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위기'라는 말을 해도 어색하지 않게 들리는 것이 바로 한국 경제다. 영화 베테랑에서 신진물산 조태오 실장 역을 맡은 유아인이 한 대사에 매년 이번 감기가 제일 지독하다고 했지만 죽지 않았다는 말처럼 늘 위기를 강조하는 것이 한국 경제계다.
회사에서 10여년 넘게 다음해 경영전략을 작성하는데 정말이지 나 역시 한 번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고 안 힘든적이 없었다. 심지어 사상 최대 이익을 낸 해도 내년은 어떻게 해야하나를 걱정했다.
한국 경제는 절망의 땅,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1960년대 전후를 기점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불과 60년도 안되는 세월 동안 지금 보면 말이 안 되는 한 해 10%가 넘는 경제성장을 기록한 호황기를 겪으면서 경부고속도로 건설, 반도체 신화 같이 '하면 된다' 정신으로 근면과 선진국보다 2배는 더 일한다는 정신으로 혁신을 만들어냈다.
그러다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게 되면서 한국 경제는 한 번의 혁신을 하게 된다. 당시 한국 경제는 오랜 경제 성장에서 내포적 성장을 만들지 못한 채 세계화와 마주하게 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앞세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강국에 의해 소위 말하는 '영혼까지 털릴 정도'의 혹독한 수업을 통해 수십 개의 기업이 사라지고, 종금이라고 하는 금융회사가 정리되는고, 엄청난 인원의 정리해고 등을 거쳐 IMF 외환위기를 조기 졸업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도 있었지만, 한국 경제는 더욱 냉혹한 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
2021년 21세기도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인터넷 혁명, AI, 메타버스, 자율주행 같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변화가 가속화되고는 있었지만 한국 경제는 나름 잘 적응하면서 또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전염병 사태가 길어지면서 우리 경제는 또다른 혁신을 통한 미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그런 한국 경제의 다양한 분야에서 아낌없는 조언을 주고 있다.
교수님들이 쓰신 전문 서적 답게 많은 도표와 그래프들이 논리를 뒷받침 해준다.
이 표는 한국 경제의 SWOT분석이다. 강점은 기존 제조 대기업 + 카카오페이,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공존하는 건전한 경제체계다.
위협은 코로나19 미중 분쟁이후 과도한 세계화 약점 노출한 GVC, 미중에 의존율이 높다는 것이다. 기회는 미중갈등을 통한 제조업 리쇼어링과 디지털화, With Corona시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할이 많다는 것이다.
위협은 기존 소수 대기업 주도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불평등, 가계부채, 저출산고령화 등 내적 요인 등이 위협을 꼽힐 것이다.
한국 경제는 밖으로 미국과 중국의 강대국 대결, Software 산업 중심의 선진국 산업 재편,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자국 무역 보호주의 등의 문제와 내적으로는 고령화 리스크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빈부격차, 주력산업의 고착화, 노동 유연성 저해, 전반적인 사회 안정화 추구로 도전 정신의 결여 등 많은 내적문제 또한 산적해 있다. 바야흐로 대선 시즌, 한국 경제를 이끌 선장이 제대로 되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한국 경제의 오늘은 정주영, 이병철이 보여주었던 거북선 지폐만 가지고 배를 수주해오던 도전, 반도체 산업같은 초유의 결정과 혁신이 사라진지 오래다. 혁신 없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우리는 자원빈국에 인구도 1억명이 아닌 5천만 정도의 어정쩡한 수치에 더군다나 분단 조국이라는 현실을 안고 있다. 그래도 한국의 기업은 뛰고는 있지만 한국의 정치는 뒷걸음질 친다. 이건희 회장님의 경제는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말은 이제는 거의 명언이 된 것 같다.
한국의 수많은 규제와 잘못된 제도는 젊은 세대의 도전정신과 창의성, 혁신을 막고 있다. 성장과 경쟁, 그러면서 제도의 혁신을 통해 오늘의 많은 산적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누군가는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대기업 선단체제, 오너 리스크 등으로 부르고 있지만 나는 그것만이 꼭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학생 때는 당연히 그런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의 최상위 대기업 집단 2곳에서 일을 해본 내 경험으로는 생각보다 전문경영인은 미래를 보지 못하는 환경이 있고, 자기소유와 아닌 것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업가와 경영인은 다르다.
한국의 내수시장은 작다. 또한 불안하다. 우리는 수출을 해야 석유를, 원자재를 수입해 올 수 있는 국가다. 관광산업은 한류의 열풍이 주는 효과보다 가진 기초체력이 많이 부족하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대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 이제는 융복합을 통한 역량 강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대학도 모든 학과를 다 성장시키는 것은 어렵다.
전통적으로 강한 H대는 공학, S대는 인문, K대는 축산, D대는 불교와 인문 컨텐츠, 미술을 잘하는 H대 등 자신들의 분야에 강하다고 하면 그곳에 특화된 전략이 먼저 있어야 한다.
전자의 강자 삼성은 전자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런면에서 화학 계열사를 과감히 다른 기업에 넘긴 삼성의 결단은 위대했다. 빨랐다. 사실 대박은 아니라도 가지고 있으면 유지는 할 수 있는 것이 대기업 체제인데 내 것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는데 삼성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다음으로 이제 전자는 단순히 전자제품, 가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와 융복합하고 있다. 바이오는 전자와 컨버전스 하고 있다. 내부 자원을 넘어선 외부와의 연계 중요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교육 문제는 사실 조금은 복잡하다. 나 역시 주입식 교육 세대로 주입식 교육의 폐해, 수능 일변도의 한방주의가 위험하다는 것 잘 안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켜야 하고, 어릴 때부터 경제를 가르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알려줘야 한다는 주병기, 이상승 교수님의 견해에 일견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제도는 공정하지 못하다. 이미 기득권이 형성되어 있고, 대한민국은 반신분제 사회처럼 된 지 오래다.
부친의 학력환경이 그 자식의 성공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미 반신분제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조선이 망한 여러 대내외적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과거제를 통한 공정한 인재 선발로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던 방식에서 후기로 갈수록 이 공정한 시스템이 붕괴되고 일부 벌열이 고위직과 나라의 행정을 독점하게 되면서부터다. 공정과 기회를 잃은 나라가 가장 위험하다. 지금 창의성도 혁신도 중요하지만 사회 최상위 지도층 또는 지도자가 이것 하자만 제대로 세워도 좋다. 바로 공정이다. 먼저 공정을 확보하고 비리나 청탁이 개입될 여지를 원천 봉쇄하고 사회 전체 시스템이 믿고 맡길 수 있을 때 그 때 창의적인 교육 혁신을 시도해도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2022년은 여러가지가 맞물려 있는 중요한 시기다. 5년을 이끌 차기 지도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해이다. 4차 산업혁명이 더욱 본격화 될 원년이 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는 어떻게 흘러 갈 것이며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을 뒷받침하는 인재, 그 사람이 해마다 줄고 있다.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빈부격차, 부동산 뇌관, 가계 대출, 경제 성장 동력의 감소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이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그럴 수 있었다면 이분들이 정치를 했었어야지.
하지만 이러한 고민부터 하는 것이 시작이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시도가 중요하다.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와 새로운 아이디어와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 세대가 읽고 함께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