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우를 하고 있는 한겨레출판 계정에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 평범한 공무원이 쓴 에세이가 또 한 권 나왔나 보다 했다. 외곽주의자 검사라니. 외곽주의자? 지방 검찰청에서 근무하나? 이야깃거리는 참 많겠다 싶었지만 크게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는데 나의 시선을 잡아끈 건 저자의 이름. 정명원 검사? 네 주제에 아는 검사가 있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언니를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무슨 말이냐면 어렸을 때 잠깐 강원도 정선 산골마을에 산 적이 있는데 우리가 살던 집에서 언덕만 하나 오르면 도착하는 동네에 이 언니가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언니의 이름을 2006년도쯤엔가 싸이월드에서 발견한 적이 있는데 자연을 묘사하는 글들이 하나같이 시처럼 아름다운 행간들에 흠뻑 반해버렸다. 어릴 때 살았던 그 마을은 산골 오지 중에서도 오지이며 고도 또한 높아서 둘레를 싸고 있는 다른 산봉우리들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그런 만큼 가구수도 얼마 안됐다. 지나온 40여년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을 꼽으라면 나는 언제나 그 때라고 하겠지만 어느 때보다 불행한 일이 많았던 적이기도 해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책 소개를 한다는 게 내 얘기만 주구장창 해버렸네. ㅋㅋ 암튼, 뭐 그렇다. 이 책에 실린 45개의 이야기들 중 공유하고픈 세 가지 주제만 일단 소개해 보련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대해 늘 고민하는 검사로서의 개인과, 아직도 만연해 있는 성차별과 마주해야 하는 여성으로서의 개인, 그리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개인을 얘기하고 있다. 각각의 예가 되는 명문들은 다음과 같다. p.23 나는 그 날, 그 자리에서 기준을 명확히 정리한 예비 법조인들의 단호함과 성실함이 어떻게 단시간 내에 잔디밭을 정리해 나가는지를 보았다. '털이 있는 것으로 판단받은 풀들'은 가차없이 모두 제거되었다. 중략. 애초에 이 풀도 요 풀도 아니었던 제3의 풀, 그 무고한 희생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다만, 초여름의 햇살 아래서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왠지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단호함과 성실함을 탑재한 법조인들이 무언가에 대해 확고한 기준을 갖는다는 것이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새 어떤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은 무서운 일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어느새 말끔하게 정리된 잔디밭을 돌아보았던 생각이 난다. 어찌 되었든 잔디밭은 모두 정리되었다. p. 71~73 젊음이란 그 자체로 어떤 비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유독 그것이 여성과 결합하여 모멸과 얕잡음의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젊은 남자 검사가 주로 섣부르기는 하더라도 패기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나 역시 젊은 여성 검사이던 시절이 있었다. 검사로 처음 임관하였을 때 나는 20대였다. 누가 봐도 새파랗게 보이는 나에게 선배 여성 검사가 한 충고는 '어린 여성 검사처럼 보이지 않게 하라. 말도, 옷차림도,행동도...'였다.중략. 시간이 흘러 나는 이제 더 이상 구태여 감추어야 할 만큼의 젊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중략. 몇 년 만에 부쩍 늘어난 흰머리를 보고 왜 염색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늙어 보이려고'라고 대답한다. 절반쯤 진심이고, 농담은 아니다. 사회는 여성인 나에게 젊어 보일 것을 강요하고, 나의 직업은 나의 젊음을 불편해 한다. 그 아이러니, 충돌 속에서 균형을 찾기란 때때로 어려운 것이어서 하릴 없이 흰머리나 늘리고 있는 것이다. p. 263 엄마의 역할을 살뜰한 보살핌으로 한정해 생각해보면 나와 내 동료들은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는 미안한 엄마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 줄 수 있는 것이 다만 보육자로서의 역할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아이의 보육자인 동시에 아이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통째로 지켜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인생이다. |
추천으로 읽게 된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막연한 이미지의 검사란 칼을 들고 똑바로 말하라는 냉혈한의 모습으로 떠오른다. 당연히 모든 검사가 그렇지 않겠지만, 미디어에서 접한 대부분의 검사들은 권력에 붙은, 약자의 편에 서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소비된다. 그래서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에서의 검사는 내가 '(미디어에서)알던' 검사와 많이 달라 새롭고 좋았다. 검사도 '따뜻한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이런 검사가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다'와 '내가 만나게 될 검사가 이 검사였으면 좋겠다'라는 단상을 하게 되었다. |
절대 영화로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 흔한 검사 영화에서 나오는 스펙터클한 일화들을 기대한다면 그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극적이고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극적인 사건들보다 법률 노동자의 삶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낸다. 검사도 직장인이구나! 사람이었네!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런 검사도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하고 외치는듯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법정에서 법복을 입고도 ‘새파랗게 젊은 년’으로 불린 후배는 이제부터 자신을 ‘딥 블루 레이디’로 불러달라고 말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 더더더 많은 딥 블루 레이디들이 법정에서 사무실에서 종횡무진하며 유쾌해할 날들을, 기대해본다. 딥 블루 레이디!! 새파랗게 젊은 우리끼리 잘 살아서 더 이상은 욕이 아니게 되었으면 좋겠다. 책 읽다가 광대가 뻐근할 정도로 웃었다. 세상에, 그 누가 이런 생각을 한 건지. 후배 검사분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할 때면 혼자서 생각하고 넘겨야지. 나는 딥 블루 레이디니까?? 수많은 편견 앞에서 견디고 살아가는 모든 딥 블루 레이들이 행복하기를 감히 바라본다.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한순간 타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다만 범죄의 대상물로 그 공간에 놓여 있었던 여성들이다. 사람이, 여성이 대상화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여성학 책을 들여다보아도 그다지 와닿지 않았던 개념이 마침내 이해되는 순간이다. (...) 범죄가 평준화된다는 것은 범죄 피해 역시 평준화된다는 말이다. 제일 화가 많이 났던 "범죄의 평준화". 공중밀집장소 추행 즉, 지하철 성추행 사건에 대해 다루는 장이다. 예민한 여성들에게 오해를 살까 봐 힘들다는 하소연을 나조차 수없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무고의 남성이 그로 인해 재판에 서게 되는 것은 절대 흔치 않고, 무죄판결도 참 많이 난다고 한다. 유죄 판정이 나도 벌금만 선고될 뿐이니.. 피해자에게 참 가혹한 세상이 아닌가 싶다. 피해자가 대상화된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한 문장이 하나의 문단 역할을 능히 해낼 만큼 문장들이 대체적으로 긴 편이다. 나는 호흡이 긴 문장들을 대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문장의 흐름에 이끌리어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나를 본다. 아마 한 문장 안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겠지. 콤마(,)로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정량보다는 부정량의 무언가를 선호하는 편이다.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하거나 평가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책 후기에 평점을 남기지 않는 이유도 그러하다. 내가 감히 누군가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에 대해 점수를 매길 수 있는가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가지고 있어서. 이 책은 무엇보다 정량으로 평가되는 범죄 너머 부정량의 것을 담고 있다. 검사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견고한 편견들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듯했다. 나에게 검찰의 이미지는 개혁이 필요한 집단이라던가 그들만의 견고한 카르텔이 존재한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사실상 집단 내 모든 사람들이 같을 수는 없지. 검사도 결국 직업 중 하나이고, 그 안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모습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
한겨레출판 출판사에서 출간한 정명원 작가님의 글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를 구매하였습니다. 다 읽고 작성한 리뷰이므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하시고 피해가시길 바랍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가족의 부탁을 받아 이 도서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언뜻 제목만 보았을 때는 민원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나오는 책일까 생각 했는데 읽어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검사의 시선으로 보는 풍경들 그리고 여러가지 에피소드들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도서인 것 같습니다. |
친애하는 나의 검사님(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정명원 지음)
친애하는 나의 검사님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검사님은 아이들과 집에서 체포 놀이를 즐기신다고 하지만, 제가 그 놀이를 검사님과 같이 하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습니다. 검사님과 말을 섞어봐야 검사님의 인지 범위가 넓어지는 것에 반비례하여 나의 행동반경이 좁아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어서 그렇겠지요. 그렇지만 검사님이 동료들과 나누는 얘기, 검사님의 고객들(?)과 겪는 일, 검사님의 직업이 만드는 가정의 풍경은 듣고 싶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수사내용을 브리핑하는 각진 단어들이 진실을 강요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듣기만 하는데 검사님의 모습이 그려지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제 주변에 아는 검사님이 있었지만, 그들은 자기 직업에 대하여 애살맞은 얘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검사님은 가지고 계신 능력이 그들은 없었겠지요. 그래서 검사님의 글이 반가웠습니다.
아웃사이드, 비주류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저로서는 ‘체질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복잡한 곳, 핫한 곳, 관심이 집중되는 곳, 가장 높고 가장 비싼 곳을 불편하게 느끼고, 그 불편함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겠다는 다소간의 고집’을 가지신 검사님이 좋습니다. 검사님의 주변에는 아마도 그런 분들이 많으시겠지요. 유유상종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도 젊은 시절, ‘원의 중심’으로 들어가려고 애를 쓰다가 ‘스스로 찾은 외곽의 어느 지점에 머무’는 결정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쉬움을 표하는 동료, 선배들이 진심이었길 바랐지만, 그것이 경쟁자의 탈락으로 생각했던들 뭐 그리 중요했겠습니까. 자기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절뚝거리며 걷지 않게 된 것에 만족합니다. 뭐라고 설명을 할 수 없던 아쉬움을 친애하는 검사님이 알게 해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파트를 건설하는 일을 한때 했던 저로서는 민원이 많아졌다는 것을 보며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떼법이 우선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동료들과 상사들의 말에 동조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지출하기 싫어하는 사업주를 설득하여 민원인들이 만족하고 돌아서는 모습을 기억합니다. 아마도 이런 면에선 제가 친애하는 검사님보다는 능력이 조금 더 나은 듯합니다. 하지만 해결해 줄 수 없는 민원을 가진 민원인에 대한 검사님의 당혹감 혹은 무력감을 친애하시는 것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제가 해결한 민원인들과 아직도 전화할 수 있고, 시간이 허락하면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검사님이 부러운 것은 왜일까요.
저는 세상에 대고 말을 하면 세상이 응답을 할 것으로 믿었습니다. 사장에게 결정을 번복하시는 것이 시간비용을 줄이고, 사업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을 하면 “오냐, 그러마”라고 답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안 돼” 응답이 오면 줄기차게 가서 요구했습니다. ‘당신의 시간과 당신의 돈을 내가 아껴주는데, 왜 안 받죠?’ 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사장을 들이받는다고 오해를 했습니다. ‘저들이 나를 모함하는구나’ 생각하면서 그들과 논쟁을 하였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사장이 우스운 말을 하셔서 웃었더니, 그 후 자연스럽게 퇴사를 강요당했습니다. 아내의 반대로 자진해서 퇴사를 할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아내에게 퇴사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수월해졌습니다. 검사님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는 없지만) 하기 싫은 말은 하지 않을 자유와 (웃긴다고 해서 그때마다 웃을 수는 없지만) 웃기지 않은 말에는 웃지 않’을 자유를 꿈꾸신다고 하셨는데 정말 현명하십니다. 작위와 부작위를 설명할 때에는 저의 경험과 검사님의 자유를 대비해서 설명하면 저와 같은 우둔한 사람이 줄어들 것으로 희망합니다.
친애하는 검사님은 국숫집을 하시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에는 아직 국수 마는 실력이 많이 부족하시다고 고백하시지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잘하실 것 같으니, 법률 서비스를 주업으로 하시고, 의뢰인에게 국수를 참이나, 한끼 식사로 대접하시면 국수 마는 솜씨도 늘고, 의뢰인도 다소 늘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만에 하나, 법률 서비스가 부족한 것으로 판정이 나면 그때 연습했던 솜씨로 국숫집을 하시면 될 듯도 합니다. 부디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친애하는 검사님. 검사님을 알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는 말씀을 다시 전하면서 이만 글을 맺을까 합니다. 다음에도 다시 책으로 만나면 좋겠습니다. 이만 총총… |
국민참여재판 도중 피고인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에서 수많은 재판부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상상조차 못한 채 "점심 먹고 재판을 계속합시다."라고 진행할 것이었다. 사라진 피고인의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 즉 뺑소니였다. 그 날은 하필 재판에 참여한 사람이 많았다. 배심원 여덟 명에 단체로 방청하러 온 그 지역 로스쿨생들이 방청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덟 명의 배심원을 선정하기 위해 배심원 후보자로 아침 일찍 법정에 소환되었던 사람들까지 치면 족히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재판에 참여했다. 그러나 첨심을 먹고 난 뒤 돌아왔어야 할 피고인 한 사람이 돌아오지 않아서 재판장은 변호인과 검사를 불러 협의한 다음, 그날의 재판이 중단됨을 선언했다. 가장 황당한 사람은 이 재판을 위해 가장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인 검사인 '나'였다. 사실 이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이 된 이유는 오직 피고인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영상이 남아 있어 특별히 의심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사건이었는데도 피고인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며 굳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다. 법관이 아닌 배심원에게 물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지 않느냐는 설득에도 피고인은 완강했다. 그렇게 고집을 부려 판을 다 별여놓고 재판 도중에 사라져 버리다니... 수사 기록을 보면 피고인은 경찰과의 약속도 검찰 수사관과의 약속도 한 번에 지킨 적이 없었다. 번번이 나오겠다고 하면서 약속한 시간에 나오지 않았고 그때마다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변명을 늘어놓았다고 수사보고서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런 그가 재판이 시작되는 시간에 딱 맞춰 나타났기에 웬일이지 하면서도 마음을 놓았는데 재판을 하는 도중에 사라져버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재판을 해왔지만 재판 도중에 사라지는 피고인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불구속 상태인 피고인이 재판 중간에 주어진 점심시간에 국밥 한 그릇을 먹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에잇, 오후 재판은 들어가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충분히 가능했다. 그런데도 판사, 검사, 변호사 모두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히 그런 것을 방지할 만한 어떠한 강제 방안도 없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야 법조 3륜은 텅 빈 피고인석을 바라보며 멍한 깨달음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교통사고를 내고도 부득부득 우겨 100명은 족히 되는 사람들을 그의 재판을 위해 모아놓은 다음 그 자리를 이탈해버릴 수 있는 자유,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앞 뒤 안 가리고 회피할 수 있는 자의 자유! 자유로운 그는 재판을 받다가 도주하였으니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되었다. |
정명원 검사의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외곽주의자 검사를 표방하는 저자가 본인의 인생과 직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재미를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무거운 책임과 불안에도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처리하는 이야기, 동료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 모두 생생하게 와닿았습니다. 매일 작은 것을 감사하면서, 그리고 자유를 넓혀가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