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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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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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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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 평점10점 | e***0 | 2021.01.29 리뷰제목
박완선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새롭게 태어난 표지. 유년기부터 20세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후속편이다. 오빠 다리의 총구멍...이야기를 시작으로 전개된다. 그렇게 첫 장부터 아찔한 이야기... 박완서의 20대의 시작. 그때부터 한국 전쟁 직후 3년 동안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글로 표현했다. 전쟁으로 남겨진 참혹함, 그로인한 박완서 주변의 상
리뷰제목

박완선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새롭게 태어난 표지.

유년기부터 20세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후속편이다.

오빠 다리의 총구멍...이야기를 시작으로 전개된다.

그렇게 첫 장부터 아찔한 이야기...

박완서의 20대의 시작. 그때부터 한국 전쟁 직후 3년 동안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글로 표현했다.

전쟁으로 남겨진 참혹함, 그로인한 박완서 주변의 상황들.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의 문제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들, 가족들과의 갈등들...

마냥 착한 딸이 아닌 이기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 또한 시대적 배경으로 어쩔 수 없었기에, 살아야 했으니까...

 

그 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읽는 내내 난 이미 그 시대에 살고있었다.

 

아이의 엄마인지라 올케와 젖먹이 조카를 데리고 인민군 눈을 피해 개성까지 가야했던 장면은

나의 심장이 더 쫄깃해졌다. 아이가 열이 펄펄 끓어 혹시나 잘못될까봐 불안해하며 읽었다.

다행히 호두 기름으로 열이 내렸고 그 부분에서 난 얼마나 큰 한숨을 쉬었는지 모른다.

 

북으로 강제 이송 명령, 또 다시 남쪽으로 피난...

젊은이들을 뺏고 뺏기는 싸움들...

가장이 된 저자는 가족의 생존에 대한 책임을 지며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극한 수난 속으로 몰아간 전쟁이라는 괴물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고뇌한다.

 

힘든 시기를 겪으며 다양한 이야기거리들을 들려주었다.

하나의 독립된 개체가 되어 혼자 힘으로 세상과 부딪치고

또 가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너무나 사실적이고 너무나 인간적인 이 소설임들 느낄 수 있었다.

 

3부의 내용이 저절로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박완서 #그산이정말거기있었을까 #박완선두번째이야기 #웅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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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21.01.26 리뷰제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통해서 박완서라는 작가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었다면 이 책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3부작으로 구성된 자전소설의 2부작인 셈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났더니 마지막 편이 궁금해졌다. 청년시절을 그린 이 이야기의 끝에 결혼을 했다. 그녀는. 그 다음에는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장면들이 그려지겠지. 전쟁을 겪고 취직을 해서 일을 하
리뷰제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통해서 박완서라는 작가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었다면 이 책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3부작으로 구성된 자전소설의 2부작인 셈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났더니 마지막 편이 궁금해졌다. 청년시절을 그린 이 이야기의 끝에 결혼을 했다. 그녀는. 그 다음에는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장면들이 그려지겠지. 전쟁을 겪고 취직을 해서 일을 하던 그녀가 어떤 육아법으로 아이를 키웠을까. 늦은 나이에 시작한 글쓰기는 무엇이 방아쇠가 되어 주었을까.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마냥 재미났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어려웠을 때이지만 그래도 작가는 깨인 엄마 덕분에 전통적인 할머니 밑에서 탈출해 서울로 갔으며 그곳에서 엄마의 억척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들어간 서울대학이었다. 전쟁이 터지고 채 일년도 공부 해 보지 못하고 그녀는 서울대생이라는 타이틀만 남았다. 전쟁통에 사람들이 살고 죽는 마당에 대학생이 무에 그리 큰 대수일까.

이야기는 시작하자마나 이념의 이분법 앞에 놓인 그녀의 가족이 등장을 한다. 다들 피난을 가고 텅 비다시피 한 마을. 그곳에서 그녀는 올케와 함게 남의 집을 뒤져가며 그렇게 도둑질을 해가며 연명을 했다. 결국엔 둘만 북으로 피난을 가야헸지만 말이다. 인민군도 국군도 크게 부가되지 않으며 총알이 난무하는 촉박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 전쟁통인데도 그러하다. 아마 그때 당시의 일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아닐까. 최전방이 아닌 민간인들이 사는 그런 부분에서 말이다. 아무리 조용하다 하더라도 그들의 자유는 없었다. 군인들이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가서도 안되었다. 부상당한 오빠와 아이들 엄마가 있는 곳으로 다시 내려와야 했으니 말이다. 그때의 힘듦과 곤함과 어려움은 작가의 글속에서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다.

 

세상에 그런 별미가 없었다. 얼마 만에 먹어 보는 싱싱한 고기 맛인지 몰랐다. 온 몸에 남아 있는 사투의 흔적이 그 맛을 더욱 돋우었다. 우리는 아귀처럼 사정없이 그 거칠고 험한 딱지를 정복하고 속살을 배가 터지게 탐했다. (118p)

 

가족은 다시 재회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야했고 먹어야 했고 아이들은 커야했다. 그러니 누군가는 나가서 일을 해야 했다. 숙부의 가족들까지 대가족이 한데 모였으니 오죽 필요한 것들이 많았으랴. 그녀는 방위대에 취직을 했고 돈을 벌었고 장사를 했고 돈을 날렸고 피엑스에 취직을 했다. 서울대라는 타이틀이 필요한 곳이었다. 국어국문과라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영문과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해주었다.

내 생각에 작가는 약간은 고지식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내가 직접 그녀를 본 적도 없고 단지 책을 통해서 글을 통해서 그리고 책에 남겨진 사진을 통해서 느낀 인상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그곳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일을 하면서 더욱 드러났다.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부서에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일을 하는 곳이 바뀌면서 자신이 나서서 직접 일감을 따야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자신이 맡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빈 손으로 가게 될 수도 있었다. 나의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그녀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자신의 영어발음을 신경쓰면서 말이다.

그럴 때 가장 자주 쓰는 말이 '워스마리 유?'였다.(247p)

어떻게 조금도 읽고 쓸 줄 모르면서 그렇게 영어를 잘할 수 있는지 신기해하면, 그녀는 이 세상에 있는 말치고 글씨 먼저 생겨난 말은 없을 거라고, 글씨 먼저 아는 나를 이상해했다. 그녀의 생각이 아마 맞을 것이다. 내가 입이 안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글씨가, 철자법이 가로막기 때문이었으니까. (269p)

 

배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민이다. 그곳에는 자신보다 속칭 가방끈은 짧았지만 영어는 더 잘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말과 글 모두 중요하겠지만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우선시되어야 하는지를 아주 잘 드러내주는 그런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작가가 한 고민은 수십년을 넘은 지금까지도 한국인들의 영어 고민이 아닐까. 그냥 말을 하면 되는데 문법을 먼저 따지고 단어를 신경쓰고 그러다보면 정작 말할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것. 이건 한국인의 유전자 같은 것이려나.

 

 

나은 점이라보다는 명확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그이하고 있을 때는 내가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전혀 부담이 안 된다는 거였다. (340p)

 

방위대에 있을때도 약간의 섬씽이 있을뻔한 남자가 한번 등장을 하고 후반에도 친구처럼 지내는 남자가 한명 등장한다. 그들 중에서 누군가와 연애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상대는 오히려 엉둥한 데서 나타난다.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한 사람. 그 사람이 진정한 사람이다. 작가의 말에 너무나도 공감을 한 문구였다. 나 또한 그러하다.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면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과 만나면 그 불안한 갭이 싫어서 내가 먼저 아무말이라도 주워 섬긴다. 내가 그러하니 그녀의 입장이 너무나도 잘 이해되는 것이다. 비록 그녀의 집안에서는 반대하긴 했지만 말이다.

 

전혀 모르고 읽다가 책장을 넘겼는데 무언가  뚝 떨어진다. 엽서인가 하고 봤더니 작가의 사진이다. 너무나도 해맑음이 가득한 얼굴이다. 귀여움이 얼굴에 가득하다. 1955년 결혼한 직후 찍은 사진 설명이 그 당시의 상황을 말해준다. 아마도 가장 행복하던 그런 시절이 아니었을까. 그야말로 딱 새댁같은 그런 모습이지만 어떻게 보면 새댁이라고 보기에는 또 앳되어 보이기도 한다. 한복저고리를 입지 않았다면 그냥 이 시대의 대학생과도 같은 발랄함이 가득한 그런 모습. 타계10주년 기념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가 읽지 못했던 작가의 작품이 아직도 여전히 많다. 1월말. 겨울의 중반부답지 않게 봄날의 따스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그녀의 글이 주는 따스함일수도 있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장편소설 # 그산이정말거기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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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 《그 산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i***9 | 2021.01.29 리뷰제목
벌써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를 맞았다. 한국 문학계의 축복이라고 일컫는 박완서 작가의 문학은 10주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다양한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이 10주기를 맞아 새단장을 하고 독자들 앞에 새롭게 찾아왔다. 그 중 작가가 가장 사랑했던 자전적 소설 3부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새로운 리커버로 재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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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를 맞았다. 한국 문학계의 축복이라고 일컫는 박완서 작가의 문학은 10주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다양한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이 10주기를 맞아 새단장을 하고 독자들 앞에 새롭게 찾아왔다. 그 중 작가가 가장 사랑했던 자전적 소설 3부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새로운 리커버로 재출간되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 1부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작가의 유년기를 그린 소설이며 2부작인 《그 산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전쟁부터 결혼까지 겪는 격동기를 그린 세월이다. 6.25전쟁 발발 후 피난을 가지 못해 텅 빈 서울에 숨죽이며 살아남아야 했던 그 숨 막히는 긴장의 세월이 책 속에 찬란하게 펼쳐진다.

전쟁 중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지금이다. 앞날은 꿈꿀 수 없다. 매 순간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전쟁중에는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 작가의 전작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에서 작가는 침묵의 서울에 홀로 남은 극한의 공포를 묘사한 장면이 있다. 인민군과 국군의 틈새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그 공포를 저자는 경험을 되살리며 생생하게 현장을 묘사해 나간다.

 

 

의용군으로 전쟁터에 나간 오빠는 총상을 입고 돌아오고 가족의 실질적인 가장은 올케와 작가가 된다. 무기력하며 공포에 사로잡힌 오빠, 그 오빠를 지키고 있는 엄마에게 기대할 수 없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면 빈 집 도둑질까지 감행하는 처참한 현실은 전쟁이 인간을 어디까지 몰고 가는 지 생각하게 한다.

식구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건 올케와 작가이건만 엄마는 오직 오빠만 바라보며 며느리와 딸의 희생을 모른체한다. 가족을 먹이기 위해 면발도 없이 국물만 들이키며 도둑질까지 하는 그들의 희생을 묵인하는 엄마의 모습은 작품 내내 애증의 모녀 관계로 남게 된다. 한국의 전통적인 모녀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애증관계.. 그 모녀 관계가 작품 속에 공감이 된다. 마치 황정은 작가의 <연년세세> 속의 이순자와 큰 딸 한영진의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일들'을 연상하게 한다.

 

 

끝내 오빠가 죽고 작가는 가장이 되어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 힘든 가장의 길을 함께 짊어지는 것 또한 올케였다. 힘든 격동의 세대에 그 길을 감당해 내는 건 바로 여성들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후에 작가의 첫 작품 <나목>의 모티브가 되는 박수근 화백과의 실제 만난 부분 또한 흥미롭다. 비록 가정이 있는 초상화 화가이고 가정이 있는 사람이지만 작가는 의젓함을 보았다고 말했다. 어쩌면 전쟁 중 가족 중에 가장의 역할을 했던 사람은 작가와 올케였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저자의 경험이 호감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김금희 작가는 이 작품을 보고 "무섭도록 선득선득한 산 자의 감각이 경이롭다"고 말했다. 나는 김금희 작가의 이 해설이 《그 산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온전히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작품 내내 순간을 살아남기 위한 긴장과 초조, 삶에 대한 집착과 공포 등이 작가의 기억 속에 그대로 재현된다. 그 숨 막히는 현장 속에 몰입되는 듯하다. 전쟁이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작가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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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다. 평점8점 | r*******n | 2021.01.29 리뷰제목
앞날을 걱정하는 건 태평성대에나 할 짓이다. 전시에는 그날 안 죽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걸 모르면 그걸 아는 자의 짐이 되기 십상이다. 세상이 바뀐 후의 걱정은 그때 하면 되는 것이지 지금 급한 건 이 세상에 어떻게 안 죽고 살아남나였다. 우리는 먹을 것도 달랑달랑한 상태였다. 남은 식량을 늘여 먹기 위해 올케와 나는 이미 굶주리고 있었다. 오빠는 빈말로라도 그런 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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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을 걱정하는 건 태평성대에나 할 짓이다. 전시에는 그날 안 죽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걸 모르면 그걸 아는 자의 짐이 되기 십상이다. 세상이 바뀐 후의 걱정은 그때 하면 되는 것이지 지금 급한 건 이 세상에 어떻게 안 죽고 살아남나였다. 우리는 먹을 것도 달랑달랑한 상태였다. 남은 식량을 늘여 먹기 위해 올케와 나는 이미 굶주리고 있었다. 오빠는 빈말로라도 그런 걱정 한마디 없이 언제 닥칠지 모를 앞날을 예습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p.23~24

 

이야기는 다리에 총상을 입은 오빠의 다리를 치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총구멍에 심을 갈아 끼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자신도 모르게 오싹한 생각을 하고 만다. 총구멍이 차라리 심장을 관통했더라면.. 그랬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무사히 피난길에 올랐을 텐데.. 싶었던 것이다. 어머니, 오빠, 조카와 올케로 구성된 '나'의 가족들은 인기척이라고는 남아 있지 않은 서울에서 살아 남아야 했다. 인민군이며, 중공군, 빨갱이 등 낯선 단어들이 일상이 된 이 시기는 1951년, 전쟁 직후였다. '나'는 자신이 그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이 분하고 억울했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스무 살의 그녀에게 당면한 과제는 그저 살아 남는 것, 고통을 견디고 버티는 것뿐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해 남은 식량을 늘여 먹기 위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세상이 바뀐 후의 걱정보다는 당장 어떻게 안 죽고 살아남느냐가 문제였을 것이다.

 

전작이 어린 시절부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미성년 시절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스무 살부터 결혼 때까지 성년의 삶을 그리고 있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셨기에, 아버지의 역할을 할아버지가 대신해 주었고, 사춘기 이후에는 오빠가 그 역할을 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오빠의 존재는 사뭇 달라졌다. 1.4 후퇴를 배경으로 시작된 서두부터 '나'에게 오빠의 존재가 사라져 버린 것처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오빠는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도망쳐 온 뒤, 거의 폐인처럼 되어 버렸다. '나'는 그런 오빠의 모습을 보며 '표정도 과묵하던 때의 준수한 모습은 간데없이, 소심하고 비루해지고 있었다'며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싶어 한다. 보호를 받고 의지할 존재가 사라졌으니, 이제 자신이 보호자가 되어 엄마와 오빠를 보호해야 하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이 작품은 '나'가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과 부딪치고, 가족을 보호하며 겪은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부엌에서 그릇 부딪치는 소리, 마당에서 펌프질하는 소리, 아이가 칭얼대는 소리, 여자들이 두런거리다가 킬킬대는 소리, 밥이 뜸 드는 냄새, 그리고 우리 집 된장만의 그 구뜰한 냄새, 이런 것들이 서로 어울려 집 안을 자욱하게 채우고 있었다. 아, 이 자욱함. 그건 음향이나 냄새가 아니라 생활이요, 평화였다. 그러나 현실일 리는 없었다. 나는 행여나 그 달디단 자욱함이 샐까 봐, 꿈에서 깰까 봐, 이불을 꼭꼭 여미고 비몽사몽간의 몽롱한 시간을 즐겼다.      p.130

 

박완서 작가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책들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만난 것은 연작 자전소설 두 권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92년에 출간되었고,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1995년에 출간되었으니 20년이 훌쩍 넘었다. 연작 자전소설 첫 번째 작품에서는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의 어린 시절과 1950년 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번째 작품에서는 1951년부터 1953년까지의 이야기로 전쟁의 생생한 현장과 스무 살 이후 결혼할 때까지 성년의 삶이 그려져 있다. 화려한 꽃무늬 패턴이 인상적인 이번 개정판에는 기존 작품 해설 외에 정이현 작가, 김금희 작가의 서평과 정세랑 작가, 강화길 작가의 추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소설의 시대 배경인 1940년대와 1950년대의 작가 박완서 사진이 엽서로 포함되어 있어 더 의미가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내가 살아 낸 세월은 흔하디흔한 개인사에 속할 터이나, 그 부분은 개인사인 동시에 동시대를 산 누구나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자, 현재의 잘사는 세상의 기초가 묻힌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세상의 변화 속도가 하도 눈부시고 망각의 힘은 막강해, 글을 쓰면서도 문득문득 정말로 그런 모진 세월이 있었을까 자신의 기억력이 의심스러워지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사라진 것들을 감쪽같이 잊어버리고 산다. 세상은 숨가쁘게 변해가고, 우리는 일상을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바빠 가끔은 정말 거기 그런 게 있었을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기억을 믿을 수 없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전쟁을 전혀 겪어 보지 못한 세대인 나 같은 독자조차 작가가 들려주는 인간적이고, 진실된 이야기 속에 푹 빠져 들어 당시의 시대를 직접 경험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는 우리가 지금 다시 박완서의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하기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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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평점10점 | j*******7 | 2021.10.18 리뷰제목
박완서 작가님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리뷰입니다. 책을 읽고 작성하여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오구오구 이벤트를 통해 100% 페이백을 받은 작품입니다. 박완서 작가님은 여기서 감히 리뷰를 쓰기에 대단한 작가님이다. 책에 관심이 없는 자들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제목 쯤은 들어봤을 테니까. 해당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는 싱아의
리뷰제목

박완서 작가님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리뷰입니다. 책을 읽고 작성하여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오구오구 이벤트를 통해 100% 페이백을 받은 작품입니다.

박완서 작가님은 여기서 감히 리뷰를 쓰기에 대단한 작가님이다. 책에 관심이 없는 자들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제목 쯤은 들어봤을 테니까. 해당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는 싱아의 연작이다. 20대 이후 박완서의 자전적 이야기가 가득하며, 625 전쟁 등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담겨 있는 서적이니 다들 읽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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