러웠으나, 사후에는 독보적인 화풍을 남겨 사랑받고 있다. 이 책은 특히나 열정적이었으면서도 고통스러웠던 생애 말기 에피소드들을 만화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고흐의 예술관과 생각을 엿보았다.
영원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 화가로서 과거와 미래를 잇는 하나의 고리가 되고 싶다던 고흐 말이 인상 깊었다. 후기 인상주의자에 속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찰나의 인상을 넘어서서 생각하고 그린 화가로 남아 혹자는 고흐를 표현주의를 불러온 화가로도 본다. 이 만화에서는 고흐가 노란색 물감을 자주 들고 다닌다. 풍경이 아름다운 프랑스 남부에서 강렬한 색채에 대해 실험하고 연구했던 그다.
나는 유럽 여행 때 오르세미술관에서 "오베르 교회" 원작이 내뿜는 아우라 덕분에 거의 15분 동안 그림 속에 빠져 있었다. 이 책에서도 그 그림을 그리던 때를 다루고 있다. 발작을 일으켜 정신병 판정을 받고 동네에서 쫓겨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고흐가 다시 발작을 일으킬까봐 걱정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슬퍼하는 표정을 저자는 대사 없이 처리했는데 보는 나도 너무 슬펐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 밀밭에서 자살하는 최후 장면은 묘사하지 않았다. 단지 테오와 나란히 묻힌 무덤 두 개 그림으로 책을 마무리했다. 막 주목 받기 시작하고 작품이 '한 점' 팔렸을 때였다. 이 재능 많고 열정적이었던 화가가 피카소 같은 사람처럼 오래 오래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이 작가의 그림체가 마음에 든다. 검은 선으로 윤곽을 그리고 표현주의 그림 마냥 평면적으로 색을 칠했다. 인물들 표정이 살아 있다. 중간 중간 고흐 원작을 이야기 속에 넣어 재구성하기도 했는데 재미있는 시도였다. 양장본이라 소장해도 좋을 듯한데 나는 학교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해서 빌려 읽은지라.
저는 미메시스 출판사에서 주최한 러빙 빈센트 시사회를 룰루랄라 혼자 보러 갔다가 완전히 반해서, 이 책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출간된 책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출간된지는 몇 년 된 책이더라구요.
이 책은 꼭 나중에 러빙 빈센트 영화와 함께 같이 보세요.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이 끝나는 지점에서 러빙빈센트와 묘하게 딱 시점이 이어지거든요. 물론 영화의 줄거리와 배경, 분위기가 모두 다 다르긴 하지만, 현대에 재해석한 반 고흐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참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바바라 스톡의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처음엔 아기자기한 색감과 그림체에 반하고, 나중에는 이 작가가 재해석해서 구현한 반고흐 풍의 일러스트에 반하게 되는 것 같아요. 풀컬러라서 아주 화려하지만 슬프기도 하고 서정적이기도 합니다. 그림체가 이렇게 귀여운데도 성인들이 읽어야 겠다-싶을 정도로 성인들을 위한 반고흐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읽으면서 마음이 아파지는 대목들이 많았습니다.
외국의 그래픽 노블은 참 국내에서 약간은 마이너한 시장이 아닌가 싶은데 이런책도 출간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미메시스!
반고흐의 시작이 될수있는 책이다. 반고흐를 시작할때 가장 쉽게 접근 할수있는 책이다. 우선 바바라 스톡의 그림체부터 매력적이다. 너무도 따뜻하게 그의 삶을 그려놓아서 그의 고통스러운 인생이 느껴지질 않을정도로 매력적이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어린아이 어른 누구나 할거없이 쉽게 고흐를 시작할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의 그림이나 고흐의 편지에 나온 이야기들이 군데 군데 적절하게 들어가 있다보니 그림을 찾아보면서 보다 고흐의 그림에 쉽게 다가갈수 있게 열어주었다. 구성도 훌륭해서 보는내내 지루할 틈없이 읽어 나갈수 있다. 바바라 스톡이란 훌륭한 작가를 만나게 된것 또한 큰 획득이라 생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