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고, 그 내용이 디스토피아를 그렸다기에 고민도 않고 선택한 책. 개인적으로 디스토피아를 좋아한다. 그냥 지금의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같아서. 이끼숲 책을 읽으며 역시 근미래 어쩌면 우리에게 벌써 온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지구. 더이상 지상에서 살 수 없었기에 지하로 내려가 스스로 갖혀지내는 인간의 이야기인지도.
책은 단편처럼 보이지만, 같은 배경의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면서, 마지막엔 다시 모이는 연작소설이다.. 바다눈, 우주늪, 표제작인 이끼숲. 모든 스토리의 배경에 있는 지하세계는 모든 인간이 노동을 해야하고, VA2X라는 약물을 먹어야한다. 먹지 않으면 환각, 환시를 보게되고, 그렇게 되면 정신재활원인지 교화소에 끌려가게 된다. 약때문인지, 환경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에서 재활을 받고 나온 이는 더이상 그 전의 그가 아니다. 그렇기에 모두들 밥을 먹지는 못해도 그 약은 꼭 사먹어야 한다. 또한 모든 인구는 산아제한 정책에 영향을 받으며, 그 규칙을 어기면 태어난 아기는 어디론가 보내진다. 알 수 없는 곳으로. 모든 인간은 생체인식 칩을 가지고 있기에 이 정책은 꽤나 강력하다. 그리고 모두는 지상으로 갈 수 없고, 그런 생각 자체가 정신 재활원에 가게되는 강력한 처벌이 따른다.
<바다눈>은 모든 인간이 노동을 해야하는 곳에서 일하는 마르코와 은희. 하지만 더 나은 대접을 받고자 노동자의 일부가 시위에 참여하고, 마르코는 그들의 일을 대신하며 수당을 더 받는다. 그들은 꽤 오랫동안 시위를 하고도 결국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다. 다만 회사는 내년에는 더 많이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결국 회사는 도산하고, 새로 들어선 경영진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이 이야기 속에서 마르코가 처한 딜레마. 이제 회사에 들어온 신입이지만 그는 선배들이 무엇을 위해 시위를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신입이라는 점, 그들의 시위로 꽤나 더해진 수당이 그가 시위에 참여 할지 말지를 자꾸 망설이게 한다. 그리고 돈이 너무나 필요했던 은희가 사라지고, 그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은희의 목소리를 가상세계의 아바타에게서 듣는다. 지하세계의 시스템은 인간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그 판단을 마르코는 은희의 목소리를 통해 깨닫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 없었다. 마르코가 그걸 미리 알았던들 무언가를 할 수 있었을까.
<우주늪> 지하세계의 산하제한 정책 탓에 태어났지만 숨어 살아야했던 의조와 의주의 이야기. 부모의 선택으로인해 의조는 숨어야했고, 의주는 아니였다. 의조는 늘 고민한다. "왜 나였을까" 결국 의조는 그 이유가 없었음을 알게된다. 의조는 늘 의주를 환기구를 통해 따라다니며 그녀의 삶을 지켜본다. 나라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하며. 하지만 의조는 자신이 다니는 환기구를 통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녀만의 일을 하기위해 떠난다. 그렇다면 의조가 갖힌이였을까. 아니면 의주가 갖힌 이였을까.
표제막인 <이끼숲> 이 이야기에는 모두가 등장한다. 그리고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였는지가 가장 명확하게 보이면서도, 과연 무엇을 구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세상이 나은 세상이였는지는 의도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유오의 위험을 눈치채고도 신고하지 못한 소마. 소마는 위험을 감지하고도 신고하지 못한 자신을 계속해서 친구를 잃을까봐였는지, 자신의 안위속에 숨은것인지를 놓고 괴로워한다. 그러던 소마는 선택한다. 친구 유오의 클론을 매고, 여러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가 그토록보고싶어했던 온실을 보여주기 위해. 말이 무성했고, 실제 식물도 하늘의 별도 본적이 없는 이들이 찾은 온실은 그들이 상상하던 곳과 닮아있을까.
"구하고 싶은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구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였다. 표제작인 이끼숲의 결말은 어쩌면 예상할 수 있었던 내용이면서도, 나에게 대입했을때, 과연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결말과 같았을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나는 '아니요'라고 말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바다눈>의 마르코를 이해할 수 있었고, 유오를 보낸 소마의 마음이 백분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 이후의 발걸음은 글쎄. 하지만 누군가는 현실에서 한걸음을 떼야 했고, 그 한걸음이 또다른 한걸음을 만들어낸다면, 아마도 현실의 부조리함은 느리지만 없어져가겠지. 그게 마르코이고, 의조이고, 소마인지도. 그래서 모두를 구하게 될지도. 다만 누군가를 구하기위한 그 힘이 왜 늘 가장 소중했던 이를 잃고 나서 인지는. 그렇기에 그 세상이 정말 디스토피아인건지, 아니면 그러고도 나아갈수 없는 세상이 디스토피아인건지 모르겠다. 뭐든 다 슬프다. 그래도 이 소설은 그 이후의 한걸음이 있다는 것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걸까.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하는 소설은 늘 지금을 돌이키게 만든다.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세계니까. 지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갖힌 삶일까 아닐까. 정말 우리는 꼭 누군가를 잃고서야 나아갈 수 있는 것일까. 정말 그런 세상은 오지 않길 바라며.
추천!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정확하게 말해주고, 지상의 식물은 책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르다는 걸 알려줬어야 했는데, 과거는 우주와 같아서 우리는 걸어 그곳에 갈 수 없고, 네가 꿈꾸는 아름다움은 만질 수 없는 별과 같아서 실체를 마주하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 순간 실망만 가득한 거라는걸.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나무의 뿌리에라도 가닿으려던 그 애의 마음을 무엇으로 꺾을 수 있었을까 싶다."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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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책에서 만나는 미래의 도시는 찬란하고 아름답기보다 우울하고 암울하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의 미래가 암울한 것만은 확실한데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할 수 없다. 해저 도시에 살게 될지 지하 도시에 살게 될지. 지상이 아닌 세상은 그 자체로 다 우울하다. 그런 세상에도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고 슬픔은 존재하겠지? 이번에 만난 책은 천선란 작가의 책이다. 세 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지상이 멸망한 후 지하 도시로 추방된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첫 번째 ‘바다 눈’은 마르코의 이야기다. 마르코는 지하 도시의 연구소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이끌린다.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소녀 은희. 마르코는 은희를 좋아하게 된다. 지하 도시에서 부당한 노동 환경에 맞서 파업에 나선 선배 커커스. 중간에서 마커스는 혼란을 겪는다. 어떤 판단도 내리지 못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은희에게 슬픈 일이 생기는데. ‘우주 늪’은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증오하는 쌍둥이 자매인 의주에게 보내는 의조의 편지다. 지하 도시의 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아 좁은 방에서 숨어 사는 의조. 그녀는 쌍둥이 자매 의주가 부럽고 밉다. 자신이 의조였다면 자유롭게 지하 도시에서 이동하고 배우고 일할 텐데. 의조는 배관 통로를 발견하고, 이 통로를 통해 의주의 삶을 추적한다. 어느 날 환풍구에서 의주의 친구 치유키를 만나게 되는데. ‘이끼 숲’은 붕괴 사고로 사랑하는 유오를 잃은 소마의 이야기다. 소마의 친구들은 유오의 클론을 훔쳐 지하 도시 밖으로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유오를 닮았지만 유오는 아닌 존재. 소마는 친구들 덕분에 지하 도시의 맨 위층, 지상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조용하게 뻗어 나가는 나무의 뿌리를 떠올린다. 인간 몇십 명이 붙어 뚫는 땅을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가르는 뿌리는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답다. (173) 모든 생명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씨앗처럼 뿌린다는 걸, 비록 나는 없더라도 내 삶은 이 행성 전체에 퍼져 다른 생명을 꽃피우게 한다는 걸 잊지 마. (239)
미래의 노동도 역시 힘든가 보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는 게 아니라 착취하는. 초과 근무를 하지만 그에 따른 돈을 주지 않는. 정당하지 않지만 아직은 참을 수 있는 마르코. 그래서 마르코는 파업에 나선 선배를 이해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희를 통해 마르코가 느끼는 고통은 무엇이었을까? 사랑과 노동. 둘 다 지키는 건 역시나 쉽지 않다. 지금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결혼도 출산도 힘든 세상이니까.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의조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했다. 쌍둥이지만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좁은 방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없다. 같은 날 태어났지만 자신 대신 의주가 선택됐다고 생각했을 의조의 마음. 의주의 삶을 따라가며 의조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그게 삶이라면 언제든 내려놓고 싶을 것 같은데, 그래도 살아가는 의조가 대단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상상하기 싫다. 그래서 슬픔이 유별나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인지. 이렇게 슬퍼하고 나면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미래의 세계가 모두 이런 모습일까? 우리와는 다른 가치관과 생각 그리고 행동을 하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세상. 조금. 나도 슬펐다. |
천선란 작가님 소설은 언제나 믿고 보는 것 같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이 세계와는 또다른 세상으로 건너가 그 세계를 엿보고 돌아와 나는 또다시 이 세계에 덩그러니 남겨지게 되는데, 귀환했을 때의 그 먹먹하고 공허한 느낌이 참 각별하다. 이끼숲 역시 그랬다. 나와 너의 평범하지만 유별난 슬픔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좋다. 세 가지의 이야기 중에서도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끼숲이 특히 더 여운이 짙었다. |
SF 단편집이지만 꽤 서정적인 감성을 담은 작품집 입니다. 소재나 배경이 SF일 뿐 담은 메세지와 전체적인 전개는 보편적인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닥 어렵거나 이질적인 느낌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다만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꽤 잔잔합니다.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인간들은, 여전히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네요.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작가가 의도했다지만 사실 구원이 주된 메세지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꽤 따뜻하게 느껴져서 그 자체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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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이끼숲은 기후 변화와 같은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인하여 더 이상 지상에 발을 붙이고 살 수 없게 된 인류가 지하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다는 설정 아래, 그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세 편의 연작 소설을 통하여 풀어내고 있는 책입니다. 전반적인 설정이라던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도 그렇지만, 책장을 덮을 때 즈음에는 밝고 희망찬 느낌이 드는 작 중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천선란 작가님 다운 작품이었다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소설이 아니었던가 하는데요. 평소 천선란 작가의 작품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천 개의 파랑과 같은 대표작도 물론 좋지만, 이끼숲과 같은 근간으로 작가님과의 첫 만남을 가져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좋아하는 작가님 신작이 나왔는데 페이백이라니! 바로 구매해서 후다닥 읽었는데 역시 정말정말 즐거운 독서였다..
더이상 별을 직접 바라보는 게 불가능해진 인류가 꾸역꾸역 이런 공간을 만들고 빽빽하게 누워 천장 스크린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별을 보고 길을 찾던 지상 인간의 유구한 짝사랑이 유전자에 새겨져 고스란히 전해져왔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에게는 필연적으로 별이 필요한 거야. 그것들이 어둠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었으니까. 이 문구가 정말 좋았다. |
작가님의 #랑과나의사막_을 애정한다. 황량하고 적막하고 절망하지만 그 다음 무언가를 그리게 만드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끼숲 역시 지하 세계로 들어가버린 인류, 경계 아래에 존재하는 이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지구 환경이 극에 다다른 것이 눈에 선하기에 멀지 않은 미래일 수 있겠다. 기후 위기에 어느 정도 지분을 가진 이들이 지하 세계에서도 여전히 권력과 계급적 구조를 유지하는 세태를 보인다. 연작 소설인 #이끼숲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선의가 과연 존재할까? 회의감이 든다. 기후 위기 외에도 최근 교육 현장 등 여러 사회 현상을 두고 #이끼숲_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제한된 공간에 거주하는 인류는 산하제한을 통해 인구수를 유지한다. 부모의 능력과 계획 아래 아이를 출산하고 그 외 출산된 인구는 추산하지 않는다. 한정된 직업과 제한적 선택을 통해 사회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순응하는 이에게는 몰락한 지구를 재건하는 인류가 애쓰는 것으로 비춰질 것이다. 하지만 현상 유지를 위해 희생된 계층, 하나의 질서에 억눌린 자유, 목소리를 빼앗기고 묵음처리된 이들의 소리 등 감춰진 진실이 많다. 주어진 역할만 충실하면 그럭저럭 지내는 이들에게 진실은 오히려 불편하다. 소수의 목소리가 내는 이야기가 정의에 가깝지만 사회 제도가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고 느끼기에 자신의 이런 사고는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자신과 사랑받는 이가 고통 받는 순간, 현실을 달리 보인다. 사랑하는 이를 고통 가운데 둘 수 없기에 비로소 생각과 마음이 하나의 시각으로 합쳐진다. ▶왜 그럴까? ■ 행복과 책임감은 같은 수레를 타고 있다던 의주의 말이 떠올랐다. (38쪽) □ 사랑하는 이가 겪는 고난과 불행은 곧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그의 행복에 책임을 느낀다. ■ 마르코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하나는 후련함이었고 하나는 단단해짐이었다. 은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마음에 있던 은희가 빠져나감과 동시에 그 자리에 더 단단한 은희가 들어찼다. (39쪽) □ 상대를 사랑한다는 인지와 동시에 불안하고 모호했던 마음은 빠져나가고 상대를 향한 확고함이 들어찬다. 이제 자신 외 존재에 대해서 더 넓고 깊은 시각과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들은 행복할까? ■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모아 만든 하늘이 있으니까. 실제로 보면 실망할 것 같았다. 그럼 좋은 걸 잃게 되는 거니까. (51쪽) □ 실제 세상을 본 이가 모두 사라졌다. 그들의 기억을 구성된 가상의 공간 속을 실제처럼 살아간다. 관계도 미래도 자신마저도 머릿속에 가장 좋은 상태, 그것만으로 기억할 뿐 실제 모습은 두려움과 불안의 존재이다. ■ 그래도 기존의 월급보다는 많은 금액이었다. 초과 근무도, 높아진 월급도 금방 적응되었다. 누군가의 일을 대신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 일도 금액도 원래부터 마르코의 것처럼 느껴졌다. (74쪽) □ 당신 탓은 아니지만 당신이 어렴풋이 알았지만 깊게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세상의 일로 누군가는 직장을 잃고 마음을 잃고 목숨도 잃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마저도 잃었다. ■ "아무것도 안 하면 다 잃을 것 같으니까. 눈앞에 있는 것보다 더 큰 걸 지키기 위한 선택인 거지." (76쪽) □ 자신의 노력이 반드시 변화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그걸 안다. 하지만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부서질 줄 알면서도 부딪히는 것이다. ■ 커커스는 협상에 성공할 거라고 자신만만해하지 않았던가. 승리를 확신하는 자가 자신을 쉽게 포기할 리 없었다. (89쪽) □ 당신이 누리고 있는 것 중에서 당신의 노력이 아닌 것이 많다. 다음 세대가 누리도록 당신이 노력한 것은 무엇인가. ■ 증오에는 웃음이 필요해. 대상을 우습게 만드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 효과가 길지 않아. 웃음 뒤에는 더 큰 증오가 오니까, 고작 그까짓 게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감정들이 비선형적으로 마구 번져나가. (105쪽) □ 가장 쉬운 대응은 증오이다. 얻지 못한 것,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세상을 향한 증오를 표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처럼 번진 증오의 현상은 그 다음이 없다. 그냥 파멸 뿐이다. ■ 살면서 그런 시간의 속도는 처음 느껴. 나쁜 점이 있다면 특정 시간이 빨라진 만큼 다른 시간은 지나치게 느려졌다는 거야. (121쪽) □ 무력감과 증오 뿐이던 이에게 작은 희망과 기쁨이 생겼다. 어차피 서로 가진게 없지만 우리가 서로 연대하고 공유하며 존재를 보듬는 이유다. 이 틈을 다른 증오나 혐오가 더이상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네가 끌어안는 거, 네가 더는 참지 않는 거. 네가 눈치보느라 네 마음을 꽁꽁 뭉쳐 구석에 던져두지 않는 거. 내가 해줄 수 없는 일이야. ...중략... 그게 내가 너에게 준 선물이니까. (131쪽) □ 증오가 발산한 에너지가 변환되면 다른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지? ■ 하루에도 수차례 사고가 발생했다. 비록 사고는 숫자로 집계되지만, 그 숫자에도 이름과 얼굴이 있고 웃음과 내일이 있었다는 걸 사람들은 자주 잊지만 말이다. (157쪽) □ 무관심 속에서, 때로는 노력했지만 미미하기에 숫자에 파묻힌 희생이 있다. 하지마나 그 희생을 기억하고 되새기며 또다른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작은 변화 속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 바오바브나무는 몸에 물을 저장해두었다가 쓰는데, 이끼는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럼 더 빠르게 멸종되어야 했는데 이끼는 터를 잡은 이후, 단 한 번도 물러난 적 없어. 환경에 적응해 어떤 개체보다 끈질기게 살아남았다는 게, 신기하지 않아? (165쪽) □ 이끼의 생태를 통해 배운다. 폭발력을 지닌 목소리는 아니지만 물러서지 않는 끈기가 결국 살아남게 만든 것이다. 일견 사회 현상의 방향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듯하다. 마약, 범죄, 붕괴 등은 타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자연스러운 듯 하지만 물러서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 왜 그래야 할까? ■ '소마, 너도 이제 이해할 거라고 믿어. 친절하지 않게 찾아 오는 감정들이 있다는 거. 굴복하면서도 정복해야만 하는 그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느라 온 기력을 다 쓴다는 거. 사랑은 정말 체력이 필요한 일이야, 여러모로.' (197쪽) □ 자신을 포함하여 다른 존재에 대한 마음을 쏟는 사랑, 그 사랑의 존재가 인간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사랑하기에 무력하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천선란 _작가가 말하는 구하는 세계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 흙더미에 깔려 죽었다고 말한다. 그 애의 죽음을 그것보다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은 없다. 결국 그 애의 죽음은 그렇게 한 줄로 남을 것이다. (230쪽) □ 누군가는 잃는다. 존재의 부재를 통해 우리는 절망도 하지만 다시 세워간다. 최근 허망한 죽음을 많이 목도하였다. 지금은 세워 나가야할 때이다. 늦지 않게. #천선란 #이끼숲 #연작소설 #천선란연작소설 #자이언트북스 #과학소설 #SF소설 #청소년소설추천 #청소년소설 #추천소설 #소설추천 #베스트셀러 #천선란작가 #기후위기 #기후환경 #기후위기소설 #환경연대 https://www.instagram.com/p/CvpohT5xIHS/?igshid=MzRlODBiNWFlZA== |
페이백행사로 읽었습니다. 평도 좋아서 기대하고 봤는데 저에게는 좀 느끼했어요. 문장이 애매모호하고 장황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내용이 스펙타클하거나 긴장감있게 진행되는것도 아니라서 머리속에 담기가 좀 힘들었어요.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라고 작가님이 말씀하셨는데 저 사실 이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거든요. 저처럼 이해안되시는 분들께는 추천안드릴게요. 책 문장들이 다 저렇게 진행됩니다. |
이끼숲을 읽으며 느낀 점은 공감과 연대라는 힘의 중요성이다. 마르코는 경비직으로 일하며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수행하기에만 바빴다. 경영진에 맞서 파업하는 동료들의 마음과 행동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더 본질적으로 살펴보면 마르코에겐 남들의 처지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자신의 삶이 쉽지 않기에, 더 나은 생계를 위해서는 계속해서 일해야 하기에, 자신의 삶이 거대한 공장에서 하나의 부품과 같이 소모되는 것임을 느끼면서도 이를 외면하고 부지런히 일에 몰두한다. 자신의 사수였던 커커스의 파업과 야위어진 몸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파업하는 동료 노동자들의 행동에 함께 할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와 가까웠던 동료 은희에게 닥친 사건, 그리고 세번째 에피소드 <이끼숲>에서 친구 유오에게 닥친 사건을 보며 그의 마음과 행동에 변화가 일어난다. 훗날 자신의 친구를 위해 지하도시 탈출계획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마르코의 변화의 결정적 동기는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길 수 있는 공감의 능력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타인의 고통과 힘듦에, 그 슬픔에 함께 동참하고 연대할 수 있는 것. 그 마음이 그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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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연작소설 <<이끼숲>>은 3편의 소설로 이루어져있다. 두번째로 접하게 된 천선란 작가의 작품인데 감정을 잘 표현하시는 것 같다. 이번에는 사랑과 포용 등의 감정과 함께미래의 암울한 배경에서 파생되는 슬픔과 분노라는 감정이 잘 담겨있었다. 또한, <<천 개의 파랑>>에서처럼 작가님은 원하는 말을 계속해서 전하고 있다. 지금의 윤리관과 사회를 바꿔나가야한다고.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암울한 미래가 다가오기 전에 인간은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바다눈, 우주늪, 이끼숲의 세 작품은 같은 지하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하도시는 인간복제, 인공해변 등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정말 우리가 주인공들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목소리를 팔고, 계획되지 않은 아이를 숨기고.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우주늪이었다. 절망적이고 분노가 차오르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알게되고, 그 사람과 함께 새로운 감정을 배워간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위해 나아간다는 것. 감동적이었다. 디스토피아적 사랑과 우정이란 이런걸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하고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천선란 작가님, 앞으로 믿고 보는 작가님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