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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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위 고양이〉 1집

리뷰 총점 9.5 (5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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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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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야기 맛집 여기 있어요!! 평점10점 | y********j | 2020.07.10 리뷰제목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는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작가 초대 플랫폼 북크루’에서 진행한 ‘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를 통해 주 7일 새벽 6시마다 구독자들의 메일함을 두드렸던 총 63편의 글을 모은 연작 에세이집이다. 김민섭, 김혼비, 남궁인, 문보영, 오은, 이은정, 정지우. 일곱 명의 에세이스트가 각각의 주제에 맞춰 자신들의 기억 속 편린들
리뷰제목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는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작가 초대 플랫폼 북크루’에서 진행한 ‘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를 통해 주 7일 새벽 6시마다 구독자들의 메일함을 두드렸던 총 63편의 글을 모은 연작 에세이집이다. 김민섭, 김혼비, 남궁인, 문보영, 오은, 이은정, 정지우. 일곱 명의 에세이스트가 각각의 주제에 맞춰 자신들의 기억 속 편린들을 깔끔하고 재치있는 문장과 내용으로 풀어냈다. 사실 에세이를 그리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 이 일곱 명의 작가들 중 그나마 들어본 이름은 남궁인 작가님(책은 한 권도 읽어보지 않음) 뿐이라 과연 어떤 내용들일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름만 들었던 남궁인 작가님은 생각보다 똘끼(?!)가 있는 데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신 듯한 느낌에 재미났다. 무엇보다 나에게 이런 아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의 글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글들이었다.

 

 

고양이, 작가, 친구, 방, 뿌팟퐁커리, 비, 결혼, 커피. 한 작가당 하나의 주제를 제시하고 그것에 맞춰 글을 쓰는 형식.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 주제인 <고양이>에서 김민섭 작가님의 글에 심장을 강타당했다. 주말 점심, 운전을 하면서 돈가스 집으로 향하던 그는 교차로 중간에 상체만 일으킨 채 누워있는 고양이를 발견한다.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잠시 망설이는 사이 고양이를 그대로 지나치고 말았다. 유턴을 해 다시 돌아가봤지만 고양이를 구할 수는 없게 된 상황. 조수석에 앉아있던 친구는 '아까 차를 세웠어야 했다'며 몇 번이나 그를 원망했고, 작가님은 뒤에 시내버스가 한 대 따라오고 있었으므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그의 가슴 한 켠에 자리잡은, 차마 구하지 못했던 고양이.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자신의 인생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거라 여전히 자책하면서 인생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저마다의 회전교차로에 진입하게 된다. 20대의 내가 마주한 그 교차로는 아주 컸고 갈림길도 많았다. 그게 반드시 취업이나 진학으로의 길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태도라든가 지향을 선택하는 더욱 중요한 길이 있다. 거기에 어떻게 진입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응당 자기 자신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예를 들어 '고양이를 구한다든가' 하는 일을 한다면, 내가 가야 할 길로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

p17

친구의 고양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적은 김혼비 작가님의 글도 아주 좋았다. 친구 D가 여행 간 사이 잠시 그의 고양이 토토를 맡아두었던 또 다른 친구. 뭔가에 화들짝 놀라 품 안에서 빠져나가 숲 속으로 사라진 그 고양이로 인해 여러 사람의 인생이 바뀔 위기에 처한다. D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D를 만나러 간 그 친구는, 오히려 D가 건네는 위로의 말에 그만 눈물을 쏟고 만다. 자신의 고양이를 잃어버린 슬픔도 컸을텐데, 그 고양이를 잃어버린 죄책감으로 평생을 괴로워할 친구를 먼저 걱정하는 D.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온몸이 찌릿거릴 정도의 큰 감동과 멋진 이야기였다.

남는 건 모진 상처와 자괴뿐일 걸 알면서도 감정에 휩쓸려 파탄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럼에도 절대 그 경계선을 넘지 않고 그 바깥에 단단하게 서서 호흡을 고르며 다른 걸 볼 줄 아는 사람이 있다. D는 그런 '어른'이었다.

p21

오늘 아침 첫째에게 또 독을 쏘고 만 나는, D와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며 결국 또 발버둥을 치고 있다.

 

작가에 관해 쓴 문보영 작가님의 글도 재미있었다. 어떤 사람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한 뭉치의 두툼한 원고 뭉치로 보일 때 일기를 쓴다는 그. 그런데 그 순간을 경계해야 한단다. 자신에게 연필을 잡게 할 때 이 충동에 적당히 대응하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연인 앞에서는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아도 뒤에서 연인에 대한 글을 쓰느라 대꾸도 잘 하지 못하는 웃픈 상황. 뒤이어 등장하는 한 문장에 그만 포복절도하고 말았다.

"왜 나랑 안 놀아" 왜 맨날 글만 써" 사랑하는 자가 항의한다.

"나는 더 본질적으로 너랑 놀고 있는데?" 따위의 말을 하는 쓰레기가 되는 일이 없길 빈다......

p66

재미난 이야기들이 한가득이라 다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마음을 치는 충격에 멍-해지기도 하고,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감정을 경험했다. 에세이가 이리 재미있을 줄이야. 이야기 맛집, 다채로운 감정 맛집이다! [책장위고양이] 두 번째 프로젝트도 진행되기를, 또 새로운 글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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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일상의 가치와 만나는 순간 평점8점 | r*********s | 2021.01.13 리뷰제목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함께 글을 쓰는 즐거움을 기억한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 글짓기 특별수업을 받았을 때였다. 일상 산문에 대한 수업으로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선생님이 주제를 정해주시면 글을 쓰고 평을 들었다. 김민섭, 정지우, 오은, 남궁민, 김혼비, 이은정, 문보영, 일곱 작가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쓴 연작 에세이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으면서 작가들도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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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함께 글을 쓰는 즐거움을 기억한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 글짓기 특별수업을 받았을 때였다. 일상 산문에 대한 수업으로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선생님이 주제를 정해주시면 글을 쓰고 평을 들었다. 김민섭, 정지우, 오은, 남궁민, 김혼비, 이은정, 문보영, 일곱 작가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쓴 연작 에세이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으면서 작가들도 재미있게 쓰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물론 마감 때문에 힘들었겠지만 말이다. 주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로 고양이, 결혼, 방, 작가, 커피, 비, 친구로 다양하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주제, 궁금한 주제를 먼저 읽고 작가를 그렇게 선택해도 무방하다. 

 

시작은 고양이다. 고양이를 기르는 이들이 늘어나고 길냥이를 돌보는 이들도 많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도 있으니까. 직접 고양이를 키우지 않더라도 고양이와 관련된 사연 하나쯤은 간직하기 마련이다. 운전하면서 발견한 고양이를 구하지 못한 후회, 친구에게 전부인 고양이를 잃어버려 찾지 못할까 조바심을 냈던 마음을 만나면서 오빠네 고양이 ‘비실이’가 생각났다. 다음에 만나면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줘야겠다는 다짐까지. 

 

 

한 꼭지를 읽고 나니 작가의 분위기가 보인다고 할까. 내가 좋아하는 글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사실이 더 정확하겠다. 모두 작가이니 작가에 대해 특별한 말을 들려줄 거라 기대했지만 정작 마음을 움직이는 건 김민섭의 이런 글이다. 쓰는 사람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일은 대단한 게 아닐 것이다.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기록하는 일, 나를 쓰는 일의 가치에 대해 언급해 줘서 괜히 고맙다.

 

나는 모두가 쓰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바란다. 당신의 일상은 이미 몸에 깊게 새겨져 있다. 누군가는 별것 아니라고, 누가 읽어주겠냐고 그것을 옮겨 적지 않지만, 그건 이 세계에서 당신만이 길어올릴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무엇이다. 나는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당신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젠가, 작가 - 50쪽, 김민섭)

 

아, 쓰다 보니 또 김민섭의 글이다. 친구에 대한 글에서 나는 언제나 나를 응원하는 친구가 떠올랐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친구, 10년 후가 기대된다는 친구,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친구. 저자는 작가로 자신이 책을 낼 때마다 이야기하기가 꺼려진다고 한다. 누구나 책을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논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한 친구는 논문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면서 읽어줬고 오타를 발견해 줬다고. 정성을 다해 읽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도 김민섭이 말한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그의 어색한 다가옴을 우리는 두 팔을 벌려 환영해야 한다. 축하한다, 어디에서 그걸 살 수 있니, 어디로 가면 그걸 볼 수 있니,라는 말에 더해, 나는 너를 읽었어, 너를 보았어, 나는 이 부분이 좋았어, 다음에도 꼭 너를 나에게 보여 줘,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친구를 많이 두고 싶지만, 언젠가는 꼭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누구라도 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보일 수 있고 나는 그것을 그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언젠가는 정말로 그런 삶의 태도를 가진 친구가 되고 싶다. (언젠가, 친구 - 88~89쪽, 김민섭)

 

학창 시절에 단짝처럼 붙어 다녔지만 졸업과 동시에 연락이 끊긴 친구들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는 이은정 작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자신과는 다른 선택을 한 친구들에게 잘 살라고 안부를 전하는 마음이 그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나 역시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그런 마음을 전하다. 

 

비와 커피를 좋아하기에 이 주제는 더 가깝게 다가온다. 공평하게 내리는 비지만 그 비를 맞고 힘들어하는 이들의 삶에 대해 언급하며 나중에라도 비를 좋아할 수 없을 거라는 김민섭 작가, 비 오는 날 두 번의 교통사고로 당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오은 작가, 커피를 좋아하는 언니를 언니가 떠난 후에야 커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이은정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침으로 빵과 커피를 먹던 큰언니가 생각나 먹먹해졌다.

 

어쩌면 아침마다 식사 대신 커피를 마시며 출근하는 사람들은 하루의 무게를 들이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이겨내려고, 오늘까지는 버텨 보려고, 최대한 제정신으로 일터에 나가기 위해 쓰디쓴 각성제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커피 한 잔의 무게는 살아 내야 하는 하루치의 무게인 걸까. 언니가 떠난 뒤에야 이따위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 알았다면, 언니가 살아있을 때 느꼈더라면 언니에게 모닝커피를 한 번쯤 건넸을지도 모르는데 늘 그렇듯 깨달음은 늦고 기다려주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 커피 - 314쪽, 이은정)

 

기억 속 삶의 한 장면이 달려든다.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왔던 비 오는 날의 풍경,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스무 살 동생에게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묻던 큰언니.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마셨던 오늘 아침의 커피 한 잔. 잊었던 기억, 잊었던 사람, 지나친 일상을 끄집어 낸 책이다. 일상의 순간, 보통의 날들을 더 많이 기록해야 한다. 책에서 발견한 따뜻하고 다정한 문장을 기록하는 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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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도서협찬 웅진]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평점10점 | q*******2 | 2020.06.30 리뷰제목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7명의 작가들이 소꿉장난처럼 시작한 에세이집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이전엔 책을 주로 눈으로 보았다면 최근엔 책을 주로 귀로 듣는다고 한다.눈을 감고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성우가, 책을 쓴 작가가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책을 들려준다. 요즘은 책을 보는 것보다 듣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 도서 역시 [책장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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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7명의 작가들이 소꿉장난처럼 시작한 에세이집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이전엔 책을 주로 눈으로 보았다면 최근엔 책을 주로 귀로 듣는다고 한다.

눈을 감고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성우가, 책을 쓴 작가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책을 들려준다. 요즘은 책을 보는 것보다 듣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 도서 역시 [책장 위 고양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바탕으로 7명의 작가들이

돌아가면서 1편의 에세이를 매일 읽어주는데서 시작하였고 그렇게 모인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 책으로 탄생했다.

 

 

주제는 언젠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작가들이 각자의 언젠가를 담은 일상들을 적었다.

물론 그 언젠가의 일상의 매개체는 각자 다르다. 어느 날은 고양이, 어느 날은 작가,

또 어느 날은 결혼, 커피.. 일상에 있던, 있었던, 몰랐지만 있을 수도 있던 일들을

작가들 개인의 해석에 따라 개성 있게 풀어나가며 때로는 씁쓸하고 때로는 다정하고

또 때로는 웃음이 나오는 그러한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작가들의 언젠가가 담긴 이야기들을 읽으며 언젠가

나에게도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웃어보고 울어본다.

    

*이 글은 웅진북적북적서포터즈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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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7인 7색 무지개빛 에세이, 언젠가 그들과!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l*****g | 2020.06.30 리뷰제목
제일 좋아하는 핑크색과 초록색이 가미된 표지부터내 맘을 흔들었다.얼라리(1)? 예쁘네! 잘만들었다!외모지상주의는 사람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그런데 얼라리(2)? 재밌다!예능 <무한도전> 처럼 쉼 없는 재미가 샘솟는다기보다방심하다 퍽! 잊을만하면 툭! 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이 책은 에세이치고 제법 두껍고 여러 단편이 실려있지만(그만큼 문장이 많은데도) 눈 앞에 이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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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핑크색과 초록색이 가미된 표지부터
내 맘을 흔들었다.

얼라리(1)? 예쁘네! 잘만들었다!
외모지상주의는 사람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얼라리(2)? 재밌다!
예능 <무한도전> 처럼 쉼 없는 재미가 샘솟는다기보다
방심하다 퍽! 잊을만하면 툭! 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 책은 에세이치고 제법 두껍고 여러 단편이 실려있지만
(그만큼 문장이 많은데도) 눈 앞에 이런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성별, 나이, 모습이 서로 다른 7명의 사람이
등받이 없는 의자에 걸터 앉아
다소 낮은 곳에 있는 서로 다른 음료에 손을 뻗어가며
요란하지 않게 수다 떠는 모습.
딱 이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그 스튜디오에는
무지개떡과 레인보우크레이프케이크를 DP해야겠다.
당연히 고양이 모양 쿠션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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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지도 빠르지도 않지만 계속 계속 그 수다를 보고 싶은 느낌.
그러다 나도 슬쩍 끼어서 내 최애 원두를 소개하고,
고양이를 한번도 만져본 적 없다 고백하고,
저도 미친듯이 글을 쓰고 싶어요라고 실토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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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님은 맘에 꼭 드는 커피( 시럽)와 공간을 찾으시길,
한 작가님이 술보다 커피라고 하는데도(나도 그런데!) 나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알콜쓰레기인 나에게 그녀는 혼비백산 축구왕 알콜왕이었는데..
여전히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몇년 째 내 곁에 남아있는 반가운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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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책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매일 아침 우유배달 신문배달 대신
두세장씩 문틈에 끼워놓았으면 하는 글이라고 해야겠다.
진짜로.

http://blog.naver.com/jmiluj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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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두 달 치의 위로가 필요할 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m | 2021.02.21 리뷰제목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두 달에 걸쳐 읽었다. 이 책을 이렇게 오래 읽을 줄이야. 이렇게 오래 읽을 책이 아닌데 하면서도 오래 읽었다. 머리맡에 놓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었다. 하나의 주제로 일곱 명의 작가들이 쓴 에세이 모음집이라 가능했다. 한 편 읽고 생각에 빠지다가 잠드는 일상이 무한 반복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원에 가느라 몸이 피곤했다.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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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두 달에 걸쳐 읽었다. 이 책을 이렇게 오래 읽을 줄이야. 이렇게 오래 읽을 책이 아닌데 하면서도 오래 읽었다. 머리맡에 놓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었다. 하나의 주제로 일곱 명의 작가들이 쓴 에세이 모음집이라 가능했다. 한 편 읽고 생각에 빠지다가 잠드는 일상이 무한 반복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원에 가느라 몸이 피곤했다. 매일 같이 일어나면서도 난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 아니고 말고, 자괴감에 빠진다.

 

요즘은 미라클 모닝이라고 해서 새벽 기상이 유행이라는데. 시도는 하고 있지만 오후가 되면 낮잠을 무려 세 시간이나 잔다. 저질 체력. 한숨. 낮잠 자기 전에도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었다. 죽어라 피곤해서 누웠는데 막상 잠이 드는 건 쉽지 않으니까. 옆으로 누워서 섬세하게 조절된 색온도 불빛에 의지해 한 편씩 읽어나갔다. 전자책의 좋은 점이다. 잠이 올 때 버튼만 누르면 암흑이 되니까. 불 끄는 것도 귀찮은 나에게 전자책은 킹왕짱.

 

아무튼으로 시작하는 주제들. '고양이, 작가, 친구, 방,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퐁커리, 비, 결혼, 커피, 그 쓸데없는'으로 작가들은 에세이를 쓴다. 읽기 전부터 호기심이 일었던 주제는 '작가, 방'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세계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방이 있어야 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내가 책갈피 해 놓은 부분은 김민섭 작가의 글.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 된다는 말과도 같다. 그러면 그 누구도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타인의 세계 안에서 타인의 언어로 자신이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두려움을 준다. 등단의 과정이 없더라도, 대형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지 않아도, SNS에든 블로그에든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해 나가는 모두는 작가다.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中에서, 김민섭)

 

전부 솔직하진 않지만 약간 솔직한 글이라서 에세이가 좋다. 글이란 게 전부 솔직해도 문제 전부 가짜도 문제. 피곤에 찌들어서도 읽을 수 있다는 책이 있다는 사실. 각기 다른 주제를 서로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서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는 조금씩 아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나처럼 두 달에 걸쳐 읽어도 되고 더 천천히 읽어도 된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늦게 읽는다고.

 

내밀한 이야기는 듣는 것보다 읽으면서 상상하는 게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다. '커피'라는 주제에서 이은정 작가는 죽은 언니가 좋아했던 커피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밥값에 근접하는 커피라고 생각하면 마시지 못한다. 라테 비용이라는 말도 있던데. 모든 것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나로서는 「마실 수 없는 커피」 이야기에서 반성과 후회를 한다.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이름을 들어본 작가도 있고 처음 알게 된 작가도 있다. 이름은 알고 있으나 글을 읽어보지 못한 작가의 글을 읽으며 아, 이런 사람이구나, 좀 웃긴데 생각했다. 무엇이든 쓰는 자들이 작가라고 말해주어서. 불안하지만 읽고 쓰는 행위로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고 말해주어서. 고맙다. 두 달 내내 격려와 위로를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으며 받았다. 몸의 피곤은 어쩔 수 없어서 피로회복제를 5일치나 사서 먹은 건 안비밀. 마음 치유는 책으로. 이제 힘 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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