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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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재단

리뷰 총점 9.3 (1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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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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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여름의 재단 - 시마모토 리오 평점10점 | e****o | 2020.07.16 리뷰제목
여름의 재단 (2020년 초판)저자 - 시마모토 리오역자 - 김난주출판사 - 해냄정가 - 15000원페이지 - 262p신체를 끊어버리듯 가혹했던 그 여름의 재단[퍼스트 러브]로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시마모토 리오'의 초기작품이 출간되었다.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이라고? 문학성도 겸비한 작품인가 보다. 라며 아무생각없이 책일 펴고 읽었다. 물론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미스터리 작품일거라 생각
리뷰제목

여름의 재단 (2020년 초판)

저자 - 시마모토 리오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해냄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62p



신체를 끊어버리듯 가혹했던 그 여름의 재단



[퍼스트 러브]로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시마모토 리오'의 초기작품이 출간되었다.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이라고? 문학성도 겸비한 작품인가 보다. 라며 아무생각없이 책일 펴고 읽었다. 물론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미스터리 작품일거라 생각하면서 -_-;;; 그런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한 여성의 절절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처음 생각했던 이야기가 아니었음에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스토리나 소재 보다 일단 본인의 마음에 꽂힌 작가의 전작 위주로 작품을 읽는 취향 탓에 이번 같이 예상치 못한 독서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둘중 하나인데 취향이 아닌 작품을 꾸역꾸역 읽어야 하는 고역의 시간 이던가 아니면 이번 [여름의 재단]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던가 말이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 시마모토 리오가 그려낸 귀기 어린 걸작 심리소설



띠지만 보고 심리 스릴러 일거라 예상한 내가 바보였던가...-_-;;;; 좌우간 귀기는 모르겠다만 유년시절의 아픈 상처를 입은 한 여성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픔에 몸부림치는 심정이 본인에게 까지 전달됐고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 가슴 절절하게 와닿았다.



술집을 운영하던 엄마를 따라 가게를 지키던 어린 치히로는 가게를 자주 찾던 단골 남성에게 성적으로 모멸감을 갖는 일을 당한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남자와의 관계에서 거부감과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소설가가 된 치히로는 우연히 술자리에서 출판사 편집자 시바타와 만나게 되고, 시바타의 격의 없는 행동에 거부감이 일면서도 자신과 비슷한 내면의 어둠을 발견하고 끌리게 된다. 몇 번의 만남 속에서 시바타의 이상 행동은 치히로에게 다시금 상처를 남기고, 홀로 살고 있던 도쿄를 떠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계신 고택에서 할아버지가 평생 모아왔던 고서적들을 재단 한 뒤 디지털화 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남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데....



여름의 재단 중 '재단'이 책의 등을 잘라낸 뒤 낱 페이지를 스캔한다는 재단일 줄은 미처 몰랐다. 어찌됐던, 책을 잘라내는 행위와 그 여름 시바타와의 만남으로 다시 받았던 지독한 사랑의 상처 때문에 치히로의 손 발이 잘려나가는 듯한 재단의 의미가 중첩되는 의미가 되면서 나아가 손발이 잘리듯 아픈 고통도 새로운 만남을 통해 치히로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고통을 마침내 잘라 버리는 재단의 의미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마주하게 된다. 



남자로서 치히로의 아픔과 시비타와의 비정상적인 만남을 비롯해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선술집에서 처음 만난 남자를 집으로 들여 몸을 섞는 심리를 100프로 이해할 순 없었다. 다만 그런 그녀를 향한 부모의 철저한 무관심,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에서 기인했다는 자책감, 행복을 갈구하지만 껍질에 쌓여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두려움 등등 그녀의 공포와 중압감은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왔고 그렇기에 세상을 향해 한걸음을 내딛는 그녀의 발걸음이 더욱 크게 와닿았던것 같다. 



모든게 떠나가 버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마음이 어디에도 없는 게 들여다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_178p



내 상각만 하고, 그런 걸 상대가 이해해주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단정해왔다. 

그러나 타인끼리 알 수 있는 건 사실은 별로 많지 않다.

_252p



앞서 말했지만 이 작품은 아쿠타가와상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라고 한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대중 작품의 집필을 선언했고 3년뒤 [퍼스트 러브]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문학적 작품성을 추구하는 아쿠타가와상, 대중적 작품성을 추구하는 나오키상. -_-;;; 그동안 일본 소설을 꽤 읽어 오면서도 두 상의 차이를 지금에서야 알았다. 허허...



[퍼스트 러브]와 같은 유년시절의 성적 트라우마라는 기본 골격은 같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책을 덮은 뒤에도 굉장히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밀도 있는 심리 묘사와 성장소설의 감동을 주는 강렬하면서도 부러질듯 위태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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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여름의 재단 평점10점 | c*********1 | 2020.06.22 리뷰제목
시마모토 리오의 [여름의 재단]은 이 여름에 어울리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작가 시마모토 리오는 일본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일본의 작가다. 2015년 작품인 [여름의 재단]은 타인의 손등을 포크로 찍어버리는 특별한 사건을 시작으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재단이라는 말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물리적인 잘라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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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모토 리오의 [여름의 재단]은 이 여름에 어울리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작가 시마모토 리오는 일본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일본의 작가다. 2015년 작품인 [여름의 재단]은 타인의 손등을 포크로 찍어버리는 특별한 사건을 시작으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재단이라는 말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물리적인 잘라냄과 정신적인 잘라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표면적으로는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해서 별 다른 감흥이 없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을 재단하며 소설가로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여름의 재단]은 가을의 여우비와 겨울의 침묵을 지나 봄의 결론으로 끝을 맺는 시간적 구조로 전개된다.

주인공 치히로는 계절의 변화처럼 한 인간으로, 또는 소설가라는 직업인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들로 성장하고 성숙해 나간다. 주인공이자 소설가인 치히로는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당한 트라우마로 인해 남녀 간 사랑에 있어서 지나치게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참고 인내하기만 하는 성향을 보이게 된다. 이런 모습은 정상적인 남녀의 사랑 관계로 발전하기 보다는 기울어진 모습으로 관계가 진전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전형적인 나쁜 남자의 유형인 편집자 시바타를 비롯해 치히로의 남자들은 각각의 성격과 특징으로 묘사되며 그녀와관계를 맺고 있었고 독자는 자연스레 그 중에서 치히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그는 누구인지 주목하게 된다. 소설은 내면의 심리를 풍부한 묘사와 섬세한 표현으로 잘 드러내고 있어 편안하게 흡입하듯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찾아간 오래된 가옥의 본가가 가지는 분위기와 다시 도쿄로 돌아가 거처하게 된 심플한 작업실까지 소설은 시공간적 배경과 함께 이야기가 풀어지고 엮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올가미 같은 인간관계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소설은 자연스럽게 이입이 되어 빠져들게 한다.

무언가를 잘라내는 행위인 재단에 대해, 오래된 책을 잘라내는 행위를 보며 감정 역시 깔끔하게 재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에 잠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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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여름의 재단 평점10점 | d****i | 2020.06.14 리뷰제목
해냄 / 여름의 재단 / 시마모토 리오 장편소설2018년 <퍼스트 러브>로 159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알게 된 작가 '시마모토 리오'처음 읽게 된 <퍼스트 러브>와 얼마 전 읽은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속에 공통된 주제인 성폭력은 <여름의 재단>에서도 등장한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 작가로 등장하는 '가야노 치히로'는 앞의 소설과 달리 강도가 덜한 성추행이란 사건을 겪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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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여름의 재단 / 시마모토 리오 장편소설

2018년 <퍼스트 러브>로 159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알게 된 작가 '시마모토 리오'

처음 읽게 된 <퍼스트 러브>와 얼마 전 읽은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속에 공통된 주제인 성폭력은 <여름의 재단>에서도 등장한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 작가로 등장하는 '가야노 치히로'는 앞의 소설과 달리 강도가 덜한 성추행이란 사건을 겪지만 그렇다고 어린 시절 남겨진 성추행의 결과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역시나 불편하게 다가온다.

 

 

출판계 일을 하는 아버지와 술집을 하는 어머니는 서로의 간극을 채우지 못하고 이혼한다. 치히로에게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쿨하게 짐을 싸서 나가버린 아버지와 술집을 하며 치히로는 늘 뒷전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늘 외로움을 지울 수 없었던 치히로.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살던 치히로는 어머니가 하던 술집의 단골손님에게 어릴 적 성추행을 당하며 그것이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에 종용당한다. 잘못된 것임을 느끼지만 어른의 교활함에 그것이 관심과 애정이라며 작은 희망을 가졌던 치히로에게 그 일은 성장하면서 내내 남녀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서 자신은 육체적인 관계에만 이용당하다 버려지고 마는, 어쨌든 그렇게 되고 말리라며 체념하는 어른이 되고 만다.

 

 

출판사 직원이었던 시바타는 작가인 치히로의 글을 좋아한다며 앞으로 자신의 출판사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친다. 그렇게 출판사 직원과 작가란 공적인 관계에서 뜬금없고도 불쾌하며 자기식대로인 시바타의 행동으로 인해 치히로는 불안감과 혼란을 느끼게 된다. 평상시엔 작품 이야기를 하며 평범한 회사원처럼 대하다가도 저녁 회식자리나 술자리가 끝난 후 갑자기 치히로에게 키스를 퍼붓는 행동에 그것을 애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인 치히로의 말에 갑자기 싸늘하게 대하는 시바타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인해 치히로는 불안한 감정을 넘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마저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매번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시바타가 부르면 달려나가는 치히로를 보고 있노라면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답답함과 짜증이 느껴질 정도이다.

항상 제멋대로인 시바타와 그녀에게 애정을 표하는 이노마타, 라디오 출연이 계기가 되어 알게 된 연하남, 할아버지의 집에서 가까이 사는 평론가, 비 오는 밤 찾았던 선술집에서 알게 된 출장남 등 우연치 않게 만나지는 남자들과의 별 의미 없는 만남은 그대로 육체관계로 이어지게 되고 상대방의 마음이 진심이건 아니건 간에 치히로는 어차피 사랑받지 못해 오래가지 못할 거란 생각에 잡혀 자신이 먼저 선을 긋는 것으로부터 조금은 마음의 부담을 덜고자 한다. 육체관계 때문에 치근덕거리거나 상대방을 옭아매는 것은 그녀 자신이 허락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해서라도 상대방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 또한 품고 있다. 어쨌든 이 소설 또한 굉장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주제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 때문에 치히로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계절의 순대로 읽어가다 보면 불편한 만큼 너무도 현실적이며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현실에 비춰 비이상적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너무도 만연하게 퍼져있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그릇된 시각이 치히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해 한 여성이 갖게 된 남성에 대한 인식과 결국엔 자신마저 믿을 수 없고, 자신이 원하는 것 또한 확실히 알 수 없게 되며 스스로 느끼고 싶어 하던 애정 또한 스스로 놓아버리게 되는 현실의 되풀이 속에서 묵직하고 싸한 아픔이 전해졌다.

만권이란 책을 집에 보관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집에 머물며 할아버지의 책을 재단해 데이터로 옮기는 일을 하게 된 치히로, 그리고 대학교 교수의 조언에 따라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어머니의 술집 단골 아저씨에게 복수함으로써 치히로는 할아버지의 책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까지 재단할 수 있게 되었을지, 그로 어린아이의 기억을 깨고 한발 앞으로 내디딜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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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일본소설] 나오키상 수상작가 시마모토 리오의 장편소설:여름의 재단 평점10점 | y********4 | 2020.06.14 리뷰제목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에 이어 사마모토 리오의 소설을 또 읽게 된 것은 저에게 찾아온 행운이자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여름의 재단」은 2015년 6월에 발표한 단편으로, 제153회 아쿠타카와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고 이후 3편의 이야기를 추가해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력을 가진 연작 단편집이자 연작소설이며 장편소설이기도 합니다눈에 확 띄는 표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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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에 이어 사마모토 리오의 소설을 또 읽게 된 것은 저에게 찾아온 행운이자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여름의 재단」은 2015년 6월에 발표한 단편으로, 제153회 아쿠타카와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고 이후 3편의 이야기를 추가해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력을 가진 연작 단편집이자 연작소설이며 장편소설이기도 합니다


눈에 확 띄는 표지 디자인이 강렬하게 다가오는데요 사전 지식 없이 책 제목만 듣고는 그것이 '제단'을 뜻하는 것이라고 지레짐작했습니다

책 제목의 '재단'은 책을, 자르는 일을 나타냅니다

책 내용 중에도 재단에 대해 언급한 부분들이 보여요

책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소설을 빌어 여러 가지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겠지요


탄탄한 날이 달린 재단기, 그것은 책의 입장에선 흡사 단두대와도 같은 것이었을 텐데 고스란히 느낌이 전달됩니다 전 이 소설을 통해 '책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됐네요

이번에 알게 된 것 중에 가장 큰 수확은 그동안 작가가 어린 시절에 당한 육체적 학대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써오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도 그런 내용이 담겨있었는데 말이죠

뭔가 공통된 주제와 분모를 가지고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다는 것도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흥미로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본래 단편 연작이었기에 네 편의 제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요
계절적 변화가 나타내는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그 계절에 맞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여름은 사건의 발단이자 주인공 치히로가 소녀 시절에 당한 성추행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심경과 재단을 통해 느끼는 고통이 묘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실 시바타와의 관계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하니 모든 걸 납득한다는 건 불가능이겠지요 마치 맑은 하늘에 쏟아지던 여름날의 소낙비처럼

가을의 여우비는 감정도 이해관계도 남기지 않고 만남과 헤어짐으로 연결된 남자들 그리고 세이노씨를 만납니다
청명한 하늘과 알록달록 물드는 가을의 변화처럼 치히로의 변화도 시작됩니다

겨울의 시작은 29이라는 완성되지 못한 것 같은 엉성함 그리고 청춘이라고 부를만한 20대의 마지막에서 생일이 지나면 30이 되는 그런 시기에 말이죠

어느 순간 아무런 약속도 없고, 어떤 관계인지도 분명하지 않은 사이인 것에 불안해지는 치히로
그리고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다며 돌아서는 세이노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길이를 늘려가는 고드름처럼 그것은 날카로운 비수가 됩니다


여태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일도 해보고 싶어지는, 그리고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누르고만 있었던 것도 정리를 하고 싶어지는 계절이 봄이던가요

열세 살 그 이후로 늘 마음의 병을 앓으며 살아온 치히로가 당사자를 직접 만나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냄으로써 힘들고 버거웠던 일을 정리하죠

그리고,

"만나고 싶어요. 다시 한 번,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만약 아무런 약속도 이름도 없는 채, 만나고 싶다는 기분만으로 계속 만날 수 있다면 사랑이나 연애만큼 아름다운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봄의 기운은 아련한 현기증 같은 아지랑이로 피어나 속삭입니다

이제 그 준비가, 조금은 된 것 같다
올바르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나 그대로.

사실 「여름의 재단」은 일본에서 한창 재단이 이슈화되던 시기에 쓴 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첫 이야기인 「여름의 재단」에선 상당 부분 출판과 재단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고 또 연작소설의 연결고리로 재단이 언급됩니다
작가와 주인공 치히로가 소설가라는 공통분모에 놓인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저는 치히로와 세이노의 사랑 이야기에 자꾸 마음이 가네요 책을 덜 사랑해서일까요?!

책을 읽고 나서도 이내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여름의 재단」 이미 시마모토 리오를 알고 있다면 새로운 주인공을 통한 심리묘사와 조각보의 그림을 맞춰나가는듯한 정교한 표현들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기회를, 처음 읽으신다면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서둘러 찾게 되실 거예요

저는 「여름의 재단」출간 후 3년 뒤 나오키상을 수상한 「퍼스트 러브」에 급 관심이 갑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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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오키상 수상작가의 심리소설 평점10점 | y****6 | 2020.06.14 리뷰제목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에 어울리는 강렬하고 시원한 표지 그림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의 책이라는 대목을 봐도 작가의 내공이 입증된 책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문학상이 작품성에 대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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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에 어울리는 강렬하고 시원한 표지 그림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의 책이라는 대목을 봐도

작가의 내공이 입증된 책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문학상이 작품성에 대한 모든 것을 입증한다고 생각하

지는 않지만 전혀 다른 기준의 문학상 수상작가라는 사실은 분명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요즘 워낙 묵직하고 지식 위주의 책들을 보고 있어서 사실 소설이라는 장르가 무척 반가웠고, 가볍게

휴식의 차원에서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첫 장을 펼쳐 들었다.

묵직한 표지에서 주는 임펙트에 비해 책은 무척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펼친다.

사계절과 재단이라는 키워드가 주는 의미를 책을 읽기 전에는 파악하지 못했다. 무척 함축적인 의미의

각 단락들은 계절, 혹은  계절 뒤의 키워드가 중심이 되어 스토리를 끌어간다.


한 사람의 성장과정은 사계절 날씨의 변화를 고스란히 마주한다.
트라우마 혹은 알게 모르게 자신이 쌓아놓은 틀안에서 허우적 거린다.
회색을 못 견뎌하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고정되지 않으면 불안해하기 일쑤지만, 1초 후의 미래에도

사실은 아무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들이 등장인물을 통해 그려진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섬세하게 마음속 한켠에 잠자

고 있는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그려진다.

내 생각만 하고, 상대가 이해해주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타인끼리 알 수 있는 건

사실은 별로 많지 않다. 장황하지 않고, 단순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사계절의 변화만큼이나

온탕과 냉탕을 넘나드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자신과 무척이나 닮아있는 한 사람을 만나며 오히려 쉽게

오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주하게 된다.
트라우마 극복 성장 심리소설. 결국 마음의 벽은 남이 아닌 내가 쌓고, 허무는 것!이라는 과정을 관계

속에서 풀어내는 장면들이 독특하게 등장인물 중심으로 장면들을 교차해나가며 풀어냈다.

종종 일본 소설을 읽다 보면 유난히 우리나라의 정서와 비슷하다 느끼곤 하는데, 그런 와중에 또 무척

괴리감이 드는 정서가 분명 있음을 또 한번 확인한다. 요즘 본의 아니게 무척이나 다양한 장르를 넘나

들며 책을 읽다 보니 순수문학을 꽤 오랜만에 접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소설이나 문학 장르가 사람의 심리묘사가 두드러지게 마련이지만, 유난히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묘사가 와닿았던 이유는 아마도 누구나 마음속에 한 가지 이상의 본인만의 트라우마를 담고 살아가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느라 점점 더 어둠의 아우라

가 크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설상가상으로 그로 인해 마음속의 장벽이 쌓여 점점 자신의 생각을 옭아매

는 족쇄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 분명 트라우마는 극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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