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거의 매 화 챙겨보는 예능인데요, 얼마 전 161화에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출연했습니다. 김상욱 교수의 책은 전부터 읽어야겠다 생각을 하고 서점에서 만지작거렸었는데, 요즘 도서관에서 도저히 빌릴 수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더라고요.
그의 최근 저서인 『떨림과 울림』, 『김상욱의 양자 공부』는 아무래도 나~중에 읽어야지 싶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에 책이 한 권 더 있더라고요?
바로 이 책 『김상욱의 과학공부』입니다. 책의 2/3 가량을 읽는 동안 정말 너무 재밌어서 감탄을 했습니다.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재밌었던 책, 『김상욱의 과학공부』 서평 작성해 보겠습니다.
요즘 뭔가를 보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양자역학, 그만큼 양자역학에 기본을 둔 물질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것일 텐데요. 김상욱 교수는 얘기합니다. 양자역학이 없다면 이 공간에서 없애야 할 물건들이 많다고. 유재석 씨가 묻습니다. 그럼 도대체 양자역학이 뭡니까?
교수란 참 어려운 사람이죠. 따뜻한 물리학자로 알려져 있는 김상욱 교수도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그렇게 보였습니다. 특히 저처럼 2년간 교수님들 옆에서 추가로 공부를 더 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 '교수'라는 직업을 어렵게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양자역학이 뭐냐는 유재석 씨의 질문에 1분 버전과 3분 버전으로 대답하는 김상욱 교수의 대답은 감히 흠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어차피 양자역학의 정의를 '제대로' 내린다는 것이 저는 뭔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대답을 듣는 유재석 씨와 조세호 씨의 태도는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물론 방송이니 그랬을 테지만, 그들이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과학에 대해 얘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어후~" 식의 진저리 혹은 "오~" 식의 공허한 동경을 표현합니다. 덮어놓고 그건 어렵다는 식의 반응이 태반이죠.
기자들이 과학자를 찾아오면, 질문은 대개 비슷한 요청으로 시작된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과학 기사의 주된 독자가 초등학생일 리는 없다. 이런 요청에는 독자들의 과학지식 수준이 초등학생 정도일 거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에 대한 취재를 할 때에도 기자들이 이런 요청을 하는지 궁금하다.
『김상욱의 과학공부』 「과학과 인문학은 교양 앞에 평등한가?」 p.11
학자의 말은 당연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는,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은 좀 더 어려운 기술이 탄생하는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더 어려운 기술일수록 우리의 수고로움을 더는 방향으로 삶을 더 쉽게 만들어 주기 때문인데요. 주변에서 많이 들려오는 것도, 그만큼 고도화된 기술이 우리 주변을 풍요롭게 한 덕입니다.
김상욱 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가장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과학 기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 이렇게 가까이 와 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덮어놓고 모르쇠 하는 것이, 일부 과학자와 기술자의 소유물로 놔두는 것이 이로운 일일까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가를 아시나요? (중략) "처음 듣는 책인데요"라고 답했다가는 사람들이 무식한 당신을 슬금슬금 피해 갈지도 모른다. "열역학 제2법칙을 아시나요?"라는 질문에는 사뭇 다른 반응이 나온다. 사람들은 오히려 질문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교양이지만, '열역학 제2법칙'은 교양이 아닌 걸까? 물리학자가 보기에 이 두 질문의 중요도는 비슷하다. 열역학 제2법칙은 시간이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지 설명해 주는 법칙이기 때문이다. 죽은 로미오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줄리엣도 동의할 거다.
『김상욱의 과학공부』 「과학과 인문학은 교양 앞에 평등한가?」 p.11
너무 극단적으로 바라보긴 했습니다만, 뭐 대단한 공부를 하자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전자기기인 스마트폰에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 반도체는 전자와 반전자(홀)이 움직이는 양자역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질입니다.
파란색 LED를 개발한 일본의 학자는 2014년에 노벨물리학 상을 받았습니다. 빨간색과 초록색 LED는 이미 개발된 상태였지만 파란색 LED가 개발됨으로써 빛의 3원색으로 드디어 백색 LED를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거 몰라도 스마트폰과 TV 시청에 큰 관계는 없지만, 그렇게 따지면 외국 고전 작가의 이름도, 우세당의 정치 전략도, 미술사의 흐름도 다 몰라도 살아갈 수 있는 건 똑같죠.
과학자는 가을 전어를 먹으면서 노벨 물리학상과 올해의 물리학 이슈를 떠올리더군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왜 있을까요? 배울 것이 참 많은, 의지만 있으면 배울 수 있는 책과 영상인 널린 이 시대라서 갖추어야 할 교양 수준도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상욱 교수는 '과학은 이 시대에 반드시 알아야 할 교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인문학도, 미술, 음악, 정치, 역사도 다 그렇습니다. 저도 부족한 분야가 많습니다. 아니요 오히려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그렇지만 한 학문에 대해 무조건 모르쇠 하지는 않습니다. 과학을 교양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셨다면, 보니안의 올해 최고로 재밌게 읽은 책, 한 번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