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미리보기 공유하기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리뷰 총점 9.7 (44건)
분야
사회 정치 > 여성/남성
파일정보
EPUB(DRM) 30.47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용안내
TTS 가능?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9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백래시] 반격이 거셀수록 잘하고 있는 것이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j****y | 2018.06.30 리뷰제목
무려 804쪽이다. 다 읽는 데 한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금방 읽었다('금방'이 일주일이다). 혹시 나처럼 책의 두께를 보고 겁부터 먹은 독자가 있다면 한국어판 해제, 서문, 미주, 역자 후기 등을 제외하면 660쪽'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미주만 117쪽!!!). 최근에 출간된 책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건 1991년이다. 저자 수전 팔루디는 이
리뷰제목



무려 804쪽이다. 다 읽는 데 한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금방 읽었다('금방'이 일주일이다). 혹시 나처럼 책의 두께를 보고 겁부터 먹은 독자가 있다면 한국어판 해제, 서문, 미주, 역자 후기 등을 제외하면 660쪽'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미주만 117쪽!!!). 


최근에 출간된 책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건 1991년이다. 저자 수전 팔루디는 이 책의 출간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196,70년대를 거치며 인권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페미니즘도 활기를 띠었고 소정의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980년대가 되고 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 정서가 퍼지면서 정치, 경제, 사회, 언론 할 것 없이 각 분야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이 거세졌다. 여성의 권리 신장을 저지하려는 반동의 메커니즘을 저자는 '백래시(backlash, 반격)'이라고 명명한다. 


백래시의 양상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이쯤 했으면 만족하라'는 것이다. 이제 여성은 어느 대학이든 입학할 수 있고, 어느 기업이든 입사할 수 있고, 어느 은행에서든 신용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이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고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 그러니 여성이 지금보다 여성의 권리가 향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여성이 남성이 받는 임금의 60퍼센트밖에 받지 못하고, 입사시 각종 불이익을 당하며, 여전히 많은 비혼 여성이 (신용할 만한) 남성 배우자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 심사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현실을 무시하는 소리다. 


둘째는 '그래서 남는 게 뭐냐'는 것이다. 보수 성향 잡지인 <내셔널 리뷰>에 이런 글이 실렸다. "여성해방은 우리에게서 여성 대부분의 행복을 좌우하는 한 가지, 즉 남성을 사실상 빼앗아 갔다." 매스컴과 미디어는 페미니즘에 '경도'된 여성들이 비혼을 선언한 이후 우울증, 가난, 자살, 섭식장애 등에 시달리는 모습을 끊임없이 비췄다. 결혼 대신 직업적 성공(&경제적 독립)을 선택한 여성이 남편도 자식도 없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괴로워하는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물론 이러한 백래시는 대체로 노골적이지 않다. 정부와 기업, 매스컴과 미디어는 페미니즘을 대놓고 비판하는 대신 매끄럽고 교묘하게 여성들의 등골을 빼먹는 전략을 취한다. 대표적인 예가 자기 계발과 경제적 독립이다. 담배 회사가 '선도적인 페미니스트'에게 '자유의 횃불'을 피우라고 하거나, 팬티스타킹 회사가 '해방적인' 팬티스타킹이 나왔다며 홍보하는 식이다. 그 결과 여성들에게 남는 것은 '카드 빚과 터져나갈 것 같은 옷장, 그리고 절대 끝나지 않는 허기'다.


저자는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들에게 학교를 개방하고, 취업 기회를 주고, 기업과 정부, 국회 요직을 내줄지언정 '절대 내주지 않는 단 한 가지'를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바로 '가부장제'다. 


"여성들이 아무리 많은 스톡옵션과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의회 의석과 이사회 자리를 차지한다 해도 현 상태가 유지되는 한 여성들은 정치적 교착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다. 저들이 우리를 이 세상에 받아 주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30쪽) 


저자는 남성들이 강하게 반격하면 할수록 페미니스트들이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남성들은 미국 여성들이 기회만 주어지면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참하게도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건 바로 여성들이었다." (663쪽) "당신을 죽이지 못하는 것은 당신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라는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1
eBook 구매 모두를 위한 약진 - 수전 팔루디 『백래시』 평점9점 | g******i | 2018.09.13 리뷰제목
이 책에서 펼쳐지는 7~80년대 미국 여성과 남성의 노동계 대립을 보며 ‘러다이트 운동(노동자에 의한 기계 파괴 운동, 1811~1816)’이 생각났다. 지금은 인공지능과 4차 산업 혁명으로 인간 대 기계의 싸움 2차전을 맞이하고 있는데 우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점점 더 남녀노소 세대를 가리지 않는 각축전이 되어가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러다이트 운동 때는 ‘착취’의
리뷰제목

이 책에서 펼쳐지는 7~80년대 미국 여성과 남성의 노동계 대립을 보며 ‘러다이트 운동(노동자에 의한 기계 파괴 운동, 1811~1816)’이 생각났다. 지금은 인공지능과 4차 산업 혁명으로 인간 대 기계의 싸움 2차전을 맞이하고 있는데 우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점점 더 남녀노소 세대를 가리지 않는 각축전이 되어가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러다이트 운동 때는 ‘착취’의 문제였다. 공장 식 기계 도입으로 노동자들은 편해지기보다 더 착취당했다. 그때의 기계 파괴 운동은 자본가들에 대한 항의이자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때 여성들은 어디 있었고 얼마나 되었나. 권리를 말할 수라도 있었나. 여성이 노동계에 본격 진출하게 되자 여성 대 남성의 권리 투쟁이 되었다. 남성들이 점유하는 일일 때 더욱 그랬다.


사회학자 바버리 레스킨의 직업 통합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의 직종에 가장 많이 진출한 10여 개의 직종(조판, 보험 청구 사정, 제약업 등)에서 여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일의 보수와 지위가 크게 하락해서 남성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가령 컴퓨터화가 진행되면서 남성 식자공들은 타이피스트로 좌천되었고, 드럭스토어 소매 체인점이 등장하면서 독립적인 약사들이 저소득 점원으로 전락했다. 은행 경영에서 여성의 진보에 대한 다른 연구들은 남성 일색이던 지점 경영자직이 여성들에게 넘어가게 된 건 대체로 그 일의 임금과 권력, 지위가 크게 하락해서 남성들이 그 일을 더 이상 원하지 않기 때문임을 밝히기도 했다.”
 
백인 남성이 노동력에서 50퍼센트 미만이 된 것도, 더 이상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대학 등록자 중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것도, 여성의 50퍼센트 이상이 일자리를 가지게 된 것도, 기혼 여성의 50퍼센트 이상이 일자리를 가지게 된 것도, 일자리를 가진 여성 중 자녀가 없는 여성보다 있는 여성이 더 많은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공식적으로 가장을 남편으로 정의하지 않게 된 해가 1980년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여성이 드물었던 도로 관리인 일을 한 다이앤 조이스는 주위 남성들의 조롱과 위협, 배척에 시달려야 했고, 위험한 안료를 다루던 아메리칸사이안아미드에서 일했던 여성들은 그들을 내몰려는 공작인 걸 알면서도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불임 수술을 자발적으로 했다. 부양해야 할 가족들과 삶을 위해 스스로 여성성을 포기해야 했다! 정부나 사회는 당신들이 선택한 거 아니냐고 차갑게 응수했다.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나. 여권 신장을 말하며 포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은 판매업, 청소 서비스, 음식 준비, 비서, 행정 업무, 접수 업무, 간호사, 교사, 사회복지사등에 많이 분포해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의 호전적인 낙태 반대 운동, 역차별 소송, 강간과 성폭력, 직장 내 성차별, 남녀 급여 차별 등도 2018년 한국에서도 여전하다. “사회 진보와 변화 등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뜻하는『백래시』를 수전 팔루디가 1991년에 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계 뿐만이 아니다.


혁명적인 태도에 가장 적대적인 건 상업적인 태도라는 수백 년 전 토크빌의 주장대로 소비 시장이 페미니즘으로 구사한 유인 상술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1929년 광고계의 한 저명한 남성은 5번가에서 여성 참정권을 예찬하는 의미에서 여성들에게 마음껏 담배를 피우라고 촉구하는 자유 행진Freedom March’을 조직했다. 아메리칸타바코사American Tabacco Company의 홍보 담당자였던 그는 선도적인 페미니스트에게 자유의 횃불을 뻑뻑 피워 대는 여성 대오의 선두에 서 달라고 설득했다. 좀 더 최근인 페미니즘 두 번째 물결 이후, 광고업체들은 샴푸에서부터 나일론 스타킹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건을 팔기 위해 여성의 혁명정신을 갖다 붙였다. 하네스*에서는 전미여성연맹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 NOW의 한 임원에게 해방적인팬티스타킹을 홍보해 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이런 전략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될 즈음엔 일반적인 관습이 되어 버렸다. 얼마 가지 않아 나 역시 청바지나 하이힐, 심지어는 가슴 확대 수술 브랜드에 내 페미니스트 인장을 박아 달라는 상인들의 숱한 권유를 처리(하고 거절)하게 되었다.
이런 노골적인 광고는 오늘날 세련된 판매 전략으로 훨씬 더 발전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페미니즘의 기본 정신들이 상업적 방식으로 재구성되어 마치 세 개의 황금 사과처럼 우리 발밑을 굴러다닌다. 경제적 독립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구매력이라는 황금 사과가 되었다. 그리고 이 구매력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카드 빚과, 터져 나갈 것 같은 옷장, 그리고 절대 끝나지 않는 허기를 안겨 줄 뿐이다. 허기가 절대 채워지지 않는 건 물질적인 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결정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자기 계발이라는 황금 사과로 변신했다. 이 자기 계발은 주로 외모와 자부심, 그리고 젊음을 되찾으려는 헛수고에 바쳐진다. 그리고 공적 주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언론의 관심이라는 황금 사과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이 세상을 얼마나 많이 바꾸는지 보다 이 세상의 틀에 얼마나 멋지게 맞춰 사는지에 좌우되는 인기를 좇고 있다.”

싱글 여성들에게는 노처녀”, 직장 여성들에게는 불임 여성”, “나쁜 엄마딱지를 붙이는 풍조와 여성들에게 도망치라고 조언하는 트렌드와 다시 돌아오라고 떠다미는 트렌드가 짝을이루며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게 만든다.
     
여성의 자리는 없고 폭력물만 난무하는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이 80년대 할리우드 영화 산업과 똑같은 건 정말 신기할 정도다



“1980년대 말 이런 류의 많은 영화에서 남성과 여성은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더 이상 끝까지 노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똑같은 영화에서 함께 어울리지도 않는다. 반격 성향의 1950년대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여성들은 결국 스크린에서 밀려남으로써 침묵당한다. 1980년대 말에 만개한 터프가이 영화에서 남성 주인공은 남자밖에 없는 전쟁 지역과 황량한 서부로 향한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전쟁 영화와 액션 영화의 폭력 수위가 올라가면서(프레데터, 다이하드, 다이하드 2, 로보캅, 로보캅 2, 리썰 웨폰, 폭풍의 질주, 토탈리콜) 여성들은 말 없고 부차적인 캐릭터로 축소되거나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1980년대 말 갑자기 나타난 성인 남성과 남자아이의 몸이 뒤바뀌는 영화(18 어게인(1988), 하몬드가의 비밀Like Father, Like Son(1987), 그리고 가장 기억할 만한 영화로는 Big(1988))에서 남성들은 여성에게서 해방된 소년기에서 피난처를 찾는다. 그리고 또 다른 집합의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들은 그보다 훨씬 멀리 나아가 아버지의 부활이라는 전적으로 남성적인 환상에 빠져든다. 꿈의 구장Field Of Dreams(1989), 인디애나 존스 : 최후의 성전, 아버지의 황혼Dad(1989), 스타트렉 : 최후의 결전같은 영화에서는 어머니가 죽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고 (때로는 죽었다가 부활하기도 하는) 아버지와 아들만 남아서 영적인 유대를 복원한다.
미국 배우협회Screen Actors Guild1990년 할리우드의 여성 배역을 계산해 보고서 지난 2년간 여성의 수가 급락한 사실을 알게 된 건 별로 놀랍지도 않다. 배우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이제 남성 배역이 여성 배역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아졌다.
남성들이 꿈을 꾸듯 남성성이 과장되게 흘러넘치는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동안 아직 죽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은 훨씬 폭력적인 시련에 혹사당했다. 1988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여성 중 한 명을 제외한 전부가 피해자 역을 맡았다.”

의학계도 여성을 강간을 즐기는 사람, 정신 질환자, 아이 낳는 기계쯤으로 대접하는 건 예사였다.



“1980년대 스타일 후기 빅토리아시대에 처음으로 등장한 마조히즘의 정신의학적 진단에 따르면, 마조히스트는 고통에서 성적인 쾌락을 얻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 말은 여성의 정신을 입맛에 맞게 규정하는 표현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 많은 여성들이 학대를 당하는 건 여성들이 학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이다....(중략)....정신분석 전문의인 캐런 호니Karen Horney1920년대에 처음으로 지적했듯, 소위 자연스러운여성 마조히즘은 많은 여성들이 순종적인 태도를 채택하게 유도하는 성차별주의적인 사회의 상벌 시스템이 낳은 부자연스러운 산물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정신 질환 진단 통계 편람은 표준적인 참고서라서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환자를 진단할 때 이 책에 의지했고, 연구자들은 정신 질환을 공부할 때 이 책을 사용했으며, 민간 및 공공 보험사들은 치료 보상비를 산정할 때 이 책이 반드시 있어야 했고, 법원에서 정신이상 참작 탄원과 자녀 양육권 판결을 할 때 이 책을 참고해야 했다.
그해에는 테레사 베르나르데스Teresa Bernardez가 미국정신의학회 여성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위원장의 역할은 여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제안 일체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진단의 기초를 마련한 패널들은 굳이 베르나르데스나 다른 여성위원회 위원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미국정신의학회가 이 진단을 표결에 부치기 직전쯤 베르나르데스는 우연히 이 소식을 멀리 사는 친구에게서 듣게 되었다. 자초지종을 캐 들어간 그녀는 학회 패널들이 여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단을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추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이 세 가지 모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 가지 중에서 두 번째는 월경 전 불쾌 장애라는 진단이었다. 월경 전 증후군이 단순한 내분비 계통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 질환이라는 주장이 그렇게 오랫동안 망신을 당했는데도 다시 고개를 쳐든 것이다. 세 번째 진단은 성도착적 강간 장애였다. 학회 패널들은 이 진단명을 강간이나 성희롱에 대한 환상을 꾸준히 표출하고 이런 충동을 반복적으로 실천하거나 이런 충동 때문에 눈에 띄게 힘들어하는모든 남성(혹은 이론적으로는 여성)에게 적용할 생각이었다. 이것이 승인될 경우, 워낙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돈 많은 변호사만 고용하면 강간범이나 아동 추행범도 손쉽게 정신이상 참작 탄원을 할 수가 있었다. 이 점이 워낙 자명해서 미국 법무부 장관실은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힌 적도 있었다.”
 
낙태 합법화 판결에 대한 한결같은 대중적 지지는 미국사라는 큰 맥락에서 살펴봐야 이해가 가능하다. 이 역사적인 판결은 그저 원상태로 돌아간 것뿐이었다. 19세기 말 마지막 50년 전까지만 해도 (식민지 시대부터 어떤 형식으로든 시술이 이루어지던) 낙태권은 한 번도 제한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전까지만 해도 태동’(착상 후 7개월) 전에 하는 임신중절에는 도덕적 오명이 씌워지지도 않았다. 산아제한 역사가 크리스틴 루커Kristin Luker 말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비방의 대상이 된 1973년 대법원 낙태 판결 Roe 웨이드Wade’ 법적인 낙태 규정을 3개월 단위로 구분하지만, 이는 미국인 대부분의 생각보다는 낙태에 대한 전통적인 처우와 훨씬 더 맞닿아 있었다.
1800년 낙태는 모든 주에서 합법이었고, 낙태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중립적이었다. 낙태가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건 여성운동이 등장한 19세기 중반 이후부터였다. 여성들이 (아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성관계를 자유롭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자발적인 모성같은 간단한 가족계획 방법을 요구하고 나서자 의사, 입법가, 언론인, 성직자 들은 모든 형태의 산아제한에 반대하는 훨씬 극단적인 방법으로 반격에 나섰다.” 
    
태아 보호 정책들은 건강을 의식하는 기업들의 진보적인 노력으로 포장되었지만, 20세기 초에 확산된 후진적인 노동 보호 정책들과 공통점이 더 많았다. 당시의 노동 보호 정책들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의 형태와 노동시간, 수당을 제한했고, 이로써 여성들을 최소한 6만 개의 일자리에서 배제했다. 이 정책을 지지했던 사람들 역시 여성들이 앞으로 가지게 될 아이들에 대해 자애로운 관심이 있는 척했지만, 이들 중 많은 수는 남성 일색의 영역을 보호하려는 남성 노조 지도자들과 입법가들이었다. 담배 제조 국제 노동조합 Cigarmakers International Union 1879년 연례 보고서에서 우린 여성을 일터에서 끌어낼 수는 없지만, 공장법을 통해 여성의 일일 노동 할당량을 제한할 수는 있다 노골적으로 밝혔다.”

태아 보호 정책을 우선한 병원 당국과 법원이 카더 앤절라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제왕절개한 일화가 나온다. 태아와 앤절라는 다 사망했다. 이 이야기는 NBC의 드라마 에피소드 소재가 되기도 했는데 산모는 죽고 태아는 살아서 판사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결말이어서 유족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섬뜩하다.
 
책 읽는 내내 이 현실의 참상에 침울했는데 수전 팔루디는 우리에게 반격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걸 잊지 않았다.


 

여성들에게 논쟁의 힘으로 남성들을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행실이나 외모로 남성들을 기쁘게 해 주라는 조언이 지배적이던 반격의 시대에도 남성들이 정서적 주도권을 모두 쥐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대체로 망각했다. 여성들에게 남성이 필요한 만큼, 남성들 역시 여성이 필요하다. 남성과 여성 간의 유대는 끊어질 수 있고, 여성을 억압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서로에게 이로운 성장과 변화를 촉발할 수도 있다.
반격이 지배하던 1980년대에 여성들이 대단히 적극적이고 당당한 전략을 구사했던 얼마 안 되는 사례에서 이들은 결국 공적인 분위기를 바꿔 놓았고 자신들의 언어로 의제를 설정했으며 많은 개별 남성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1989년 다시 활기를 찾은 낙태 선택권 옹호 운동이 낙태를 둘러싼 정치를 180도로 바꿔 놓은 사건이 여기에 부합하는 교과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198949일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를 옹호하는 여성 50만 명이 국회의사당에서 행진을 하며 워싱턴 D. C. 최대의 시위를 벌였고 낙태 클리닉 문에서 낙태 반대 시위대와 맞붙었다. 1960년대 반전 행진에 참여했던 여성 대학생보다 낙태 선택권 옹호 시위에 참여한 여성 대학생이 더 많았다. 이 엄청나게 많은 시위대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여성의 출산권을 완전히 묵사발로 만들어 놓을 것 같았던 낙태 반대 운동을 수적으로 압도해 버렸다."

최근에도 이러한 반격의 힘을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20183월 스페인에서는 여성의 날에 여성 노동자 530만 명이 총파업으로 뭉쳤다. 실리 없던 이목 끌기가 아닌 원하지 않는 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아파트 발코니마다 국기처럼 앞치마가 내걸려 있던 게 장관이었다. 언론에서는 이걸 크게 부각하지 않았지만 더 나은, 모두를 위한 세상을 위해 이런 반격,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4
종이책 구매 수전 팔루디 : 백래시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t****j | 2019.01.10 리뷰제목
*마음의 대비를 하고 읽었지만 챕터를 너머갈 때마다 표정이 일그러진다.80년대를 흘러가는 이야기가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은 한참 뒤떨어져 있구나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통쾌한 반격을 내심 기대도 했는데, 고통이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1980년대에 여성들이 비참했다면 (많은 여성들이 비참했던 건 분명했고, 반격이 심화될수록 더 많은 여성들이 힘들어졌
리뷰제목

*

마음의 대비를 하고 읽었지만 챕터를 너머갈 때마다 표정이 일그러진다.

80년대를 흘러가는 이야기가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은 한참 뒤떨어져 있구나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쾌한 반격을 내심 기대도 했는데, 고통이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

1980년대에 여성들이 비참했다면 (많은 여성들이 비참했던 건 분명했고, 반격이 심화될수록 더 많은 여성들이 힘들어졌다) 그건 널리 알려진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결국 페미니즘, 그리고 이와 함께 찾아온 자유는 여성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과는 거의 관계가 없었다. 그보다 평등에 대한 여성들의 갈망, 1980년대를 지나면서 소멸되지 않겠다는 욕구는 반격이 쌓아 올린 자기 의심과 상호 비방의 벽을 때려 부수는 데 원동력을 제공하면서 꾸준히 반격의 의제와 충돌을 빚었다. 


반격이 여성에게 쥐어 준 행복의 처방전은 효과가 없을 것이고 없을 수밖에 없다. 이는 여성의 삶을 가정과 직장이라는 두 개의 반쪽짜리 삶으로 갈라놓은 뒤 가정만이 충족되고 완전한 존재 양식이라고 홍보했다. 여성들이 이 처방에 저항하면 심리적, 물리적 처벌을 통해 여성들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반대로 이 처방에 따르려고 노력한 여성들은 현대의 삶과는 전혀 맞지 않는 잘못된 치유법 (반은 환상이고 반은 처벌인) 임을 알게 되었다. 사실 반격의 처방은 한 번도 유효했던 적이 없다. 그것은 항상 부실한 대체재였을 뿐이었다. 반격의 처방은 수 세기 동안 여성들이 누차 제시했던, 그리고 항상 사회가 바로잡고자 했던 열망과 기본적인 인간의 필요를 한 번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

진짜 반성하자 지구의 남자들아..

우리 같이 분발해야 돼... 


정신 차리자..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구매 백래시 : 수전 팔루디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c*******l | 2018.04.18 리뷰제목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다대체 페미니즘을 왜 두려워하는거야 이 멍청이! *마거릿 미드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남성다움은 절대적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이는 매일 유지하고 다시 획득해야 하는데, 그것을 규정하는 데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는 양성이 진행하는 모든 경기에서 여성을 이기는 것이다." 남성성의 꽃잎을 가장 처절하게 짓뭉갠 것은 페미니
리뷰제목

*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다

대체 페미니즘을 왜 두려워하는거야 이 멍청이!

 

*

마거릿 미드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남성다움은 절대적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이는 매일 유지하고 다시 획득해야 하는데, 그것을 규정하는 데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는 양성이 진행하는 모든 경기에서 여성을 이기는 것이다." 남성성의 꽃잎을 가장 처절하게 짓뭉갠 것은 페미니즘의 가는 빗방울인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는 단 몇 방울도 폭우로 인식된다. 대단히 미미한 여성의 권리 신장에 대해 기이할 정도로 과장된 남성들의 대응에 당혹스러워하는 많은 사회학자 중 한 명인 윌리엄 구드는 "남성들은 존중, 혜택, 기회를 아무리 조금만 잃어도 큰 위협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

쯧쯧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구매 백래시 / 수전 팔루디 평점9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a*****r | 2019.10.01 리뷰제목
알게 된 건 작년쯤이였는데 이제서야 구매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가격이 조금 쎈편이여서 이 부분때문에 금방 살 수 없었음 또르륵무튼 내가 페미를 알게 된 건 3년전이였다.커뮤로 알게 되었는데 커뮤로만 배우고싶지않아서 이것저것 책도 사서 배우기시작했다.결과는 좀 어렵다.. 나는 사실 아직도 페미가 너무 어렵지만 알아버린 이상 예전처럼 돌아가기는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뷰제목

알게 된 건 작년쯤이였는데 이제서야 구매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

가격이 조금 쎈편이여서 이 부분때문에 금방 살 수 없었음 또르륵

무튼 내가 페미를 알게 된 건 3년전이였다.

커뮤로 알게 되었는데 커뮤로만 배우고싶지않아서 이것저것 책도 사서 배우기시작했다.

결과는 좀 어렵다.. 나는 사실 아직도 페미가 너무 어렵지만 알아버린 이상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읽고 공부할생각이다.

백래시는 이런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고, 여자라면 누구든지 한번쯤은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한줄평 (35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7점 9.7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