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한마디
[작고 여린 존재들에게 가닿은 멜로디] 6년 만에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온 루시드폴. 뮤지션이자 농부로 살아가고 있는 그답게 ‘세상의 살갗 아래에 숨어 있는 소리들‘에 귀를 기울인 문장들로 가득하다. 농부의 발자국을 듣고 자라는 나무들, 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카드, 음악 레코딩 등 다정하고 뭉클한 그의 일상이 잘 담겨 있다. - 에세이 PD 김유리
우연히 루시드폴이 나오는 유튜브를 보았다. 그가 제주에 머문다는 것과 이름만 익숙할 뿐, 그의 사적인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글처럼 조곤조곤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음악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거라는 걸 실감했다. 자연의 소리를 담는다며 마이크와 스피커를 들고 제주 중산간을 헤매는 그를 상상해본다. 자연의 소리가 음악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익숙하게 듣는 바닷소리가 음악의 한 형태로 나타나면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을 느낄 것 같다. 파도치는 소리, 게나 바다 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모든 소리에 집중하게 되지 않을까.
『모두가 듣는다』는 소리로 나타낼 수 있는 음악의 세계를 말하는 산문이었다. 날 것의 소리, 자연이 살아 움직이는 소리, 그것을 녹음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소리의 세계였다. 우리는 귀를 열고 음악을 들을 것이며, 귀 기울여 소리에 집중하지 않을까. 제주에서 감귤을 키우는 농부이기도 한 저자는 소리의 경이로움을 말하였다. 식물이 물소리를 듣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뿌리를 뻗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식물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햇볕뿐 아니라 물소리를 향한다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다. 식물들의 세계, 특히 소리가 가진 영향은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말이다.
음악은 누구의 것인가, 만드는 이의 것인가, 듣는 이의 것인가. 들려주는 이의 것인가.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하지만 음악은 '흐르는' 것일 뿐, 누구의 것도 아니다. 강물이 누구의 것도 아니고 바람이 그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듯이. 내가 만든 음악조차 나의 것이 아닌, 나와 함께 춤추는 세상 모두의 것이다. (19~20페이지)
루시드폴의 ‘녹음수첩’을 읽는 순간은 우리로 하여금 음악이 머무는 순간으로 이끈다. 앨범을 만드는 작업의 고유한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앨범이란 집 하나를 잘 짓는 법’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음악을 대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자기의 것을 만드는 사람이야말로 얼마나 신중하고도 열정적인가. 최선을 다하는 자세에서 좋은 작품에 대한 만족과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
‘《Being-with》위한 라이너 노트에 노트’에 실린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변해가는 제주, 나무들을 쓰러뜨리고 새 건물이 올라오며 들리는 삐걱거리는 자연의 소리를 음악으로 나타냈다. 가사가 없어 귀 기울이며 음악에 빠져들게 된다. 루시드폴이 추구하는 세계에 조금은 다가선 느낌이다.
아주 오래전, 좋아하는 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해 들었었다. LP 음반을 살 수 없을 때 값싸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게 카세트테이프였다. 음악사에 좋아하는 음악을 메모해가면 얼마간의 돈을 받고 녹음해 주었었다.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듣던 때, 음악이 가진 행복이었다. 저자의 글을 읽고 있자니 음악을 듣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던 과거의 날들이 떠올라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루시드폴이 화학박사이며 귤 농사를 짓는 농부라는 것, 꽤 많은 음반을 냈던 음악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음악 하는 사람은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다.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여 음악으로 표현하는 자체가 새로운 발상이다. 음악을 듣다 보면 처음에는 거슬렸던 소리에 점차 익숙해져 편안한 순간에 이르게 된다. 루시드폴이 추구하는 음악을 이해하는 순간이다. 음악처럼 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의 음악과 닮아있다. 이렇게 한 음악가, 한 작가를 알게 되었다.
#모두가듣는다 #루시드폴 #돌베개 #책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문학 #에세이 #에세이추천 #산문 #산문집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루시드폴산문집
이번 산문집은 6년만에 읽게된 신작 에세이다 다른 산문집에는 앨범이 실려있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오롯이 산문집으로만 출간되었다 초판한정으로 저자의 안쇄 사인이 되어 있고 무엇보다 반가운건 작업 과정과 창작의 영감이 기록된 녹음 수첩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새음반에 대한 노트도 수록되어 있어서 이번 산문집이 기대가 되었다 한층 깊어진 그의 글이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도 하고 잔잔하게 해주기도 한다 절로 힐링이 되고 있다고 해도 좋다 이번 에세이는 사진도 음반도 아닌 오로지 단독 산문집으로 나와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만의 진솔한 글이 가득 담겨 있어서 마음에 든다
제목부터가 괜찮았다 그리고 늦은 밤 쉬면서 편한 자세로 읽었는데 책이 잘 읽혀졌다고 할까 마음이 편안한 탓인지 집중하면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책 표지도 괜찮았고 녹음수첩을 공개해줘서 고마웠다 이런 기회도 흔치 않으니 말이다 오디오북도 있다고 하니 나중에 구매해서 들어보고 싶어졌다 그의 목소리로 듣는 산문집은 또 어떨지 기대가 된다 쉬면서 한번 더 읽으려고 한다 그의 에세이는 사람마음을 편하게 한다
하얗고 보드랍고 말간 함박눈 같은, 루시드 폴의 음악 같은, 표지의 책이 도착했다. 기분이 말랑해진다. 모두가 듣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아니라도 모두가 목소리를 가졌고 모두가 서로를 듣는다고 생각해본다. 귀를 기울여 읽는 시간.
............................................
물리학을 전공하고 나서 오랜 친구들은 내게 세상이 어떻게 달라 보이냐고 물었다. 신비로운 모든 것이 제거된 세상이냐고.
무지개가 파장이 다른 빛의 산란이며, 협소한 인간의 시각에 보이는 스펙트럼이라고 해서 무지개가 싫어지지 않는다. 심장을 울리듯 깊이 닿는 세상 모든 존재의 고유 진동수가 공기 매체를 건너 온 전하의 떨림과 울림이라고 해서 설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울리고, 함께 떨리며 살아간다. (...) 그것은 음악이자 춤이다. (...) 공연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함께 춤을 추는 것이다.”
너무 자주 너무 많은 문장들에서 멈추고 떨려서 조금 조금씩 읽었다. 그만큼 연휴가 길어지고 기뻐진 느낌이 좋았다. 떨림과 울림을 통해 음악을 전달하는 저자의 문장은 피아노의 현이, 현악기의 활이 기록한 음표처럼 아름답다.
“음악은 세상의 떨림을 전하는 길이다. 음악을 연주하고 들을 때, 우리는 모두가 함께 춤을 춘다. (...) 우리는 모두가 음악의 일부이며 전부다.”
나는 그가 전하는 음악을 문장 속에서 듣다가 창밖의 눈처럼 어딘가를 오래 떠돌기도 하고, 추위를 잊고 잘 보이지 않는 먼 곳을 한참 쳐다보며, 집 밖의 다른 소리들에 마음을 기울여보기도 했다.
그의 과수원에서 음악을 소리비료로 들으며 자란 나무와 귤을 탐내며, 오랜 친구가 보내온 제주 감귤을 갈랐다. 세상의 많은 소리들이 윤회를 거쳐 이렇게 아름다운 빛의 실체로 내게 도착했다고 생각하니, 향기도 음악이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극단은 대부분 인간이 만든 것이다. 인간은 극단적으로 단단한 물질을 극단적으로 날카로운 도구로 다뤄 극단적인 소리를 만들어낸다.” <Doloroso>*
* 라틴어 ‘고통스러운’. 루시드 폴이 출품한 오브제 작품 제목. 앨범 <Being with>에 수록.
진귤나무와 협업한 멜로디 <Moment in Love>는 <Dancing with Water>에 실려 있다. 나무가 만든 곳, 나무가 아니었다면 태어날 수 없었던 음악, 나무가 준 멜로디를 인간을 질서로 다듬은 결과물. 책 속에서 그의 음악을 배운다. 음악가로서 그가 자리매김한 장소와 관계를 본다.
분류하고 구분하고 경계하고 격리하고 차별하고 죽이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매일 외로워서 죽어간다. 차분하게 쓰였지만, 낡은 인과와 질서와 형식과 계획을 따르지 않는다는 담대한 선언문 같다. 나는 조용히 크게 놀랐다.
그렇게 ‘무언가가 되어버리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라면 무엇도 되지 못하는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무슨 흐릿한 망상 속에 사는 걸까.