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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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의 시간 여행

리뷰 총점 9.4 (5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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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과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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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심원의 시간에 대한 접근... [언더랜드] 평점8점 | e***i | 2020.08.15 리뷰제목
1. 어떻게 읽게 되었는가?YES24 리뷰어클럽 서평 도서로 눈에 띄는 책이 올라왔다. 일단 『언더랜드』란 제목부터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켜 마음이 쏠렸고, 이를 뒷받침하듯 표지의 사진은 밝으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으로 가득하였다. 신청하기 전에 책 소개를 찾아보니 컬러 이미지의 카드 뉴스가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높였다. 그리고 '우리가 밟고 있는 땅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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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떻게 읽게 되었는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 도서로 눈에 띄는 책이 올라왔다. 일단 『언더랜드』란 제목부터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켜 마음이 쏠렸고, 이를 뒷받침하듯 표지의 사진은 밝으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으로 가득하였다. 신청하기 전에 책 소개를 찾아보니 컬러 이미지의 카드 뉴스가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높였다. 그리고 '우리가 밟고 있는 땅 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런 물음 하나가 이 책을 읽게 했다. 난 이런 류의 책에 관심을 가진다.


2. 어떤 내용의 책인가?

인간과 언더랜드의 관계, 즉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두렵기에 버리고 싶고, 사랑하기에 지키고 싶은 것들을 언더랜드로 가져갔다”는데 초점을 맞춰 인간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지하세계'를 여러 방면에서 접근한 책이다. 주목받는 자연 작가라는 로버트 맥팔레인은 "물질, 신화, 문학, 기억, 그리고 대지에 존재하는 지구의 방대한 지하세계를 탐험하면서 각각의 주제에 따라 지면 아래에서 형성된 울림, 패턴, 연결의 네트워크로 확장해나간다." 


3. 구체적으로?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자연 동굴 탐험과 인간의 매장 문화의 흔적을 통해, 우주의 암흑물질을 연구하기 위해 지하 900m 땅속 깊이 내려온 이야기를 통해, 숲 바닥 아래의 이른바 '균근성 곰팡이 커뮤니티'를 통해 언더랜드의 의미를 확장해나간다. 2부는 인간의 도시마다 (카타콤 같은) 보이지 않는 도시의 존재, 별이 뜨지 않는 강을 쫓아가는 탐험, 밀양 얼음골을 이해할 수 있는 빙하동굴 이야기가 펼쳐진다. 3부도 저자를 홀린 비슷한 '지구 속 여행' 글이다.


4. 지하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지하 공간에 대해 오랜 혐오의 문화가 있다고 한다. 아마 어둠이 주는 공포가 어우러져 피할 수 없는 죽음, 가혹한 노동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보는 것처럼 빈부의 구조적 문제를 표현하는 '가난의 상징' 일수도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인식을 넘어 언더랜드는 '우리의 기억, 신화, 은유뿐 아니라 동시대적 존재의 물질적 바탕에도 필수적'이라면서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글을 풀어놓는다. 


5. 작가의 의도는 뭔가?

이 책의 근간은 '심원의 시간'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근본적 관점으로서의 심원의 시간, 무관심이 아닌 행동을 재촉하는 심원의 시간을 촉구해야 한다."라면서, "심원의 시간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과거와 미래의 수백만 년을 잇는 선물, 상속, 유산이 뒤엉킨 네트워크의 일부로 보는 동시에 우리가 인류 이후의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갈 존재에게 무엇을 남길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라고 한다. 심원의 시간 속에서 보면, 생명이 없는 것들조차 살아난다….


6. 호기심을 충족할만한 책인가?

이런 질문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아웃라인의 관점에서 보면 기대와는 달라 약간 (많이) 실망했다. 이 책을 받아 읽어보니, 표지만 색채가 화려할 뿐 내용은 모두 흑백이다.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관련 사진도 거의 없다. 그리고 어떤 사실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풀어내는 책도 아니다. 물론 "그것은 곧 현재로부터 멀리 뻗어 있는 아득한 지질학적 시간, 즉 심원의 시간 여행이다."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주 훌륭한 교육적 동인(動因)의 경험담과 연구물을 제공해주고 있다.


7. 특별히 떠올린 감흥이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2017년 겨울에 발생한 진도 5.4 규모의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근의 지열(地熱)발전소가 원인이 된 ‘촉발지진’이었다는 걸 생각했다. 언더랜드에 대한 인간의 섣부른 지식과 욕망으로 접근하여 일으킨 사건 아니겠는가. 그리고 2018년 여름 태국 유소년 축구팀 동굴 조난 사건도 떠올렸다. 모두 무사히 구출해 낸 이 일은 언더랜드의 속성과 구조에 나선 동굴탐험가에 대한 흥미를 끌어냈다. 흥미에 비례해 푸른 하늘이 그리워진다.


8. 다른 흥미로운 점은?

유독한 진흙 덩어리를 뱉어내는 진흙 화산을 ‘바틴(bartin, 내적인 것, 감춰진 것을 뜻하는 이슬람 용어)을 발현’이라고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언더랜드에 침잠해 있던 주술적인 힘, 그리고 그곳에 머물며 인간을 초월하는 유령과 영혼의 발산이라고 말한다(267쪽). "얼음은 기억한다. 그것도 자세히, 그리고 100만 년 이상 기억한다(364쪽)." 이 기억의 색은 파란색이다. 이 기억력은 비상하지만, 순식간에 상실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기후 변화를 떠올린다.


9. 기억될만한 문장은?

우리 모두 알게 모르게 생흔화석을 갖고 있다. 망자와 사라진 이들이 남긴 표식이 그것이다. 편지 봉투에 쓴 손글씨, 수많은 발걸음에 닳고 마모된 나무 계단, 떠나간 누군가의 익숙한 몸짓에 대한 기억도 너무 자주 떠올라 허공과 마음에 모두 새겨진 생흔화석이다. 상실이 남긴 모든 것이 흔적이다. 때로는 텅 빈 공간이 존재 자체보다 가슴에 더 쉽게 간직되기 때문에. (제2장 암흑물질 090쪽)

우리는 종종 산 자보다 죽은 자에게 더 애정을 쏟는다. 우리의 애정이 가장 필요한 것은 산 자임에도. (제2장 동굴과 매장 035쪽)


덧붙임: 독후 에필로그

집필에만 6년이 걸렸다고 하느니만큼, 저자의 다양한 언더랜드 탐험 이야기와 풍부한 저변 연구가 돋보인다. 그리고 가디언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뽑히는 등 관련 상도 더러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좋은 책이라는 건 알겠고,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읽었으면 삶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솔직히 에세이 같은 문장이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나의 이해와 감정 리듬과 다르게 글을 풀어가는 듯했다. 상황을 쉽게 공감의 장으로 이끄는 현장 컬러 사진이 더러 있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원서에도 그런 삽화가 없었을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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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우리의 발밑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20.08.13 리뷰제목
처음 이 책을 마주하고서 든 생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땅 속의 풍경, 즉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지질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엉뚱한 생각을 한 것만은 아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행성에 존재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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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마주하고서 든 생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땅 속의 풍경, 즉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지질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엉뚱한 생각을 한 것만은 아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행성에 존재하는 방대한 지하세계를 탐험하고 있다. 그 세계는 지질학적으로 생겨난 심원의 공간도 있고, 인간이 먼 옛날부터 사용해온 공간도 있고, 필요에 의해 새롭게 만들었거나 혹은 만들어지고 있는 공간도 있다. 그런 공간들을 찾아간 저자는 그곳에서 절대 잊고 싶지 않은 것을 보기도 했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높이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깊이는 경멸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우리에게 전승되어온 많은 신화와 전설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 속에 존재하는 언더랜드는 죽음과 어두움의 공간이기에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고, 간혹 빛과 희망의 공간이기도 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따라서 사람들은 언더랜드를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는 인류세로 범지구적인 변화로 인해 영원히 묻혀있는 편이 나았을 것들이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의 삶은 물론 행성의 생태계 자체를 위협하고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언더랜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그는 언더랜드를 탐험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언더랜드]는 저자가 어둠 속으로 이야기를 찾아 떠난 여행기이기도 하다.

 

그는 언더랜드를 탐험하기 위하여 어느 늙은 물푸레나무의 갈라진 줄기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세 개의 동굴 방이 있다. ‘언더랜드에서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유용한 것을 생산하고, 해로운 것을 처분하는 세 가지 과제가 문화와 시대를 아우르며 반복된다. 은신처, 생산지, 처리,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두렵기에 버리고 싶고, 사랑하기에 지키고 싶은 것들을 언더랜드로 가져갔다.’(16쪽)

 

첫 번째 방에서 저자는 어둠 속에 잠겨있는 언더랜드를 본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몸을 동굴에 묻고 벽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흔적을 남겼다. 사람의 몸과 그가 남긴 것을 땅에 묻는 이유 중 하나는 그곳이 안전한 보관의 수단이기 때문이었다. 현대에 들어서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를 찾기 위해 지하 900미터에 실험실을 만들었다. 그곳은 예전에 유용한 광물을 캐내기 위해 바위를 뚫고 내려간 광산이었다. 그런가하면 지하에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세계가 존재하기도 한다. 숲 바닥 아래에 존재하는 균근성 곰팡이의 커뮤니티 속에서 균사는 많은 식물 종 사이에 비계층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종이 다른 나무와 나무가 서로 공생하는 것은 바로 균사의 네트워크 덕분이다.

 

두 번째 방에서는 감춰진 언더랜드를 탐험한다. 파리 지하에는 12세기 말부터 600년 넘게 석회암을 채석하면서 건설한 수많은 방과 터널이 존재한다. 저자는 한때 유골함 보관장소로 사용되기도 했고, 한때는 버섯 재배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보이지 않는 도시 카타콤을 탐험한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혁명이 실패한 후 바리케이드에서 장발장이 빠져나오던 지하수로가 바로 그곳이었지 싶다. 저자는 이어 이탈리아의 지하로 흐르는 강을 살펴본 후 알프스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사람들이 뚫어 놓은 빙하동굴을 찾아간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중 반파시스트들에게 은신처가 되어준 카르스트지대는 포베이 대학살의 현장이기도 했다. 희생자들은 싱크홀 가장자리로 이송된 다음 석회암 캐즘 속으로 떠밀렸다.

 

세 번째 방은 저자를 홀린 언더랜드이다. 노르웨이 서부해안의 동굴들에는 청동기시대 붉은 산화철 안료를 사용한 댄서의 그림이 있고, 그린랜드에서는 빙하가 내뿜는 시간의 푸른빛을 보기도 한다. 융빙수가 모여 빙하에 구멍을 뚫어 만든 물랭을 탐험하고, 핀란드 올킬루오토 섬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봉인하기 위해 암반 깊숙한 곳에 건설 중인 무덤을 본다. 탐험하는 도중 석유시추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과 기후온난화로 변화하는 언더랜드의 모습들을 포착해내기도 한다.

 

저자는 이처럼 동굴, 고분, 광산, 도시와 숲, 빙하 등지를 탐험하며 이들 언더랜드에 묻힌 이야기를 시작으로 역사를 돌아보고 인류의 미래를 바라본다. 책을 읽으면서 때때로 시집이나 산문을 읽는 것은 아닌지 헷갈리기조차 했다. 그만큼 그가 탐험하며 묘사하는 땅 위아래의 풍경은 신비했고, 또 그것을 표현하는 글마저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곡에는 산의 동쪽사면에 도로에서부터 치솟은 120미터 높이의 흰색 절벽들이 깎아지른 듯이 서있다. 그 중 하나의 중앙에 동굴 입구가 있고 은빛 강물이 우렁찬 소리와 함께 절벽 기슭의 경사진 웅덩이로 곤두박질친다. (…) 이것은 일반적인 지형 및 하천의 규칙을 위반한다. 강은 원래 절벽 중간에 흘러서는 안된다. 그리고 땅에 밀물과 썰물이 있어서도 안되고, 산에 창이 나있어도 안되고, 동굴에 빙하가 자라서도 안된다.’(237쪽)

 

그럼에도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는 언더랜드의 탐험기를 통해서 인간들의 활동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여섯 번째 대멸종을 가속화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생물 다양성의 수준이 추락한 반면, 소수의 가축 종은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미래의 지질시대에 양, 소, 돼지의 화석기록이 발견될 것임이 확실해졌다. (…) 인류세의 유물로 원자력시대의 낙진, 도시의 망가진 기반시설, 집약적으로 사육된 수백만 마리의 유제류 등뼈, 매년 수십억 개씩 생산된 플라스틱 병이 쌓여서 생긴 희미한 지층이 생길 것이다.’(88쪽)

 

이 책 [언더랜드]는 단순하게 땅 밑 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저자는 우주가 탄생한 순간에 형성된 암흑물질에서부터 언젠가 인류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핵 미래까지 그 모두를 언더랜드를 탐험하면서 보고 느낀다. 우리의 행성이 생겨나면서 형성된 언더랜드는 이제 플라스틱 쓰레기, 핵폐기물, 지구온난화 등 인류가 쓰고 버린 것들에 의해 변화하고 있다. 그런 언더랜드를 보면서 저자는 우리가 언더랜드를 얼마나 알고 있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우리의 땅 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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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 로버트 맥달레인 평점9점 | g*******7 | 2020.08.26 리뷰제목
몇 년 전 노르웨이 해안가의 빙하가 녹으면서 거대한 뼈가 드러났다. 이 뼈의 정체는 고래의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아마도 빙하가 녹지 않았다면 이것은 인간에게 결코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땅을 딛고 사는 인간의 시선은 땅 위로 향한다. 하늘과 우주, 그리고 그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서 천상이라는 시공을 초월한 공간까지. 반대로 땅 밑은 분명 존재하는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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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노르웨이 해안가의 빙하가 녹으면서 거대한 뼈가 드러났다. 이 뼈의 정체는 고래의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아마도 빙하가 녹지 않았다면 이것은 인간에게 결코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땅을 딛고 사는 인간의 시선은 땅 위로 향한다. 하늘과 우주, 그리고 그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서 천상이라는 시공을 초월한 공간까지. 반대로 땅 밑은 분명 존재하는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높이에 대한 인간의 동경에 비하여 깊이는 지금까지 경멸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땅 밑(언더랜드)은 그 단어에도 이미 '혐오'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언더랜드가 주로 먼지, 피할 수 없는 죽음, 가혹한 노동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 그리 놀랍지 않다. 인간의 바램이 담겨 있는 신화와 전설에서도 언더랜드는 죽음의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강은 일말의 상식과 정신의 물매를 거스르는 반직관적 행동이다. 굳이 아래로 내려가 언더랜드에 무언가를 두는 행위는 대개 그것을 쉽게 들키지 않고 지키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략) 접근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오랫동안 언더랜드는 쉽게 입 밖에 낼 수 없는 것이나 볼 수 없는 것,  상실, 슬픔, 모호한 속내, 그리고 일레인 스케리가 말한 육체적 고통의 '땅속 깊이 묻어둔 진실'을 상징하는 도구가 되었다.

 - p. 20 中에서 -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자연작가인 로버트 맥팔레인은 '지금 우리가 밝고 있는 땅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라는 물음에 착안하여 6년 간의 땅 속 여정을 통하여 『언더랜드』를 썼다. '하강'과 '언더랜드'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일반인이 경험할 수 없는 '언더랜드'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된다.

 

 단순히 땅 아래의 공간으로 알고 있던 '언더랜드'는 로버트 맥팔레인의 장기간의 탐사와 집념을 통하여 동굴 속 무덤에서부터 핵 폐기물 저장소에 이르는 보다 구체적인 공간으로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렇게 드러난 '언더랜드'의 공간은 기억과 소중한 물건, 메시지, 연약한 생명의 은신처로, 정보와 부(富), 은유, 광물의 생산지로, 폐기물과 트라우마 독, 비밀의 처리 장소로 각각 묘사된다. 그동안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있던 '언더랜드'의 이러한 다양한 의미로 인하여 우리는 갈라진 물푸레나무 밑, 미로 끝에 자리잡은 이 신비한 석실 벽을 따라 펼쳐지는 '심원의 시간 여행'에 기꺼이 동참하게 된다.

 

 일말의 상식과 정신의 물매를 거스르는 반직관적인 행동으로 하강을 정의하고 있지만, 지하 30m, 총길이 300km의 프랑스 파리의 '카타콤(catacomb)'은 오히려 인간의 필요에 의하며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공간이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채석장으로 이용되면서 이 공간은 '언더랜드'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으며, 이후 프랑스 파리의 건축물이 하나씩 건설될 때마다 이 공간은 더욱 확장될 수밖에 없었다. 이 확장된 공간은 도시로 몰린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들의 시신을 보관하는 장소로 그 용도가 바뀌면서 오늘날 '카타콤'으로 명명되고 있다. 로버트 맥팔레인은 관광이 허용된 2km 구간을 탐색하면서 '언더랜드'에 대한 기존의 관점과 생각을 불식시킨다. 지금은 유골의 보관함이지만, 지상의 건물을 건설하기 위하여 인간에 의하여 만들어진 이 공간은 부활을 맞이하기 위한 재생의 공간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과 공개되지 않은 구간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은 '언더랜드'에 대한 기존의 관점에 변화가 필요함 느낄 수 있게 된다.

 

 현재 암흑물질의 구성 요소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입자는 윔프(WIMP), 즉 약하게 상호 작용하는 무거운 입자이다. 우리가 윔프에 대해 아는 건 이 입자가 무겁다는 것, 그리고 잃어버린 질량을 설명할 만큼 많은 양이 우주 탄생 불과 몇 초 만에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 p. 68 中에서 -

 암흑물질은 우주 안에 있는 모든 것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우주의 기원은 물론 현재 진행중인 우주의 확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것을 정확히 관찰할 수 있다면 그동안 우주에 대한 인류의 많은 궁금증이 풀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암흑물질을 우주 공간에서 관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윔프나 중성미자는 전자의 산란을 통하여 빛을 발하기 때문에 그것을 지하에서 관측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전 세계에 지하 연구소가 세우졌다는 점은 몹시 흥미롭다. 일본의 버려진 한 광산 속 지하 800미터 지점이 편마암 방, 미국 사우스다코다 주의 노천 폐금광 깊숙한 곳, 글고 영국 요크셔 해안이 작은 마을의 탄산칼슘 및 암염 광산의 작업장이 바로 그곳이다.

 

 그동안 '언더랜드'를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정의하였지만, 거꾸로 우주에서는 관측할 수 없는 암흑물질을 그 공간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카타콤'과 마찬가지로 '언더랜드'가 현재에도 사람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그 인식을 바꿀 수 있음을 내비친다. 이곳 지하 연구소에서 암흑물질을 발견하려는 연구원의 대답은 단순히 그의 연구 사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언더랜드'를 어떤 의미에서 바라봐야 하는지로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식의 발전을 위해서지요. 그리고 생명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요. 탐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기다릴 뿐이에요."

 - p. 78 中에서 -

 

 서서히 변하는 '언더랜드'에 대한 관점은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는 표현으로 그 공간 속의 존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으로 확장된다. 암흑, 죽음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그곳에 그러한 끈끈한 유기적인 관계를 상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나무가 더 크게 하기 위하여 주위의 자작나무를 뽑아버렸더니 오히려 전나무의 생장이 더뎌졌다는 사실은 거꾸로'언더랜드'라는 공간에서의 균류의 협동 과정이 지상에서 나무들이 숲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것임을 드러내면서 이 미지의 공간에 끈끈한 생명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가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을 통하여 무수히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언더랜드'의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은 지상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네트워크로 동작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언더랜드'에 이러한 역동적인 움직임의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스발바르의 국제 종자 저장고에는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수많은 식물 종자를 보관하고 있다. 마치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는 이 공간은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데, 핀란드의 '온칼로' 역시 인류의 생존을 위한 또 하나의 공간이다. 지하 깊숙히 이 공간에서 보관하는 것은 핵 폐기물이라는 점에서 스발바르의 종자 저장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무려 10만년 동안 핵 폐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폐기물 방식이 마치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를 묻는 방식을 연상케 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매장되고 있는 이 지역은 '언더랜드'가 죽음과 암흑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번영을 위한 공간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땅 속의 광물질과 같은 자원과 석재의 공급처였던 이곳은 이제 인간이 자신들을 위하여 쓰고 버려야 할 핵 폐기물마저 수용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섬뜩한 태양빛, 나무들이 구부러진 총천연색 손가락들, 빛나고 위험한 지하 세계를 내려다보는 감각에 놀랐고, 이내 이 그림을 내 책의 표지로 사용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중략) 실제로 'nether'라는 단어는 '아래', '아래로 향하는' 이라는 뜻이다.

 - p. 498 中에서 -

 이 책 『언더랜드』의 표지는 로버트 맥팔레인이 자신의 친구가 그린 『네더(Nether)』라는 제목의 야광 그림에서 가져왔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처음 '언더랜드'를 '물푸레나무 아래'로 연결지었던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심원의 시간 여행'이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언더랜드'는 물리적인 공간으로서도 또한 보통의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도 상당히 낯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6년에 걸쳐 세계 곳곳의 땅 속 공간에 대한 저자의 탐사는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다양한 실제의 장소에 대한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언더랜드'의 이미지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책의 표지와는 달리 책 속에는 '언더랜드'와 관련된 사진들이 모두 흑백이어서 이 낯선 곳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사람들에게 금기시되던 '언더랜드'에 관하여 이 책은 지질학과 같은 과학은 물론이고 모험처럼 느껴질 수 있는 탐사 과정, 신화와 문학, 전설 등과 같은 인문학적인 요소로 '언더랜드'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분 1초로 다뤄지던 땅 위의 세상과는 달리 수 천년에서 수 만년이라는 오랜 간격의 시간 단위로 설명이 가능한 '언더랜드'는 그만큼 우리에게는 심원의 공간이었다. 『언더랜드』과학적인 증명과 함께 죽음과 생명의 순환과 자원, 에너지에서 폐기물이라는 전환 과정으로 이 공간을 재정의한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우리는 그간 별다른 관심이 없던 '언더랜드'와 유무형의 관계를 맺은 채 살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언더랜드'에 대한 탐사를 마치고 지상으로 향하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저자의 생각 역시 우리로 하여금 그간 암흑의 공간인 '언더랜드'를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전환의 필요성을 이끌어낸다. 이 책을 통하여 지질학과 관련된 과학의 영역으로만 바라보던 '언더랜드'를  그 공간이 주는 겸허함과 나눔에 더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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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생생하고 방대한 심원의 시간 여행 평점10점 | l****1 | 2020.08.13 리뷰제목
지하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대부분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닐 것 같다. 음습하고 칙칙하고. 솔직히 말해 많은 이들이 지하 공간에 대해 혐오감을 가진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이 죽으면 지하에 매장되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한다. 지하란 곧 죽음과 연결되기에 그리스 신화 속에서도 하데스가 다스리는 저승은 지하 공간으로 설정되었으리라. 그 혐오감 때문에 우리는 언더랜드,
리뷰제목

 지하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대부분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닐 것 같다. 음습하고 칙칙하고. 솔직히 말해 많은 이들이 지하 공간에 대해 혐오감을 가진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이 죽으면 지하에 매장되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한다. 지하란 곧 죽음과 연결되기에 그리스 신화 속에서도 하데스가 다스리는 저승은 지하 공간으로 설정되었으리라. 그 혐오감 때문에 우리는 언더랜드, 즉 지하 공간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지질학자나 광산 업자들을 제외하곤. 이런 지하 공간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한 권의 책에 담아 낸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영국 케임브릿지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로버트 맥팔레인이다. 그리고 그동안 지하 공간에 대해 자신이 연구했던 것을 종합한 책이 바로 '언더랜드'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영국 가디언지 때문이었다. 그 신문이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을 선정한 적이 있는데, 그 중 한 권이 이 책, '언더랜드'였던 것이다. 지하 공간에 대해 여러 가지 관점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라 하여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었지만 지하 공간에 대해 다룬 책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더욱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총 3부에 걸쳐 모두 13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크게 '어둠 속 언더랜드를 보다'와 '감춰진 언더랜드를 찾아서' 그리고 '언더랜드에 홀리다'의 순서를 따라 역사와 신화, 과학과 고고학 등 여러 방면에서 지하 공간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지하 공간에 매료된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 지하 공간을 오늘날엔 어떻게 연구하고 있으며 그런 지하 공간이 우리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에 관해 생생하면서도 방대한 정보들을 보여주고 있다. 구성은 대부분 지하 공간에 매로된 이들을 중심으로 해서 초점을 넓혀 나가 인류세의 공간으로써 지하 공간의 의미와 가치를 말해주는 식으로 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은 인류세란 관점을 강조하는데, 여기서 인류세란 지구 환경의 변화에 있어서 무엇보다 인류의 영향력이 커진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물론 그건 긍정적인 영향이 아니다. 인류는 석탄을 약탈하기 위해 산의 정상부를 날려버리고 수십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파도와 춤을 추며 방대한 해적 퇴적물이 되게 하며 온갖 핵무기 실험으로 인공 방사성 핵종이 전 세계에 퍼지도록 하고 있다. 인류세란 이런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며 어떻게 하면 지구 환경 전체의 보호를 위해 인류가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가급적 줄일 것인가에 대해 '언더랜드'는 독자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지구 전체 환경에 나름의 참여자인 우리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며 그 환경이 좀 더 오래도록 지속 가능토록 만들기 위해 한 번 읽어볼만한 필요가 있는 책이다.


 굳이 이런 당위성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인류의 관심 영역 밖에 있었던 지하 공간에 대해서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던 많은 새로운 지식들을 얻을 수 있는 책이므로 경험의 폭을 보다 더 넓히고 싶다면 이 책, '언더랜드'를 꼭 한 번 벗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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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 언더랜드(UNDERLAND) by 로버트 맥팔레인 평점7점 | w******b | 2020.08.17 리뷰제목
우리는 줄곧 세상에 많은 것들을 보고 즐긴다. 오늘처럼 화창한 날씨만 하더라도 저절로 밖에 나가 햇쌀을 듬뿍 받고 싶은 생각이 절실하며, 꽃, 바람, 해, 산, 풍경, 도시, 사람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두 눈에 혹은 사진에 담아보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아름다워 보이는 세상이 눈에 닿지 않은 근원인 땅과 암흑세계로 부터 비롯된다는 점이 아이러지 않은가. 세상만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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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줄곧 세상에 많은 것들을 보고 즐긴다. 오늘처럼 화창한 날씨만 하더라도 저절로 밖에 나가 햇쌀을 듬뿍 받고 싶은 생각이 절실하며, 꽃, 바람, 해, 산, 풍경, 도시, 사람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두 눈에 혹은 사진에 담아보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아름다워 보이는 세상이 눈에 닿지 않은 근원인 땅과 암흑세계로 부터 비롯된다는 점이 아이러지 않은가. 세상만물의 기원이 바로 땅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지하'라는 세계로 깊숙이 들어간다면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작가는 이러한 근원적인 고민을 많이 해왔고 6년이라는 시간동안 동굴, 지하 카타콤, 채석장, 바닷속 석유관, 핵 폐기물 보관소 등 다양한 장소를 직접 찾아다니며 탐험을 시작한다. 이 부분에 대해 상당히 신비롭고 놀라운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책은 '장소'에 대한 관찰과 내용을 다루기보단 그 장소에서 작가가 경험하고 고민했던 심오한 정신세계를 그려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그 내용이 너무나 어렵게 풀이되어 있어 좀처럼 공감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마치 어둑어둑한 지하세계에서 고독하게 고민하고 혹독하게 감정을 다스리는 듯해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게 정작 어떤점인지 캐치하기 어렵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신청할 때만 하더라도 지하세계에관한 색다른 느낌과 생생한 현장감을 기대했으나 그 기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고. 겉잡을 수 없는 거대한 철학가 한명을 지하세계에서 독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글의 구조는 소설, 수필, 여행기, 철학 등이 모두 짬뽕되어 있어 마치 작가의 의식의 흐름대로 뒤 따라 다니느라 온 힘을 빼앗겼다. 그 말은 즉 이 책은 너무나 어려운 책에 속하며 많은 고민을 거듭해서 읽어나가야 하는 부류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 부분이 작가가 독자들을 언더랜드로 초대하는 의도적 장치라면 정말 딱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볼만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작가가 채굴장에 들어가 채굴기계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었다. 엄청난 비용으로 땅속 깊은 곳에서 설치되어, 평생토록 땅만 파다가 부서지고는 다시 땅속 깊은 곳에 뭍어지는 과정.마치 갓 눈부시는 햇쌀에 눈을 비비기도 전에 동굴로 보내져 평생동안 동굴안에서 일하다 생을 마감하는 과거의 조랑말처럼 언더랜드에서의 삶은 참 기계들까지 기고해지는 느낌을 들게했다. 만물의 근원과 심원의 시간에 파묻힌 언더랜드의 중심내용은 인간의 능력으로 가늠할 수 없는 아득한 지질학적 시간을 말한다. 심원의 시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류의 미미한 존재임을 작가는 전달하고 싶어했던 것일까. 오래간만에 어려운 책을 읽어서 머리가 아주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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