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와 니콜. 전혀 다른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그녀들은 누군가 한번 이기고 나면 그 다음에는 반드시 그 설욕을 해낸다.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사람들도 많다. 각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녀들은 멈추지 않는다. 대체 무엇이 그녀들로 하여금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만들었을까. 너무나도 다른 성격이 그녀들을 그렇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한 것일까.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싶다던 모니카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다른 성격, 다른 공격 방식 그리고 다른 사상까지 그녀들은 러시아와 미국으로 나뉘어서 정치적으로도 다른 색을 띠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다른 두 나라 그리고 그들을 대표하는 비밀첩보기관. 각기 그 기관에서 일하게된 니콜과 모니카. 한 치도 지고싶지 않아 하는 그녀들의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이야기는 점점 큰 스케일을 펴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개인과 개인의 다툼으로도 보이지만 체스판에서의 결투로는 만족할 수 없었음일 틀림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을 공격한 것에 대한 정당방위라고나 할까. 워낙 대단한 사람들이다보니 자신의 복수도 그만큼 커져갔던 것일뿐. 그녀들이 속해 있는 곳이 하필이면 그렇게 극단으로 치달으니 나라간의 대립 마저도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개인적인 싸움으로도 보인다. 물론 개인을 우선시 하는 모니카와 집단지성을 우선시 하는 니콜의 성향 상 이것은 개인 대 집단의 게임으로도 보인다.
이때까지 어느정도는 판타지성을 가진 것으로 보였던 베르나르의 작품이었는데 비해 이 작품은 유난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아마도 역사적으로 워낙 유명한 사건들이 이 이야기 속에 그대로 녹아 있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1권에서 어린 소녀였던 그녀들은 점점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이제는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되었다. 그래도 그녀들의 대결은 끊임이 없다. 마지막에 이길 사람은 누구일까. 작가는 끝끝내 이 사건에 매듭을 짓지 않았다. 집단 대 개인 그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혼자 가면 빨리 가고 같이 가면 멀리 간다고 했던가 가장 빨리 가장 멀리 가는 사람은 누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