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으로 힘들어하던 시간을 지나면서, 일에 집중하는 것만큼이나 휴식과 함께 일의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느낀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일을 찾아 해야 하고 빨리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는 일의 특성 때문인지, 일부러 시간을 내서 휴식을 한다는 것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휴식을 위한 시간을 낸다 해도 무엇을 해야 쉼이 되는 건지, 마치 어딘지 모르는 나라에 혼자 뚝 떨어진 것처럼 '휴식, 쉼'이라는 개념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몇몇 시도를 했다가도 돌아가기가 일쑤였고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토록 멋진 휴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좋은 휴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토록 멋진 휴식>의 원제는 '타임 오프(time-off)'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타임 오프를 '본질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의식하는 것/시간을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삶에 분명한 경계를 세우는 일'이라 정의하며, 단순히 휴가를 잘 보내는 법이나 여유로운 삶, 게으름 부리기가 아니라, '내면을 좋은 에너지로 가득 채우기 위해 의식적으로 떼어놓은 시간이자 막힌 인생에 돌파구를 열어주는 인사이트 모먼트, 수고하고 몰입한 일들을 부화시켜 발현할 수 있도록 무의식의 영역에 두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타임 오프는 사람마다 달리 채워집니다. 어떤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또 다른 사람은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타임 오프를 발견합니다. 업무가 아닌 하고 싶은 일 속에서, 혹은 몰입하던 일과 다른 종류의 일에서도 타임오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근면한 것은 존경받아 마땅하며 일을 기피하는 사람은 멸시받는' 지금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고된 일이 수치의 징표이자 여가야말로 문명의 핵심이라 여겼던 역사 속 사실부터 시작하여 '창의성, 쉼, 잠, 운동, 고독, 성찰, 놀이, 여행, 테크놀로지'와 타임 오프의 관계를 많은 연구 결과와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이들의 실제 사례를 토대로 '좋은 휴식'의 중요성을 주장합니다.
육체노동에서 지식 노동으로의 이행이 계량화하기 힘든 생산성을 '바쁨'으로 대체하게 하였다는 이야기는 인상 깊었습니다. 베토벤, 다윈, 푸앵카레를 비롯해 대단하고 다채로운 업적을 남긴 이들이 '타임 오프'를 어떻게 생각했으며,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웠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타임 오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 아니라 타임 오프를 했기에 높은 수준의 일을 해냈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게 합니다.
저자는 근로 윤리를 들숨, 그리고 쉼 윤리를 날숨이라고 비유합니다. 숨을 계속 들이마시기만 하고 살 수는 없듯이 근로와 쉼은 삶을 위해 뗄 수 없는 한 쌍인 것이지요. 하지만 모두에게 필요한 타임 오프의 시간은 저자가 말하듯 적절한 회사 문화와 리더십,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필요로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생계유지가 이유가 되어 여가와 쉼의 시간을 낼 수 없기도 하지요. 그래서 여가와 쉼의 시간이 사회 전반의 문화뿐만 아니라 제도의 부분과도 뗄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불어 노동이 신성시되고 '쉼'은 부유층만의 특권이자,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쉼의 시간을 가지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뒤로하고 자신의 시간과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이만큼은 일해야지', '이 정도의 결과물은 내야지' 등 나의 시간과 수고, 노력을 일률적 기준으로 측정하고 증명해내라는 요구 앞에서, 누구보다 스스로가 자신의 수고와 노력을 알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요.
#자기계발, #이토록멋진휴식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