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 글을 옮기려다 통째로 날라가버렸을 때의 심정을 아십니까...?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더듬더듬 다시 후기를 작성해보겠습니다... 진짜 자증나...
2021년 2학기 학교에서 배웠던 과목들은 묘하게 연관성이 있었다. 특히 니체의 몸의 철학을 배우는 수업과 문화인류학의 관점으로 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두 수업이 그랬다. 두 수업을 함께 수강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니체의 몸의 철학과 몸의 인류학은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남겼다.
항상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 어떡하지? 내가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주변 사람이 심리적으로 힘들어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이런 불안감에 이 책은 원래 여자들은 미쳐있고 괴상하고 오만하고 똑똑하다고 대답해준다. 일상을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나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내 주변을 다독일 수 있는 힘을 얻었고, 언제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생겨 든든하다.
나는 때로는 갑티슈를 집어던지며 욕을 할 정도로 미쳐있고
비 오는 날 세차를 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괴상한 여자이며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는 좋은 것으로 주문하고 신분 상승을 꿈꾸는 오만한 여자이다.
그리고 영자신문 구독과 항상 공부라는 것을 하며 자기 위안을 삼고 있다.
그러나 항상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2수에 삼만원하는 샤인머스캣 포도는 살까말까 망설이며 책에는 오만원을 쓰는 것은 나의 지적 욕구일까 가식일까하는 생각
쉬운 삶은 없다. 특히나 대한 민국 여성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어렸을 때는 몰랐던 당연한 학대와 사회적 차별에 침묵하며 살다가 40대가 되어보니
내 딸은 마냥 행복하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책 제목처럼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이 이제는 이렇게 살아도 존중받고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런 책이 나오길 간절히 바랐었다. 미괴오똑은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은 책이었다.
이제 누군가 나에게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이 뭐냐고 물어오면 이 책이라고 말할 것 같다.
내가 돈이 많았더라면 책을 몽땅 사서 우울감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여성들에게 다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을 울렸다(눈물 흘릴 때 울림 말고 종이 울릴때 그 울림 ㅋ.ㅋ)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여성 우울증의 정확한 정의를 내려준다.
여태 우리가 알고있던 여성 우울증 개념들이 잘못됨을 알려준다.
난 책을 후루룩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시간을 두고 오래 읽게 됐다.
읽다가 중간중간 마음이 너무 아프고 무거워서,
하미나 작가님이 새롭게 정의해준 우울증의 정의를 잊지 않고 머리에 새겨놓기 위해서,
읽으면서 내 과거를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어서,
덕분에 상처받았던 어린 나를 이제서야 완전히 이해해 줄 수 있음에 벅차서,
읽으며 드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과 생각에 에너지가 제법 쓰여서 휴식을 가지며 읽어야했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다들 그랬지만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나 장소가 없었거나 있어도 몰랐기 때문에 나만 그런 것처럼 느끼며 살 수 밖에 없었던거구나
우울증, 여성 우울증의 잘못된 정의 혹은 틀리지 않았지만 100퍼센트 옳은것도 아닌 개념 그리고 깊이와 이해가 없는 진단과 치료들의 원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의사 중 대부분의 성별이 여성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남의사 그들의 개개인의 잘못이라 보기엔 좁은 거 같고 넓게 봤을 때, 옛날부터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므로 여전히 굳어있는 전체적인 사회 구조 탓이랄까
지금에야 미세하게라도 깨지고 있으니 다행이긴 한데 아무튼 똑같이 경험해보지 않고선 모른다.
비슷한 상황에 있어보지 않고선 공감 할 수 없다 절대로.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이해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도 오만이 아닐까
그러니까 피해자 욕 하지말고 탓 하지말았으면
안쓰러운 마음에 나였으면 도망쳤거나 뭐라도 했을 거라고 절대 말하지 않았으면
그 상황에서 같이 고통받고 있었던 거 아니면 말 얹지 말았으면
자살을 하든지 자살 시도를 했다든지 얘기 들려와도 나와 관계없는 타인이면 입 떼지 말았으면
본인 인생 아니고 남 인생이니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으면
이미 본인 인생이 죽는거보다 힘들어서 죽은 사람인데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거 들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저렇게 내뱉은 말 업으로 돌아와서 벌 받을거라고 확신한다
나한테 너무 좋고 영광스러운 책이라책이나 문장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냥 이 책을 써주신 작가님과 인터뷰하신 여성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이 모두 무탈하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우울한 여성들이 읽어도 좋고
우울했던 사람들, 우울이 이해되지 않아서 알고 싶은 사람들, 우울하다 느끼지 않지만 우울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좋을 책
여성. 우울증.
우울증이란 단어에 왜 '여성'이 붙었는가. 분명 남성 우울증도 많을 텐데. 책을 읽기 전에 드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하미나 지음 / 동아시아 / 2021)은 1991년생이니 작가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고 연구하고 고민한 내용을 담은 '여성 우울증' 책이다. 요즘 스트레스가 극으로 치달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혹시 나도?'란 생각에 상담을 받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신체형 장애는 우울증과 자주 동반하여 나타난다. 신체형 장애는 정신적 갈등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현되어 나타나는 장애로, 기질적 병리가 없거나 신체의학적으로 적절히 설명되지 않는 장애로 정의된다. 내적인 불만이나 갈등이 적절히 해소되지 않을 때,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권 증후군으로 알려진 화병이 대표적인 신체적 장애이다.
이 책의 1장 <엄살> 부분에 나온 '신체형 장애'에 대한 설명이다. 신체형 장애는 보통 우울증과 자주 동반하여 나타나는데 특히 여성, 가난한 사람, 시골에 거주하는 사람 등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신체형 장애는 과거 '히스테리아'로 불리던 질환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는 '자궁'을 뜻하는 그리스어 '히스테라(hystera)'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이 질환은 자궁의 이동을 의미하는데, 여성이 광기를 보이는 이유를 자궁이 몸속을 돌아다니기 때문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울증에 대해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담여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책에는 우울증에 관한 역사와 진단, 치료방법, 그리고 실제 사례들이 담겨 있다. 여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앓았던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에 대한 실질적인 목소리를 담음으로써 더 생생한 감정이 전달되고 공감대도 더 크게 일어났다.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마음의 상처로 인해, 가족들의 폭언과 폭행으로 인해, 그 외에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을 수밖에 없던 여성들. 책을 읽는 내내 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읽기를 잠시 멈추기도 했고, 숨을 고르기도 했다. 특히, 우울증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자살인데 실제로 저자가 인터뷰를 했던 여성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고 참으로 안타까웠다.
고통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 쓰는 글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독자가 울기 전에 작가가 먼저 울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글쓰기는 남에게 읽히기 위한 글을 쓴다기보다는 울며불며 시도하는 자기 치유에 가깝다.
이 책에 등장한 여성 우울증 당사자들은 자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어렸을 적부터 주어진 환경과 가족 구성원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수동적 입장. 그럴수록 미친듯이 공부에 매달리거나 연애에 모든 걸 거는 경우도 있었다. 그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더 깊은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있었으니, 삶 자체가 괴로움이었으리라.
하지만 이것은 비단 일부 여성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내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눈여겨 본 것은, 어릴 때부터 우울증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 너무 무기력해서 맨날 누워만 있었다는 이야기. 이걸 보면서 요즘 스트레스 수치가 점점 높아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절대 혼자 두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너무 당연하지만 자주 잊고 있는 이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그게 어린 내 자녀일 수 있고, 늘 좋다고 말씀하시는 우리 부모님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믿을 만한 병원을 찾아서 치료를 받은 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나아졌다'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귀에 남는다. 쓸모를 강요하는 시대, 쓸모에 대한 강박을 심어주는 가족들, 가난한 현실. 누구라도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세상이다. 이 책을 읽은 후, 한참 생각에 잠겼다. 우선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고,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