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을 오롯이 드러내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고 나와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 공간이라고 하는 것은 좁게는 내 집의 방 한 칸이 되기도 하지만, 넓게는 카페일수도, 차 안이 될 수도, 즐겨 찾는 공원이나 미술관도 될 수 있을터이다. 역사화나 종교화를 볼때면 그림 안에 있는 장치를 찾고 나도 모르게 분석하려고 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의 그림들을 만날 때는 나의 감정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릴 당시의 마음과 저자의 심리적인 부분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고 해야할까?
때론 숨고, 때론 쉬고, 때론 울었던 방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통해 시간을 구체화하고 공간을 재해석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방에서 태어나 방에서 살다가 방에서 죽는 , 공통된 인간 삶의 공간을 통해 인생을 반추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 -p 15
그녀는 어떤 그림들로 우리에게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세상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할 때>라는 제목하에 소개된 '마르셀 리더'의 그림에서는 소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방 한 구석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고, 여인은 벽난로 불빛을,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쇼파에 기대 앉아 책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 고요함은 오롯이 나의 내면으로 향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조금은 불안한 맘이 있었다고 해도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바로 지금이란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복잡하고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때가 있다. 책 한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 그럴 때는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청소를 한다. 책장과 인형들 사이에 있는 모든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까지 하고 나면 집이 깨끗해진것 처럼 내 맘도 한결 정리가 되었다. 청소를 하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담은 그림이지만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갈함을 느낄 수 있었고, 부수적으로 하녀들의 고달팠던 생활상, 청소상태가 부와 도덕성을 상징하기도 했다는 얘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청소란 치우고 비우고 정리함으로써 환경을 바꾸는 일이고, 환경을 바꾼다는 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즉 새로운 시간을 살아보는 것이다.-p188
이 글은 굳이 울적하지 않아도 청소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주먹에 힘이 살짝 들어가게 한다.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 '다니엘 가버'의 인생을 통하여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뛰어난 화가이면서 좋은 남편, 아빠였던 그는 가족들의 평범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그림은 일상의 소중함을 듬뿍 담고 있었다. 특별하지 않은 순간일지라도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라면 가장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의 그림들과 저자의 글을 통해 행복이란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순간 순간 잡아채야하는 것임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힘들고 고달픈 하루하루에 있어 우리는 내일,다음에,나중에, 언젠가를 기약하며 행복을 뒤로 미룬다. 그러나 행복을 누릴 완벽한 때란 오지 않는다. 지금만이 삶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무대이고, 행복을 체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p 298
표지 그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 그림 때문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가족들이 모두 나간 후 차 한 잔과 함께 신문을 읽고 있는 이 여인의 뒷모습에서 일상의 편안함, 소소한 여유와 행복이 느껴졌다. 화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덴마크 화가 '리우리츠 아네르센 링'은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만난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이룬 낸후에 아내의 모습을 화폭에 많이 담았다고 한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일상의 소중함을 담은 이 그림을 보는 내내 나의 일상도 이처럼 평온하기를, 번잡하지 않고 차분히 나를 돌아보며 살아가는 삶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익숙한 화가도 물론 있었지만, 처음 만나는 화가들의 작품이 많았다.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이라는 부제와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는 그림들과의 만남은 행복했다. 주제도 그렇지만 정말 나만의 보물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드는 그림들에서 편안함을 얻을 수 있었다. 145점의 적지 않은 그림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 수도 결코 적지 않은데, 수록된 그림 외에 저자가 언급하는 그림들도 많아서 모두 찾아보고픈 맘이 들었다. 예전에 그녀의 <나를 위로하는 그림> 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에서도 널리 알려진 그림보다는 생소한 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만나서 신선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녀 덕분에 숨겨진 보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화가들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공간들, 사람들, 시간들을 담은 그림들과 저자의 진실되고 풍부한 감성을 담은 글들은 너무나도 조화로웠다. 마음이 울적할 때, 한없이 내가 작아져 보일때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읽더라도 위로가 되기에 충분한 책, 항상 가까이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 주세페 데니티스, 어느 겨울의 풍경 -1875년 >
- 더워지기 시작한 날씨에 스트레스 받고 계시는 분들을 위한 선물입니다.
< 파니 브레이트, 기념일 - 1902년 >
평범한 식탁에 특별함을 더하는 그녀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