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해변
미리보기 공유하기

예루살렘 해변

리뷰 총점 9.0 (27건)
분야
소설 > 일본소설
파일정보
EPUB(DRM) 22.96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25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진짜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 『예루살렘 해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h | 2021.03.09 리뷰제목
진짜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 『예루살렘 해변』   이 책은    소설을 읽었다. 정말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읽다가 새삼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새겨보게 되는, 그런 소설을 읽었다.   흔히들 소설에서 반전을 이야기 하는데, 그래서 이 책 역시 책 뒤표지에 <독특한 문체, 탁월한 상상력, 놀라운 반전>이라고 써 놓았는데, 이 소설은 반전 차원을 넘어선다. 소설 속으로
리뷰제목

진짜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 예루살렘 해변

 

이 책은 

 

소설을 읽었다. 정말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읽다가 새삼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새겨보게 되는, 그런 소설을 읽었다.

 

흔히들 소설에서 반전을 이야기 하는데, 그래서 이 책 역시 책 뒤표지에 독특한 문체, 탁월한 상상력, 놀라운 반전이라고 써 놓았는데, 이 소설은 반전 차원을 넘어선다. 소설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기분, 이런 기분 느낀 책, 처음이다.

 

이 책 예루살렘 해변은 이스라엘 작가 이도 게펜의 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다.

저자 이도 게펜은 <1992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현재 텔아비브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사골 뇌 연구소Sagol Brain Institute, 소라 스키 의학센터, 텔아비브 대학 부속기관인 가상 증강 현실 연구소에서 신경 인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현재 이 연구소에서 스토리텔링과 증강 현실을 이용해 파킨슨병의 양상을 진단하는 혁신적인 연구를 이끌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소설을 읽다가 몇 번이고 앞으로 돌아가 저자의 경력을 훑어보곤 했다.

대체 이런 소설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소설을 쓰지, 하는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상 증강 현실 연구소에서 신경 인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작가이기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 그거다. 그래서 작품 하나 하나를 읽어갈 때마다, 새록새록 스토리텔링의 그 깊숙한 의미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은 표제작인 예루살렘 해변을 비롯하여 모두 14편인데, 14편 모두가 새겨볼 만하다. 그러나 그중에서 한 편을 꼽으라면, 단연 파리와 고슴도치.

 

여기 수록된 작품 중 가장 짧은 소설이다. 쪽수로 겨우 5쪽에 불과한데, 그리고 시작도 뭔가 엉성한데 읽다가 그만 울컥해지는, 그래서 작가의 솜씨에 감탄, 경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시작은 이렇다. 첫문단이다.

 

요나단 형이 입대한 날부터 나는 시간을 잡아보려고 노력했다. 말 그대로 붙잡으려고 양손을 뻗어 손가락 사이를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가 주먹을 재빨리 쥐고 최대한 많은 덩어리를 잡으려 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시간을 잡는 것은 정말 까다로운 일이었으니까. 어찌 되었든 난 어설픈 파리 한 마리조차 잡아 본 적이 없다. (383)

 

이게 뭔소리? 시간을 손으로 잡다니? 그야말로 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단어 하나 '파리', 손으로 파리조차 못 잡는데, 보이는 파리조차 못잡는데, 보이지 않고 형체가 없는 시간을 어떻게....

 

(여기서, 등장하는 파리가 제목의 파리이고, 파리가 가지게 되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다 읽고 나서 알게 된 것, 저자에게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처음에 그런 생각에 빠져 그 뒤 글들을 허투루 읽었던 모양이다.

그 다음 장면, 형이 군대에서 휴가를 왔는지, 집에 다니러 온 형이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군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준다. 거긴 안전하다면서 가족을 안심시키는 말도 하면서.

 

형은 계속 말했다. 전초 기지에서 아무일도, 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 믿을 수 없다고, 오히려 집에 있는 것보다 북쪽에 있는 그곳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383)

 

휴가 나온 형을 동생은 졸졸 따라다닌다. 면도하는 형의 모습, 이렇다.

 

그날 저녁 늦게 형은 집안을 서성거렸고 나는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형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면도를 했지만, 실은 고슴도치 쓰다듬는 느낌을 싫어하는 메이탈을 위한 거였다. (384)

 

10살짜리 동생이 군대에 가서 휴가 나온 형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 그려지지 않는가? 게가다 형이 면도하는 모습도 어린 동생에게는 멋지게 보일 것이다.

 

여기서 고슴도치가 등장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고슴도치다.

 

그리고 형은 화자인 동생에게 말한다.

 

형은 2주 안에 한창 분쟁중인 가자 지구로 보내질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384)

 

그리고 형은 어린 동생에게 시간을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 시간을 잡아 병에 집어넣는 방법을. 이게 동생이 형을 기억하는 방법이 된다.

 

군대에 가서 죽은 형을 기억하는 방법!

그런데도 거기까지 읽으면서도 전혀 바로 다음 문장에 나올 사건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 채집이라는 황당함에 주의를 뺏긴 탓이었을까?

 

이런 것, 역시 눈치 채지 못하고 읽었다.

 

나는 형이 내게 들려주었던 모든 이야기의 시간을 끌어모아 계속 병을 채웠다. (386)

 

이윽고 등장하는 문장, “모두들 조의를 표하러 왔다.” (386)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면서, 뒷통수를 한 대 세게 맞았다.

 

지금 10살짜리 사내아이인 화자는 형을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다.

형의 시간, 형과 같이 한 시간, 가족이 형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모아 모아, 병속에 담아두고 싶어하는 그 절절한 마음을, 저자는 두 손으로 잡아 이 작품 속에 담아 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것을 느꼈다. 거의 보이지 않았고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사라질 뻔 했지만, 내 손에 쥐어진 것이 시간 덩어리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385)

 

나는 이 집 전체를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 내 평생 갈 만큼. (387)

 

다시, 이 책은 

 

이 책에 모두 14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그 중 어느 한 작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여기 모두 분석해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저자는 주제를 잡아내어, 그걸 어떻게 하면 스토리텔링으로 녹아낼 것인지 치밀한 연구 끝에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다음에 우리에게 내어 놓는다. 그러니 작품 속에 주제가 살고, 이야기가 살아 움직인다. 소설 속 이야기에 들어있는 인물들도 그래서 모두 진짜 살아 움직인다.

 

이게 소설이다. 진짜 소설이다.

그러니 이 소설집을 읽을 때는, 한 문장, 한 글자도 허투루 읽지 말고, 모두다 가슴에, 심장에 새긴다는 각오로 읽어라. 그게 이 소설집을 대하는 독자의 태도여야 한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독특하고 기발한, 따뜻한 이야기 단편모음집. 평점10점 | h******0 | 2021.03.19 리뷰제목
[소개 및 줄거리]  이스라엘 작가가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쓴 단편 상상 문학 모음집. 총 1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적인 작가가 극착한 책이기도 하며, 몇 몇 작품들은 판권이 팔려 영상으로 제작 준비 중에 있을 정도다.  이스라엘 작가가 써서 우리에겐 낯선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으며,매 편마다 인간의 삶에 대한 여러 단상을 표현하고 있다.   [감상평]  이스라엘쪽
리뷰제목

 

[소개 및 줄거리]

 이스라엘 작가가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쓴 단편 상상 문학 모음집.

총 1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적인 작가가 극착한 책이기도 하며, 몇 몇 작품들은 판권이 팔려 영상으로 제작 준비 중에 있을 정도다.

 이스라엘 작가가 써서 우리에겐 낯선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으며,매 편마다 인간의 삶에 대한 여러 단상을 표현하고 있다.

 

[감상평]

 이스라엘쪽 문학은 본 적이 없어 궁금해서 보게 된 책이다. 문체가 정말 독특하다? 약간 낯설었는데 그게 또 작품과 잘 어울린다. 처음엔 읽는데 좀 불편했지만 보다보니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재밌게 봤다.

일단 단편이 모음집이라 부담스럽지 않고, 가볍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sf, 판타지, 상상!! 같은 요소들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인간의 삶에 대한 여러 주제를 말하고자 한 것 같은데 이런 요소들이 있어서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이야기가 된게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일상적인 현대인의 삶에 여러 상상을 가미하여 이야기를 풀어 나가서 공감하며 보기 좋았다.

 작품들이 다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책제목이자, 책표지인 [예루살렘 해변]이 가장 따뜻하고 인상깊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와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아내의 상상속의 해변을 찾아가는 내용인데 정말 따뜻하고 뭉클한 이야기였다. 나도 저렇게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을 만큼. 여운이 깊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한창 재밌게 보는데 어?? 하고 끝나서였다.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한데.. 그때 끝나서 아쉬움과 여운이 많이 남아 다시 한번 더 보게 됐다.

두번째 볼때는 책표지도 한번 더 보고 읽었는데 책표지가 더 감동적이고 아련한 느낌을 받게 돼서 정말 책읽는게 뿌듯할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각 각의 이야기들이 개성강하고 그만큼 표현하는 것도 달라서 재밌었다. 상상도 기발하고, 그걸 토대로 따뜻한 이야기가 나오는게 다음에도 이 작가가 책을 쓴다면 보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이도공간의 스토리텔링 평점10점 | z***a | 2021.03.17 리뷰제목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작가들이 쓴 책을 읽을 기회가 많아졌다. 대다수 해외소설로 고만고만한 범작 수준이었다. 그런데, 내 입에서 '대박'이란 감탄이 절로 새어나오는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이스라엘 작가 이도 게펜의『예루살렘 해변』(문학세계사, 2021)이란 단편집인데, 작가가 아무래도 온라인에 특화된 밀레니얼 세대라서 그런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이중성과 혼종성에 대한
리뷰제목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작가들이 쓴 책을 읽을 기회가 많아졌다. 대다수 해외소설로 고만고만한 범작 수준이었다. 그런데, 내 입에서 '대박'이란 감탄이 절로 새어나오는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이스라엘 작가 이도 게펜의『예루살렘 해변』(문학세계사, 2021)이란 단편집인데, 작가가 아무래도 온라인에 특화된 밀레니얼 세대라서 그런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이중성과 혼종성에 대한 상상력과 성찰력이 돋보인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엘리스가 빠진 토끼굴이 신기한 모험이 시작되는 발동 장치라면, 『예루살렘 해변』에선 주인공이 초현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그런 장치로 페이스북, 고장난 라디오, 자기계발 비즈니스 프로그램, 꿈 공장 등이 등장한다. 저자는 텔아비브 대학 부속기관인 가상 증강 현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스토리텔링이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란 평소의 문제의식을 이들 단편에 잘 녹여냈다 싶다. 너무 앞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뒤처지지도 않은 그런 핍진성을 갖춘 초현실적 상상력이 다양하게 연출된다.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은 꽤나 포스트모던적인 단편으로,  페이스북에 거짓 포스팅을 올리며 전적으로 디지털 유목민의 삶을 가상으로 살아내는 두 젊은 남녀의 이야기다. 이스라엘 하데라에 살면서 페이스북엔 마치 독일의 어느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민자 역할을 한다. 가상공간에 올린 베를린 관광지 사진, 상태 메시지 등 모든 게 거짓이다. 마이클과 타마라 두 사람의 얘기가 무척 현실적으로 들리는 것은 현대인들이 이미 각종 SNS를 통해 행복에 대한 환상을 꾸미는 일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이로그처럼 하루 24시간 일상생활의 유튜브화를 실행하는 이들은 스스로 현실을 편집하고 증폭시킨다. 남을 위해 자신의 사생활 영상을 공개하는 이들을 '크리에이터'라고 부르지만, 진정한 크리에이터라면 자신의 사생활을 모두 공개하는 우를 범하진 않을 것이다. 더구나 관심과 인기를 얻기 위해 가상공간을 온통 거짓으로 채우진 않을 것이다.  나름 가상공간의 베테랑 크리에이터라 할 수 있는 마이클은 타마라의 멘토이자 파트너가 되어준다. 마이클은 중증의 현실 부적응자로 볼 수도 있는데, 그에게 "현실 세계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가로막는 기술적 결함의 시공간일뿐"이다. 

 

 

남의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읽어내는 환상은 관음증적 욕망과 연결되어 있다. 「101.3FM」은 우리의 생각이 파동이기에 충분히 주파수가 맞으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상념도 라디오 채널처럼 수신할 수 있지 않을까, 란 대중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이야기다. 수리점에 맡긴 오래된 고장난 라디오가 우연히 고객들의 생각을 들려주는 라디오로 거듭난다면, 본래 주인에게 돌려주기 싫어질 것이다. 비록 초현실적인 기이한 이야기지만 충분히 상상해볼 만한 내용이다. 꿈을 제조하는 직업을 가진 심약한 기질의 청년이 나오는 「데비의 드림 하우스」도, 결혼 전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는 시술을 받는 「사막을 기억하는 방법」도 옴니버스 구성의 단편 영화로 찍으면 그럴싸한 초현실적 풍광을 보여준다. 

 

「삶의 의미 주식회사」는 다양한 부캐를 체험 활동으로 하는 다단계식 자기계발 비즈니스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다. 다소 철학적인 성찰도 엿보이는데, 가령 단 30일 만에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의 홍보 직원으로 활동하는 탈리아는 이런 말을 주인공에게 건넨 뒤 조직을 탈퇴하고 만다. 

 

"어쩌면 하나의 거창한 의미를 찾는 것을 그만두고 아이의 웃음소리나 푸른 풀 같은 작고 단순한 것들을 위해 살기 시작해야 할 때가 됐는지도 모르죠. 나도 잘 모르지만, 뭐든 미소짓게 만드는 것들이 소중해요."(97, 98쪽)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평점8점 | h*********h | 2021.03.17 리뷰제목
현실과 상상력을 정말 잘 버무려놓은 소설들. 14편의 이야기가 담긴 풍성한 소설집이다. 책은 은근한 두께와 작은 글씨를 자랑(?)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한 권이 끝나버리는 매력 있는 책. 책의 뒤표지를 보면 한편마다의 줄거리를 요약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줄거리를 알고 보아도 재밌다. 읽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이야기는 「 파리와 고슴도치 」
리뷰제목


 

현실과 상상력을 정말 잘 버무려놓은 소설들. 14편의 이야기가 담긴 풍성한 소설집이다. 책은 은근한 두께와 작은 글씨를 자랑(?)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한 권이 끝나버리는 매력 있는 책. 책의 뒤표지를 보면 한편마다의 줄거리를 요약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줄거리를 알고 보아도 재밌다. 읽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이야기는 「 파리와 고슴도치 」, 「 예루살렘 해변 」 이 두 편이었는데, 읽고 나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 삶의 의미 주식회사 」와 「 예루살렘 해변 」이었다. 짧게 두 편의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어느 날 갑자기 아침에 눈을 뜨고 삶을 살아나갈 이유를 잃어버린 청년이 나름대로의 노력을 거듭하는 이야기와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내와 함께 60년 만에 예루살렘에 방문한 한 노인이 아내의 첫기억 속 눈 덮힌 예루살렘 해변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어느 날 갑자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정말 느닷없이, 아침에 눈을 뜨고 싶은 이유를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중략) 나는 어디서부터 답을 찾아야 할지 몰랐다. 내가 아프리카 산꼭대기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사람도 아니므로 답을 찾기 위해 기꺼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구글에서 '삶의 의미'를 검색했다.   ( 본문 중 84-5p, 「 삶의 의미 주식회사 」 )

 

「 삶의 의미 주식회사 」에서 사실 가장 재미있던 부분은 바로 위에 첨부한 도입 부분이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훈훈한 엔딩 장면이다. '답을 찾기 위해 기꺼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 이 구글 검색이라는 점에서 조금 웃었고, 검색을 통한 정보를 겁 없이 바로바로 이용해먹는 모습에서 청년 세대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 등의 특징이 꽤나 반영되었다고 생각했다. 앞서 언급한 부분과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해 볼 법한 내용을 다루는 등 현실 반영이 뛰어나면서도 '삶의 의미 주식회사'라는 판타지적 요소(실존 가능성을 따져보았을 때 비슷한 의도를 가진 회사는 있을지언정 책에서와 같은 경험을 제공해주진 못할 게 분명하다)가 들어간 이 단편과는 달리, 비슷한 느낌이지만 온라인과 sns에 익숙한 청년세대의 조금 비뚤어진 삶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단편은「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 」이었다. 이 단편 속 주인공은 실현 가능성은 제쳐두고서라도 어딘가에 실제로 있을 것 같아서 조금 안쓰럽고 조금 무서웠다. 「 예루살렘 해변 」은 이야기를 읽고나면 이 책의 표지가 더 아름다워보인다.

 

좋았다는 한마디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고객서비스 지침서」였다. 앞선 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이름과 사연을 교묘히 연결해 고객과 고객서비스 담당자라는 역할에 집어넣더니, 둘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본문에서 고객과 담당자의 입장을 역전시키는 솜씨도 대단했다. 읽으면서 참을성 있게 진상 고객들의 말대꾸를 해주는 담당자의 입장에 몰입하다가, 순식간에 역전되어 담당자가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며 그를 응원하는 고객의 입장에 동화되어버려서 마지막 장면을 읽고 나선 나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었다. 몰입도가 굉장했다. 스핀 오프라기엔 애매하지만 이 책에 들어간 모든 이야기의 번외를 한편에 몽땅 넣어버린 느낌이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참고로 이 책을 읽을 때 본문이 끝난 후 있는 '번역가의 글'도 꼭 끝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이 소설의 한글판버전 첫 독자이기도 한 옮긴이는 책 말미에 성실한 서평을 남겼다. 그리고 이도 게펜의 두 번째 책이 곧 출간될 예정이라는 희소식까지 함께 전한다. 난 이스라엘에 대해 잘 모르고, 이스라엘 작가의 글도 처음 읽었다. 주인공들의 이름과 등장하는 지명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고, 미국이나 한국에서 파병 뉴스가 나올 때나 들었던 지역들의 이름이 보이는 것도 어색했지만, 소설가가 소설로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국적을 초월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 됐든 난 이 책을 읽으며 감탄하고, 무서워하고, 즐거워하고, 놀라고, 마음 아파하고, 감동하는 등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다양한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즐겼다. 작가의 상상력과 솜씨에 감탄했고, 작가의 다음 책이 나온다면 또 관심 있게 찾아볼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예루살렘 해변 평점8점 | w******9 | 2021.03.15 리뷰제목
내가 여지껏 중동·서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나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이목을 끌었고 종교 분쟁으로 불씨가 되어온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을 제목으로 선택한 것이 멋있었다. 예루살렘은 3대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이다. 또한 중동 지역의 예루살렘에 해변이 있나 싶은 생각에 검색해
리뷰제목


 

 


내가 여지껏 중동·서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나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이목을 끌었고 종교 분쟁으로 불씨가 되어온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을 제목으로 선택한 것이 멋있었다. 예루살렘은 3대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이다. 또한 중동 지역의 예루살렘에 해변이 있나 싶은 생각에 검색해보면 해변이 없다. 이런 제목의 장난은 독자로 하여금 책을 한 번 펼쳐보게 한다.


"무슨 의미를 찾아요?" 그녀는 커다란 갈색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삶의 의미' 사무실 맞은편 공원에서 나를 처음 만난 날이었다.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머리가 띵했다. 저런 질문은 살면서 몇 번은 듣게 되는데, 막상 깊이 생각해보려 해봐도 잘 되지 않고 금방 잊고 지낸다. 철학적인 생각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면서...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절이 참 마음에 들었다. '노인 부대'에서는 평균 수명 계산법에 따르면, 유전적 요소, 현재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앞으로 4년, 어쩌면 조금 더 살 수 있는 인물이 나온다. 그런 인물이 입대를 결정한 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작가 이도 게펜은 한국인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말도 따로 작성했다. 예루살렘 해변의 수록 작품 중 몇 개를 집필하는 동안에 뉴욕에 머물렀고, 맨해튼 32가에 있는 코리아타운에서 한국 음식을 자주 먹었다고 했다. 또한 번역가 분의 질문이 항상 그를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뒷이야기도 전해준다.

 

*출판사 지원도서 입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한줄평 (2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0점 9.0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