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이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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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이어 말한다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리뷰 총점 9.2 (30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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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DRM) 36.69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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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부드럽게 세상을 바꾸자 평점10점 | p******0 | 2021.05.26 리뷰제목
부드럽게 세상을 뒤집자. -페트라 켈리   페트라 켈리는 ‘녹색의 잔다르크’로 불린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여성, 환경, 인권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열정적으로 했다. 그녀는 참여와 행동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 그녀의 정곡을 찌르는 말은 얼마든지 부드럽게 세상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삶을 되새겨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문제는 가장 개인적이며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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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세상을 뒤집자.

-페트라 켈리

 

페트라 켈리는 녹색의 잔다르크로 불린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여성, 환경, 인권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열정적으로 했다. 그녀는 참여와 행동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 그녀의 정곡을 찌르는 말은 얼마든지 부드럽게 세상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삶을 되새겨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문제는 가장 개인적이며 정치적으로 각인되었다.

 

이길보라의당신을 이어 말한다를 보면서 코다의 잔다르크를 떠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은 낯설은 경험을 통해 코다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 의 약자로 농인 부모의 자녀를 말한다. 저자는 코다에게 주어진 역경과 고난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러면서 눈물대신 나는 코다다.”라고 당당히 말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비장애인 세상이다. 결과적으로 장애인은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에 대한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장애인들을 받아들이기에 현실의 벽은 너무 거칠고 높다. 원하는 학교에 가는 것도 그렇고,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도 그렇고,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는 게 힘든 것도 그렇다. 장애인에 대한 권리를 마치 혜택으로 주는 관행이 계속되는 한 이러한 모순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코다의 책임 있는 행동을 한다. 책임에 비례해서 삶의 의미는 세상을 더 좋게 만들려고 한다. 저자는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한국과 일본에서 개봉했을 당시의 경험을 통해 실질적인 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한다. 가령, 한국에서 장애인용 복지 카드는 등급에 따라 영화표의 비용을 감면하거나 할인해준다. 반면에 일본은 장애 수당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장애인이 장애를 증명해야 하는 반면에 일본은 장애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부드럽게 바꾸기 위해서는 장애에 대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장애극복이 아닌 장애해방이라는 것.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눈물겹다. 그러니 도와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장애 해방은 장애인을 나와 같은 동등한 권리로 가진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몸속에 깊숙이 뿌리박힌 고정관념을 버리고 가 되는 일이다. 장애인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타인이다. 이런 점진적인 변화 없이 제도적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말하는 것은 공정하면서도 불평등하다.

 

만약에 당신의 몸이 장애를 가지게 된다면 부끄러워야 할까? 이런 질문에 저자는 청각장애인 어머니가 당신의 수화언어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 청각장애인들에게 듣는 언어는 무용지물이다. 이전까지 언어는 듣는 것이 전부라 여겼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의 수화언어를 보면서 언어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수화언어, 즉 시각 언어는 청각장애인들에게 당연한 권리다.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때 장애인은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부끄러워야 한다”.는 어머니의 돌직구는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할 주제로 확대된다. 그래서 저자는 어머니를 이어 재차 삼차 장애해방을 거듭 말하는 것이다.

 

코다 이외에도 저자의 이미지는 로드스쿨러(road schooler: 학교가 아닌 길거리에서 삶을 배우는 사람), 페미니즘, 영화감독, 작가 등등 다양하다. 다양한 이미지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우리 사회의 왜곡되고 은폐된 속살을 거침없이 파고든다. 그녀의 생각은 무모하고 과감한 경험에서 기억되고 발견된 것이고, 굴곡 많았던 자신의 삶에 절망하지 않고 거대한 사회의 모순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녀의 열린 질문을 듣고 있으면 답답했던 가슴이 펑 뚫린 느낌이다.

 

그녀가 세상에 던지는 열린 질문은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닫힌 질문은 말 그대로 폐쇄적이다. 가령, 여성영화감독이라는 차별을 받으면서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 ‘아니오라는 이분법적 답변에서 끝나고 만다. 하지만 열린 질문은 두 번째, 세 번째 영화를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즐겁게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가 감독의 상상력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쯤 되면 여성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이 없는 세상이다.

 

새로운 물결은 주류의 입장에서 보면 자꾸만 발목을 잡아 위험하다. 하지만 비주류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만약 당신이 비주류 즉,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서 그녀의 생각에 등을 돌린다면 우선적으로 그녀의 얼굴을 봐야 한다. 비주류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악순환이기 때문이다. 비주류는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고통을 일시적으로 대면하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계속해서 차별 없는 세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동참하게 된다.

 

그래서 일까? 그녀의 정치적인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에 공감하게 된다. 국민들이 당리당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시대 정치를 보면서 실망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그녀가 정치적인 관점으로 한국 사회를 비평하고 있는 것은 세상을 각자 방식대로 볼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볼 권리에 무관심하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사회적인 소수자가 되며 차별을 당하더라도 침묵하고 말 것이다.

 

그녀는 사회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면서 침묵하지 않고 행동했다. 남들이 볼 때 그녀의 행동은 무모하고 때로는 개고생이라는 쓴 소리를 들을 정도다. 하지만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어떤 일이든지 과정을 생략하면 문제를 정의할 수 없다. 경험은 그녀를 단단하게 보호하고 행동하게 했다. 직설적인 여러 갈래의 목소리를 하나하나를 들을수록 그녀의 정체성이 뚜렷해졌다. 그녀는 아티비스트(Artivist)’로 시각화되었다. 그녀는 예술가이며 활동가였다.

 

우리는 활동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배울 수가 없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이유는 간단한다. 인간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배움은 얼마나 부드러운 활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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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당신을 이어 말한다 평점10점 | r********6 | 2021.06.29 리뷰제목
<당신을 이어 말한다>에서 청인과 농인에 대해 논한 부분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단이다. 내가 지금까지 청각장애인(농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도 농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근데 우리가 외국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 않은가. 그들은 결코 이상하고 특이한 존재가 아니다. 그냥 나와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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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이어 말한다>에서 청인과 농인에 대해 논한 부분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단이다. 내가 지금까지 청각장애인(농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도 농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근데 우리가 외국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 않은가. 그들은 결코 이상하고 특이한 존재가 아니다. 그냥 나와 다른 사람일 뿐이다. 그걸 왜 몰랐을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 환경이 없는 것 같다. 우린 항상 장애인을 '도와야'한다고 배웠다. '불쌍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려움에 처하면 그들은 스스로 극복한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장애물에 걸려 힘들어하면 휠체어를 끌어줘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막상 장애인들은 모르는 사람의 도움에 깜짝 놀란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내가 길에서 힘들어할 때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너무 놀랄 것 같다. 물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건 맞지만, 무조건 장애인을 도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분열되는 사회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서로 혐오하고 차별하면 각박한 세상이 될 뿐이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를 읽다보면, 내 잘못된 생각을 마주하게 된다.

장애에 대한 부분 말고도 임신중지에 대한 글도 나온다. 저자인 이길보라 감독님은 임신중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흔히 임신중지를 낙태라고 부른다. 근데 생각해보면 낙태는 아이의 입장에서 쓰는 단어이다. 사실 임신중지는 여자가 더 위험한 수술이다. 수술비도 비싸고 그동안 낙태죄로 처벌받아서 여성들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2020년 10월,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는 허용한다는 입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SNS에 '#나는_낙태했다' 태그 운동이 파도를 일으켰다. 태그 운동으로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낙태 경험을 얘기했다. 나는 낙태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낙태를 결심하게 된 배경, 원인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길보라 감독님도 사람들의 발화로 세로운 물결을 만들 수 있다면 계속 말하고 쓸 거라고 말했다. 세상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 물결이 잔잔한 것 같지만 작은 물결이 모이고 모여 큰 파도를 이룬다. 몇 년 전만해도 범죄라고 생각했던 임신중지가 14주까지 허용되었고 장애에 대한 인식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물론 아직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잘못을 인지하고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이 세상은 평화롭게 바뀔 것이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배우려는 의지를 생기게 한다.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할 여러 주제를 책에 담아내어 논의해볼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어렵지 않게 풀어내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감독님과 얘기해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는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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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당신을 이어 말한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y*****9 | 2021.05.23 리뷰제목
나는 우리집 통역사였지만 세상의 모든 걸 통역할 수는 없었다. 두려움의 경험을 나누기에 동생은 어렸고, 엄마는 장애인 당사자였다. 이길보라 작가는 코다(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 로서 말한다.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에게 기대되는 역할 수행을 하지 않겠다고. ‘도움과 수혜에 감사하고,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량하고 착한 장애인 혹은 그 가족’이 되라는 사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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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집 통역사였지만 세상의 모든 걸 통역할 수는 없었다. 두려움의 경험을 나누기에 동생은 어렸고, 엄마는 장애인 당사자였다. 이길보라 작가는 코다(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 로서 말한다.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에게 기대되는 역할 수행을 하지 않겠다고. ‘도움과 수혜에 감사하고,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량하고 착한 장애인 혹은 그 가족’이 되라는 사회적 각본을 그는 거부한다. 대신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수어 통역과 같은 ‘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정부의 ‘덕분에 챌린지’를 비롯해 잘못된 의미를 전달하는 수어 캠페인을 보면서는, 당사자인 농인을 고려하지 않을 때 수어는 기호화되어 소비될 뿐이라고 말한다. 수어 캠페인을 통해 “소수자의 언어를 존중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이라는 자긍심만을 챙긴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없던 길을 만드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언가를 선언하는 사람들, 발화되지 않은 것을 발화하는 일, 선언하는 행위로서 말해지지 않은 것을 실재하게 하는 일. 누군가는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이라 폄하하겠지만 우리는 안다. 말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는 분명히 다르다는 걸. 선언하고 호명하면 누군가가 말한다는 걸. 나도 그랬다고. 나 역시 그렇다고. 응답이 하나둘 모이면 물결이 되고 공동의 경험이 된다. ---p94.우리는 이기고 있다 중에서

 

작가는 그런 순간과 시도를 마주할 때마다 희망이 생긴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각자가 가진 고유성을 인정하기에 ‘장애’라는 단어를 굳이 가져다 쓰지 않아도 될 때. 그런 분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사회, ‘다수’가 ‘소수’에게 매번 자신의 소수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믿게 된다. p138) 장애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글쓰기와 말하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을 때, 그로 말미암아 일상생활의 수많은 부딪힘을 재해석하는 힘이 생겼을 때,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혁명’을 맞이하는지 이 책에서는 저자 자신의 삶을 직접 통해 보여줍니다. 258만5,876명 (2018년) 등록된 장애인의 숫자입니다.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그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당신을 이어 말합니다.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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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어 말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1 | 2022.04.03 리뷰제목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나 역시도 여성이자 청년이며, 다양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어떤 한 가지 특징으로 날 규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깨어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느라 계속 뒷전으로 미루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저자가 영화감독이기도 하다보니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나의 기호에 대해서도 되돌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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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나 역시도 여성이자 청년이며, 다양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어떤 한 가지 특징으로 날 규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깨어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느라 계속 뒷전으로 미루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저자가 영화감독이기도 하다보니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나의 기호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되었는데, 여러모로 괴롭기도 했다. 책의 경우에는 여성 작가들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이지만, 즐겨보는 뮤지컬의 경우에는 선호하는 작품이 주로 남성 2, 3인극이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서 보는 것이지만, 내가 해당 극들을 즐겨보는 만큼 '여성서사' 작품들을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 한정된 예산을 내가 보고 싶은 공연에 쏟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항상 마음 한 켠에는 이런 죄책감이 응어리져 있다. 이 점은 내가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다.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내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이 많이 느껴지고, 나는 너무 편협한 시각 속에 갇혀 편히 살려하지는 않았는지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름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책의 페이지가 잘 넘어간 것과는 다르게 내 마음 속은 너무 보갑해졌다. 사실 글을 쓰는 것도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과연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 내 생각을 이렇게 밝혀도 되는 걸까? 내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내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뿐만 아니라, 내가 더이상 대학생이 아니게 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끊임없이 커져만 간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힘을 얻어가는 부분은, 이것은 단지 나 혼자만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앞서 읽었던 『이상한 정상가족』에서 언급했듯이, 사회가 개인을 지탱해줄 필요가 분명히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단지 나약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점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질문과 그에 따른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경험하고 도전하고 모험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여러 차례의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회가 아닐까? 한국 사회는 사회 구성원이 생애주기에 따라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있을까? 결과만을 강조하는 시장 경쟁의 가치에 입각해 ‘성공'만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특정한 가치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p.250)

이 부분을 보며 나도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서서 나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함과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버티며 나아가보려고 한다. 저자가 말했듯, 나도 저자를 이어 말하고,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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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권리와 혜택 평점10점 | k****k | 2021.06.27 리뷰제목
“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복지카드를 내밀며 내가 진짜 장애인인지 아닌지 감별당하고 평가당하는 절차를 거친 후에 ‘혜택’을 받는 것.”   “‘혜택’을 받는 한국 농인은 수어통역이 없어 기본권을 침해당해도, 차별을 당해고, 수어통역의 질이 낮아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권리’가 아니라 ‘혜택’이기 때문이다. ‘혜택’은 당사자로 하여금 ‘착한 장애인’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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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복지카드를 내밀며 내가 진짜 장애인인지 아닌지 감별당하고 평가당하는 절차를 거친 후에 ‘혜택’을 받는 것.”

 

“‘혜택’을 받는 한국 농인은 수어통역이 없어 기본권을 침해당해도, 차별을 당해고, 수어통역의 질이 낮아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권리’가 아니라 ‘혜택’이기 때문이다. ‘혜택’은 당사자로 하여금 ‘착한 장애인’이 되기를 요구한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를 읽다가 농인의 언어 수어통역이 기본권이 아니라 혜택이라 당연한 것을 감사해야 하고 저품질에 불만도 표할 수 없다는 내용을 읽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이상적으로는 단 한 명이라도 무시당하지 않고 제 권리를 다 누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에서 채식 인구가 꽤 많을 텐데도 학교 급식에 메뉴조차 없어서 지난 2020년 5월 공공급식 채식선택권과 관련해 헌법 재판소에 헌법 소원 신청했다는 어떤 의미로 참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후 아무 변화가 없어 올 해 6월 4일, 채식급식시민연대 및 공동주최 시민단체가 학교 내 비건이 채식 급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비건 학생들을 위한 채식선택 급식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시 진정을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밭에서 막 캐서 보내주신 감자를 씻어 삶아 그냥 먹는, 간단한 식사를 하는 중입니다. 엄청 맛있네요. 여름 감자! 대부분의 시간 식욕도 맛있는 거도 별로 없는 지라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습니다.

 

사내 식당에서 먹을 게 없어 이상적이진 않지만 계란찜과 밥을 조금 먹다 말던 몇 년 전 기억이 문득 생각납니다. 공사였음에도 - 공사여서 더 그랬나 - 논의도 시행도 지지부진했던 시절, 심지어 비건인 부장 이상 임원들이 몇 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도 재규정되고 시행되어야할 일들은 어떻게 바꿔나가는 방법이 가장 좋을까요.

헌법 소환과 진정 제기 외에는 참여할 방법이 없을까요.

 

답답......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심지어 비건식은 재료의 종류도 줄어 예산도 덜 들 텐데.

아... 그래서 문제인가요, 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서...

 

막 나가려는 생각 멈추고 감자나 하나 더 먹으렵니다.

다들 힘이 되는 맛있는 식사 잘 챙겨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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