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이 근사한 책이 있다. 책 내용이 어떤지를 알아보지도 않고 제목의 근사함에 이끌려 책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 『혼자이거나, 외롭거나, 고독하거나』, 이 책이 그랬다. 제목의 근사함에 이끌려 서평단 신청을 했다.
이 책 제목은 근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기도 했다. 제목에 따르면 ‘혼자’와 ‘외로움’과 ‘고독함’이 다 다르다는 건데(왜냐하면 ‘거나’라는 어미는 ‘선택’의 의미 요소를 갖고 있으니까), 내 생각에 ‘혼자’는 약간 예외(‘혼자’는 ‘외로움’이나 ‘고독함’과 동의어가 되느냐 않느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했다.)로 치더라도 ‘외로움’과 ‘고독함’은 동의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상은 책을 읽기 전까지의 일이고 생각이다.
참, 이 책은 책 표지가 깔끔하면서도 참 예쁘다.
2.
정신과 의사로서 개원의인 저자는, 자신이 환자들을 상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우리의 인생은 고독과 분리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책은 고독을 잘 길들이기 위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고독을 불필요하게 두려워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하고 즐김으로써 다가올 고독을 대비하는 구체적인 처방(인지행동치료)을 담고 있다, 고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인지행동치료의 메커니즘은 사물을 보는 관점이나 인식하는 방법을 바꾸어 지금까지 나를 사로잡고 있던 기분과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3.
이 책은 5개의 장과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제목을 소개하면,
1장 : 고독을 느끼는 이유와 사라지지 않는 불안
2장 : 가능한 한 나답게 있는다
3장 : 독립적인 마음으로 살아간다
4장 : 인생의 몫을 늘려간다
5장 : 남녀가 고독을 느끼는 법에는 차이가 있다
각 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1장의 내용을 간추리면.
저자에 따르면 현대인은 ‘고독=불안’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고독에는 부정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의미를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타인의 평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면 고독은 긍정적인 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긍정적 고독을 추구하게 되면 우리는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게 고독의 효용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현대인은 부정적 고독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부정적 고독을 심화시키는 3가지 불안은, 거절, 실패, 상실에 대한 불안인데, 이 세 가지 불안의 공통점은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라는 게 저장의 주장이다.
그러면, 해결책은 뭔가? 저자는 부정적 고독에서 벗어나려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아니라, ’나는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관점을 우선시하라고 한다.
2장은 고립되기 쉽고 진짜 나를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거절에 대한 불안‘에 대처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거절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서 저자는
1) 시선의 방향을 바꾸라고 한다. 다시 말해, 관찰당하는 쪽이 아니라 관찰하는 쪽이 되라고 한다.
2) 사고방식을 바꾸라고 한다. 고슴도치의 딜레마(떨어져 있으면 외롭지만 가까워지려 해도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모순)를 이야기하면서 상처받기가 두려워 먼저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3) 거절에 대한 불안감으로 수동적으로 있지 말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라고 한다.
4) 자신을 알라고 한다. 곧, 자신의 고독 단계와 고독 유형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교제 방법을 선택하라고 한다.
5)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곧,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보라고 한다.
3장은 있을 곳을 잃어버릴까 봐 두렵고, 내가 바라는 대로 행동할 수 없다는 사람을 위해 ’실패에 대한 불안‘에 대처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서 저자는
1) 타인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중요하므로 나를 인정해주는 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고 한다.
2) 현실은 가점(加點) 주의 방식(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 방식)의 사회다.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험을 피해 다니지 말라고 한다. 나쁜 연상은 강제 종료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일수록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한다.
3)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객관적으로 알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독 상태를 정확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한다.
4) 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한다. 과거의 실패를 거창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지 왜곡이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5) 부모나 회사의 말보다 나의 판단을 믿으라고 한다. 곧, 위화감을 느끼고도 모르는 척하지 않은 것,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가르침은 일단 괄호 안에 적을 것, 평가받는 쪽이 아니라 평가하는 쪽이 될 것, 나를 위한 일인지 확인할 것, 회사에 운명을 맡기지 않을 것, 나를 계속해서 갈고닦을 것을 처방전으로 제시한다.
4장은 타인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고,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을 위해 ’상실에 대한 불안‘에 대처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상실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서 저자는
1) 나답게 살아가라고 한다. 곧, 타인을 위해 배려하는 삶을 살고, 스스로 자신을 인정해주는 자기 인정을 하라고 한다.
2) 쓸데없는 짓을 할 여유를 가지라고 한다.
3) 나만의 안전지대를 확보하라고 한다. 가령, 매일 아침 같은 편의점에서 신문 구매하기,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동호회나 세미나 참석하기, 지역 축구팀 응원하기, 지역 명소를 안내하는 자원봉사 하기, 동네에서 오래된 술집 가보기, 호텔의 고급 바 가보기, 심료내과에서 상담받기 등을 해보라고 한다.
4) 혼자 있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라고 한다. 가령, 혼자서 고깃집 가보기, 단순하게 생활하기, 살아 있는 생명체 가까이하기, 평소와 다른 길 걷기, 먼 동네에서 네일 아트 받기, 사는 곳 바꾸기, 처음 하는 일 해보기 등을 해보라고 한다.
5) 혼자 사는 노후에 대비하라고 한다.
5장은 남녀가 고독을 느끼는 법의 차이, 부부간의 갈등을 줄이는 방법, 중년 이후에도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4.
그리고 부록이 있다.
부록에서는 고독을 즐기며 살아가기 위한 열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열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이것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단정하지 않기
2) 스스로 약점을 지우지 않기
3)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를 예측하지 않기
4) 동조압력과 싸우지 않기
5) 나를 너무 숨기지 않기
6)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7) 일일이 흑백을 따지지 않기
8) 일방적으로 나를 탓하지 않기
9) 나를 정당하게 평가하기
10) 과거보다 미래 우선하기
5.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접한 환자(일본인)와 일본 사회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그렇지만 우리 한국인과 한국 사회와도 웬만큼 통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별 특수성은 있겠지만, 고독을 느끼고 고독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도 적잖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근사해서, 그리고 표지화가 단순하면서도 예뻐서 끌린 읽게 된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도 도움이 되는 게 많았다. 겉만 번지르르한 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많은 도움이 되긴 했지만, ‘혼자’와 ‘외로움’과 ‘고독함’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대로 이해한 것은, ‘혼자’와 ‘외로움’과 ‘고독함’ 모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혼자’나 ‘외로움’이나 ‘고독함’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혼자’, ‘어떤 외로움’, ‘어떤 고독함’이냐가 문제일 것 같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게 아니라면 ‘혼자’든 ‘외로움’이든 ‘고독함’이든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긍정적이지 않은 ‘혼자’나 ‘외로움’, ‘고독함’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