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과학 내용을 스토리 형식으로 쉽게 풀어 과학과 일반인들과의 거리감을 줄이려 시도한 책이다.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해 준 질소비료 이야기에서 시작해 교량형의 단위 통일 문제, 플라스틱의 과거와 미래, 성전환 이야기, 소련과 미국의 경쟁으로 유명한 우주과학 이야기, 빅데이터와 일기예보 문제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별 과학사이지만 여기에 엮인 역사와 정치, 사회문제 차원에서 이야기를 쉽게 풀어간다.
우리가 무엇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그 내용을 쉽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의 노력과 걸쭉한 입담이 돋보이는 책이다. 책의 제목처럼 과학 이야기를 일상 이야기처럼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간다. 우리의 일상을 바꿨지만 그 누구도 그 공로를 알아 주지 못하고 있는 과학적 발견들, 그 기술들의 발견 전말을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은 다루고 있는 주제를 7개로 제한해서 깊게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아무튼 문과생인 저자가 "문송합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과학 이야기를 써 보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대단하다. 농담 비슷하게 가벼운 터치를 한 것도 저자가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이 책에 소개된 과학지식을 읽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이런 종류의 책이 과학과 철학, 인문과 과학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과거의 관념속에 유리된 존재로 자리잡고 있는 과학자들이 오늘날 우리들처럼 스마트폰을 쓰고 자율주행차를 타고 살아간다면 그들의 사상과 철학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다양한 종류의 융합과 사고의 확장에 도움을 주는 책으로 판단된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바로 과학이 현대의 교양이라는 점을 내세운다는 것이었다. 플라톤과 셰익스피어를 얘기하는 것만이 교양이 아니라, 열역학 제2법칙과 진화론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양이라는 얘기는 ‘교양’의 정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제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자를 만났다. 바로 오후! (여태 나는 이 이름이 본명인지 필명인지 모르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저서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도 재미있고, 유익했지만(마약 얘기를 다루는 책을 유익했다고 하니 오해할 지도 모르겠다), 이 책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은 그보다 한 열 배쯤 재미있고, 유익하다. 문과 출신으로서 과학에 대해 다루는 것부터 특이하지만, 이과 출신으로, 더군다나 과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도 수준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깊게 다루기도 했고, 아주 적절하게 유머를 섞고 있으며, 또 그러면서도 진지한 얘기를 전하고 있기도 하다(사실 문과, 이과 구분은 없어져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물론 수능 과목을 덜어내는 수순의 문이과 통합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떠오르는 작가가 있다. 바로 빌 브라이슨. 아니나 다를까 책 뒷 표지에 빌 브라이슨을 언급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런 언급이 없더라도 그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범위는 빌 브라이슨의 그 책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빌 브라이슨이 이미 상당히 유명한 여행 작가로서 입지를 쌓았다는 점과 동아시아 구석의 작가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다양하고도 유명한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러 다릴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빌 브라이슨의 깊이와 넓이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선택과 집중을 잘 했다고 본다. 스스로 모든 과학에 정통하지도 않고, 또 그것을 잘 다룰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잘 알 수 있는 것을 공부했고, 또 생각해서 글로 옮겼다. 그리고 그는 과학에 대한 얘기, 즉 과학 역사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거기서 사회로 나아갔다.
질소에 대한 얘기에서 식량 문제와 함께 과학자의 책임에 대해서 나아갔고,
단위에 대한 얘기로 국제어의 미래로 나아갔고,
플라스틱 얘기를 통해 환경으로 나아갔고,
트렌스젠더 얘기로 성평등으로 나아갔고,
구(舊) 소련과 미국의 우주 개발 경쟁으로부터 과학 노동자의 처우와 현재의 우주과학의 현실로 나아갔고,
빅데이터의 어마어마한 힘을 얘기하면서 그 데이터를 생산하는 이와 소유하는 이의 괴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날씨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우리가 과연 날씨를 조작해도 되는지, 그 영향의 위험성과 국가주의의 음험함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말하자면, 과학에 대해서 쓰고 있지만, 과학 자체를 이해하고 외우기 위한 게 아니라 현대 사회를 잘, 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방도로서 과학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농담’이라고 제목을 달고 있지만, 절대 이 책은 농담이 아니다. 철학 없는 과학은 위험하고, 과학 없는 철학은 무식하다.
이 책이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는 할 수 없을 지 모르지만, 여러 훌륭한 책 중의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누구에게든 추천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리뷰를 하려고 한다. 글쓰는데 개똥같은 재주가 있어서 진짜 개똥으로 쓰는거 같다. 지금도 썼다 지웠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고 있다. 써놓고 고치는 건 그나마 나은듯 하니.
나는 언제부터인가 언어를 배우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여기서 말하는 언어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외에도 어떤 분야에서 쓰이는 전문 용어들을 말한다. 축구 용어, 골프 용어, 와인용어, 클래식 용어, 블록체인 용어 등등
이러한 언어들은 한번 배워놓으면 없어지지 않고 작은 씨앗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난다. 몰랐다면 지나갔겠지만, 알게되면 들리는 것처럼. 그렇게 다른 언어를 배우면 자연스레 관심을 열어두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열어둔 관심은 알게모르게 하나 둘 살을 붙여나가 커다란 눈덩이가 된다. 그래서 조금이지만 다른 언어에 대해 이해하고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나의 관심을 단번에 빼앗았다. 친구가 생일 선물로 사준 책이었는데, 이미 그 시점에는 나의 책상에 몇권의 읽어야 할 책이 있었다. 다 그런 다른 세상의 언어를 배우는 종류의 책들. 근데 그 중에서도 이 과학 농담책을 제일 먼저 읽었다. 과학 카테고리, 쉽게 읽혀지는 글솜씨 때문인듯.
질소의 대량생산의 이토록 중요한 이슈였던가? 플라스틱의 범위, 유래. 일기예보의 진실. 단위의 기원 등.
책 내용에 대해 세세하게 쓰기는 귀찮다. 어쨋든 이책을 읽고 나서 과거 나라의 흥망성쇠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는 단초를 얻었다.
단위의 통일, 언어의 통일, 그리고 기후의 변화에 따른 제국의 흥망성쇠 까지, '총,균,쇠'라는 수백 페이지의 책에서 제시했던 국가 또는 인류의 흥망성쇠를 이해하는 단어를 제시했던 것 처럼 새롭게 과거를 이해하는 단어들을 얻은 것 같다.
최근 읽고 있는 '라틴어수업'이라는 책 처음에 저자는 이런 말을 하더라. 마음 속에 책장이 있고, 그 책장 속에 여러 책을 쌓아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게 만들고 싶다. 뭐 이런 얘기...
만약 내가 인류의 흥망성쇠란 카테고리의 필요를 느끼고 사고하려고 한다면, "총, 균, 쇠, 단위의 통일, 언어의 통합, 날씨 변화, 복잡계, 금리의 역사" 등등의 마음속의 책을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책장의 책이 추가 되었다.
그리고 우주과학에 대한 관심도 열어두게 되었다.
5. 허세가 쏘아 올린 작은 별: 까라면 까는 소련의 우주 노동자들
이 챕터를 통해 조금이지만 우주과학이 발달하게 된 계기부터 어떠한 역사를 거쳐 왔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까. 나중에 신문기사나 잡지에서 뭐라도 보면 조금이라도 더 보겠지 뭐. 원래라면 아예 안보았겠지만.
그 외에 나머지 챕터들도 하나하나 다 좋았다. 많은 새로운 언어를 배웠다. 매우 만족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이렇게 쉽게 읽히는 책들은. 결국은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진실들은 없으니까. 여러 경합하는 진실 중 글쓴 사람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 취사 선택에서 글을 쓰고 논리를 펴나간 것이니까. 이 책에 나온 내용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어느 부분에서 다른 경합하는 진실이 있을 수 있는지 계속 생각해 보자. 독서모임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레벨이 너무 낮아 글쓴이가 떠먹여 주는 대로 받아 먹었다. 언어의 배움은 거기부터다. 글쓴이를 최대한 모방해서 이해한 다음, 다른 경합하는 하는 진실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사색해 보자. 덧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훌륭하다. 더 배울자세가 되어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책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 너무 재미있다. 이런 식으로 나의 지적 호기심을 계속 자극해 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