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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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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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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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19-44] 식물, 인류의 역사를 바꾸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w******f | 2019.08.17 리뷰제목
식물, 문명을 탄생시키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신석기 혁명’ 혹은 ‘농업 혁명’(이하 ‘신석기 혁명’)이다. 왜냐하면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던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고, 문명을 쌓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이렇게 형성된 문명 가운데 최초의 인류문명 발생지로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 문명,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
리뷰제목

식물, 문명을 탄생시키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신석기 혁명혹은 농업 혁명’(이하 신석기 혁명’)이다. 왜냐하면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던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고, 문명을 쌓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문명 가운데 최초의 인류문명 발생지로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 문명,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강 유역의 인더스 문명, 황허[黃河] 유역의 황허 문명을 4대 문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 4대 문명이 동일한 작물을 재배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는 보리, 등의 맥류(麥類)’가 있다. 그리고 인더스 문명에는 , 중국 문명에는 대두[大豆; ]가 있다. 아스테카 문명과 마야 문명이 있던 중미는 옥수수의 원산지이고 잉카 문명이 있던 남미의 안데스 지역은 감자의 원산지다.” [p. 248]

이 책에서 다루는 13가지 식물 가운데 벌써 5가지나 인류 문명을 뒷받침해왔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신석기 혁명도 부작용이 있다. 부의 축적과 함께 불평등도 이와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식물, 독으로 오해 받다.

 

다른 사람을 외모로만 평가하는 외모지상주의자처럼, 식물도 겉모습만 보고 평가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이런 태도에 희생된 식물은 감자, 토마토, 옥수수가 있다.

 

우리에게는 구황(救荒)식물로 기억되는 감자는 처음 남미에서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악마의 식물이라고 배척당했다. 그 이유는

첫째, 유럽인들은 감자처럼 땅속 덩이뿌리를 먹을 거리로 활용하는 작물을 그때까지 본 적이 없었다. 그 결과 독성이 있는 감자 싹과 잎을 먹고 중독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둘째, “울퉁붕퉁한 겉모양 탓에 감자를 먹으면 한센병에 걸린다는 황당한 미신이 퍼지기도 했다.” [p. 31]

셋째, 감자는 성서의 기록에 나오지 않는 식물이었다. “서양인들은 흔히 성서가 언급하지 않는 식물을 사악한 존재로 여겨 꺼리고 피했다. 그런 이유로 감자는 결국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p. 31]

 

남미의 안데스산맥이 원산지인 토마토도 감자처럼 독이 있는 식물로 낙인 찍혀 200여 년간 철저히 외면당했다. 다행히 18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사람들이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스파게티와 피자에 소스로 사용하면서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

 

감자나 토마토는 유독성 식물이 많은 가짓과 식물이어서 배척되었다면, 옥수수는 자연의 섭리에 반()하다는 이유로 유럽인에게 배척당했다. 식물학자도 옥수수는 희귀한 식물이다. 꽃이 피었다 진자리가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 낱알이 열리는 독특한 식물이다. 이는 자연법칙에 어긋난다” [p. 271]고 말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지금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식물의 자리를 옥수수가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옥수수가 주식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니다. 가축의 식량[사료]나 석유를 대체할 바이오 에너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기에 생산량이 가장 많은 식물이 된 것이다

 

 

식물, 자본주의의 뒷모습을 보여주다.

 

17세기 중반 네덜란드를 휩쓸었던 틀립 광풍은 자본이 투자가 아닌 투기에 쓰이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보여주는 적나라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툴립 뿌리에 대한 비이성적인 투기 광풍이 빚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는 오늘날 작전주로 대표되는 주식 투기와 맞물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가격의 선구자로는 후추가 있다. 15세기 유럽에서는 1그램의 후추가 같은 무게의 순금 가격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비록 후추가 고기를 오래 보존하는데 사용되는 중요한 향신료이기는 하지만, 비싼 가격에 팔려야 하는 향신료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태가 전개된 것은 귀족이나 상류층에서 후추의 인기가 치솟고 그에 따라 엄청난 가격이 형성된 데는 사실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자신의 높은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목적이 더 크게 작용” [p. 90]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페인도, 포르투갈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후추를 구할 보물선들을 인도로 보냈던 것이다. 의도와는 달리 이들의 노력은 대항해 시대를 열고 신대륙[아메리카]의 막대한 은을 착취해서 구대륙[유럽]에 뿌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으로 노예무역을 활성화시켰다.

여기에는 일확천금을 꿈꾸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51~1506, 이하 콜럼버스’)의 고뇌가 작용했다. 막대한 투자를 받아 후추를 찾으러 가서 겨우 고추만 발견했으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수밖에.

결국 콜럼버스는 서인도제도에서 부를 창출하고자, 당시 일부 왕족과 귀족의 입에만 들어가던 호사스러운 사치품인 설탕의 원료,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대안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사탕수수 재배는 엄청난 강도의 중노동을 요구했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 노예무역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후추 대신 도입된 고추 등의 향신료 때문에 후추의 가격에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때 새로운 대체품으로 등장한 것이 중국의 였다. 17~18세기 동양에서 건너온 신비한 음료인 차는 유럽인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 아메리카에서 흑인노예를 통해 대량 생산된 설탕이 곁들여져 홍차 문화를 형성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식물, 전쟁을 불러오다.

 

18세기 프랑스와 식민지 경쟁을 하던 영국은 그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영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던 차에 무거운 세금을 매겼다. 이로 인해 보스턴 티 파티가 발생했고, 이는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영국인의 열렬한 사랑 속에 홍차는 그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려 애쓰는 과정에서 아편전쟁이라는 비극을 잉태했다. 아편전쟁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작이면서 유럽의 제국주의적 팽창이 본격화됨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어떻게 본다면 홍차의 마력에 홀려 전쟁이 발생한 셈이다.

13가지 식물에 13개의 장을 할당하여 서술한, 이 책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들을 일종의 사전처럼 묶어놓은 느낌이 든다. 덕분에 자신이 관심 있는 부분만 부담 없이 가볍게 한 번 읽어볼 수 있다.

예전에 읽은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과 비슷한 느낌이다. 아마 그래서 출판사에서도 띠 지에 시리즈 두 번째 책이라고 광고한 것이 아닐까 

시간 날 때 부담 없이 보고 술 안주로 내놓기에 괜찮은 책인 것 같다.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댓글 4
종이책 구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23.07.05 리뷰제목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서수지 사람과나무사이/2019.8.8.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 등 13가지의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럽인들이 인도에 이르는 뱃길을 찾기 시작한 것은 ‘후추’때문이었다. 포르투갈이 바스쿠 다가마를, 스페인이 콜럼버스와 마젤란을 지원
리뷰제목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서수지

사람과나무사이/2019.8.8.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 사탕수수, 목화, , , , 옥수수, 튤립 등 13가지의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럽인들이 인도에 이르는 뱃길을 찾기 시작한 것은 후추때문이었다. 포르투갈이 바스쿠 다가마를, 스페인이 콜럼버스와 마젤란을 지원하여 탐험을 떠나게 한 것도 인도에서만 생산된다는 후추를 독차지 하고 싶은 검은 욕망의 발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항해 시대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감자는 유럽인들에게 배고픔을 해결해주고 인구의 수를 증가 시켰다. 그러나 한 가지 품종 감자에만 의지하던 아일랜드에서 감자 역병이 발생하여 대기근이 발생했다. 이 때 아일랜드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400만 명 사람들 중에는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한 주인공이자 제35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J. F. 케네디의 할아버지 패트릭 케네디도 있었다. 미국과 세계 현대사를 만든 주역들 중 한 명인 대통령 레이건과 클린턴, 오바마의 선조들도 그 행렬에 끼어 있었다. 그 밖에 미키마우스를 만든 월트 디즈니와 맥도날드의 창업자 맥도날드 형제 역시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한 가지 식물이 세계사를 바꿔 나가는 과정을 이 책에서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서양인들은 흔히 성서가 언급하지 않는 식물을 사악한 존재로 여겨 꺼리고 피했다. 그런 이유로 감자는 결국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p.31)” 그렇기 때문에 농민들이 감자를 재배하지 않으려 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감자보급을 위해 감자파티를 열었다. 요리사가 줄기까지 요리하는 바람에 중독되어 고생을 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거뒀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도 갖가지 방법으로 감자를 보급하려 했지만 농민들은 심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역으로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고 공표 하였다. 그 작전이 성공하여 독일이 유럽에서 최초로 감자보급에 성공하였다. 감자를 먹여 키운 독일의 돼지로 만든 베이컨과 햄, 소시지는 감자와 함께 독일인의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감자는 그때까지 주로 곡물을 먹던 유럽인이 육식을 마음껏 즐기도록 해주었다.

 

사람들은 배고픔에서 구하고 싶은 마음에 감자꽃을 사랑하고 애용했던 앙투아네트 왕비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p.41)” 이런 우여곡절 끝에 감자 재배로 사람들이 배를 곯지 않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얻게 되자 유럽 각국에서는 인구가 많이 증가했다. 인구 증가는 노동력 향상으로 이어졌고, 그 노동력이 이후 산업혁명과 공업화를 뒷받침해 주었다. 아시아가 원산지인 목화가 전해지기 전까지 유럽에서는 옷을 만드는 데 털가죽이 필요해 마구잡이로 양을 도축하는 바람에 고기로 쓰지 못했다. 그러다가 감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비로소 유럽에서 육식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당시 뱃사람들을 괴롭혔던 괴질은 바로 괴혈병이었다. 오랜 시간 항해하는 동안 선원들은 피부와 점막, 잇몸에서 많은 양의 피를 흘렸고 무지근하게 아픈 통증에 시달리다가 죽음에 이르곤 했다. 괴혈병으로 마젤란 함대는 선원 270명중 고작 18명만 무사히 귀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질병을 없애준 식물이 감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 1위는 옥수수다. 그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작물은 밀이고 3위는 벼다. 4위는 감자, 5위는 대두인데 토마토는 6위이다.(p.68)” 열매를 먹는 식물을 과일, 열매 이외의 부위를 먹는 식물을 채소라고 할 수 있다. 식물학적으로 과일이란 식물의 열매를 의미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토마토는 열매이므로 과일에 속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일이라는 단어를 식물학적 의미를 넘어서 사용한다. 다시 말해 디저트용으로 직접 먹으면 과일이고 요리재료로 일정한 조리 단계를 거쳐서 섭취하면 채소라고 인식한다.

 

후추는 고기를 오래 보존하는 데 필요했으나 단지 이 용도 때문에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린 것은 아니었다. 사실 사치스러운 식생활을 즐긴 귀족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귀족이나 상류층에서 후추의 인기가 치솟고 그에 따라 엄청난 가격이 형성된 데는 사실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자신의 높은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목적이 더 크게 작용했다.(p.90)”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후추를 찾지 못하고 대신 고추를 유럽으로 가져가면서 후추와 같은 페퍼(Paper)라 이름 지었다. 서양에서 고추는 인기 없는 작물이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보급되자 기후에 맞아 쉽게 토착화 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고추는 그 종류만 해도 150여 가지에 이르는데 매운맛도 제각각이다. 기피물질의 특성상 특히 기온이 높은 지대에서 자란 것이 매운맛이 더 강한 경향을 보인다.(p.111)” 고추는 가루나 소스 형태로 한국요리, 멕시코요리, 중국 요리 등에 주로 쓰인다. 이 중 고추장 형태로 만들어 고추를 섭취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인의 유별난 고추 사랑은 고추가 전해지기 훨씬 이전인 고려 시대에 채식 위주의 음식문화가 육식문화로 바뀐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려가 육식 문화로 바뀌는 데 원나라, 즉 몽골제국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기원전 5,000년 무렵부터 중앙아시아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양파는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날 무렵에는 이집트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재배하고 있었다.(p.127)” 이처럼 양파가 오랜 옛날부터 전 세계의 여러 대륙과 여러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이유는 탁월한 효능과 함께 뛰어난 보존성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파는 건조한 환경에 보관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고 보관이 쉬워 먼 곳까지 쉽게 운송할 수 있었다. 또 우리가 양파에서 먹는 부분은 알뿌리이다, 그 알뿌리를 땅에 심어 재배하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양파를 수확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볏과식물은 독 대신 유리의 원료인 규소라는 단단한 물질을 몸속에 축적해 자신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이는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첫 째 규소는 독 이상으로 초시동물을 물리치는 데 효과가 큰 물질 이기 때문이다. 둘째, 동물을 퇴치하는데 도움이 되는 규소가 흙속에 량으로 녹아 있는데도 다른 식물들은 이것을 영양으로 유용하지 않으므로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p.198)” 이에 맞서 초식동물들은 진화를 통해 네 개의 위를 갖게 되었다. 그 네 개의 위 중에서 인간의 위처럼 소화, 흡수를 담당하는 기관은 네 번째 위뿐이다. 나머지 세 개의 위는 제각기 다른 역할을 담당한다. 첫 번째 위는 먹이를 저장하고 발효조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위는 음식물을 식도로 돌려보내는 일을 담당한다. 세 번째 위는 음식물의 양을 조절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위로 돌려보내거나 네 번째 위로 보낸다. 염소, , 사슴, 기린 등도 모두 되새김질로 식물을 소화하는 반추동물이다. 여기서 말은 예외다. 말은 위가 하나밖에 없다. 말은 네 개의 위를 갖는 대신 맹장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그 진화한 맹장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한다. 토끼도 마찬가지다.

 

대두를 처음 재배한 것으로 알려진 황허 문명은 대두와 보리 등을 주로 경작하는 밭농사 위주의 문화를 일군 반면 창장 문명은 벼농사 중심의 문화를 건설했다.(p.227)”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안전 영양식으로 일컬어지는 쌀은 유일하게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부족하다. 이 라이신을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이 바로 대두다.(p.253)” 된장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작용으로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들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 된장국을 먹으면 세로토닌 효과로 마음이 안정되고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된장에는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레시틴이 들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피로회복과 면역기능 강화 효과가 있는 아르지닌도 포함하고 있어 튼튼한 체력을 유지하게 해준다.

 

인류문명사에는 저마다 그 문명을 뒷받침한 작물이 있다. 황허 문명에는 대두가 있고 인더스 문명과 양쯔강 문명에는 벼가 있다. 지중해 연안에 자리잡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는 보리가 있고 남미의 잉카 문명에는 감자가 있다.(p.268)” 옥수수 기원지로 추정하는 중미에는 아스테카 문명과 마야문명이 존재했다. 이 두 문명의 사람들은 옥수수를 가장 중요한 작물로 여겼다. 이유가 뭘까? 마야 전설에 따르면 신이 옥수수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옥수수를 만든 게 아니라 옥수수보다 나중에 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카페인은 알칼로이드라는 독성물질의 일종으로 원래 식물이 곤충과 동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생성하는 기피물질이다.(p.150)” 이 카페인의 화학구조는 니코틴이나 모르핀과 흡사해 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 차를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고 머리가 맑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고 보면 독과 약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닌가 싶다. 13가지 식물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량이나 향신료 또는 기호식품이 되기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이 책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오카야마대학 대학원 농학 연구과에서 잡초생태학을 전공했다. 이후 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즈오카현 농림 기술연구소를 거쳐 시즈오카대학교 농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한다. 주요저서로 싸우는 식물>, <재미있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 <풀들의 전략>,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도시에서, 잡초>, <잡초의 성공전략>, < 유쾌한 잡초 캐릭터 도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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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세계사를 바꾼 것은 식물이 아니라 사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n*****m | 2020.03.03 리뷰제목
식물에 관한 책은 많다. 세계사 속의 식물의 역할을 쓴 책도 꽤 된다. 금방 떠오르는 것으로 헬렌 & 윌리엄 바이넘의 《세상을 바꾼 경이로운 식물들》 같은 것이 있다.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그에 다른 것들에 비하면 일본인이 쓴 것이라 아시아 쪽의 관점이 많이 들어가 있고, 또 우리나라 얘기도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 관련
리뷰제목

식물에 관한 책은 많다. 세계사 속의 식물의 역할을 쓴 책도 꽤 된다. 금방 떠오르는 것으로 헬렌 & 윌리엄 바이넘의 《세상을 바꾼 경이로운 식물들》 같은 것이 있다.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그에 다른 것들에 비하면 일본인이 쓴 것이라 아시아 쪽의 관점이 많이 들어가 있고, 또 우리나라 얘기도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 관련된 것은 사실에 기초한 것도 있고, 저자가 추론한 것도 있어서 그게 꼭 정확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이유도 있어서 흥미롭다(이를 테면 우리나라의 유별난 고추 사랑이 몽고의 고려 지배 시대에서 비롯되었다는 추론. 그때 우리나라가 육식 문화로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사토 겐타로의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과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와 더불어 사람과나무사이라는 출판사의 세계사를 바꾼 OO가지 OO”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이 책에서는 제목에서와 같이 13가지 식물을 다룬다(시리즈라면 몇 가지도 맞출 법한데, 이 시리즈는 그걸 기계적으로 맞추지 않아 신선한 느낌이다).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 사탕수수, 목화, , , , 옥수수, 튤립가 그것이다. 각 식물들에 대해서도 분량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그것도 분량을 기계적으로 맞추지 않아 역시 신선하다.

 

각 식물에 대해서 인상 깊은 부분만 한 가지씩 소개하면,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으로 유명한 감자의 유럽 재배와 관련해서(유럽에서는 성서에 나오지 않는 악마의 식물로 생각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가 감자를 보급하기 위해 귀족만 먹을 수 있다고 명령해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재배하고 먹게 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략은 프랑스의 루이 16세도 썼고 역시 성공했다.

 

토마토 역시 안데스가 원산인데 콜럼버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갔지만 감자보다 더 오래 배척했다(빨간 색깔 때문?). 토마토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일화는, 이 토마토가 미국에서 재판에 회부되었다는 것이다. 이게 과일이냐, 채소냐 하는 문제였다고 한다. 당시 연방최고법원은 토마토가 디저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채소라고 판결했다고 하는데, 식물학적으로 보면 과일이 맞다고 한다. 근데 그게 무슨 중요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저자도 토마토가 과일인지 채소인지 나라마다 달리 분류한다고 했다. 일본은 토마토뿐만 아니라 딸기나 멜론도 초본 속 식물이라 채소로 분류하는 데 반해, 한국은 방울토마토까지 포함해서 토마토를 과채류(果菜類)라고 한다고 쓰고 있다.

 

검은 욕망후추에 관해서는 워낙 잘 알려진 것들이 많다. 대항해 시대를 연 요인 중 하나(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였으니. 처음 안 사실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물론 그는 그걸 몰랐지만)에서 찾아낸 고추를 굳이 페퍼(후추)’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고 싶었을 것이다.

 

고추에 대해서는 앞에서 쓴 대로 한국인의 고추 사랑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부분이 인상 깊은데, 사실 고려 말의 몽골 지배 이후 육식 문화로 바뀌었고(정말 그랬나?), 그 때문에 고기를 오래 보관하고, 고기의 맛을 강화해주기 위해 고추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는 추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몽골 간섭과 한반도에 고추가 들어온 시기 사이에는 꽤 시차가 존재한다. 그냥 저자의 추측으로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양파가 잎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된 것이다(아마 전에 읽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기억에는 별로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짧게 소개된 식물이다.

 

두 개의 전쟁과 밀접한 관련 있는 게 차다. 미국 독립 전쟁과 아편 전쟁이 그것인데, 정말 세계사의 전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셈이다. 여기에서는 역사보다는 차를 마시는 문화 부분이 흥미로운데, 중국의 말차 문화(차를 가루로 빻아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것)를 받아들인 일본은 지금도 그렇게 마시는데 비해, 중국은 송나라 이후 명나라에 이르러 차를 서민에게 널리 전하기 위해 간단하게 찻잎으로 우려 마시도록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그런 문화이고.

 

사탕수수에는 흑인 노예의 피와 함께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이민자의 땀이 서려 있다. 이 사탕수수가 돈이 되어 널리 재배하게 된 데에는 차 문화와 관련이 있다. 홍차에 넣는 설탕 한 조각. 바로 그것이 수많은 노예의 비극을 낳게 하였다는 것이다.

 

목화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남북전쟁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링컨이 노예해방을 선언하고 전쟁의 명분으로 삼은 이유를 목화에서 찾는다. 목화는 남부의 돈줄이었다. 북군은 남부의 돈줄을 틀어막기 위해 항구를 봉쇄했는데, 남부도 자발적으로 목화 수출을 제한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목화를 수출하지 않으면 영국이 곤란해지는데, 그러면 영국이 자신들을 지원하리라 계산했던 것이다. 그런 의도를 알아챈 미국이 보편적인 목적인 노예해방을 들고나옴으로써 영국의 지원을 막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링컨의 의도에는 그것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저자는 여기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군데서 이렇게 명쾌하고 상황을 정리한다. 그게 시원시원해 보이기는 조금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한다).

 

밀에 관해서는, 인류를 먹어살리는 이 식물의 독특한 특징에 관심이 간다. 밀과 벼를 비롯한 볏과 식물은 독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에 유리의 원료이기도 한 규소를 축적해서 자신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규소는 독 이상으로 초식동물을 물리치기도 하거니와 흙 속에 다량으로 녹아 있으면서도 다른 식물들은 이용하지 않으니 독점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밀 자체에 관해서는 탈립성(脫粒性)이라는 성질을 잃어버린 희귀한 돌연변이를 인간이 이용하게 된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벼와 밀은 탄수화물을 주 영양원으로 삼는다. 단백질과 지질을 포기한 이유는, 그것들이 에너지 효율이 좋긴 하지만, 만드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부모 식물에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척박한 환경에서 진화한 볏과 식물은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광합성으로 얻은 탄수화물을 그대로 씨앗에 저장해서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혜택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벼는 영양 면에서 균형 잡힌 식품인데, 단 한 가지 라이신이라는 아미노산만 부족하다고 한다. 그걸 보충해주는 것이 바로 대두, 콩이다. 콩밥이나, 밥에 된장국. 이게 근거가 있는 조합인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식물은 (의외로) 옥수수다(사람이 아니라 가축에 들어가는 양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 뒤가 밀과 벼이고, 그 다음이 감자, 대두()이라고 한다. 대두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나라는 (역시 의외로) 미국이다. 이 대두는 중국 4,000년 문명을 뒷받침한 식품 중 하나였고(특히 북부),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해서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옥수수. 옥수수는 정말 미스터리한 식물이다. 인용해 보면,

벼와 밀 같은 볏과 식물은 대부분 하나의 꽃에 암술과 수술이 있는 양성화다. 그런데 옥수수는 줄기 끝에 수술이 피고 줄기 중간에 암꽃이 맺힌다. 특히 암꽃은 독특하게도 우리가 옥수수수염이라고 부르는 콘 실크(corn silk)를 생성하는데 여기에서 실처럼 늘어지는 물질이 대량 분비되는 이 옥수수수염으로 꽃가루를 받아 수정한다.”

옥수수는 멀리 퍼뜨려야 할 씨앗을 껍질로 꽁꽁 싸매고 있는데 이래서는 씨앗을 퍼뜨릴 수가 없다. 더구나 껍질로 둘둘 말려 있던 노란 알갱이가 드러나도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씨앗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으면 식물은 자손을 남길 수 없다. 쉽게 말해 옥수수는 마치 가축처럼 인간의 도움 없이는 자랄 수 없는 식물이다. (중략) 처음부터 누군가가 작물로 만들어낸 듯한 느낌을 주는 식물이 바로 옥수수다.”

 

마지막이 튤립인데, 앞의 모든 식물이 인류가 식량으로 삼아온 것인데 반해, 이것만 아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포함시킨 이유는 다름 아닌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 튤립 버블 때문이다. 튤립의 명칭이 터번(turban)에서 왔다든가, 가장 비싸고 귀하게 쳤던 튤립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것이라든가 하는 것은 잘 알려진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감염된 식물의 경우 종자는 감염시키지 않기 때문에 다음 세대로는 이어지지 않는데 반해 튤립의 경우는 알뿌리로 번식하기 때문에 알뿌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그 자손들도 감염된 채로 번식한다는 것은 처음 접한 것 같다(바이러스 감염 얘기를 하니 비록 식물이지만, 괜히 꺼려진다).

 

나는 이 식물들이 세계사를 바꾸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사를 바꾼 것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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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19.08.16 리뷰제목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나가키 히데히로/서수지사람과나무사이/2019.8.8.sanbaram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 등 13가지의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럽인들이 인도에 이르는 뱃길을 찾기 시작한 것은 ‘후추’때문이었다. 포르투갈이 바스쿠 다가마를, 스페인이 콜럼버스와 마젤란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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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서수지

사람과나무사이/2019.8.8.

sanbaram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 사탕수수, 목화, , , , 옥수수, 튤립 등 13가지의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럽인들이 인도에 이르는 뱃길을 찾기 시작한 것은 후추때문이었다. 포르투갈이 바스쿠 다가마를, 스페인이 콜럼버스와 마젤란을 지원하여 탐험을 떠나게 한 것도 인도에서만 생산된다는 후추를 독차지 하고 싶은 검은 욕망의 발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항해 시대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감자는 유럽인들에게 배고픔을 해결해주고 인구의 수를 증가 시켰다. 그러나 한 가지 품종 감자에만 의지하던 아일랜드에서 감자 역병이 발생하여 대기근이 발생했다. 이 때 아일랜드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400만 명 사람들 중에는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한 주인공이자 제35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J. F. 케네디의 할아버지 패트릭 케네디도 있었다. 미국과 세계 현대사를 만든 주역들 중 한 명인 대통령 레이건과 클린턴, 오바마의 선조들도 그 행렬에 끼어 있었다. 그 밖에 미키마우스를 만든 월트 디즈니와 맥도날드의 창업자 맥도날드 형제 역시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한 가지 식물이 세계사를 바꿔 나가는 과정을 이 책에서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서양인들은 흔히 성서가 언급하지 않는 식물을 사악한 존재로 여겨 꺼리고 피했다. 그런 이유로 감자는 결국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p.31)” 그렇기 때문에 농민들이 감자를 재배하지 않으려 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감자보급을 위해 감자파티를 열었다. 요리사가 줄기까지 요리하는 바람에 중독되어 고생을 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거뒀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도 갖가지 방법으로 감자를 보급하려 했지만 농민들은 심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역으로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고 공표 하였다. 그 작전이 성공하여 독일이 유럽에서 최초로 감자보급에 성공하였다. 감자를 먹여 키운 독일의 돼지로 만든 베이컨과 햄, 소시지는 감자와 함께 독일인의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감자는 그때까지 주로 곡물을 먹던 유럽인이 육식을 마음껏 즐기도록 해주었다.

 

사람들은 배고픔에서 구하고 싶은 마음에 감자꽃을 사랑하고 애용했던 앙투아네트 왕비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p.41)” 이런 우여곡절 끝에 감자 재배로 사람들이 배를 곯지 않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얻게 되자 유럽 각국에서는 인구가 많이 증가했다. 인구 증가는 노동력 향상으로 이어졌고, 그 노동력이 이후 산업혁명과 공업화를 뒷받침해 주었다. 아시아가 원산지인 목화가 전해지기 전까지 유럽에서는 옷을 만드는 데 털가죽이 필요해 마구잡이로 양을 도축하는 바람에 고기로 쓰지 못했다. 그러다가 감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비로소 유럽에서 육식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당시 뱃사람들을 괴롭혔던 괴질은 바로 괴혈병이었다. 오랜 시간 항해하는 동안 선원들은 피부와 점막, 잇몸에서 많은 양의 피를 흘렸고 무지근하게 아픈 통증에 시달리다가 죽음에 이르곤 했다. 괴혈병으로 마젤란 함대는 선원 270명중 고작 18명만 무사히 귀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질병을 없애준 식물이 감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 1위는 옥수수다. 그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작물은 밀이고 3위는 벼다. 4위는 감자, 5위는 대두인데 토마토는 6위이다.(p.68)” 열매를 먹는 식물을 과일, 열매 이외의 부위를 먹는 식물을 채소라고 할 수 있다. 식물학적으로 과일이란 식물의 열매를 의미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토마토는 열매이므로 과일에 속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일이라는 단어를 식물학적 의미를 넘어서 사용한다. 다시 말해 디저트용으로 직접 먹으면 과일이고 요리재료로 일정한 조리 단계를 거쳐서 섭취하면 채소라고 인식한다.

 

후추는 고기를 오래 보존하는 데 필요했으나 단지 이 용도 때문에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린 것은 아니었다. 사실 사치스러운 식생활을 즐긴 귀족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귀족이나 상류층에서 후추의 인기가 치솟고 그에 따라 엄청난 가격이 형성된 데는 사실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자신의 높은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목적이 더 크게 작용했다.(p.90)”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후추를 찾지 못하고 대신 고추를 유럽으로 가져가면서 후추와 같은 페퍼(Paper)라 이름 지었다. 서양에서 고추는 인기 없는 작물이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보급되자 기후에 맞아 쉽게 토착화 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고추는 그 종류만 해도 150여 가지에 이르는데 매운맛도 제각각이다. 기피물질의 특성상 특히 기온이 높은 지대에서 자란 것이 매운맛이 더 강한 경향을 보인다.(p.111)” 고추는 가루나 소스 형태로 한국요리, 멕시코요리, 중국 요리 등에 주로 쓰인다. 이 중 고추장 형태로 만들어 고추를 섭취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인의 유별난 고추 사랑은 고추가 전해지기 훨씬 이전인 고려 시대에 채식 위주의 음식문화가 육식문화로 바뀐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려가 육식 문화로 바뀌는 데 원나라, 즉 몽골제국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기원전 5,000년 무렵부터 중앙아시아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양파는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날 무렵에는 이집트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재배하고 있었다.(p.127)” 이처럼 양파가 오랜 옛날부터 전 세계의 여러 대륙과 여러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이유는 탁월한 효능과 함께 뛰어난 보존성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파는 건조한 환경에 보관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고 보관이 쉬워 먼 곳까지 쉽게 운송할 수 있었다. 또 우리가 양파에서 먹는 부분은 알뿌리이다, 그 알뿌리를 땅에 심어 재배하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양파를 수확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볏과식물은 독 대신 유리의 원료인 규소라는 단단한 물질을 몸속에 축적해 자신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이는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첫 째 규소는 독 이상으로 초시동물을 물리치는 데 효과가 큰 물질 이기 때문이다. 둘째, 동물을 퇴치하는데 도움이 되는 규소가 흙속에 량으로 녹아 있는데도 다른 식물들은 이것을 영양으로 유용하지 않으므로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p.198)” 이에 맞서 초식동물들은 진화를 통해 네 개의 위를 갖게 되었다. 그 네 개의 위 중에서 인간의 위처럼 소화, 흡수를 담당하는 기관은 네 번째 위뿐이다. 나머지 세 개의 위는 제각기 다른 역할을 담당한다. 첫 번째 위는 먹이를 저장하고 발효조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위는 음식물을 식도로 돌려보내는 일을 담당한다. 세 번째 위는 음식물의 양을 조절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위로 돌려보내거나 네 번째 위로 보낸다. 염소, , 사슴, 기린 등도 모두 되새김질로 식물을 소화하는 반추동물이다. 여기서 말은 예외다. 말은 위가 하나밖에 없다. 말은 네 개의 위를 갖는 대신 맹장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그 진화한 맹장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한다. 토끼도 마찬가지다.

 

대두를 처음 재배한 것으로 알려진 황허 문명은 대두와 보리 등을 주로 경작하는 밭농사 위주의 문화를 일군 반면 창장 문명은 벼농사 중심의 문화를 건설했다.(p.227)”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안전 영양식으로 일컬어지는 쌀은 유일하게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부족하다. 이 라이신을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이 바로 대두다.(p.253)” 된장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작용으로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들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 된장국을 먹으면 세로토닌 효과로 마음이 안정되고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된장에는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레시틴이 들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피로회복과 면역기능 강화 효과가 있는 아르지닌도 포함하고 있어 튼튼한 체력을 유지하게 해준다.

 

인류문명사에는 저마다 그 문명을 뒷받침한 작물이 있다. 황허 문명에는 대두가 있고 인더스 문명과 양쯔강 문명에는 벼가 있다. 지중해 연안에 자리잡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는 보리가 있고 남미의 잉카 문명에는 감자가 있다.(p.268)” 옥수수 기원지로 추정하는 중미에는 아스테카 문명과 마야문명이 존재했다. 이 두 문명의 사람들은 옥수수를 가장 중요한 작물로 여겼다. 이유가 뭘까? 마야 전설에 따르면 신이 옥수수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옥수수를 만든 게 아니라 옥수수보다 나중에 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카페인은 알칼로이드라는 독성물질의 일종으로 원래 식물이 곤충과 동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생성하는 기피물질이다.(p.150)” 이 카페인의 화학구조는 니코틴이나 모르핀과 흡사해 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 차를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고 머리가 맑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고 보면 독과 약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닌가 싶다. 13가지 식물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량이나 향신료 또는 기호식품이 되기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이 책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오카야마대학 대학원 농학 연구과에서 잡초생태학을 전공했다. 이후 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즈오카현 농림 기술연구소를 거쳐 시즈오카대학교 농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한다. 주요저서로 싸우는 식물>, <재미있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 <풀들의 전략>,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도시에서, 잡초>, <잡초의 성공전략>, < 유쾌한 잡초 캐릭터 도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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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h | 2019.08.18 리뷰제목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후추와 검은 욕망   이 책을 여는 말이 강렬하다.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8쪽)   책 제목이 ‘세계사’인만큼 여기서 모든 것이라 함은, 세계사가 바꿔지게 된 모든 원인일테고, 그것이 후추 때문이라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거기에서 한 호흡 멈춘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을 읽으면, 이제 보인다.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 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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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후추와 검은 욕망

 

이 책을 여는 말이 강렬하다. 모든 것은 후추때문이었다.”(8)

 

책 제목이 세계사인만큼 여기서 모든 것이라 함은, 세계사가 바꿔지게 된 모든 원인일테고, 그것이 후추 때문이라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거기에서 한 호흡 멈춘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을 읽으면, 이제 보인다.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 가를.

모든 것이 후추때문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후추를 향한 인간의 검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후추와 검은 욕망, 그렇게 이 책은 시작한다.

후추를 비롯한 13가지의 식물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결국 세계 역사를 바꿔 놓았다는 사실, 그것을 기록한 책이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저자가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 생각한 13가지 식물은 무엇 무엇일까 

 

1.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감자

2.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토마토

3. 대항해시대를 연 검은 욕망 후추

4.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의 열광 고추

5.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 양파

6.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

7. 인류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 사탕수수

8. 산업혁명을 일으킨 식물 목화

9.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볏과식물 ·

10. 고대 국가의 탄생 기반이 된 작물

11.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식물

12.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 옥수수

13.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 튤립

 

알고 나면 모두가 평범한 식물들로, 우리가 식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탕수수는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동남아 여행을 다녀본 사람은 알 것이다. 더위에 땀을 흘리며 관광하다가, 길가 노점상에서 사탕수수를 짜서 만든 즙으로 잠깐이나마 갈증을 해소한 적이 있을 것이니,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평범하기에 우리가 별 관심 없었던 식물, 13가지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식물의 원산지와 양산지

 

먼저 각 식물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그리고 전파 경로는 어땠는지, 지금은 어디에서 그 식물을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세계사의 굵은 흐름이 보인다.

 

감자 - 남미 안데스 산맥 주변 (26)

토마토 - 안데스 산맥 주변 (57)

후추 - 남인도가 원산지인 아열대 식물 (77)

양파 - 중앙아시아 건조지대(128)

- 중국 남부 (134)

사탕수수 - 동남아시아 원산지인 아열대 식물(157)

- 동남아시아 (231)

대두 - 아시아, 그 중에서도 중국 (148)

옥수수 - 중미 (266)

튜립 - 중근동 (아프리카 북부 지역과 서아시아) (281)

 

그런데 식물들은 원산지에서만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십자군 전쟁의 여파로, 콜럼버스 등이 신대륙의 발견하기 위하여 대항해에 나서면서, 고향을 떠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원산지에서 다른 곳으로 널리 퍼져 나간 식물들, 그런 사실이 벌써 세계사의 지형이 변한 것을 말해주고 있다. 대두 같은 경우는 중국이 원산지인데 현재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는 미국에서 수입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

 

탈립성(脫粒性)과 비탈립성(非脫粒性)

 

식물도 생존본능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리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그런 본능 가운데, 탈립성(脫粒性)이란 게 있다.

 

탈립성은 식물이 자신의 몸에서 씨앗을 땅에 떨어뜨림으로써 번식 가능성을 높이는 고유의 성질을 말한다. (207)

대다수 야생식물은 씨앗이 여물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씨앗이 여물대로 여물면 남김없이 땅에 떨어져버리기 때문에 식물의 번식에는 유리할지언정 인류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해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인류의 조상 중 누군가 위대한 발견을 했다. 바로 여문 후에도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비탈립성을 지닌 돌연변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208)

 

내용이 조금 길지만, 중요하니 조금 더 인용해 본다.

 

인류가 볏과 식물을 주요 식량원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결정적 계기가 우연히 찾아왔다. 놀랍게도 그 해결책을 돌연변이 밀이 제공했다.

일립계 밀(Einkorn Wheat)은 석기시대 때부터 인류가 재배해온 작물로 밀의 선조 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랜 옛날 어느 날 우리의 선조 중 누군가가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발견을 했다. 그것은 바로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밑동을 발견한 일대 사건이다. 아주 낮은 확률로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비탈립성을 지닌 돌연변이가 생겨날 때가 있는데 가물에 콩 날 확률보다 더 낮은 확률로 나타나는 그 돌연변이 밑동을 인류가 운 좋게 발견한 것이다.

씨앗이 여물어도 땅에 떨어지지 않으면 그 식물은 자연계에 자손을 남길 수 없다. 그러므로 탈립성이 없는 특성, 즉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성질은 식물의 치명적 결함이며 번식을 방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물이 가진 이런 결함과 악재가 오히려 인류에게는 호재이자 축복으로 작용했다.

여문 뒤에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 씨앗은 인간에게 식량이 되어준다. 그리고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작물의 밑동에서 씨앗을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심으면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지닌 밀을 얻는 길이 열린다. 이는 운이 따라준다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농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07~208 )

 

쌀과 콩, 쌀밥과 된장국

 

쌀은 탄수화물 뿐 아니라 양질의 단백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비타민과 미네랄도 풍부해 영양면에서 균형잡힌 식품으로 인정받는다. (232)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안전 영양식으로 일컬어지는 쌀은 유일하게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부족하다. 이 라이신을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이 대두다, 그러므로 쌀과 대두를 적절히 조합해서 먹으면 모든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232, 252)

그런 의미에서 밥에 된장국을 곁들이는 상차림은 영양학적으로 타당한 근거가 있다.

 

바로 우리 조상들이 쌀밥에 된장국을 조합한 것인데, 뭘 알아도 제대로 알고 식단을 짠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알게 되는 영어 단어

 

영어를 공부할 때, 의아한 것이 몇 개 있었는데, 고추 후추 같은 단어를 외울 때, 왜 고추가 Hot pepper인가 하는 것이었다. 종류가 비슷해서 그런가, 식으로 추리를 해 봐도 납득이 되지 않았고, 그건 결국 미제의 의문으로 남아있었는데, 드디어 그 의문이 풀렸다.

 

고추 : Hot pepper / Red pepper

피망 : Green Pepper (11, 97)

 

후추를 향한 욕망에서 시작된 콜럼버스의 탐험은 목적지인 인도가 아니라 아메리카를 발견하는 데서 그친다. 해서 찾으려던 후추는 찾지 못하고 대신 고추룰 발견하게 되는데, 여기 지어진 이름이 기이하다. 비록 실질적으로 후추는 아니지만, 이름에라도 후추라는 말이 들어가게 한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한 고추가 콜럼버스에게 '어쨌든 후추여야만 했던 까닭이 콜럼버스의 항해가 후추를 향한 욕망에서 시작된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밖에도 ‘livestock’라는 단어는 유럽이 가축에서 얻은 고기로 식량을 삼은 데서 유래하였다. ‘살아있는 재고라는 의미로 가축을 정의하게 된 것이다. (76)

 

양파는 onion인데 이는 진주라는 뜻의 라틴어 유니오(Unio)'에서 유래한 어휘다.(128)

 

대두는 soybean 인데, soy간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soybean간장을 담그는 콩이라는 뜻이다. (247) 일본 에도 시대에 사쓰마 지방에서 유럽으로 간장을 수출했는데 당시 간장을 뜻하는 사쓰마 사투리 소이가 소이빈의 유래라고 한다. (256)

 

옥수수 수염 (Corn silk)

옥수수 수염에 해당하는 영단어가 corn silk 라니 의외다.

 

인류문명사와 작물

 

인류문명사에는 저마다 그 문명을 뒷받침한 작물이 있다.

황허 문명에는 대두가 있고

인더스 문명과 양쯔강 문명에는 벼가 있다.

지중해 연안에 자리잡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는 보리가 있고

남미의 잉카 문명에는 감자가 있다. (248, 268)

 

매운 맛은 왜 다른 맛과 다른가 

 

매운 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다. (110)

 

우리 몸이 캡사이신의 독성을 중화해서 배출하려고 다양한 기능을 총동원하면 순간적으로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갑작스러운 캡사이신의 침투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한 뇌는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을 배출한다. 다시 말해 캡사이신으로 통각자극을 받은 뇌가 몸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판단해 완화하려고 앤도르핀을 분비하는 것이다. (110)

 

다시, 이 책은? -각 식물에 얽힌 기기묘묘한 사연들

 

예컨대 감자 같은 경우, 감자가 등장한 이래 이 세계 곳곳에 끼친 영향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더하여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리 앙트아네트가 사랑한 꽃은 장미가 아니라 감자꽃이었다.

감자가 성서에 언급되지 않은 식물이라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는 사실, 그래서 종교재판정에 감자가 악마의 식물로 낙인찍혀 화형이 형벌로 내려졌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으니, ‘인류 역사는 인간이 식물 재배를 시도한 그 시점부터 시작되었다’(293)는 말이 빈 말로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감자는 물론이거니와 이 책을 통해서 각종 식물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우리 밥상에 오르게 되었는지, 또 구구절절 각기 사연을 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식물들에 얽힌 이야기들은 그게 우리들의 밥상을 장식하는 것들이라 더 신기하고, 가깝게 여겨진다. 앞으로 밥상을 나누며 이런 식물들의 이야기로 밥상머리 대화가 더욱 풍성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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